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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년 1인 미디어방송 시대를 선도하는 일드림사회적협동조합 「일드림TV」는 유튜브 채널 외에 최근 자체 제작한 온라인 마케팅 플랫폼 J-LOG(제이로그)를 런칭하고 온라인 마케팅이 필요한 도내 소상공인을 위한 ‘2021온라인마케팅S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첫 번째 지원모델로 지난 6월 부안군 고령자 협동조합 ‘마실밥상’을 찾았다. 해당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신중년팀은 ‘마실밥상’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연출 및 기획회의에 돌입했다. ‘마실밥상’의 숨겨진 스토리를 발굴하고 기업의 가치와 성장비전이 담긴 감동 카피라이팅을 확정하고 구성, 음향, 촬영 및 편집 등 프로젝트 단위로 세부화해서 드론촬영, 관계자 인터뷰 등을 끝내고 드디어 일명 『제이로그 부안군 마실밥상 편』을 완성하고 유튜브에 업로드 하였다. 일드림TV의 일경험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신중년경력형일자리팀 좌장인 이찬복 감독은(전 MBC 보도국장) “그간 노인일자리 및 사회공헌활동 사업, 고령친화기업, 소상공인 기업 등 다양한 분야별 직종에 종사하는 시니어들의 직업 현장과 취업사례 홍보, 유튜브 크리에이터 직무교육 등을 성공적으로 추진해온 전북노인일자리센터의 체계적인 지원과 협력이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장우철 센터장은(전북노인일자리센터) 일드림TV의 사회적 가치와 가능성 비전에 대해 “지금은 1인 미디어시대다. 누구나 나만의 동영상 콘텐츠를 만들고 유튜브 플랫폼을 통해서 세상과 공유한다. 취미활동이 1인 미디어 산업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인 미디어 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1인 미디어 성장 기반 조성, 산업 생태계 강화, 1인 미디어 저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일자리분야에서 영상미디어 활용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 우선적으로 도내 고령친화기업, 소상공인 기업 등의 창조적 홍보와 감동 마케팅을 위한 방송을 넘어 라이브쇼팅메니징, e몰마케팅, Live커머스아카데미 등 인에블러 서비스가 가능한 전용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한편 일드림TV는 지난 5월에는 TBN전북교통방송 19주년 개국방송 오픈스튜디오를 생중계로 송출하면서 그 전문성을 인정받은 바 있고, 또 2월에는 한국사회복지사협회 등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주관하는 다수의 영상공모전에 입상한 바 있다. 신중년경력형일자리사업은 퇴직 전문인력에게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제공하고 일경험을 통해 민간일자리로의 이동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으로 일드림사회적협동조합 신중년팀은 현재 4명으로 구성되어 운영 중이다. 

통일경제TV | 이상호 기자 | 2021-07-28 10:12

영화는 흑인이 감히 백인과 같은 화장실을 쓴다는 것은 상상 못할 정도로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1940년대 후반, 그것도 KKK의 본고장 미국 남부 조지아주 애틀랜타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죠.자신에게는 완벽하려고 노력하며 남에게는 깐깐한, 또한 부자임에도 청빈한 청교도적인 삶을 사는 유대인 미망인 미스 데이지(제시카 텐디 분).온통 고집으로 뭉친 이 72세의 노인네가 자동차 기어를 잘 못 넣는 실수를 하면서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는 시작됩니다. 옆집의 담을 넘어 화단을 망치고서야 차는 멈춰 서죠. 제 몸으로 운전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아직은 정정한(그렇다고 생각하는) 미스 데이지에겐 큰 시련이 닥친 겁니다.가업인 직물공장을 물려받아 꽤 부를 일군 아들 불리 워든(댄 애크로이드 분)은 어머니의 안전을 염려해 60대의 흑인 운전기사 호크 코번(모건 프리먼 분)을 고용하기로 결정하죠.하지만 워낙 꼬장꼬장한 성격 탓에 아들 내외와도 데면데면한 사이인 데이지 여사...천성이 도움받기를 싫어하는 그녀는 남의 눈에 띄는 게 싫다며 호크에게 좀처럼 운전을 맡기지 않으려 합니다.개인 운전기사라는 게 검소한 미스 데이지에겐 부자들의 거들먹거림이며 돈 낭비의 전형처럼 보이는 것이죠.가정부 아델라(에스더 롤 분) 외에는, 부엌에서 음식이나 축내고 전화질만 해 댈지도 모르는 사람을 자기 집에 들이는 것이 싫었던 그녀는,호크가 운전사로 온 이후 아예 외출도 하지 않으려 합니다.그렇지만 유머가 가득하고 인내심이 강하며 너그럽고, 사려 깊은 호크는 데이지 여사의 온갖 타박과 냉대에 굴하지 않고 항상 웃는 얼굴로 성심껏 그녀를 보살피죠.호크는 "비록 여사님을 모시지만 제 월급은 아드님이 주십니다" 라며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고용주 불리와 대화를 통해 주급 75불을 능수능란하게 이끌어내는 등 협상력 또한 만만치 않지요.호크는 임금 합의(?)를 끝내고 불리에게"사장님한테는 싸움 걸어오는 사람 없겠네요?"라고 너스레를 떱니다.호크는 전차를 타고 가게에 가려는 데이지를 뒤따라가 마침내 차로 모시는데 성공하죠.하나님도 세상을 만드시는데 6일 걸리셨는데, 데이지 여사를 차에 태우는데 6일 밖에 안 걸렸다며... 호크는 그렇게 느긋하고, 또 넉넉했던 것이죠.그럼에도 호크를 못마땅해 하던 데이지는 선반의 연어 통조림 하나가 없어졌다며 아들에게 호크가 훔쳐 먹었을 거라고 고자질합니다.이처럼 어떻게든 트집을 잡아 호크를 쫓아내려는 앙큼한(?) 계략까지 꾸몄던 미스 데이지...하지만 그녀는 출근을 한 호크가 어제 연어 통조림을 자기가 먹었다면서 새로 사 온 통조림을 갖다 놓는 걸 본 후 반성하게 되죠. 화면은 화사한 봄날 미스 데이지가 라디오에서 흐르는 드보르작의 '달에게 부치는 노래' 를 흥얼거리며 수를 놓는 장면으로 흔연스레 바뀝니다.통조림 사건을 계기로 호크를 향해 비로소 마음을 열어가는 미스 데이지의 변모를 은유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게죠.매사에 엄격하고 고집불통이던 데이지 여사는결국 호크의 신실한 인간성에 감동하며 그를 받아들이게 됩니다.호크 또한 완고함과 까탈스러움 속에 감추어진 데이지 여사의 따뜻함과 배려에 존경심을 갖게 되죠. 전직 교사 출신의 데이지 여사는 호크가 문맹임을 알고서는, 그에게 읽는 법을 가르치고 크리스마스이브에 습자교본 책을 선물로 줍니다. 책 선물은 처음 받아본다며 계면쩍어 하는 호크에게 그녀는 "열심히 연습하면 글도 잘 쓸 수있을 거야. 하츠필드 시장도 이 책으로 가르쳤다네" 라며 격려하지요. 두 사람은 그렇게 훈훈한 우정을 쌓아갑니다만...살아온 환경이나 생각들은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데이지 여사는 호크로 인해 예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세상을 마주하게 되죠. 데이지는 자신은 가난 속에서 부를 일궈낸 유대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데이지는 불리와 호크에게 자신의 빈한했던 옛 시절을 자주 이야기하곤 하죠. 하지만 데이지는 호크가 어린 시절 메이포에서 친구의 아버지가 KKK단에 의해 처참하게 살해당하는 광경을 목격하면서 자라온 아픔은 모르고 살아왔습니다. 오빠의 생일잔치에 가는 도중에 데이지 여사는 경찰관들이 인종차별적으로 호크를 대하는 걸 목도하죠. 그러나 그녀는 경찰이 자신에게도 호크와 똑같이 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합니다. 또한 미스 데이지는 호크가 주유소에서 왜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했는지도 알지 못하죠. 유대교 회당이 폭탄 테러를 당한 사건을 맞닥뜨리고 나서야 데이지는 유대인인 자신 또한 인종차별과 무시의 대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그제서야 그녀는 호크가 어떤 세계에서 살아왔는지를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하게 되죠. 사업 수완이 탁월한 불리는 회사를 성장시키며1966년 애틀랜타시를 대표하는 경영인으로 선출됩니다.불리는 시상식에서 "제가 머리카락을 잃고 뱃살도 얻었는데, 저도 모르게 회사가 성장했나 봅니다" 라며 72년 전 사업을 일으킨 조부를 기립니다만...인종차별 문제에 비로소 관심을 갖고 흑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에 반대하는 어머니를 에둘러 설득하지요."저는 유대인으로서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거래처나 정치적 환경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네요."그럼에도 데이지는 아들이 그토록 꺼린 마틴 루터 킹의 연설 모임에 당당하게 혼자 참석합니다. 킹 목사는 사자후를 토하죠."변화의 시대에 가장 슬픈 비극은 나쁜 사람들의 폭력과 독선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의 소름 끼치는 침묵과 독선입니다."그런데... 데이지 여사는 킹 목사의 연설회에 가던 길에 세상이 많이 변해 좋지 않냐면서 연설을 같이 듣지 않겠느냐고 호크를 넌지시 떠보지요.하지만 호크는 세상이 그렇게 많이는 변하지 않았다고 거절하지요. 호크는 이러한 민감한 문제를 마틴 루터 킹의 연설 당일에, 그것도 가는 도중에 꺼내는 데이지에게 야속하고 화가 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데이지는 데이지 대로 자신의 제안을 거절한 호크가 섭섭하기만 하죠.두 사람의 생각은 각자 살아온 환경만큼이나 달랐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두 사람 사이의 우정을 갈라놓지는 못하죠.세월은 무심히 흘러... 여사와 함께 평생을 함께 해온 아델라가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세상을떠나갑니다.데이지는 장례를 치루며 호크와 슬픔을 나누죠. "아델라는 운 좋게 편히 간 거야."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의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우정 어린 신뢰를 쌓아갑니다.어느덧 아흔 살이 넘어서며... 노쇠해진 데이지 여사는 급기야 치매기를 보이며 호크를 안타깝게 하죠.오락가락하다 정신을 차린 여사는 호크의 손을 꼭 잡고 진심어린 고백을 건넵니다."호크... 자네는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야!"자기 몸 하나 제대로 간수하기조차 어려워진 그녀는 양로원에 들어가게 됩니다.37살의 손녀딸을 둔 호크 역시 노령으로 운전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죠.그러나 변함없는 우정의 호크는 틈날 때마다 데이지를 찾아가 그녀의 말동무를 해주죠.영화 피날레... 추수감사절, 이미 팔려버린 어머니의 집을 호크와 함께 마지막으로 둘러본 불리는 호크를 태우고 양로원으로 향하죠! 데이지 여사는 정작 불리보다 호크를 더 반기며 "자넨 간호원들이나 만나 치근덕거리지 그러나" 라며 아들을 슬며시 밀어냅니다.불리는 그런 어머니에게 여전히 호크하고만 있고 싶어 한다며 씁쓸해 하면서도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위해 자리를 피해주죠.어떻게 지내냐고 안부를 묻는 데이지 여사에게 호크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라고 화답하며, "나도 그렇다네" 라는 그녀를 향해 한껏 미소 짓습니다. "그게(최선을 다하는 것) 저희가 할 일이에요."그러던 미스 데이지는 호크에게 물어봅니다."아직도 불리에게 급여 받나?""매주 받지요.""얼마나 받는데?""그건 저하고 사장님의 문제입니다만...""날강도 같으니라고!"한데, '주당 7불 이상 받으면 강도나 다름없다' 며 미스 데이지가 호크를 처음 만났을 때 따지듯 물어봤던 경우와는 그 뉘앙스가 자못 다르죠.서로를 향한 불신과 냉대가 아닌... 모든 걸 이해하고 품어내는, 따뜻함이 짙게 묻어나오는 표정과 말투였던 것입니다.처음에는 주인과 고용인으로 만났지만 이제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하며 공평하게 늙어가는 친구가 된 것이죠.이제 두 사람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모든 걸 알 수 있다는 듯,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봅니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서로가 곁에 있을 수 있어 죽음도 두렵지 않아 보이죠.이제 둘만이 오롯이 남겨진 식탁에서 호크는 데이지 여사에게 파이를 한 스푼씩 정성스럽게 떠먹입니다.미스 데이지는 이 세상에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한 표정을 짓지요.유대인과 흑인이라는 소외된 인종에서 오는 교감과 주종의 관계에서 오는 화해할 수 없는 신분의 차이가 서로 엇갈리면서, 두 사람의 우정은 그렇게 크고 작은 오해와 편견을 겪어내며 4반세기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습니다.삶보다는 죽음이 더 가까워진 나이... 생의 마지막 뒤안길에서 모든 것을 서서히 잊어가는 순간에도 결코 잊혀지지 않을, 두 사람의 우정은 화면을 따뜻하게 감싸죠.이 작품으로 62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최고령(81세) 수상자가 된 제시카 텐디와 낙천적인 익살을 보여주는 모건 프리만.점차 처져가는 고개와 허리 각도, 조심조심 내딛는 발걸음, 약간씩 흔들리는 손... 그리고 가늘어져 가는 목소리와 힘이 빠져가는 안광 등, 25년에 걸친 세월의 흐름을 섬세하게 잡아내는 그들의 연기 하모니는 가히 완벽에 가깝습니다.미묘한 심리 변화도 놓치지 않는 부루스 베레스포드 감독의 정치(精緻)한 연출이 보석처럼 반짝이는 화면을 이끌어내죠.1940년대에서 1960년대에 이르는 미국의 사회적 분위기를 지켜보는 맛 또한 쏠쏠합니다.페리 코모, 빙 크로스비의 LP판이 등장하는가 하면,흑인들은 가정부나, 운전기사, 가구 배달원의 블루 칼러로... 