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 방침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사회의 의과대학 열풍도 심해지고 있다.
어느 시대·사회에서나 의사는 ‘정년 없이 안정적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직종’으로 여겨져 왔고 이런 이유로 입학시험 성적이 최상위여야 의과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지난 1997년 말 발생한 IMF(International Monetary Fund, 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명문대학교를 졸업하고 ‘몇백 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뚫고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등, 흔히 말하는 ‘좋은 직장’에 들어가도 언제 승진 경쟁에서 밀리거나 명예퇴직이나 정리해고 등으로 실업자가 될지 모르는 것이 고착화된 상황은 현재의 의대 열풍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즉 현재의 의대 열풍은 매우 자연스럽고 당연한 현상인 것.
하지만 우리가, 특히 의대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들과 N수생들이 절대로 간과해선 안 될 것이 있다.
그것은 ‘의사도 돈을 벌지 못할 수 있고 앞으로 그럴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냉혹한 현실이다.
의사가 돈을 벌기 위해선 최소 수억원을 들여 병원을 개업해 개원의로서 환자를 진료하거나 ‘페이 닥터’가 될 수밖에 없다.
‘병원신문’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21년 1782개의 요양기관이 개업했고 1120개의 요양기관이 폐업했다. 이 중 병원은 92개가 개업했고 203개가 폐업했다.
지금도 매년 약 3000명의 의사들이 배출되고 있고 ‘의료쇼핑’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병원 간 경쟁이 치열하다. 더구나 증원 규모는 줄지 몰라도 의대 입학 증원은 불가피하다.
지금 의대에 입학해도 의사가 되려면 최소 10여년 동안 많은 학비를 들여 가며 힘든 공부를 해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한 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면허를 받아야 한다. 10여년 후엔 우리나라 전체 인구는 지금보다 더 적을 가능성이 높지만 의사나 병원은 지금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우수한 학생들이 의대에 몰리는 것은 국가적으로 매우 큰 낭비이자 문제다. 또한 학생 개인적으로도 ‘의사만 되면 평생 동안 안정적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맹신하며 의대 입학에 집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
의료행위를 의사만 할 수 있는 것은 의사의 가장 큰 특권이지만 이는 사실상 '의사는 의료행위 외 다른 것을 해 돈을 벌 수 없다'는 것도 의미한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기자에게 “의사도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