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의 최측근 2명이 연이어 구속되고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토지개발사업 관련 의혹에 대한 재판에서 천화동인1호 지분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실 것이라는 등의 폭로가 나와 이재명 당대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특혜 의혹으로 구속됐다가 구속기간 만료로 21일 0시 석방된 천화동인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는 21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본인 등 '대장동 일당' 재판에서 증인 신분으로 신문을 받았다.
남욱 변호사는 검찰 측 주신문이 시작되자 “조사 당시 사실대로 진술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사실대로 다 말씀 드리겠다”며 “2015년 2월부터 천화동인1호 지분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실 지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김만배 씨에게서 들어서 알았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2010년 7월∼2014년 6월, 2014년 7월~2018년 3월 경기도 성남시 시장을 지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2022년 3월 31일 작성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주식회사 천화동인1호’는 2021년 12월 1일자 임시주주총회 결의로 상호를 주식회사 천화동인1호에서 ‘주식회사 휴명’으로 변경했다.
2021년 12월 기준으로 ‘주식회사 화천대유자산관리’가 발행주식 100%를 보유하고 있다. 화천대유의 최대 주주는 김만배 씨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천화동인1호의 실소유주는 김만배 씨로 알려졌었고 현재까지도 김만배 씨는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
주식회사 천화동인1호는 대장동 개발 사업을 위해 설립된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인 ‘성남의뜰 주식회사’의 보통주식 29.9%를 보유하고 있고 해당 회사로부터 총 1208억9400만원의 이익배당금을 수령했다.
2022년 3월 14일 작성된 ‘성남의뜰 주식회사’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2월 기준으로 ‘성남의뜰 주식회사’의 총 주식 중 우선주 주식수는 93만1주, 보통주 주식수는 6만9999주다.
남욱 변호사는 검사가 “지난해 조사 때 이재명 측 지분을 말하지 않은 이유가 있느냐?”라고 묻자 “당시에는 선거(제20대 대통령 선거)도 있었고, 겁도 많고, 입국하자마자 체포돼 조사받느라 정신이 없어서 솔직하게 말을 못했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검찰 특유의 조작수법”
이어 “김만배, 정영학 (회계사),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와 저 넷이 모였는데 김씨가 '너는 25%만 받고 관여하지 말라'고 해서 크게 싸웠다가 제가 수용했다”며 “김씨가 그때 '내 지분도 12.5%밖에 안 된다. 전체 49.9% 중에 37.4%는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다'라고 말했다. 이후 당사자끼리 합의해 지분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김씨와 이 대표 측이 24.5%씩 반분했다는 사실을 김씨로부터 들었다”고 주장했다.
검사가 "이 시장 측은 누구를 말하는 것이냐?"고 묻자 남욱 변호사는 "그때는 이름을 얘기하지 않았고, 지난해 24.5%가 확정적으로 이재명 측 지분이라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정진상(더불어민주당 당대표비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이름을 정확히 거론했다"고 답했다.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도 김만배 씨가 “천화동인1호 배당금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말하는 내용이 있다.
여기서 ‘그분’이 이재명 대표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남욱 변호사는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도 대장동 사업에서 민간사업자가 차지한 보통주 중 이재명 대표 측의 지분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대장동 일당은 ‘천화동인1호의 실소유주는 김만배 씨’라는 지금까지의 진술을 최근 번복하며 이재명 대표 측의 숨은 몫이 있었음을 주장하고 있다.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는 “김만배 씨가 이재명 대표 측(정진상·김용·유동규)에 배당금 중 428억원을 주기로 밀약했다”고, 유동규 전 본부장은 “천화동인1호에 나뿐 아니라 다른 두 사람 지분도 있다”고 진술했다.