또 불리 회사의 사무실 직원은 백인으로 자리하죠. 그리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차종도 변화하고, 마르틴 루터 킹 목사가 주요 인물로 나옵니다.호크의 손녀가 대학에서 생물학을 가르친다고 언급되는 장면 또한 60년대 미국 남부에도 거스를 수 없는 변화가 이뤄졌음을 보여주죠.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평판에 지나칠 정도로 신경을 쓰는 데이지 여사... 그녀는 부자이면서도 부자로 보이지 않으려 하는, 아울러 자신의 소유물에 대해서는 병적으로 집착하고, 기독교도인 며느리와 불편한 관계지만 성탄절 행사에는 마지못해 참석합니다.별스럽지 않게 툭툭 던져지지만 차별에 민감한 유대인의 심성을 내밀하게 드러내주는 설정인 게죠.차별은 언제나 중층적입니다. 차별적 사회에서 내가 차별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남을 차별해야 하죠.“난 저들 편이 아니에요, 난 당신들 편에 속해 있어요” 라는 신호를 끊임없이 보내야 하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호크에게 냉담하기 이를 데 없을 뿐 아니라 흑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도둑으로몰거나 바보 같은 어린애로 취급해 버리고야 마는 데이지 여사의 심리란... 주류 백인 사회에 편입하지도 못하면서 비주류계층에 "난 너희들과 달라" 라고 강조하고 싶은 심리와 비슷한 것입니다.영화는 데이지 여사가 단지 유대인이라는 사실 때문에 다른 백인으로부터 비하당하는 사례를 보여주죠! 호크가 운전하는 차에 있는 데이지를 보고 백인 경찰이 "유대인 할멈과 흑인 운전기사가 같이 있다니 볼만한 조합이로군" 이라며 비아냥대는 시퀀스는, 인종 차별의 시선에서 그녀 역시나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을 나타내줍니다. 살아오는 동안 그녀가 그런 낌새를 몰랐던 건지, 애써 무시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죠.베레스포드 감독은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를 통해 끊임없이 사람들을 구분하며 우열을 가리고 차별하려 드는 인간사회의 속성을 노골적이지 않게 언급하고 있습니다.극 중반...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데이지 여사 때문에 서로 옥신각신하던 두 사람의 관계가 한층 성숙됐음을 알려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은 다름 아닌 극중 삽입된 아리아죠.데이지 여사가 한가로이 수를 놓는 정경과 함께 봄 햇살을 머금은 꽃과 풀향기로 가득한 화면에 흐르는 드보르작의 오페라 <루살카> 1막 '루살카' 의 '달에 부치는 노래'(Song to the moon) 입니다.그들 사이의 우정이 한층 깊어졌음을 은유하고 있는 이 노래는 극 전체의 처연한 비극성과는 관계없이 미려한 선율로 오페라 전체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아리아죠.극중 유대인 백인 여성과 흑인 남성의 관계는 이 '달에 부치는 노래' 를 통해,오페라 속 루살카와 왕자의 죽음을 초월한 사랑처럼 인종과 신분의 벽을 뛰어넘는 우정이 됩니다.1.영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1989) 트레일러https://youtu.be/pKRj7QCIXnY퓰리처상을 수상한 알프레드 어리의 동명의 연극을 역시 알프레드 어리가 각색했고, 이를 화면에 옮긴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감독은 이 드라마를 통해 목소리를 높이거나 힘주어 주장하지 않으면서도 진정한 인간애가 무엇인지 담담하게 말해주죠.  영화 속 인물들의 성격은 매우 명확하며 극이 시작하는 순간부터 극명하게 대립됩니다.저마다의 말투와 표정으로 위치를 지키는...성격과 환경, 여기에 피부색까지 다른 데이지와 호크는 자기 삶의 주체이자, 어쩔 수 없는 이방인으로 자리하죠. 극 저변에 깔려있는 성, 나이, 인종, 종교, 신분의 문제는 시대가 켜켜이 떠안고 있는 단면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회당에 폭탄이 터지고 사람들은 무시당하며 타인을 향한 조롱의 시선이 분명 존재하지만,  드라마 안으로 성급하게 침입하지는 않지요. 데이지와 호크가 우정이라 부를만한 관계를 완성하기까지 장애물처럼 보이는 겹겹의 문제들은 분명 중요하게 언급되나 시간의 견고함을 무너뜨리지는 못합니다. 아직 말이 대화가 되지 못한 채 데이지의 명령과 호크의 변명으로만 이뤄지던 그때... 충돌하던 말들이 인사를 나누며 조우하는 모멘트는 소박하면서도 급작스러운 환희처럼 찾아오죠.데이지가 호크에게 글을 공부할 수 있는 교본을 건네는 순간, 타인 훑기를 즐기는 시선들과 인종에 대한 세상의 편견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전락합니다. '"이것은 절대 크리스마스 선물이 아니야" 라며 교본을 건네는 데이지는 차라리 귀엽기까지 하죠. 인간이 글을 깨우치며 세상에 대한 이해가 조금 더 수월해졌듯 서로에 대한 수용면적이 조금씩 넓어져가는 겁니다.이렇듯, 때로는 거대한 시간에의 순응이 치기어린 반항보다 감동을 주지요. 그 치열함과 상관없이 어느 곳에도 시선을 두지 않고 흐르는 시간의 매정함은 야속하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기도 합니다. 시간의 이동을 구경할 요량이 없는 우리에게<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는 100분 가까이 한 발 물러나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해주죠. 지켜보면 시간의 흐름은 무심한 듯 꽤 친절하게 다가옵니다.데이지와 호크의 '드라이브' 는 시공간을 초월한 산들바람을 일으키고 관객들로 하여금 불필요한 어깨의 힘을 뺀 채 작은 여행을 만끽하도록 돕죠. 하여 드라마는 압도할만한 하나의 사건이 없음에도 두 사람의 서사로 인해 풍만해집니다. 추상적이고 거대한 관념에 의한 것이 아닌, 사소하고도 구체적인 에피소드들로 이뤄져 있기에 오히려 정서적 몰입을 가능케 해주는 게죠.그들의 동반 여행이 거의 끝났음을 알리는 엔딩 신은 두 관계가 이뤄낸 여정의 결정체로 한없이 따스하게 울려옵니다.2. 드보르작 오페라 <루살카 - Rusalka> 1막 '루살카' 의  아리아 '달에 부치는 노래', Op.114- 체코 출신 소프라노 루치아 포프(체코어로 노래) 스태판 솔테츠 지휘 뮌헨 방송 교향악단: feat.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영상https://youtu.be/h00upnyREF4드보르작은 체코의 전통 설화와 안데르센의 동화 < 인어공주 > 에서 영감을 받아,인간이 되지 못하고 영원히 삶과 죽음 사이를 떠도는 정령으로 남게 되는 체코판 인어공주의오페라 <루살카>를 작곡했죠.사랑과 동경, 배신과 구원을 담은 이 작품은 드보르작의 음악적 어법으로 해석한 서정적인 선율이 아름답습니다.안개 자욱한 보헤미안 숲과 호수를 배경으로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가슴 아파하는 물의 요정 '루살카'...루살카는 숲의 정령인 아버지 '보드니크' 에게, 호수에 왔던 인간을 사랑한다고 고백을 하죠. 보드니크는 인간을 사랑하지 말라고 충고를 하지만, 결국 루살카는 숲의 마녀 '예지바바' 를 찾아가 인간으로 만들어 달라고 간청합니다. 마녀가 내건 인간이 되는 조건은 두 가지... 목소리를 잃게 된다는 것과, 만약 인간에게 배신당하면 요정과 인간 둘 다 영원한 저주를 받는다는 것이었죠.사랑 때문에 자신의 온 마음을 빼앗겨 이성적인 생각을 할 수 없게 되어 버린 루살카는...'돌아다니다 혹시 왕자를 보면 자신의 사랑을 전해 달라' 며 애절한 마음으로 '달에 부치는 노래'(Song to the moon : Mesicku na nevi hlubokem) 를 부릅니다.'오, 벨벳빛 하늘의 달님이여,당신은 저 멀리까지 빛을 보내고온 세상을 거닐며인간들의 집안도 내려 보십니다.오, 달님이여,잠시만 제 곁에 머물러제 사랑이 어디 있는지 말씀해 주세요.부디 그에게 전해 주세요.은빛 달님이여,한 순간만이라도 그가 나를 꿈꾸리라는작은 희망만으로나의 두 팔은 그를 포옹한다고,이 세상 어디에 계시든그 분을 비추어 주세요.그리고 전해 주세요.여기서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다고,인간의 영혼이 저를 꿈꾼다면어쩌면 깨어서도 저를 기억할 수도 있겠지요.오 달님, 부디 떠나가지 말아요.'루살카는 마녀의 도움으로 왕자의 사랑을 얻는데 성공하지만... 결혼식을 준비하는 도중에 왕자의 배신으로 그만 영원한 저주와 함께 버림받게 되죠.왕자의 뜨거운 피만이 자신의 고통을 치유할 수 있음에도 아직도 그에 대한 사랑을 간직한 루살카는 차마 그러지 못한 채 단검을 호수에 던지고 맙니다.대신 루살카는 죽음의 요정인 '블루디카' 가 되어호수의 심연에 머무르죠.자책감과 절망감으로 괴로워하던 왕자는 루살카를 찾아와 용서를 구하며 다시금 맺어지길 간청합니다.그러나 루살카는 왕자의 입맞춤을 피하며 자신을 안는 것은 죽음의 파멸을 가져오는 거라고 간곡히 이르죠.하지만 왕자는 루살카가 없는 세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차라리 '죽음의 키스' 로 영원한 행복과 평화를 얻겠다고 절절하게 호소합니다.왕자의 진심을 느낀 루살카는 결국 그를 자신의 품에 꼭 안고 입을 맞추죠.뜨거운 포옹 속에 격정어린 키스를 나눈 후...루살카는 숨을 거둔 왕자를 안은 채 호수 깊은 곳으로 가라앉습니다.- 'Canción a la Luna :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https://youtu.be/EBM1VOA3zTk-  요요 마 첼로: 제시 다이너 베네트의 첼로와 오케스트라 편곡https://youtu.be/04fY0XP_3a0 영화 속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칼럼을 쓰며 강의도 하고 있고, 조만간 책으로 출판 예정이라고... 현재 영등포문화재단 혁신경영관으로 재직 중이다. - 李 忠 植 -

통일경제TV | 이상호 기자 | 2021-07-26 12:24

여기, 낯선 길 위에서 만난 기적같은 위로의 서사 <노매드랜드>가 있습니다.영화는 어느 황량한 겨울날, 창고의 셔터문을 열면서 남편 유품의 체취를 맡으며 눈물을 글썽이는 주인공 펀(프랜시스 맥도먼드 분)의 모습을 '프레임 인' 하며 출발하죠.수 세대에 걸쳐 광부들이 터를 잡고 살았던 미국 네바다주의 소도시 엠파이어.하지만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대변되는 금융위기의 후폭풍으로 도시를 지탱하던 석고보드 기업 'USG' 가 도산하게 됩니다. 생업을 잃은 시민들은 스산함만이 남은 삶의 터전을 떠날 수밖에 없었고... 몇개월이 지나자 엠파이어는 우편번호마저 없어지는 유령도시로전락하고 말죠.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모든 것이 무너진 후 새로운 길이 열립니다.남편까지 병으로 세상을 떠나 홀로 남겨진 펀은 이중으로 닥친 상실감을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지요. 펀은 추억이 깃든 도시를 떠나 평범한 일상의 삶을 뒤로 한 채... 홀로 낡아 빠진 밴을 타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미국의 각지를 떠도는 '노매드(Nomad)' 생활을 시작합니다. 그는 다리를 쭉 뻗어 잘 공간도 부족해 웅크려 자야만 하는 작은 밴에 '선구자(Vanguard)' 라는 강렬한 이름을 지어주죠. 낯선 길 위의 세상에서 각자의 사연을 가진 노매드들을 만나고 헤어지며... 펀은 다시 살아가기 위한 여정, 곧 '길 위의 삶' 에 적응해 갑니다.'펀(fern)' 은 씨앗을 뿌리지 않고 포자를 뿌려 번식하는 양치식물을 뜻하죠. 한 군데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유랑하는 주인공의 굴곡(屈曲)진 운명을 암시하는 이름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만...이 '펀' 이라는 이름에는 고독함과 강인함이라는, 노매드의 정체성에 대한 배우 프랜시스 맥도먼드의 열렬한 소망, 감독 클로이 자오의 올곧은 주제의식, 그리고 저널리스트인 원작가 제시카 브루더의 생생한 대안적 목표가 정교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지요.'가장 사랑했던 소중한 존재와 가치를 상실한 이들이 과연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라는 과제를영화와 현실, 또 청자(聽者)와 화자(話者)의 관계를 통해 보여주는 구도인 셈입니다.그런데 임시 교사였던 펀에게 시를 배웠던 한 여학생은 엄마 말로는 집이 없다던데 맞냐고 당돌하게 묻죠. 펀은 답해줍니다."  '집이 없는(homeless)' 건 아냐. '거주지가 없을(houseless)' 뿐이지. 둘은 다르잖아? 난 괜찮아."하지만, 평생 노동을 해도 집 한 채 가질 수 없는... 이들 '무거주자' 노매드의 떠도는 삶은 '히피'(hippie)들의 그것처럼 마냥 자유롭고 낭만적인 것이 아니죠.아들의 죽음을 견뎌내기 위해 방랑을 시작한 사람도 있으며, 직장에서 해고당한 후 생을 끝내려 했을 때 자신만을 바라보는 반려견들을 보며 마음을 고쳐먹고 여행에 나선 이도 있습니다. 또 동료의 죽음으로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고길 위에 오른 사람, 부모님을 모두 암으로 잃고 혼자가 된 채 슬픔을 달래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얼마남지 않은 생을 병원에서 낭비하기 싫어서 그야말로 '잘 죽기 위해' 차를 끌고 나온 누군가 등...그 다양한 사람들만큼이나 각양각색의 신산(辛酸)스런 이야기가 풀어지죠.지긋한 나이의 한 여성 노매드는 스스로를 향해 다짐하듯, 펀에게 되묻습니다."당신은 어디든 갈 수 있는 복 받은 사람이죠?때로 노매드(Nomad)라 불리는..."밴에 살면서 스페어 타이어를 갖추지도 않고, 타이어를 교체하는 방법도 몰랐던 펀.하지만 그는 노매드 캠프에서 길 위의 생존법을 배우고, 다른 노매드들과 필요 없는 물건을 교환하며 손뜨개로 직접 만든 물건과 마음의 위로를 나눠가죠.아마 노매드들 모두에게 그렇겠지만, 펀에게도 주변인들의 시선은 따갑고도 매섭게 꽂힙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걱정과 관심이겠지만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별 볼 일 없는 오지랖에 불과한 공치사들... "길 위에서의 삶이 얼마나 힘들겠어. 도움이 필요하면 같이 살아도 돼" 와 같은 말들이죠.  그러던 와중에 펀은 '린다 메이' 라는 한 여성 노매드로부터 '밥 웰스' 라는 인물과  'RTR'(고무바퀴 유랑자 모임: Rubber Tram Rendezvous) 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노매드 공동체의 영적 지도자 격인 밥 웰스는 지금의 경제를 침몰해가는 타이타닉에 비유하며 최대한 많은 사람을 고무보트(자신의 커뮤니티를 이르는 말)에 태우는 것이 목적이라 얘기하죠.처음엔 주저하던 펀은, 아마존과의 계약이 끝나고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지게 되자 결국 그들 커뮤니티를 찾아가게 됩니다.영화 속에서 펀이 커뮤니티 생활을 시작하는 포인트는 두 가지 중요한 전환점의 의미를 갖죠. 하나는 그동안 홀로 노매드의 삶을 살아왔던 펀이 이 지점을 시작으로 타인과의 관계를 주고받는 집단으로의 노매드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는 것입니다.또 하나는 펀이 단순한 객체적인 청자를 넘어... 세상을 향해 비로소 귀를 여는, 독립적인 행위자이자 화자로서, 그간 침묵 속에 넣어두었던 이야기를 주체적으로 해나가기 시작한다는 것이죠.영화는 중후반부를 지나면서 데이브(데이빗 스트라탄 분) 라는 중요한 인물 하나를 등장시킵니다.처음에 데이브는, 펀이 애지중지하는 접시를 실수로 깨뜨리며 그녀의 노여움을 사기도 하지만... 게실염을 앓아 병원에 입원한 그를 펀이 돌봐주는 등 여러 사건을 거치며 친밀감이 깊어진 노매드이죠. 나중에는 아르바이트 일과 데이트를 함께 하며 특별한 감정을 주고 받게 되기도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영화 전체를 통틀어 그녀의 곁에 가장 가까이 다가오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펀은 데이브와 같이 가이드로 일하던국립공원에서 일행과 떨어져 홀로 걷다가, 그만미로 속에 갇힌 것처럼 헤메게 되죠.그러자 데이브는 당황하지 않고, 높은 곳에 올라 길 잃은 펀을 찾아냅니다. 데이브가 소리 높여 "뭐 있어요?" 라고 묻자 펀은 그저 '바위들(Rocks)요!" 이라 답하죠('지붕이 있는 집' 이 없는 펀의 처지를 암유).데이브는 골초인 펀에게 '과거에의 집착' 을 상징하는 담배를 끊는 대신, 새로운 삶을 암유하는 감초스틱을 씹어보라고 권하기도합니다. 이렇듯, 데이브와의 사이 속에서 벌어지는 결정적인 일들은, 과거 남편과 함께 했던 일들이 다시 한번 반복되는 은유적 방식으로 엮어지고 있죠.그러던 어느 날, 펀의 밴 '뱅가드' 가 고장나는 일이 벌어집니다. 정비소에 밴을 맡기자 차라리 새로 사는 게 더  저렴할 지경으로 수리비가 많이 나왔지만... 펀은 차마 밴을 처분할 순 없다며 절박한 심정으로 되뇌죠."저 차 안팎을 꾸미는데 적지않은 시간과 돈이 들어갔어요. 많은 사람들이 그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이 차는 그냥 그렇게 팔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난 거기서 살거든요. 이건 바로 내 집이라고요..."펀은 차 수리비를 빌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유일한 혈육인 언니의 집을 찾아가지만, '안정적으로 보이는 삶' 을 살고 있는 언니 역시 정처없이 떠도는 펀을 가엾이 여기며 함께 살기를 권유하긴 마찬가지였죠.언니는 펀이 너무 일찍 가족과 헤어진 채, 머나먼 네바다주의 엠파이어시에서 떨어져 살았던 게 몹시 허전하고 마음이 아팠다고 털어놓습니다. 그런 언니의 간청을 뿌리친 채, 노매드 커뮤니티로 돌아온 펀은 뜻밖에도 데이브의 초대를 받게 되죠.영화는 이처럼 펀과 데이브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 두 사람을 같은 출발선에 위치시키고 각각 한 번씩의 기회를 부여합니다. 데이브에게는 아들이 찾아오도록 하고, 펀에게는 언니의 집을 찾아가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준 것이죠. 각각의 시점에서 두 사람은 그렇게 현재의 삶을 멈추고, '지붕 밑의 삶' 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제안을 받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데이브는 안정된 삶을 향하게 되고 펀은 그렇지 않게 되죠. 동일한 기회 앞에서이제 떠나는 사람이 되는 이와 다시 남겨지는 쪽을 선택한 사람으로 갈라지게 된 겁니다.어쨌든 데이브는 펀이 조금 더 풍부하고 입체적인 인물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죠.펀과 완전히 대칭되는 지점에서 그녀의 선택을 두드러지게 만든다는 점에서 한 번, 과거의 족쇄에 사로잡혀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는 그녀가 집착과 그리움의 사슬을 끊고, 앞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정하는데 있어 최종적인 디딤돌이 되어 준다는 점에서 또 한 번 그러하죠. 이토록 동질의 감정을 서로 주고 받을 정도로 노매드의 삶 깊숙한 곳에 함께 머물던 두 사람이지만... 최종적으로는 다른 삶을 향하게 된다는 점에서 그 엇갈림의 아쉬움은 더욱 두드러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언니의 집을 나온 펀이, 막 태어난 손자가 있는... 따뜻하고 안락한 정주의 삶을 택한 데이브의 집으로 향하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게 여겨지죠. 이 계기로 인해 펀 또한 데이브와 마찬가지로 지붕 아래에서의 삶을 다시 시작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말입니다.하지만 함께 피아노를 치며 행복해하는 데이브 부자(父子)의 모습은 그녀를 다시 떠나게 만드는 동인이 되죠. 게다가 펀은 편한 침대에서 자다가 문득 잠이 깨서 다시 밴에서 잠에 들 정도로 이미 노매드 생활에 길들여진 자신을 마주하게 됩니다.그는 결국 밴을 '아늑하고 안정적인 집' 으로 삼아, 노매드의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해 살아가기로 결단하죠.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새벽... 펀은 다시 빗속을뚫고 홀로 길을 떠나며, 어느 해안가에서 거친 파도와 맞닥뜨립니다.어쩌면 남편을 영원히 떠나 보낼 정도의 용기와 계기를 갖지 못했던 펀은, 데이브와의 관계를 통해 비로소 혼자 우뚝 서며 자신만의 생을 온전히 살 수 있게 된 것인지도 모르죠.영화는 어느덧 첫 장면에 나왔던 창고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옵니다. 남아 있던 물건마저 전부 처분한 펀은 다시 아마존 물류센터 일을 하다, 밥 웰스와 그를 따르는 노매드들 곁으로 가죠. 그 사이에 스왠키는 자신이 원하던 데로 여행을 하다 세상을 떠났고, 노매드들은 펀과 함께모닥불 앞에서 그녀의 삶을 기립니다.펀은 죽은 남편 '보' 의 존재가 영원히 잊혀질 것만 같아 짐을 쌀 수도, 이사할 수도 없었다는 속내를 밥 웰스에게 털어놓죠. "우리 아버지는 그러셨어요. '기억되는 한 살아있는 거다'. 아마도 난 기억만 하면서... 인생을 다 보낸 거 같아요."사람들을 돕고 봉사하며, 5년 전 목숨을 끊은 아들을 비로소 기리는 계기가 됐다는 밥 웰스... 그는 펀에게 화답합니다."내가 이 삶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영원한 이별(final goodbye) 은 없다' 는 것입니다.난 결코 작별인사는 하지 않아요. 대신 언젠가 다시 만나자고 말합니다. 한달이든, 일년이든, 몇년이든 언젠가 만날 거라고 말이죠. 그러곤 만나요. 꼭 만나죠.분명 내 아들도 마음 속에서 다시 보게 될 겁니다. 당신도 남편 보를 보게 될 거에요. 당신 삶 속에서 그를 기억하는 한..."시작과 끝이 그리도 수미일관 되게 맞닿아 있는 <노매드랜드>는 엠파이어의 옛집에 다시 찾아온 펀이 뒷뜰을 둘러보며 '프레임 아웃' 되는 시퀀스를 보여주면서 그 막을 내리죠.옛집을 처음엔 그냥 흔하디 흔한 규격 사택으로 얘기하던 펀은, "굉장히 특별한(남편과의 소중한 추억이 애틋하게 묻혀있는) 집일 수도 있다" 라고 말을 바꿉니다.카메라는 이제 뒷마당 앞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네바다 사막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떼는 펀에게 다가가죠.하여, 화면은 객관적 시점의 숏이 아닌... 누군가의 시점으로 직결되는 주관적인 숏으로 변용됩니다. 그 상황에서, 폐허처럼 쇠락한 옛집은 텅 빈 공간으로 자리하며... 자연스레, 죽은 남편의 시점을 떠올리게 하죠.영화는 마지막 지점에 이르러 그토록 사랑하고 그리워했던 '과거' 의 남편을 온전히 떠나보낸 채, 홀로 밴에 몸을 싣고 '미래' 를 향해 끝없는 사막 길을 묵묵히 달려가는 펀을 무연스레 조명하고 있습니다.결국 <노매드랜드>는 "펀은 어떻게 엠파이어를 두 차례 떠나게 되었는가?" 에 대한 이야기로 축약될 수 있죠.'노매드의 삶' 을 향한 펀의 첫 출발은 사실상 몸만 억지로 떠난 거였지만... 두번째 떠남은자신의 정체성을 찾은 펀이 몸과 마음 모두 홀가분하게 출발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feat.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Ascent'/ 캣 클리포드 'Drifting away'https://youtu.be/P1jhRbR_RKY삶에 대한 성찰과 연대, 휴머니즘을 섬세하게 녹여낸 <노매드랜드>는 트럼프 시대의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사회 드라마가 아닌,오히려 노매드들이 선택한 대안적인 삶이 물리적인 집에 대한 집착을 벗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먼저 포착해내죠더불어 여러 노매드들의 인생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어떤 과거를 가졌든 유랑민이란 교집합으로 싹트는 유대감을 주목합니다. 노동자 계층을 소외시키는 사회보장제도의 구멍을 간과하지 않지만, 노매드들을 연민의 대상으로만 놓지 않죠.그들의 일상을 표백하며 마냥 낭만화하지도 않는 사려 깊은 시선은 클로이 자오 감독의 삶의배경에서 비롯됐는지도 모릅니다. 중국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10대 시절을 보내고 미국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클로이 자오는,노매드들의 '물리적 집(house)' 은 아닐지라도 '정서적인 집(home)' 이 되는 미국의 드넓고 변화무쌍한 자연을, 인간사로 환유하는 독창적이고 탁월한 시선을 품게 됐죠. 그는 <노매드랜드>를 통해 장엄한 바위 산맥과 황무지, 거대한 나무들 등 광활한 대자연의 압도적 풍광을 배경으로 길 위의 사람들의 삶을 섬세하게 비춰냅니다. 또한 실제 노매드들을 출연시켜, 한 편의 다큐멘터리라고 느껴질 만큼 그들 삶의 방식을 사실감 넘치게 담아냈죠.길 위에 올라 설 때는 환경상 어쩔 수 없었을 수 있지만, 노매드들은 마지못해 길 위에서의 삶을 사는 게 아닙니다. 여행 속 새로운 만남과 헤어짐, 온몸으로 접하는 대자연을 통해 이들은 위로받고, 또 행복감을 느끼죠. 샬린 스완키, 린다 메이, 데릭 엔드레스, 그리고밥 웰스에 이르기까지... 펀이 만난 그들은 전문 배우가 아닌 실제 노매드들로 자신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털어놓습니다. 이들 노매드의 진중하고도 가식없는 연기 속에는 세상사 모든 시름이 켜켜이 담겨 있죠. 동시에 암울함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강한 생명력을 보여줍니다.카메라는 기교 없이 그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하고, 아울러 그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주죠.펀은 '홀로' 지내면서도 다른 유랑민들과 '함께' 살아가며 새로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됩니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홀로움’ 에 편안함을 느끼는... '외로움을 통한 그 혼자 있음의 환희' 속에 노매드 무리의 벗들과 함께 한 시대를 건너가죠. 내일, 또 내일을 향해 홀로 떠날지라도, "우린 언젠가 다시 만날 것" 을 기약하며 말입니다.1. 영화 <노매드랜드> 트레일러- https://youtu.be/g3YsKKr9mW0- https://youtu.be/BZ4o4jwSaHk우아하고 균형 잡힌... 그리고 폐부를 찌르는, 현시적인 <노매드랜드>는 그렇게, 높이 날아오르죠.숨을 멎게 하는 짙은 호소력은 경이로운 성찰과 공감의 깊이와 어우러지며 계속 아른거리는 미려한 자화상으로 각인됩니다.하여, 영화는 불편한 진실의 경계를 능숙하게 무너뜨리며, 절제되고도 반짝거리는 자서전 같은 드라마로 울려오죠.- https://youtu.be/tfmRVC_GADw2. 영화 <노매드랜드> 비하인드 영상- https://tv.kakao.com/v/4182020743. 프랜시스 맥도먼드 낭송의 감성 시집 - feat. 영상 <노매드랜드>  https://youtu.be/E0M1cLUgyeI서정적인 감성의 영화 < 노매드랜드 > 는 두 편의'시(詩)' 를 통해 더 넓고 근본적인 시선으로 유동민을 품습니다. 영화 초반부, 임시교사일 때 가르쳤던 여학생을  마트에서 만난 펀은 전에 알려준 시 그대로 외우고 있냐고 물어보죠.그 학생은 셰익스피어의 희극 <맥베스> 5막 5장 속 아내의 부음을 접한 맥베스가 토해내는 대사를 또렷하게 기억해냅니다. “내일, 내일, 그리고 또 내일. 어제의 모든 날들은 어리석은 자들에게 죽어 먼지가 될 길을 밝힌다. 꺼져라, 꺼져라. 짧은 촛불아.인생이란 그저 걸어 다니는 그림자일 뿐, 무대 위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우쭐대고 걸으며 투덜거리지만, 곧바로 잊히는 가련한 배우.그것은 바보 천치가 지껄이는 이야기다. 소음과 분노로 가득 차 있지만,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다."영화 종반부, 펀은 재회한 노매드족 청년 데릭(데릭 엔드레스 분)에게 자신의 결혼식 때 읊었던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18번' 을 들려주죠."그대를 여름날에 비할까사랑스럽고 부드러워라거친 바람이 5월의 꽃봉오리를 흔들고우리가 빌려온 여름은 짧기만 하네때로 하늘의 눈은 너무 뜨겁게 빛나고그 황금빛 얼굴은 번번이 흐려진다네아름다운 것들은 아름다움 속에서 시들고우연히 혹은 자연의 변화로 빛을 잃지만그대의 여름날은 시들지 않으리그대 그 아름다움을 잃지 않으리죽음도 그대가 제 그늘 속을 헤맨다고 자랑 못 하리그대 시간의 일부가 되리니사람이 숨을 쉬고 눈이 보이는 한이 시는 살아남아 그대에게 생명을 주리"이 두 시는 매우 대조적으로, 처음 시가 진정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라는 촛불을 꺼야 한다고 노래하고 있다면...  