남욱 변호사는 2013년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한 뇌물 3억5200만원에 대해선 “(유 전 본부장이) 본인이 쓸 돈이 아니고 높은 분들한테 드려야 하는 돈이라고 얘기했다”며 “(높은 분들은) 정진상과 김용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금액 중 본인이 쓰겠다고 한 돈은 2천만원이고, 나머지는 '형들'한테 전달해야 한다고 했다”며 “이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이 돈을 빨리 마련하라고 독촉했다”고 증언했다.
남욱 변호사는 3억5200만원 중 9천만원은 2013년 4월 한 일식집에서 건넸고 당시 상황에 대해 “(유 전 본부장이) 받자마자 바로 다른 방으로 가서 9천만원을 누구에게 전달하고 왔다”며 “유 전 본부장이 돈이 든 쇼핑백을 가지고 나갔고, 돌아올 땐 쇼핑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현금 전달 외에도 술값 등 접대 비용을 쓴 것도 폭로했다.
남욱 변호사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설립된 2013년 9월 12일 정 실장과 김 부원장, 유 전 본부장의 유흥주점 술값과 속칭 2차 비용 등 410만원을 부담했음을 증언했다.
남 변호사는 “정 실장 등과의 술자리에 동석한 적은 없고 돈 계산만 했다”며 “(2013년) 9월 12일 이후에도 정 실장을 위해 한 차례 더 술값을 부담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남욱 변호사는 “그분들이 성남에서 가장 실세였기 때문에 비용을 지급하는 게 저희 사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폭로했다.
◆비명계에선 ‘이재명 대표의 해명과 유감 표명 필요’ 목소리
남욱 변호사는 “2012년 4월 기자 출신 배모 씨에게 2억원을 받아 김만배 씨에게 건넸다”며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의 보좌관에게 현금을 전달하자고 얘기가 나왔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대장동 사업을 민간개발로 추진하게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을 설득하기 위해 김태년 의원 측에 돈을 전달했다는 것. 당시 거론된 김태년 의원의 보좌관은 김만배 씨와 성균관대학교 동문이다.
남욱 변호사는 ”(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확인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경기 성남시수정구, 기획재정위원회, 4선)은 2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저는 대장동 사건에 연루된 김만배, 남욱, 배○○을 포함한 등장인물들과는 일면식조차 없다“며 ”해당 보좌관은 김만배를 알지 못하고, 만난 적도 없으며, (2022년) 2월 동 내용을 SNS(Social Network Service, 교호 네트워크 서비스)에 올린 원희룡 장관을 고소했다. 이번 남욱의 진술을 계기로 사실과 다른 내용을 유포할 경우 즉시 법적대응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지난 공판까지 정 씨에 대한 증인 신문을 마쳤다. 21일부터 남씨를 증인석에 세워 검찰과 피고인들이 순서대로 남씨를 신문한다.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21일 서면브리핑을 해 “대장동 일당의 하나인 남욱 변호사가 오늘 재판에서 말도 되지 않는 황당한 주장을 늘어놨다”며 “삼인성호(三人成虎)로 없는 호랑이를 만들어 내려는 것이다. 윤석열 검찰 특유의 조작수법이다”라고 비판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윤석열 조작 검찰은 대장동 일당을 앞세운 조작수사와 정적 사냥을 당장 중단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개최된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진상 정무조정실장의 구속 수사는 부당하다. 증거가 아닌 유동규의 일방적 진술에 의존한 수사가 결국 구속으로 이어졌다. 정진상 실장은 검찰 수사에 성실하게 응했고, 검찰이 요구한 압수수색에도 모두 협조했다. 증거인멸은 어불성설이다”라며 “김용 부원장과 정진상 정무실장에 대한 구속의 본질은 윤석열 정권 차원의 ‘이재명 죽이기’다. 민주당은 이재명 죽이기, 야당 파괴 행위를 절대로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명계인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경기 남양주시갑, 행정안전위원회, 재선)은 21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정진상 실장 구속에 대해 이재명 대표의 해명과 유감 표명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