두번 째 시는 '시들지 않을 여름', 곧 결혼식장의 남편 '보' 를 가리키는... '그대' 라는 소중한 과거의 추억과 그 가치를 아름답게 떠올리고 있죠.시간이 흘러 남편은 암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영원한 운율 속에 시간의 일부' 가 됐습니다. 남편 뿐이겠습니까. 펀도, 다른 유랑민도, 우리 모두도 광대무구한 대자연의 호흡 속에 영원히 살아가죠.이와 관련해 영화 중반부에 '별빛' 을 보여주는 시퀀스가 등장합니다.무리 중 한 사람이 '지구로부터 24광년이 떨어져 있는 직녀성' 을 가리키며, 여러분들이 보고 있는 별빛은 24년 전에 출발해서 지금에야 도착한 거라고 설명하죠.우리는 불현듯 깨닫게 됩니다. '과거의 추억' 처럼, 아무리 아름답고 가치있는 소중한 별빛이라도 결국 꺼져야 될 촛불일 수 밖에 없다는 걸...프랜시스 맥도먼드는 별도 영상을 통해 노매드들의 여정을 오롯이 품은 시들을 펼쳐 놓았죠.3-1. '나 자신의 노래(Song of myself)'  - 월트 휘트먼'나도 다른 어느 누구도 너를 위해 저 길을 여행할 수 없다너는 네 스스로그 길을 여행해야 한다그것은 멀리 있지 않다그것은 손닿을 거리에 있다너는 그곳에 가본 적이 있으나아마 기억하지 못 하는 것 같구나그 곳은 물과 땅 위 어느 곳에나 있다'3-2. '블루 하이웨이(Blue Highways)'  - 윌리엄 리스트 히트문'지금까지 해온 일이앞으로의 일을 결정하리니여정 속 지금, 이 순간만이 전부여라과거에 연연하며 괘념치 말지어다길 위에는 어제의 자리가 없으니'3-3. '찰리와 함께 한 여행 : 아메리카를 찾아서'(Travels with Charlies search of America)  - 존 스타인백'그들의 눈빛에서 나는 보았네이땅 곳곳에서 다시 만날 무언가길에 오르고자 하는 타오르는 열망길을 떠나'여기' 보다 그 어딘가를 향해언젠가 나설 여정을 그리는조용한 웅성거림자유롭고 정처없는 길다다르고자 함이 아닌떠나고자 함이 아닌 길보이고 들리는 모든 곳갈망으로 가득했네발길 닿는 곳 어디에서든수많은 이들이 길 떠날 날에 굶주려 있네'4. 영화 <노매드랜드> 사운드트랙 웅혼(雄渾)한 미국 서부 로케이션으로 완성된  노매드랜드의 사색적인 이미지에 적요하게스며드는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어쿠스틱 피아노 스코어.그토록 정결한 미니멀리즘의 하모니는 가히  한없이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4-1.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 'Oltremare'https://youtu.be/adudqtq2gBw- 'Ascent(Day 7)'https://youtu.be/EJ7C-HXcITg- Making of 'Ascent from DAY 7' https://youtu.be/cA9pVW9nvqk'21세기의 에릭 사티' 로 일컬어지는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이탈리아 밀라노 음악원 출신인 그의 음악은 잔잔하고 명상적으로, 단순하면서도 감각적인 그의 피아노 음악들은 '미니멀리즘' 음악으로 불릴 만도 하죠. 그러나, 희소하게 사용되는 관현악과 단순한 멜로디에서 나오는 그만의 음악 스타일은 일반적인 미니멀리즘 운동의 전형과는 분명히 다릅니다.그의 곡 중 미국 네티즌에 의해 가장 아름다운 10대 음악으로 선정된 'Divenire(디베니레)'는영화 <인터처블 : 1%의 우정>(2011)에 삽입되기도 했죠.-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Divenire' : Live, 런던 로열 앨버트 홀https://youtu.be/X1DRDcGlSsE- https://youtu.be/b8SkX9CSJQo4-2. 캣 클리포드의 'Drifting away I go' https://youtu.be/XOD_0aGV4wg 영화 속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칼럼을 쓰며 강의도 하고 있고, 조만간 책으로 출판 예정이라고... 현재 영등포문화재단 혁신경영관으로 재직 중이다. - 李 忠 植 - 

통일경제TV | 이상호 기자 | 2021-06-27 16:53

여기, 우디 앨런이 선사하는 삶의 아이러니와 사랑의 환상에 대한 한바탕 헛소동의 수다<환상의 그대>가 있습니다.앨런은 자신이 좋아하는 셰익스피어를 인용하며 드라마를 시작하지요. “인생은 헛소리와 분노로 가득 차 있고 결국 아무런 의미도 없다!” 50년 가깝게 매년 쉼없이 정력적으로 영화를 만들어왔고 등장인물들을 수다의 홍수에 빠뜨린 우디 앨런... 그가 도달한 결론치곤 사뭇 허무하다 느낄 수 있겠지만 이는 오래전부터 자신의 작품 세계의 바탕이었죠.<환상의 그대>는 40년간 결혼생활을 해온 헬레나와 알피, 그리고 그들의 딸인 샐리와 사위 로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영화는 이 두 커플이 이혼하고 각자 다른 짝을 만나는 부부 해체 과정과 새로운 사람에게로 끌리는 국면을 솜씨있게 담아내죠.일에 빠져 앞만 보고 달려온 알피(앤소니 홉킨스 분)는 어느 날 밤 갑자기 '영원한 죽음' 이 다가옴을 느끼며 대오각성하게 되는데... 그 뒤 그의 인생 모토는 '웰빙', 곧 조깅과 건강식품이 돼버립니다. 알피는 스포츠카를 사고, 치아 미백과 태닝을 하며 새 삶인 '제2의 청춘' 을 꿈꾸죠.그는 젊게 살고 싶은 일념으로, 언제나 '솔직하고 바른 말' 만 해줬던 조강지처 헬레나(젬마 존스 분)를 버리고, 딸벌의 어린 여자와 결혼한다고 전격 발표합니다. 불쌍한 헬레나, 그녀는 '진실은 늘 아름답다' 라는 말을 철썩같이 믿었던 게죠. 사실은 반대인데...남편에게 배신당한 채, 큰 충격과 절망으로 알코올 중독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자살까지 시도했던 헬레나는, 미래를 본다는 깜찍한 사기꾼 점성술사 크리스탈(폴린 콜린스 분)을 만나 비로소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됩니다.크리스탈은 첫 상담일부터 감언이설로 헬레나의 혼을 쏙 빼곤, 그녀를 장미빛 환상에 빠뜨리죠."헬레나, 당신의 문제는 늘 스스로를 탓한다는데 있습니다. 당신은 자신을 너무 괴롭히고 있어요.제 앞엔 지금 엄청난 게 보입니다. 긍정적 에너지의 거대한 물결이 당신에게 몰려가고 있어요. 당신에겐 앞으로 좋은 일만 있을 거에요. 내 말 믿어요. 더욱이 당신 전남편은 새로 만난 여자를 당신만큼 사랑하지는 않을 거에요."한데... 그들의 딸 샐리(나오미 와츠 분)는 소설가 데뷔 후 이렇다 할 작품을 내지 못하고 있는 반백수 남편 로이(조쉬 브롤린 분)와 다툼이 끊일 날이 없습니다. 차기작 압박에 시달리던 로이는 건너편 집 창가의 붉은 옷을 입은 신비스런 여인 디아(프리다 핀토 분)에게 집착하게 되죠.생활고와 스트레스에 괴로워하다 결국 꿈을 접고 갤러리에 취직한 샐리 역시, 부유하고 지적인 매력남 직장 상사 그렉(안토니오 반데라스 분)에게 호감 이상의 감정을 품기 시작합니다.그렇게, 삶의 전환점과 관계의 위기, 그리고 사랑의 유혹 앞에 선 여덟 명의 남녀... 그들을 둘러싼 동상이몽의 좌충우돌 로맨스가 코믹하게풀어지죠.헬레나는 남들이 뭐라든 환생을 믿으니 삶에 희망이 생깁니다.예지력이 넘치는 크리스탈에게 전적으로의지하게 된 헬레나는 "그저 듣고 싶은 이야기 해주고 돈 받는 거에요" 라며 비아냥대는 밉쌀스런 사위 로이를 향해 한방 먹이죠."자네는 나에게 돈(생활비) 받으면서도 듣고 싶은 이야기 안 해주잖아?"시니컬한 로이는 그런 장모 헬레나를 보며 “신경안정제보다 환상이 도움이 된다” 는 평가를나름 내립니다.생뚱맞게도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6번 D장조가 우아하게 흐르는 가운데... 샐리는 로이와 함께 트로피 와이프(Trophy Wife) 격인, 아빠의 새 아내 샤메인(루시 펀치 분)과의 상견례를 갖습니다.공상과학영화 속 외계 행성 지도자의 딸 역할로 할리우드에 잠깐 진출했었지만 워낙 배타적인 동네인지라 연줄이 없어 잘 안됐다는 샤메인...샐리가 샤메인에게 그럼 앞으로의 계획이 뭐냐고 묻자, 그녀의 삶을 변화시킬 거라던 알피는 대신 대답하죠."계획은 나랑 결혼하는 거야. 셰프리지 부인이 되는 거지. 아들을 낳아 축구를 가르칠 거야."집에 돌아온 샐리는 로이에게 흥분하며 외칩니다. "엄마랑 이혼하고 만난 여자라는 게 그런 싸구려라니! 잠자리 연기가 다였을 삼류 여배우하고 말야. 남보기 창피하고 역겨워 혼났네. 아빠가 나보다 먼저 애를 가지면 그게 무슨 망신이야?"알피는 그래도 전처 헬레나가 너무 무기력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오랜 친구인 피터 부부에게 그녀를 퍼스널 쇼퍼로 고용하도록 부탁합니다.그런데 헬레나는 그곳에서 피터의 자상한 신비주의자 삼촌 조나단을 소개받게 되죠.요즘 한창 영혼과 접촉(?) 중이라는 그는 최근에 부인과 사별했는데 '오컬트(Occult) 서점' 을 운영하며 그 쪽에 아주 독실하다고 조카는 전합니다.한편, 로이와 샐리는 싸우는게 일상이 돼버려 그들이 어떻게 처음부터 사랑했는지 잊어버렸죠.서로에게 빠졌던 화양연화(花樣年華)의 시절... 로이는 샐리에게 말했습니다."의대를 졸업하던 날 의사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깨달았지. 오로지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뿐였어."로이의 처녀작은 그런대로 주목받았지만 그걸로끝이었습니다.한편, 샐리의 상사 그렉은 선물용 명품 목걸이를 사야 한다며 그녀에게 조언해달라고 하더니만, 오페라 공연에 함께 가면 어떻겠냐고 은밀히 다가섭니다.그것도 품격있는 도니제티의 벨칸토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를 말이죠.오페라를 같이 감상하며 샐리는 이토록 고상하고 배려심 깊은 훈남 그렉에게 홀딱 반하고 맙니다.파국을 예감했을까요... 매력이 철철 넘친다며, 그렉에게 완전히 빠진 샐리를 향해 친구는 진지하게 충고하죠."상사와 너무 가까이 지내면 안돼. 파멸에 이르는 지름길이라고!"그래도 친구는 지금이 적기라며 샐리에게 갤러리 비지니스를 동업하자고 제안해 그녀의 마음을 한껏 부풀게 합니다. 어느날, 로이는 친구 헨리로부터 자신의 첫 소설을 읽어봐 달라는 부탁을 받죠. 한데 헨리의 처녀작은 로이의 네번째 소설보다 훨씬 훌륭했고... 작품을 다 읽고 난 로이는 다시 침울해집니다.그가 삶의 위안을 받는 유일한 대상은 건너편 창가에서 갈수록 자신을 애타게 만드는  디아뿐이죠.그녀는 보케리니의 기타 5중주곡 '판당고' 한 소절을 연주하다가 방해가 된 건 아닌지 미안해합니다.누군가의 뮤즈가 되는 게 꿈이었다는 디아에게 로이는 "제 다음 책은 붉은 옷의 여인에게 바치겠습니다" 라며 노골적으로 집적거리죠.책 출판에 대한 아무 소식이 없자 불안감만 커져 가던 로이는 출판사로부터 '부분은 좋은데 전체론 그렇다' 는... 사실상 거절 통보를 받곤 매우 고통스러워 하죠.한데 뜻밖에도 동료로부터 헨리가 사고로 죽었다는 연락을 받습니다.앞뒤 가릴 계제(階梯)가 아닌 로이는 이성을 잃은 채, 헨리의 원고를 훔쳐 출판사에 버젓이 자신의 야심작이라며 건네죠.결국 기대 이상으로 폭발적인 호평을 받으며 스타 작가 반열에 오른 로이... 그는 급기야 샐리와 이혼한 후, 유명 소설가와의 로맨틱한 삶을 꿈꾸는 디아의 집으로 들어가게 됩니다.이렇듯 남편에게 헌신짝처럼 버림받은 헬레나와 샐리 모녀는 각자 짝을 찾아나서지만 결코 수월한 일이 아니죠.샐리는 그렉에게 신인작가로 적극 추천해줬던 친구 아이리스가, 자신이 그렉을 위해 모델 노릇까지 하며 골라준 목걸이를 하고 있는 걸 발견합니다.안타깝게도... 아이리스는 그렉과 사랑에 빠졌다며 샐리를 절망케 하지요.미련을 못버린 채 다가서는 샐리를 향해, 그렉은 야속한 결별의 말을 전하며 그녀를 또다시 비참하게 만듭니다."우린 예술적 취향이 비슷한 동료 관계였소. 난 이혼한 후 당신이 소개해준 아이리스와 새 삶을 꾸릴거요. 아뭏든 이젠 갤러리 업계의 라이벌이 됐네요. 정말 인생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아름답지 않소? 새 사업에 행운이 있기를 빌겠소."훤칠하고 잘 생긴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 사람이라며... 헬레나가 새롭게 결합하려 애쓰는 조나단 역시, 사별한 전처를 잊지 못한 채 사뭇 그녀의 애를 태웁니다. 죽은 여자와 경쟁하는 게 제일 힘든 셈이죠.하지만 네명의 중심 인물 중에서 가장 안쓰러운 처지로 전락하는 건 알피입니다. 엉덩이에 인공관절을 넣은 자기 나이 또래의 여성은 질색였던 알피는, 그토록 원하던 쭉쭉빵빵 몸매를 지닌 콜걸에게 매혹되어 재혼했지만... 시간이 흘러갈수록 남는 건 환멸뿐이었죠.그런 알피는 고민 끝에 헬레나를 만나 크게 실수했다며 다시 시작해보자고 간청하지만, "새 삶이 있어 과거를 잊고 싶을 뿐" 이라는 그녀에게 보기좋게 퇴짜를 맞고 맙니다.헬레나는 나름 진지하게 거절의 변을 얘기하죠. "알피, 다음 생이 있으니 걱정말아요. 우리 인생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아요. 이 세상엔 우리가 모르는 신비한 비밀이 있다고 해요. 난 전생이 있어요. 크리스탈이 알려줬고, 내 영적 세계를 이해해주는 신사분 조나단도 알아요. 이제 당신에겐 새 아내가 있잖아요. 아들 갖는 게 소원이었으니 그 여자한테 낳아달라 해요..."소설가 사위 로이의 결말 또한 결코 이에 못지않게 찌질하기 짝이 없습니다.그는 뜻밖에도, 죽은 줄만 알았던 헨리가 비록 의식불명의 큰 부상을 입은 상태이지만 아직 살아 있다는 청천벽력의 비보를 접하죠.실제 병문안 자리에서 헨리는 로이가 벨파스트의 아동 포르노 작가 얘기를 써 베스트 셀러는 따논 당상이라는 얘기를 들려주자... 눈을 깜빡거리는 기적(?)같은 반응을 보입니다.샐리 역시, 철석같이 믿었던 엄마 헬레나로부터 자신의 새로운 갤러리 사업을 위한 경비 지원을 거부당하죠.크리스탈이 별점을 보아하니, 당분간 딸 샐리는 전망이 없어 보이니까 돈 빌려주면 안좋다고 했다나요...영화 엔딩 신... 내레이터는 오프닝 크레딧에서도흘렀던 레온 레드본의 노래 'When you wish upon a star' 를 배경으로 담담하게 전합니다."이제 헛소리와 분노로 가득 찬 무의미한이야기를 마쳐야겠다. 인생은 이렇듯 불확실성과고통으로 가득 차있는데 그럼 우린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로이가 말했듯이 가끔은 환상이 신경안정제보다 도움이 된다."새 연인 조나단은 헬레나에게 하늘나라의 전처가 당신과의 재혼을 드디어 허락했다며 고백하죠. "난 전생이 가끔 떠올라요. 농부였던, 그냥 평범한 농부... 그렇지만 당신은 아주 특별한 존재였소. 내 직감에는 당신은 클레오파트라나 잔다르크 였던 것 같소."헬레나는 이에 화답합니다."크리스탈도 제게 분명히 전생이 있었다고 했어요. 제가 프랑스제를 좋아하는 걸로 봐선아마 잔다르크 쪽이 맞나 봐요."예측불허의 유쾌한 연애소동극 <환상의 그대> 는 그렇게...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6번 D장조의 3악장 론도 알레그레토' 와 함께 그 막을 내립니다.1. 영화 <환상의 그대 - You will meet a tall dark stranger> 트레일러(2010)- https://youtu.be/BMOpyl14mII삶에 실망한 인물들은 ‘환상의 그대’ 를 그리며 제2의 커리어, 두 번째 청춘, 내생(來生), 그리고 새로운 사랑을 꿈꿉니다만... 우디 앨런이 보기에 아무리 난리를 쳐도 우리가 확실히 만날 영화 타이틀의 주인공, 다가올 ‘그’(tall dark stranger)는 다름 아닌 '죽음' 인 것이죠. 영화평론가 김혜리가 언급한 바 있듯이 "우디 앨런 영화가 예외없이 제공하는 다른 즐거움 하나는 그의 인물들은 진득이 앉아서 논쟁하지 않는다" 라는 점입니다. "넓지도 좁지도 않은 실내에서 부부나 가족들이 흥분해 이 방 저 방을 쏘다니며 말다툼을 벌이는 광경을 앨런만큼 훌륭하게 쓰고 연출하는 작가는 달리 없다" 는... 하여, "저런 집안 싸움이라면 언제든지 구경할 용의가 있다" 라는 식으로 말이죠.- https://youtu.be/GKRKTJPE94M“인생이란 걸어 다니는 그림자. 무대에서 한동안 활개치고 안달하다 끝내 아무도 귀기울여주지 않는 가엾은 배우. 소음과 광기가 가득하나 결국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 바보가 지어낸 이야기.”  셰익스피어 희곡 < 맥베드 > 5막5장의 인용으로 그 막을 열어가는 < 환상의 그대 >.영화 속 키워드는 ‘환상’ 으로... 여기서 환상은 달콤하고 말랑말랑한 게 아니라 씁쓸하고도 퍼석퍼석한 맛이죠. 그거라도 없으면 인생살이가 너무 고달파서 붙들고 있어야 하는데, 어느 순간 손아귀에 쥔 모래처럼 스르륵 빠져나가 더 큰 공허와 고통으로 우리를 몰아넣는 게 환상인 겁니다. 잡을 수도 놓아버릴 수도 없이 질기게 우리 곁에 머무는 환상은 아이러니하게도 인생을 추동하는 강한 힘을 발휘하죠. 우디 앨런은 이 '환상' 이란 명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 방식대로 끔찍한 불행을 부정하고 또 합리화해요. 그렇게 해야 인생을 살아갈 수 있거든요. 계속해서 현실을 부정하거나, 또는 예술적 영원성 또는 우주의 섭리라는 환상을 믿거나 환생 같은 여러 가지 환상들을 믿으면서요. 우리가 인생을 지탱하고 필연적인 것을 피하기 위해 추구하는 모든 것들 - '명성, 부, 화려함과 명예 같은 것들' - 이 결국 불멸을 영속시키고 모두의 마음 깊숙이 느끼고 있는 삶과 죽음의 비밀이라는 공포를 피하기 위해서니까요.”그럼에도... 영화 < 환상의 그대 > 는 왠지 <한나와 자매들> , <범죄와 비행> ,<앨리스>, <부부일기> 등 뒤틀린 결혼생활을 다룬 1980, 90년대 우디 앨런 작품들과 한궤를 이루고 있다는 느낌이 짙게 드리워지는 게 사실입니다.우디 앨런이 노장이라는 사실에 기댄 쉬운 짐작이라는 걸 인정하지만... 2010년을 넘어선 그의 영화 속 인물들은 관찰보다 기억의 창고에서 끄집어낸 재료로 만들어지고 있는 인상을 떨쳐낼 수 없죠.2.보케리니 기타와 현을 위한 5중주 4번, G.448 '판당고(Fandango)' 3악장 'Grave assai'  - 보케리니 앙상블https://youtu.be/UziMcCHnwQg- 전악장(배경 '고야' 의 회화)https://youtu.be/6CEJkj34fbU끝악장에 ‘판당고’ 가 붙어 있는 기타 퀸텟 D장조는 아마도 보케리니의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자 스페인 실내악의 꽃일 것입니다. 이 기타 5중주 곡을 쓴 동기에 대해 이탈리아 출신의 작곡가 보케리니는, "당시 스페인 왕실 기타리스트인 바실리오 신부가 루이스 황태자를 위해 스칼라티의 판당고를 멋지게 즉흥 연주하는 것을 듣고 감동한 나머지 그것을 본떠 작곡하였다." 라고 적고 있죠.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해 볼 때, 스페인의 민속음악은 확실히 어느 정도 보케리니의 음악에 영향을 끼쳤다고 볼수 있습니다. 첼로 연주에 능숙했던 그가 기타란 악기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죠.본디 이곡은 1788년에 작곡한 '두 개의 첼로를 위한 5중주, Op.50-2' 의 첫 악장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그가 만든 12개의 기타 5중주곡 중 첫 곡 D장조 3악장에서 다시 인용하였습니다. <환상의 그대>에 등장하는 3악장 첫머리 서주의 성격을 띠는 '그라베 앗사이(Grave assai)' 에 이어, 빠른 템포의 판당고는 기타의 힘찬 라스기아도 주법과 첼로의 쉼 사이에 타악기인 캐스터네츠를 울려주어 스페인의 향취를 더욱 강렬하게 맛보여 주고 있죠.비온디, 사발 등 판당고에 불꽃 같은 열정을 담아낸 화끈하고 감각적인 연주도 훌륭하지만...호세 미구엘 모레노와 라 레알 카마라의 연주는 그와는 전혀 다른 우아하고 고전적이며 섬세한 아름다움을 담아낸 또 다른 명연으로, 5중주의 또 다른 세계를 보여줍니다. 악기들이 만들어내는 고아한 울림과 과장되지 않은 앙상블의 매력은 여전히 각별하며, 모레노 형제가 예페스와 이 곡을 녹음했던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바치는 헌정이기도 하죠.3. 모차르트 세레나데 6번 D장조, K.239'Serenata notturna'- 조르디 사발 과 르 콩세르 드 나시옹(2006)https://youtu.be/j1EI4kwr1kw모차르트는 이 세레나데 작품을 20살 때인 1776년 잘츠부르크에서 작곡했으며 곡의 부제,  '세레나타 노르투나 (Serenata notturna)'는 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드 모차르트가 붙였다고 합니다.모차르트는 잘츠부르크의 궁정 음악가로 일할 때 세레나데와 디베르티멘토 같은 실내 음악을 많이 작곡했죠. 교향곡이나 소나타처럼 형식이나 내용의 깊이가 있기보다는 사교적, 오락적 목적 때문에 우아하고 화려한 색채가 강합니다.그런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곡이 바로 영화에 삽입된 '세레나데 6번 D장조, K.239', 그리고 '하프너 세레나데 D장조 K.250' 이죠.4. 도니제티 오페라 <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Lucia di Lammermoor > 3막 3장 에드가르도의 아리아 '날개를 펴고 하늘로 간 그대여'(Tu che a dio spiegasti l'ali)-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리차드 보닝 지휘 로열오페라https://youtu.be/MDP5yollRxM?list=PLIeruqp_VemoJcpfrUDScA8dEckcLaElk- 테너 호세 카레라스https://youtu.be/Mz8tRioI4JY3막 피날레... 비탄에 빠진 채 조상들의 묘비 사이를 서성이던 에드가르도는 연인 루치아가 정신착란으로 남편을 살해하고 죽고 말았다는 비보를 접합니다.그는 마지막 아리아 '날개를 펴고 하늘로 간 그대여' 를 비통하게 부르며 자기의 가슴을 비수로 찌르고 루치아의 뒤를 따르죠.'당신은 하느님에게 날개를 펼쳤지오 아름다운 나의 사랑에 빠진 영혼이여내게로 몸을 돌려요 진정하고 당신과 함께 올라가게 해요 당신의 진정한 사랑아! 만일 인간의 분노가 우리에게 그렇게 잔인한 싸움을 하게 했다면만일 우리가 지상에서 갈라져 있었다면결합시켜 주소서 우리를 하늘에 계신 하느님이여'이 엘레지 풍의 아리아는 극중 샐리가 그렉과 함께 오페라를 관람하던 시퀀스에 흐르지요.루치아의 죽음을 슬퍼하며 에드가르도가 부르는‘날개를 펴고 하늘로 간 그대여’ 는 리릭 테너의 기교를 초절정으로 보여주는 벨칸토 아리아의 정수입니다. 특히 마지막 첼로 반주와 숨이 끊어지며 부르는 테너의 목소리는 루치아의 '광란의 아리아(Mad Scene)' 에 필적할 만하죠.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처연한 비감미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감동의 진폭을 온몸으로 공명케 하는... 이토록 비극적 운명의 아리아는, 새로운 사랑에 들뜨며 설레이는 샐리의 표정과 교차되며 기묘한 조화를 이뤄냅니다.4. 'When you wish upon a star' / 디즈니 <피노키오 - Pinocchio>- 클리프 에드워즈 와 디즈니 스튜디오 코러스https://youtu.be/pguMUFyJ3_U- 루이 암스트롱(부에나 비스타 레코드, 1968) https://youtu.be/uReGn1l4ir8- 렉시 워커https://youtu.be/IQZcjc5WhmE'When you wish upon a star(별에 소원을)' 은 1940년에 제작된 디즈니의 명작 애니메이션 < 피노키오 - Pinocchio > 의 주제곡이죠. 꿈을 꾸는 듯한 분위기의 낭만적인 선율에 누구든지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별에 소원을 바란다면 이루어질 수 없는 건 없다고 노래합니다. 네드 워싱턴이 쓴 가사에 레이 할린이 선율을 더하여 발표한 곡으로, 1941년 제1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과 음악상을 수상하였죠.이후 디즈니 제작영화를 대표하는 로고송으로 쓰였던 이 'When you wish upon a star' 는, < 환상의 그대 > 오프닝 크레딧과 엔딩 신을 장식하며 언젠가 다가올 장미빛 사랑을 꿈꾸는 주인공들의 환상을 암유하고 있습니다.5. <환상의 그대> OST마술쇼, 오페라 등이 자주 등장하는 우디 앨런 영화에는 공연이 끝나고 관람을 마친 극중 인물들 - 주로 커플- 이 집으로 돌아가는 다음 신까지, 앞선 공연 장면의 음악이 흘러넘치는 경우가 많죠.매번 마냥 진부하다고 해도 할 말이 없는 방식이지만 좀처럼 질리지 않는 연결로 다가옵니다. 질리기는커녕 볼 때마다 마음의 속살이 연해지죠. 라이브 공연을 보고 난 직후 몸 안에 음악과 그것이 자아낸 감정이 한동안 괴어 있는 경험이 그만큼 보편적이기 때문일 겁니다.오프닝 크레딧과 엔딩 시퀀스에서 주제가 역할을 하는 'When you wish upon a star' 외에도,앨런 취향의 재즈 스타일 스코어들이< 환상의 그대 > 속 화면 곳곳을 유쾌하고도 익살스런 색깔의 선율로 수놓고 있죠. 5-1. 'When my baby smiles at me' - 테드 루이스 재즈 밴드(1920 버전 폭스 트롯)https://youtu.be/GoELSBpR9Nk5-2. 'I'll dee you in my dreams' - 브루스 스프링틴 https://youtu.be/dJkaZ8hQM605-3. 'If I had you' - 프랭크 시네트라https://youtu.be/6mi7RUNy24w5-4. 'Let your body move' - 바이브즈 카르텔https://youtu.be/9eQqK6aqugI5-5. 'Only you (and you alone)' - 더 플래터스https://youtu.be/3FygIKsnkCw5- 6. 'Mais si l'amour...' - 기울리야 로스 텔라리니https://youtu.be/UmAQ4XuvtCI5-7. 'I never loved you' - 루비 아만푸https://youtu.be/pDDGVCg8Jjk 영화 속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칼럼을 쓰며 강의도 하고 있고, 조만간 책으로 출판 예정이라고... 현재 영등포문화재단 혁신경영관으로 재직 중이다. - 李 忠 植 -

통일경제TV | 이상호 기자 | 2021-06-14 11:49

전북동부보훈지청(지청장 이윤심)은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고귀한 희생 가슴깊이 새깁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대국민 호국정신 함양과 보훈 공감대 형성을 위하여 ‘기억해요 1950 챌린지 캠페인’을 추진한다.이는 기억해요 1950 프로젝트의 일환으로‘기억하다’라는 의미의 수어를 통해 나라를 지키기 위해 희생하신 유공자의 희생을 기억하고, 그분들께 감사를 전하는 것이다. 참여방법은‘기억하다’라는 의미의 수어를 하는 모습을 촬영하여 본인 SNS에 게시하거나, 지청 자체 SNS에 업로드되어 있는 수어동작 이미지를 재공유하면 된다. 기존의 챌린지 방식과 다르게 지목 없이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자세한 참여방법은 전북동부보훈지청 SNS(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챌린지에 ‘강철부대’의 박군, KBS TV유치원 21대 하나언니 김수연, 그리고 송하진 전라북도지사, 김성주·김윤덕 국회의원도 동참하였으며, 유명인사들의 챌린지 참여 영상은 6월부터 전북동부보훈지청 SNS에 순차적으로 게시될 예정이다.

통일경제TV | 이상호 기자 | 2021-06-05 16:04

2021년 평창국제평화영화제가 영화제 기간인 6월 19일과 20일 양일 간,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기념관에서 ‘평화 아카데미’를 개최한다.  평화 아카데미는 강원 지역 유소년들과 각 분야의 예술가, 연구가가 함께하는 프로그램으로, 유소년들에게 평화를 모토로 한 문화 예술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다. 2021년 평화 아카데미 주제는 '공존과 유대'. 아카데미 기간 동안 활동가와 유소년들이 수평적 배움의 시간을 갖게 되며 평화, 환경, 감각 세 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친근하고 가벼운 놀이 방식으로 평화에 대한 감수성을 기를 수 있는 워크숍이 열리며, 올해는 도내 최초의 공립 대안학교인 강원도 홍천의 노천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빠띠, 춘천마임축제 그리고 알맹상점과 함께 한다. 새로운 소통과 협력 방식을 확산하기 위한 커뮤니티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사회적협동조합 빠띠는 평화와 공존을 주제로 청소년 스스로 캠페인을 기획하고 콘텐츠를 제작하여, 이론적 학습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실천과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토론해 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강원도를 대표하는 문화 축제인 춘천마임축제는 몸이 가진 원초적 에너지와 예술적 상상력을 통해 신체를 통한 몸의 언어를 찾아보고 나와 타인에 대한 소통 창구를 열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쓰레기를 줄이는 우리 동네 대안 프로젝트로 시작한 알맹상점은 환경 복합 플렛폼으로, 생활 속 깊게 자리잡은 플라스틱의 문제점과 심각성을 파악하고 어렵게만 생각했던 환경 실천의 고정관념을 벗어나는 수업으로 개인이 노력할 수 있는 방법과 실질적인 실천 방법을 생각해고 실천해 보는 워크숍을 진행한다.평화 아카데미는 코로나 19 상황을 반영, 거리두기와 정부 지침 방역 매뉴얼을 철저히 준수하며 진행된다. 올해 세 번째로 개막하는 2021년 평창국제평화영화제는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알펜시아 일원에서 6월 17일부터 22일까지 개최된다.

통일경제TV | 이상호 기자 | 2021-06-04 14:00

“그는 뉴욕의 거리를 사랑하고 있다. 무엇보다 뉴욕은 현대 문화의 황폐함에 대한 은유인 곳이다...그는 또한 강한 남자다. 그의 검은 뿔테 안경 뒤론 강인한 섹시함이 숨겨져 있다(맘에 드는군). 그는 뉴욕을 사랑하며 영원히 그럴 것이다." 우디 앨런(이삭 데이비스 역)의 제법 장황스런 1인칭 내레이션으로 그 막을 열어가는 영화 <맨해탄>은, 먼저 뉴욕의 거대한 빌딩 숲과 사람들의 일상적 풍경을 하나하나 비춰냅니다. 마천루의 야경과 뒷골목의 주차장, 건설 현장과 노동자들, 시위하는 군중, 학교 수업이 끝나고 왁자하게 몰려나오는 아이들, 거리를 지나가는 예쁜 여자들, 연애를 즐기며 키스하는 청춘 남녀들, 그리고 브로드웨이의 명멸하는 입간판, ‘즐겨요 코카콜라!’ 광고판, 링컨 센터, 롱샷으로 잡은 뉴욕 양키즈의 야간 스타디움과 밤 전철의 풍광들이 화면 위로 바쁘게 흘러가면서, 이삭은 자신이 쓰고 있는 드라마 대본을 약간 시니컬한 목소리로 읽어나가죠. “제1장, 그는 뉴욕시를 흠모한다” 는 대사와 함께 뉴욕에 대해 이런저런 묘사를 늘어놓다가... "아니, 다시 해야겠군", "이건 너무 감상적이야", 또 "이게 낫군" 하면서 여러 차례 말 바꾸기를 시도합니다. 뉴욕의 매력을 줄줄 늘어놓는가 싶다가도 “마약, 시끄러운 음악과 TV, 범죄와 쓰레기로 가득찬 도시” 같은 단어들을 토해내기도 하지요. <맨해탄>은 이렇게 묘한 뉘앙스의 대사로 뉴욕을 툭툭 건드리면서 시작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도입부 시퀀스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흐르는 음악이 있죠. 바로, 주빈 메타 지휘의 뉴욕 필하모니가 연주하는 조지 거쉰인의 '랩소디 인 블루' 로, 이삭은 뉴욕에 대해 “조지 거쉬인의 음악이 고동치는 도시” 로 정의합니다.이삭의 직업은 TV 방송 코미디 작가로,낭만적이고 수다스러우면서도 어딘지 소심해 보이는 이혼남의 캐릭터이죠.거대하고 휘황한 메가시티에서 뭔가 애정 결핍 같은 것을 지니고 살아가는... 뿔테 안경을 쓴, 약간 위선적인 지식인으로 비치기도 합니다.이혼한 이유가 아주 웃기죠. 결혼 생활을 하다가 아내 질(메릴 스트립 분)이 성 정체성을 찾았다면서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간 겁니다. 이토록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블랙 코미디 같은 상황은 더 악화되어서 질은 이삭과의 악몽같았던 결혼 생활을 책으로 내려고까지 하죠. 그렇다고 이삭이 마냥 우울하게 지내는 것만은 아닙니다. 그는 17세 소녀 트레이시(마리엘 헤밍웨이 분)와 사귀며 나름 행복하게 지내고 있지요. 불륜은 아니지만 자신보다 27살이나 적은... 너무 어린 나이의 여자와 사귀는 모습은 이삭의 혼돈스런 정신 세계를 대변합니다. 자신에게는 오리려 행운이라면서 이혼 생활을 즐기는 식이죠. 오프닝 시퀀스에서 뉴욕을 예찬하는 이삭의 내레이션을 끝낸 앨런은, 이어 '엘레인(Elaines)' 간판의 레스토랑을 조명합니다.그곳엔 예일과 에밀리 부부, 그리고 연인 관계인 이삭과 트레이시, 두 커플이 토론을 벌이고 있지요.자못 현학적인 예술관을 진지한 표정으로 경청하는 트레이시... 먼저 예일이 시작합니다. "예술의 기본은 인간의 주어진 상황들을 표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래야만 자신이 몰랐던 그런 감정들을 느낄 수 있는 거야." 이삭은 말하죠. "재능은 운이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용기야."에밀리는 트레이시를 향해 "이 말싸움을 20년째 하는 중이란다" 라며 웃습니다.이삭은 아랑곳 않고 촌철살인의 '썰' 을 신랄하게 풀어대죠."만약 우리 네 사람이 같이 다리 위를 걸어가는데 물 속에 사람이 빠져서 죽어가고 있다면 그 차가운 물 속으로 그 사람을 살리기 위해 뛰어들 용기있는 사람이 우리 중에 있을까? 중요한 질문이야. 난 물론 수영을 못하니깐 제외되지만..."암에 걸릴까봐 연기를 들여 마시지는 않으면서도 "멋져 보이는데 어떻게 담배를 피우지 않을 수 있겠냐" 라고 촐삭대는 이삭입니다.예일은 맞장구치죠. "맞아, '근사한 당신의 모습' 이란 광고 문구지?"이삭은 먼저 일어나는 트레이시를 보며 예일 부부에게 얘기합니다."난 내 또래의 아빠를 둔 아이와 사귀고 있는 거라고. 낼 시험이 있어 그만 가봐야 한다는 학생과 말이야. 내 인생에 처음있는 마법 같은 일이지."예일은 레스토랑에서 나와 아내를 멀찌감치 떨어뜨리곤 이삭에게 말 못할 고민을 은밀히 털어놓죠."요즘 표현하기 힘든 성격의 소유자로, '메리' 라는 멋지고 아름다운 여자 작가를 만나고 있어. 늘 머릿 속을 떠나지 않는..."그렇게, 이삭의 친구인 예일(마이클 머피 분)은 메리(다이안 키튼 분)와 사귀고 있습니다. 문제는 예일이 유부남으로, 그녀와 바람을 피고 있다는 것이죠.이삭은 트레이시와 같이 전시관에서 카스텔리 사진 작품을 관람하다 예일과 함께 온 메리와 처음 마주치게 됩니다만... 주관이 강하고, 달라도 너무 다른 둘은 첫 만남부터 티격태격하죠. 전시 작품이 환상적이고 멋있었다는 이삭을 향해 메리는 다이앤 아버스 작품을 흉내만 낸 것처럼 보여 별로였다고 깎아내립니다. "부정적인 가능성이 있었고요. 아래층의 다른 것들은 전부 쓰레기였죠."한데 메리가 빼놀 수 없다는 모차르트에 빗대며, 고호랑 잉마르 베르히만을 언급하는 이삭의 깐죽거림에 제대로 열받은 그녀는 결국  폭발합니다."잉마르는 현대 영화의 유일한 천재 감독이에요. 어쩜 완전 반대네요. 멋진 TV 프로 작가이면서 사고방식은 완전 북유럽풍이니, 너무 차갑지 않나요? 진정한 사춘기와 염세주의 ... 침묵으로 일관하잖아요. 한 개인의 정신과 성적인 의존도를 웅장한 철학이란 이름으로 너무 엄숙하게 표현하는 게 보이지 않아요?점입가경으로... 메리는 이러고 싶지 않았다며, 자신은 필라델피아 출신이고, 하나님을 믿는다는 식으로 그만 논쟁을 마무리하려 듭니다."그건 무슨 말이에요? 나 원...흥분한 이삭은 게거품을 물며 트레이시에게 외치죠. "정말 '또라이' 지 않나? 완전 정서불안이지. 최악이라고! 말장난만 하고 말야.어떻게 감히 피츠제랄드와 하인릭 같은 위대한 사람들을 평가하겠다는 생각이 나온 거지? 똑똑한 체, 아는 체 하는 게 너무 싫어. '고호' 발음하는 거 봤지? 주제에 잉마르 베리히만 이야기라니, 렌즈가 빠지도록 쳐줬을거야. 그녀가 예일 애인이라니 불가사의한 일이야. 멋진 아내를 두고도 그런 정서불안의 여자를 만나다니..."베로니카 헤이와 리타 헤이워즈를 혼동하는, 또 애니메이션 < 톰과 제리 > 속 '제리' 처럼 말하는 트레이시... 너무 긴장해서 그런 거 아니겠냐며 메리를 나름 이해해주는 그녀에게 이삭은 삶의 충고랍시고 한마디 던집니다."날 네 인생의 도피처로 삼으면 안돼. 난 보수적이라 유부남과 사귀는 건 반대야.비둘기나 천주교 신자처럼 한 사람과만 살아야 한다고 봐."트레이시는 "사람들은 한사람만 사랑하긴 힘든가 봐요. 어쩜 우린 다양한 길이의 인간관계를 갖도록 뜻해졌는지도 모르죠. 아저씨 생각은 고리타분한 거에요." 라며 자못 어른스럽게 응답하죠.이토록 기묘한 커플인 두 사람은 논쟁을 이어갑니다... " '고리티분' 을 함부로 말하지 마. 넌 겨우 17살이야!" 넌 마약과 TV 세대지만 난 2차대전 세대라고. 난 참호 속에도 있어봤어.""2차대전 때 8살이었잖아요."허풍을 떨다 들통난 이삭은 바로 꼬리 내리며, "맞아. 참호 속에 없었어. 중간에 들어가 있었지. 아주 힘든 상황이었어." 라며 횡설수설 주절댑니다.어쨌든 든든한 직장도 있겠다, 그다지 두려움도 불편함도 없었던 이삭은 그놈의 성질머리 때문에 직장을 박차고 나오게 되죠. 이삭은 방송사에서 가짜 웃음 소리와 허구의 박수 소리를 주조종실에서 넣는 모습에 진절머리를 칩니다.이건 조작이요, 거짓이라면서 평생 쓰레기 같은 프로그램이나 만들라고 저주를 퍼붓고 일을 때려친 이삭...저녁 모임에서 "왜 직업을 그만 뒀냐" 는, 걱정섞인 질문에 그는 능숙하게(?) 둘러댑니다. "한 30초 정도 영웅이었지만 이젠 졸지에 실업자가 됐어요. 엄청난 실수를 한 거죠."스스로를 망친 충동적인 거였지만... 덕분에(?) 시간이 많이 남아 평소에 원하던 책 출판을 준비하며 지내던 그는 앙숙 메리와 우연찮게 수 차례 부딪히게 됩니다. 처음에는 성향도 성격도 다른 듯해서 데면데면 했던 메리와 대화를 해보니, 이 여자 위트도 있고 지적인 모습이 트레이시에서 느끼지 못하는 공감대가 많음을 깨닫게 되죠. 그렇게 두 사람은 점점 친해지게 됩니다. 그리고 서로의 아픔과 고민도 알게되죠. 언필칭(言必稱) '필라델피아 출신' 이라며...자존심 강한 메리는 유부남인 예일과 사귀는 것을 힘들어합니다. 좋아하지만 결혼할 수 없는 자신의 현실이 버겁기만 하죠. 메리는 결혼생활을 깨는 것, 깊은 관계를 갖는 것 모두 원치 않는다면서도 막상 예일이 곁에 없을 땐 늘 그 생각만 합니다.그녀는 예일에게 "내가 왜 이래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어. 난 예쁘고 똑똑해서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는데... 결혼 안 한 남자를 만나야 할까 봐" 라고 푸념하죠.만나는 횟수가 잦아지던 이삭과 메리는 센트럴 파크에서 데이트를 하다가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와 맞닥뜨린 끝에 천문관에 들어가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합니다. 전혀 영문을 모르는 예일의 아내 에밀리(앤 베른 분)가 이삭의 새 여자친구 메리를 보고 싶다는 성화에... 못말리는 두 커플은 클래식 음악당에서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을 함께 감상하는, 해괴하고도 어색한 만남을 갖죠.공연 관람 후 이들은 수다를 떨다... 한 서점에서 이삭의 전처 질이 출간한 자서전 <결혼, 이혼, 그리고 자신 본위 - Marriage, Divorce, and Selfhood>를 견합니다."더 깊고 능숙한 여자와의 섹스는 허무한 경험과, 남편과의 이상한 몸짓뿐인 섹스에서 날 깨어나게 해줬다. 그는 분노를 부여받았고, 유대계 자유주의자란 망상을 가진 남성우월주의자에 혼자 잘난 염세주의자이며 절망적인 허무주의자이다.그는 인생에 불만은 있었지만 해결책은 없었다. 예술가가 되고 싶어 했지만 필요한 희생엔 주저했다. 가장 개인적인 순간엔 죽음에 대한 공포를 말했고, 자신의 비참함만 더했으며 거의 자기 도취증 수준이었다." 사실 얄밉게도 맞는 얘기입니다만.... 죽이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난다며 따지러 온 이삭에게, 질은 "전 남편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는 식의 나름 좋은 얘기도 썼다고 대꾸하지요.그녀는 한 술 더 떠 "이 책을 영화로 만드는데 판권을 팔까 생각 중이야" 라고 경고합니다.아뭏든 메리는 예일과의 연인 관계를 정리하고, 이삭 또한 하모니카를 선물한 트레이시에게 쓸데없이 정열을 소모한다며 그만 만나는 게 좋을 거 같다고 통보하죠. "넌 나한테 너무 의존하는 거 같아. 네가 21살이 될 때 쯤엔 남자를 12명도 더 만날 거다. 이보다 훨씬 더 정열적인 사랑일 거야. 이젠 네 인생을 펼쳐야지, 넓은 세상을 봐야 해.""날 위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아저씨가 원하는 거잖아요.""너무 앞서가지마. 난 42살이고 머리도 빠지고 있어. 이젠 귀도 안들리기 시작해. 이런 사람을 원하니?" "나보다 더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다는 게 안 믿어져요. 불쾌하고요. ""내가 왜 죄책감을 가져야 하니? 늘 네 또래 애들을 만나라고 했잖아? 날 그냥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면 다 좋은 거잖아? 네가 성적으로 가장 왕성할 36살이 되면 난 61살이라고!"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진심으로 이삭을 좋아했던 트레이시는 크게 상심하며 눈물을 뚝뚝 흘리죠.그런 모습에 어쩔 줄을 모르지만 자신의 새로운 사랑이 더 중요한 이삭은 메리와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던 어느날, 메리가 이삭에게 청천병력의 고백을 하죠. 아직도 예일을 잊지 못하고 있다고말입니다.메리와 사귀기 위해서 트레이시를 정리했는데... "아이를 함께 가질 유일한 남자로 이삭을 생각한다" 는, 바로 그 메리가 다시 예일에게 돌아가겠다고 나선 게죠. 그런 모습에 이삭은 분통이 치밀어 오르지만 그 울화를 표현할 방법을 잘 모르고, 또 그게 본인 스타일도 아닙니다. 그는 맥아리 없는... 병약해 보이는 지성인인 뉴요커의 표본처럼 당혹해 하다, 그 원수같은 친구 예일에게 한걸음에 달려가 어쩜 그럴 수가 있냐며 외치죠."개인적인 고결성을 갖는게 중요해! 죽은 후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좋았던 사람으로 기억되는..."이삭은 실연의 질곡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하릴없이 책 원고를 녹음합니다."인생을 가치있게 만드는 것들이 있지. 나 같은 경우엔 투덜이 마르크스가 그 한 사람이고, 위대한 야구 선수 윌리 메이스, 주피터 교향곡의 2악장, 또 루이 암스트롱의 포테이토헤드 블루스 녹음이 있고...물론 플로베르트작의 '애정의 교육' 이란 스웨덴 영화,  말론 브란도와 프랭크 시내트라,화가 세잔의 놀라운 명화 '사과와 배',  삼우 중국식당의 게 요리가 있고, "그러다 "트레이시의 얼굴이 있다..." 대목에서 글 녹음을 무연히 멈춘 이삭은 벌떡 일어나서 예전에 트레이시가 선물했던 하모니카를 꺼내보죠.그는 집을 뛰쳐나와 2시간 넘게 줄창 달려간 끝에 막 공항으로 가려고 하는 트레이시 앞에 섭니다.이삭은 궁색하게도 메리와 관계가 깨졌다고 털어놓으며, 상처가 컸다는 트레이시에게 큰 실수였고, 또 그때 내 시각이 그랬었다며 제발 영국으로 가지 말라고 애원하죠. 트레이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국으로 가는 것이 우리 모두를 위하는 길이라고 해놓고 이제는 가지 말라고 왔다 갔다 하니 황당하기만 합니다.그래도 트레이시는 이삭을 사랑하기에, '6개월' 만 기다리라고 하죠. 이삭은 6개월이라는 소리에 난감해 합니다. 그에겐 아주 긴 시간인 게죠.이삭은 그저 "내가 좋아하는 네 모습이 변치 않길 바래" 라며 매달릴 뿐입니다.트레이시는 반년도 못 기다려주냐고 타박하죠. 그러곤 자신도 18세가 됐다며 어엿한 성년답게 충고(?)합니다."모든 사람이 다 변하는 건 아니에요.  사랑한다면 6개월은 긴 시간이 아니에요. 사람에게 믿음을 좀 가져봐요."콘크리트 블럭을 쌓아 올린듯한 허드슨강 건너편의 마천루를 보면서 54번가의 다리 밑에서 맨하탄을 관조하는 듯한 표정으로...이삭은 이 어른 같은 소녀의 "믿음을 가져보라" 는 말에 희미하게 웃습니다.어느덧 엔딩 크레딧... 드라마 < 맨해탄 > 은 조지 거쉬윈의 '랩소디 인 블루' 와 함께 그 막을 내리죠.1. 영화 <맨해탄> 트레일러 https://youtu.be/yt3cGMqtqyA<맨해탄>의 오프닝 신은 '주차장'(Parking) , '맨해탄'(Manhattan)으로 표시된 빌딩 네온사인이 명멸하는 가운데,조지 거쉬인의 몽환적인 '랩소디 인 블루' 에 실리는 이삭의 내레이션과 함께 합니다."챕터 1... 그는 뉴욕시를 흠모한다. 모든 것을 지각없이 숭배하고. 아니, 그러니깐... 생각없이 로맨틱하다 믿고... (이게 훨씬 낫군)그에게 계절에 상관없이 뉴욕은 변함이 없는, 조지 거쉬인의 음악이 고동치는 그런 도시이다(아니, 다시 해야겠군).챕터 1... 그는 맨해탄에 대해 모든 것에 그렇듯이 지나치게 낭만적이다. 사람들과 교통의 분주함 속에서 성장했다. 그에게 뉴욕은 아름다운 여인과 모든 것을 알듯한 똑똑한 사람들과 같은 그런 의미이다(아니, 이건 너무 감상적이야. 조금 더 심오하게 다시 해야지).챕터 1... 그는 뉴욕시를 흠모한다. 그에겐 뉴욕은 현대 문화 부패의 상징이다. 쉬운 길만을 찾는 개인들의 성실성 결핍은 그들의 도시에 대한 꿈을(아니, 이건 설교 같잖아. 책을 팔려는 티가 너무 나!)...챕터 1... 그는 현대 문화 부패의 상징이지만 뉴욕을 흠모한다. 마약, 시끄러운 음악과 TV, 범죄와 쓰레기로 가득찬 도시에서 살아남기란 얼마나 힘들었겠는가(아니, 너무 성난 느낌이다).챕터 1... 그는 뉴욕을 흠모하며 또한 강한 남자다. 그의 검은 뿔테 안경 뒤론 강인한 섹시함이 숨겨져 있다(맘에 드는군). 그는 뉴욕을 사랑하며 영원히 그럴 것이다."2. 영화 <맨해탄> 오프닝 신- feat. 조지 거쉬인 '랩소디 인 블루'https://youtu.be/UYG2oJP4fC8“영화란 건 멋진 장면 몇 개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하워드 혹스 감독의 이야기이죠. 그의 말을 곱씹으면서... 복고적인 화면에 담긴 뉴욕의 도회적 풍경이 인상적인 < 맨해탄 > 을 연상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럽습니다.'지나치게 지성적인 뉴요커들의 지나치게 특별한 고통으로 이뤄진 사랑의 서사...' < 맨해탄 > 은, 뉴욕 지식인의 사회를 유머 있게 풍자해온 우디 앨런의 작품 중 가장 완성도 높은 평가를 받는 필름으로 자리하죠.앨런은 특유의 섬세한 연출력으로 < 맨해탄 > 속 남녀 관계를 자전적 요소가 어우러진 로맨틱 코미디로 직조해냈습니다. 장중반, 동틀 무렵 이삭과 메리가 맨해탄 다리를 배경으로 앉아 있는 장면이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이유이죠. 무려 16시간을 메리와 꼬박 함께 보낸 이삭은 벤치에서 일어나며 말합니다."정말 멋진 도시야. 다른 사람 말은 신경 안 써.여긴 정말 멋지지 않니?"오래지 않아 메리에게 사랑을 느낀 이삭이 "이해하지 못하는 지식은 전혀 필요가 없잖아? 모든 진정한 가치는 잊어버릴 거라면 다른 통로를 통해 네 안에 담아야지." 라고 주장하자,그녀는 반박합니다. "그건 동의 안 해. 합리적인 생각이 없다면 어떻겠어? 아마 네가 너무 지적인 것에만 집착하는 사람이라 생각하겠지."이삭은 이에 화답하지요. "넌 너무 걱정이 많지만 멋진 여자야!"우디 앨런의 영화를 논할 때 자주 거론되는 이름들이 있습니다. 찰리 채플린, 페데리코 펠리니, 잉마르 베리히만, 프랑소와 트뤼포 등이 그러하죠. 코미디언으로 출발했던 우디 앨런은 유럽 영화의 자양분을 자신의 영화로 끌어들였습니다. 니힐리스트 작가인 브레히트 식 연출기법을 영민하게 소화하고 희비극을 자유롭게 넘나듦으로써 영화세계를 넓힌 것이죠. <맨해탄>은 굳이 분류하자면 < 애니 홀 > 이후 우디 앨런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필독(必讀)의드라마로 논할 수 있습니다.<애니 홀>에서 그랬듯, 우디 앨런은 뉴욕이라는 도시의 열렬한 예찬자가 되었죠. 영화계의 가장 뛰어난 촬영감독 중 한 사람으로 평가되는, <대부> 시리즈의 고든 윌리스가 촬영한 2.35 : 1의 와이드 스크린 속 풍경은 수려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중에서 도시의 조형미를 가장 빼어나게 담아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밤에 질주하는 자동차, 공원에서 산책하는 사람들, 마차를 타고 바라보는 도시의 야경, 그리고 실내에서 은은한 음악을 틀어놓은 채 춤추는 남녀의 실루엣에 이르기까지...흑백 영화인 <맨해탄>은 세련되게 빛나고, 또 질서정연하며 이상화된 뉴욕의 모습을 매혹적으로 포착하고 있습니다. 우디 앨런은 이 영화가 '자신이 사랑하면서도 증오하는 도시에 대한 존경인 동시에 비판이 되기를 원했다' 고 밝혔지요.그의 작품에서 늘 또 다른 주인공으로 자리하는 감각적인 영화음악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도시를 포용하듯 울려퍼지는 거쉬인의 음악은 <맨해탄>을 '현대 도시에 관한 영화' 이자 '재즈 영화' 로 자리매김시켜주는 키워드가 되죠.우디 앨런 감독은 < 맨해탄 > 을 통해 자신만의 변함없는 고민을 줄기차게 투영합니다. 여러 여성들과의 관계 속에서 혼란과 방황을 거듭하는 남성을 직접 연기하면서 말이죠. 영화 결말에서 우디 앨런이 연기한 이삭은 10대 소녀에게 오히려 충고를 듣는 경험을 하죠. 그렇게... <맨해탄>은 <애니 홀>에서처럼 여성은 드라마 속 우디 앨런에게서 벗어나고 사랑은 과거시제로 환원됩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인물들 관계가 좀 더 복잡해진 것 정도라고 할까요. 코미디와 로맨스의 융합, 대중문화에 대한 은근한 비꼬기의 시선 또한 여전합니다. <맨해탄>은 프레임면에서도 흥미로운데 인물의 대화, 그리고 휴지기의 반복적인 구조는 영화의 감미로운 리듬감을 배가하는 장치로 작동하죠.하여, 영화는 재즈음악가이기도 한 앨런이 자신이 좋아하는 조지 거쉬인의 음악과, 자신이 아끼는 뮤즈 격의 배우들과 함께 흔연스레 어우러진 ‘뉴욕 예찬’ 의 작품으로 울려옵니다. 3. 조지 거쉬인 '랩소디 인 블루'- 게리 그라프만 피아노 주빈 메타 지휘 뉴욕 필https://youtu.be/kB2rzhfXGMI- 레나드 번스타인 피아노와 지휘 뉴욕 필https://youtu.be/cH2PH0auTUU재즈를 예술음악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는 미국의 작곡가 조지 거쉬윈.거쉬윈은 뉴욕의 대중음악에서 출발해 그것을 자신의 음악적 특성으로 만들며, 클래식, 재즈, 그리고 영화음악까지 모든 음악 분야에서 뛰어난 작곡 실력을 보여주었습니다.당시 '킹 오브 재즈' 라 불리며 재즈 빅 밴드인 '폴 화이트먼 밴드' 를 이끌던 폴 화이트먼은,'스와니' 같이 유명한 곡을 지은 거쉬윈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보고 그에게 재즈와 클래식을 아우르는 심포닉 재즈 스타일의 곡을 의뢰했죠. 이에 거쉬윈은 먼저 두대의 피아노를 위한 곡으로 만들었습니다.하지만 자신의 오케스트레이션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그는, 화이트먼 밴드의 편곡자인 퍼디 그로페('그랜드 캐년 모음곡' 작곡가) 에게 편곡을 의뢰해 독주 피아노와 재즈밴드를 위한 음악으로 재탄생시켰죠. 물론 나중에 그로페의 오케스트레이션 실력은 '파리의 미국인' 으로 증명되었습니다.1924년 2월 12일 뉴욕 아이올리언 홀에서 초연되었는데 당시 상황은 이렇게 전해지죠."당시 아이올리언 홀의 분위기는 말이 아니었다. 많은 작품들이 서로 비슷비슷하게 들렸고, 홀의 환풍기도 고장난 상태였다. 청중들은 점차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었다. 바로 그때 '랩소디 인 블루' 의 도입부인 글리산도(glissando)로 연주하는 클라리넷 선율이 들려왔다. 청중들의 눈은 갑자기 초롱초롱해졌다."재즈 음악과 클래식 음악의 경계선(?) 상에 걸쳐 있는 이 곡의 공연은 '현대 음악에서의 실험(An Experiment in Modern Music)'이라는 프로그램의 일부였죠.이때 콘서트를 관람한 유명인사 중에는 존 필립 수자,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 야샤 하이페츠 등이 있었고, 공연 이후 이 곡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제목 ‘랩소디 인 블루’ 속 ‘블루’는 파란색, 또는 우울한의 의미가 아닌 '블루노트' 를 뜻하는 말이라고 하는데요.블루노트는 3음, 5음, 7음을 반음씩 내리는재즈의 독특한 음계를 뜻합니다.타이틀 자체에서도 재즈 요소가 숨어있었던 셈으로, '랩소디 인 블루' 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도입부의 클라리넷 글리산도가 리허설 도중 만들어졌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기도 하죠.문학수 음악평론가는 그의  저서 <내 인생의 클래식 101>을 통해 다음과 같이 설명해 줍니다."뒤로 갈수록 음악의 완성도가 점점 높아지는 것이야말로 ‘거쉬인의 힘’ 이라고 할 수 있죠.미국의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남긴 언급들이 흥미롭습니다. 그는 (느낌이 있는 책) 을 통해 말하고 있죠.'거쉬인은 대중음악을 쓰다가 클래식을 작곡한 사람입니다. '랩소디 인 블루' 는 별개의 이야기를 쑤셔 넣은 다음, 밀가루 반죽으로 얼기설기 이어붙인 곡이죠. 하지만 차이콥스키 이래 거쉬인만큼 아름다운 선율을 쓴 사람은 달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선율에 있어서만큼은 슈베르트와도 어깨를 나란히 하지요. 거쉬인은 작곡을 거듭할수록 나아졌어요. 내가 거쉬인의 작품을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 진실함에 있지 않나 싶어요. 훌륭해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오직 선한 의도만을 가진 작품이니까요.' "재즈 음악과 클래식 음악의 경계선(?) 상에 놓여있는 이 '랩소디 인 블루' 외에도 'Someone to watch over me' 를 비롯한 조지 거쉬인의 재즈와 발라드 풍 노래 세곡은,마이클 틸슨 토마스가 이끄는 버팔로 심포니오케스트라에 의해 미려하게 바리아시옹되며<맨해튼>의 화면을 서정적인 몽환미의 빛깔로장식해주고 있죠.4. 'Someone to watch over me'- 엘라 피츠제럴드 노래https://youtu.be/gDhF-PsDuCw5. 'He loves and she loves' - 주빈 메타 지휘 뉴욕 필https://youtu.be/4oIrEGiONeE6. 'But not for me' - 뮤지컬 < Girl Crazy >: 주빈 메타 지휘 뉴욕 필https://youtu.be/SotKBZJN5y0: 쳇 베이커 트럼펫https://youtu.be/R_f_mMJAezM: 주디 갤런드 https://youtu.be/X03uSwM07_A주빈 메타의 뉴욕 필 또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변주한 조지 거쉬인의 보석 같은 명곡들을 <맨해탄> 속 주요 장면 곳곳에 풀어내고 있습니다.7. 'Love is sweeping the country'- 'Land of the gay caballero': 주빈 메타 지휘 뉴욕 필https://youtu.be/G046vrvk6x08. I've got a crush on you' -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와 프랭크 시내트라https://youtu.be/5DsgfuPa1gE9. 'Strike up the band' - 조지 거쉬인의 피아노(1929년 리허설 실황)https://youtu.be/M3XwQqTAK3E10. 'Embraceable you' - 사라 본 노래https://youtu.be/bzq-LyibcUk11. 'Oh lady, be good' - 벅 앤 버블스https://youtu.be/H6Qky-CvePc12. 'S Wonderful' - 앨범 'Love is here to stay' : 토니 베넷 과 다이애나 크롤https://youtu.be/F9y8fMzzbtk13. 'Sweet and Lowdown'https://youtu.be/tjuUVyZR8Q414.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g단조 K.550 - 칼 뵘 지휘 빈 필하모니커https://youtu.be/qX7J1HejyHU 영화 속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칼럼을 쓰며 강의도 하고 있고, 조만간 책으로 출판 예정이라고... 현재 영등포문화재단 혁신경영관으로 재직 중이다. - 李 忠 植 - 

통일경제TV | 이상호 기자 | 2021-05-27 20:33

'꿈과 자유를 향한 점프'여기... 한 켤레의 토슈즈에서 자신의 소우주를 발견한 청춘들의 드라마 <열정의 무대>가 있죠.해마다 세계 각지에서 재능 있는 학생들이 저마다 불세출의 댄서를 꿈꾸며, 발레 스쿨 ‘아메리칸 발레 아카데미'(ABA) 오디션에 참가합니다. 최종 12명 안에 선발된 이들의 1차 목표는 성공적인 졸업 공연을 한 후 세계적 발레단으로 꼽히는 ‘아메리칸 발레 컴퍼니(ABC)’의 정식 단원이 되는 것이죠. 이들 중 전혀 다른 개성의 원생 세 명이 한 기숙사 방을 쓰게 됩니다.미국 최고의 발레리나가 되고자 하는, 뜨거운 열정을 지녔으나 아직 테크닉이 부족한... 출중한 외모의 조디 소이어(아만다 셜 분), 선천적인 재능과 함께 발레에 꼭 맞는 부드러운 발과 능숙한 기술을 가졌지만... 자격지심에 늘 반항적인 태도로 비딱선을 타며 교사들로부터 눈밖에 나는 이바 로드리게즈(조 셀다나 분),어린 시절부터 엄마가 이루지 못한 꿈을 대신하기 위해 자신이 진짜 원하는 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 채... 오직 엘리트 코스만을  내달려왔던 모린 커밍스(수잔 메이 플랫 분)가그 주인공으로,이들은 우정과 경쟁 속에 '최고의 발레리나' 라는 꿈을 향해 매진하죠.그리고 그 사이에 지도 방식을 놓고 늘 부딪히는 발레스쿨 원장 조나단 리브스(피터 갤러거 분)와 수석무용수이자 안무가인 쿠퍼 닐스(에단 스티펠 분)가 자리합니다.쿠퍼는 개성과 일탈을 중시하며 항상 파격적인 무대로 화제를 몰고 다니는 스타 발레리노 이죠.하지만 그는 전통과 규칙을 고수하는 조나단에게 자신의 연인이었던 발레리나 캐서린(줄리 켄트 분)을 뺏기게 되면서, 라이벌 이상의 감정을 지니게 됩니다.한편... 클래식 발레에는 적합하지 않는 체형과 미숙한 테크닉으로 지지부진한 진전을 보이던 조디는,조나단과 도나 머피(줄리엣 시몬 분)와 같은 냉혈한 교사들로부터 '재능없는 열정은 오히려 비극일 뿐' 임을 일찌감치 통보받죠. 조디는 크게 낙담하지만, 쿠퍼는 오히려 그녀에게서 테크닉보다 중요한 열정을 발견하고 관심을 갖게 됩니다. 조디 역시 자유분방한 그에게 호감을 느끼며 클래식 발레에 묶여 있던 자신의 발을 자유롭게 만들어가기 시작하죠그녀는 늘 변함없는 파트너 찰리 심스(사샤 라데츠키 분)와 함께 호흡을 맞추며, 자신에게 어울릴 또 다른 무대를 발견하는 자신감을 찾게 됩니다."전 완벽하지 않아요. 하지만 이젠 제 모습 그대로가 더 좋아요!"조디와 에릭, 그리고 이바 등 ABA 원생들은, 꿈의 로망인 ABC 주역 무용수들의 시범 공연을 관람할 기회를 갖습니다. 작품은 러시아 레프 이바노프가 안무한 클래식 발레 < 백조의 호수 > 2막 중 4인무 '아기백조의 춤' 과,- 국립발레단(2019) : 차이콥스키 음악https://youtu.be/xzwFU09FC3.g케네스 맥밀런 경 안무의 드라마 발레 < 로미오와 줄리엣 > 2막 중 사랑의 '발코니 파드되(Balcony pas de deux)' 였죠.- 로열발레단 페데리코 보넬리 와 로렌 컷버슨 : 프로코피에프 음악 https://youtu.be/zWBVa2m_4Fs조디는 감탄의 한숨을 내쉬고, 이바 또한 감격의 눈물을 흘립니다.한데... 발레 스쿨에서 가장 뛰어난 실력의 무용수임에도, 뜨거운 열정은 없던 모린은 점점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죠.평소에 엄마 말만 따르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던 그녀는 급기야, 체중조절 때문에 평소에 먹지 못했던 음식들을 먹다가 식이장애를 겪는 지경에 빠집니다.결국 모린은 남자 친구 짐 고든(에이온 베일리 분)을 만나면서 자신의 진정한 꿈이 무엇인지 되묻기 시작하죠."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뭐가 필요한지 아는 사람이 먹는 걸 다 토해낼까?" 라며, 그만 형극의 길에서 내려오기를 권유하는 고든에게 모린은 울먹이며 부르짖습니다."그거 알아? 넌 그런 말 할 자격없어. 난 ABA에서 제일 잘나가는 발레리노야, 네 도움 따윈 필요 없단 말야!"조디가 부족한 실력, 그리고 모린에겐 없는 열정을 모두 갖춘 이바...정해진 틀 안에 자신을 제한하는 시스템을 거부하며 교사들의 미움을 사곤 했던 그녀는매사에 거침이 없습니다.하지만 발레를 사랑하고, 또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던 이바에게 교사 도나는 뼈있는 충고를 건네죠. " 해답은 너 자신한테 있어. 내가 있을 곳은 바로 여기야. 마음을 비우면 더 자연스러울 거야!"조나단과 쿠퍼는 발레 아카데미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최종 워크숍용 작품전을 위해 각자의 팀을 꾸려 연습을 시작합니다. 결국 워크숍 무대는 조나단이 지도하는 '클래식 발레  I, II' 와 쿠퍼가 이끄는 '모던 발레 I, II' 의대결 양상으로 치뤄지게 되죠.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가혹한 생존 경쟁에서 밀려나 최종 공연을 앞두고 탈락하는 원생들이속출합니다.퇴교당하는 에밀리를 껴안으며 그녀의 엄마는 조디를 비롯한 친구들에게 충고하죠."너희들은 상처받지 말거라. 모든 사람들은 나름 완벽하거든!"게다가 쿠퍼 작품의 파이널 리허설 도중 조디의 피트너 에릭이 그만 큰 부상을 입는 사고까지 발생합니다."6주간 깁스를 한 시체(?)로 지내야 해. 내 무용 인생도 끝났어" 라며 절망하는 에릭...어쩔 수 없이 규정까지 무시하며 그를 대신해 안무가인 쿠퍼가 직접 출연키로 하자, 상대역 조디는 큰 부담감을 느끼게 되죠.연이은 부상과 탈락 과정을 지켜보며 충격에 빠진 모린은 고든을 찾아가 "순간, 차라리 내가 다쳤으면 했어. 발레하는 모습과 보통의 모습 중 어떤 게 더 좋아?" 라며 울부짖습니다.드디어 내일로 다가온 워크숍 공연을 앞두고 이바는 애써 담담하게 말하죠."난 어제도 오늘도 언제나 춤 춰왔어. 내일은 그런 날들 중 하나일 뿐야."조디가 "내 미래가 결정되는 날이기도 하지" 라고 응수하자 이바는 목소리를 높입니다. "나에겐 별 의미 없어. 난 남들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 춤을 추니까!"한데 공연 당일, 조나단이 지도한 라흐마니노프 공연의 주역으로 모린이 아닌... 이바가 등장하며 좌중은 큰 혼란과 충격에 빠집니다."왜 꿈을 허망하게 포기하냐" 고 질책하는 엄마에게 모린은 그간 품어왔던 속내를 토로하죠."그건 엄마의 꿈이었을 뿐야. 난 엄마와 달라. 엄마는 타고난 재능이 없었지만, 나한텐 열정이 없어. 이제라도 내 길을 갈거야!"결국 이바의 집념과 열정이 유감없이 발휘된 클래식 발레 II 공연은 성공리에 마치게 됩니다.이어, 우여곡절 끝에 쿠퍼 안무작의 주역으로 발탁된 조디와 코르 드 발레의 앙상블에 맞춰워크숍 3번째 작품 '모던 발레 I' 이 무대에 올려지죠.차이콥스키의 < 호두까기 인형 > 중 '갈대피리의 춤'(Danse des mirlitons) 첫 소절이 나오더니,갑자기 등장한 오토바이의 굉음과 함께 마이클 잭슨의 'The way you make me feel' 이 흐르며, 공연 무대는 고고한 클래식 발레의 튀튀를 벗어던지며 현란한 모던 발레로 변용됩니다.- https://youtu.be/HZ4CKCZdqXw이 '모던 발레 I' 은 결말부에 차이콥스키의<잠자는 숲속의 미녀> 중 앙증맞은 '장화 신은 고양이(Puss in a boots) 춤' 으로 시선을 끌죠. - http://naver.me/5CxAMXdt그러더니 워크숍 4번째 작품인 '모던발레 II' - '삼각관계' (극중 쿠퍼와 찰스가 조디를 놓고 춤의 대결을 치열하게 벌이는 파 드 트루아)로 절묘하게 연결됩니다.- 워크숍 IV(모던 발레 II): feat. 러프 앤즈의 'If I was the one'https://youtu.be/F_NvCOoOpdA이 '모던발레 II' 는 결말부에 들어 자미로콰이 밴드의 'Canned Heat' 에 맞춘 재즈 풍의 발레로 화려하게 마무리되죠.워크숍 무대는 그렇게... 모두가 승자가 되며떠나갈 듯한 박수갈채, 또 환호성과 함께 그 막을 내립니다. - https://youtu.be/Jl9HNUrtbyk최종 발표를 앞두고 고민하던  조디는 결국 ABC 단원 대신 쿠퍼 발레단을 택하죠."지난 10 년간 제 꿈은 ABC 최고의 무용수 중 하나가 되는 거였어요. 줄리엣 선생님처럼 되고 싶었죠. 하지만 전 그럴 수 없네요. 타고난 재능도 없는 거 같고... 이젠 그대로의 제가 좋아요.떨어졌다는 말은 제발 하지 말아주세요. 선발해주시면 거절(?)은 못하겠지만 대신 전 뒤에서 꽃이나 들고 있겠죠...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제가 여기까지 온 건 다 선생님들 덕분이에요. 그 점은 정말 감사해요. 왜냐하면 전 이제 쿠퍼 발레단의 전속 주연이니까요!"1. <열정의 무대 - Center Stage> 트레일러https://youtu.be/CmHPpl5FNh8ㅏ'춤'(Danse)은 영화가 가장 사랑하는 소재 중 하나일 것입니다.등장하는 댄스의 종류나 이를 담아낸 필름 색깔은 실로 다양하죠.하지만 그 모두가 화면을 터뜨릴 것만 같은 에너지를 내뿜는다는 점에서 영화 속 춤은 늘 흥미로우면서도 즐겁게 다가옵니다.인간의 몸이 빚어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과 역동적 행위를 담아내는 카메라 워크 만큼 기운 넘치는 작업이 또 있을까요.발레를 스크린 안에 펼쳐 보이며 춤이 가진 고유한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 열정의 무대 > 는 이른바 청춘들의 댄스 무비이자, 성장 영화로 읽혀집니다. 신입생들이 오디션으로 학교에 입학하여 각자 제 갈 길을 찾아 과정을 수료할 때까지가 영화가 다루는 시간의 너비이죠. 성격과 재능, 또 피부색이 다른 주인공들의 굴곡 많은 생활이 이야기의 몸이라면 갖가지 춤은 이야기의 심장입니다.사실 극 스토리는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죠.젊은 댄서들의 무대 위 성장담을 쫓는 스토리는 <페임>을 닮았고,전통과 파격의 충돌은 < 댄싱 히어로 > 같은 작품에서 익히 봐온 재료입니다. 조디가 클래식 발레의 한계에 묶여 갈등하다가 모던 댄스에서 영감을 얻어 진정 자유로운 댄서로 거듭난다는 설정,그리고, 중요한 것은 무대의 중앙에 서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중심에 서는 것이라는 주제는 전형적인 성장 영화의 공식이죠. 자유와 억압이 부딪히는 곁가지도 낯설지 않은 꾸밈새이며, 그것이 해결되는 방식 또한 원론적인 도식을 충실히 따릅니다. 기존의 공식들을 똑같이 써 먹는다고 해서 저절로 모범답안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면...<열정의 무대>는 그 쪽 부류의 영화들이 정립한 공식을 제대로 사용한, 자못 영특한 경우에 속할 것이죠. 그래서 나온 정답은 객석까지 들썩이게 만드는 흥겨움과 미완의 몸짓들이 튼실해지는 광경을 지켜보는 흐뭇함으로 모아집니다.영화는 춤 하나로 모인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청춘들에게 핸디캡 하나씩을 안겨 주면서 운을 떼죠. 재능에 있어서의 순위 매김이 그것일진데, 일단 우열이 갈려진 후에는 과연 그 재능이 누굴 위한 탤런트인지 자문하게 만드는 진지함 까지 덧입힙니다. 영화가 갈등을 풀어가는 방식도 역동적인  춤사위처럼 거침이 없죠. 열등한 자에게는 개성을 통해 자기극복의 기회가 열리고, 외부의 강압에 의해 춤을 췄던 자에겐 저당잡힌 자유를 다시 되돌릴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리고 비뚤린 성격엔 겸양과 자신감의 가치를 가르치는 식이죠. 아울러 감독은 그 위에 풋풋한 로맨스까지 덤으로 살짝 얹혀놓았습니다. 이런 영화가 갖는 매력이라면 바로 성장의 모습이 두 눈으로 직접 확인된다는 점일 것이죠. 모두 떠난 텅빈 플로어에서 혼자 연습에 몰두했던 조디의 열패감이 마지막 오디션 공연에서 말끔히 극복되는 것 처럼 말입니다.다른 청춘들에게 쏟아지는 해사한 축복도 뻔할지언정 미운 구석이라곤 전혀 없죠.2. <열정의 무대> 트레이닝 장면https://www.instagram.com/p/BHv4w8QgwJ6/?taken-by=usako_pam3. <열정의 무대> 파티 장면https://www.instagram.com/p/BHi-Nstgpq5/?taken-by=usako_pam<열정의 무대>가 가진 최대의 볼거리는 단연  화려하게 펼쳐지는 댄스의 향연일 겁니다.클래식 발레 뿐만 아니라 모던 발레, 재즈와 라틴 댄스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춤들이 청중들의 눈과 귀에 절로 신명을 실어 주죠.극중 등장인물들은 정통발레 수업을 받지만, 댄스교습소에서는 모던 재즈를 즐기고, 밤에는 클럽에 가서 살사를 춥니다.실제 드라마 속 주역들로 캐스팅된 최고의 현역 발레 무용수들은 일단 춤으로 좌중의 시선을 붙들어매죠. 특히 쿠퍼 팀의 피날레 워크숍 공연은 길이 남을 명장면으로 울려옵니다.할리 데이비슨 모터사이클을 타고 발레를 하는안무를 해 화제를 일으켰던, 실제 아메리칸 발레 씨어터(ABT)의 수석 발레리노 에단 스티펠의 춤은 스크린 속 무대를 압도하죠.또한 젊은 청춘들의 유쾌한 통과 제의는 보는 이에게 상쾌한 청량감을 선물해줍니다. 그렇게, < 열정의 무대 > 는 미래가 결정되지 않은 젊은이들의 삶에 대한 깊은 시선을 견지하죠. 퉁퉁 부은, 피멍투성이의 뒤틀린 발을 오늘도 토슈즈 속에 넣고 매일같이 바 앞에 서는 발레댄서들... 그들에게 진정한 '무대' 는 삶 그 자체라는 것을 영화는 가식없는 어투로 이야기합니다.하여, 마지막 워크숍 무대를 빛내는 이바도 아름답지만, 홀가분하게 발레를 관두고 학교문 밖을 나서는 모린의 뒷모습은 더욱 당당하고 아름답게 보이죠.비록 소수만이 아메리칸 발레 컴퍼니에 들어가게 되지만... 그 결과와 상관없이 꿈을 품고 땀을 흘리며 최선을 다한 동료들의 노력과 열정은 충분히 값어치가 있는 셈으로, 낙오자는 아무도 없는 게지요. 이 작품의 또 다른 미덕은 '내면의 열정에 귀 기울이라' 는 인생의 훈계일 것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 열정의 무대 > 는 잘 만든 성장 영화로까지 격상되죠. 이토록 매력 충만한 드라마를 거부하기란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지게끔 말입니다.4. <열정의 무대> 워크숍 공연 연습과 실제 워크숍 공연 장면- feat. P.Y.T의 'We're dancing'https://youtu.be/yxkniD20RFk'아메리칸 발레 컴퍼니' 의 정식 단원으로 뽑히기를 꿈꾸는 젊은 무용수들의 요람, '아메리칸 발레 아카데미'...예쁜 금발의 조디와 유연한 몸의 흑인 이바는 첫 수업부터 눈에 띄죠. 조디는 기량 부족 때문에, 이바는 지각과 복장 불량 때문에 말입니다.반항기 때문에 야단을 맞기는 하지만 실력을 인정받는 이바와 달리... 조디는 애당초 댄서의 자질이 없다며 자퇴를 권고받기에 이르죠. 조디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사설 재즈 클래스에 갔다가 그곳에서 쿠퍼를 만나게 됩니다.그녀는 쿠퍼와 하룻밤을 보내며 그의 자유분방함에 매료되고... 쿠퍼 역시 조디의집념어린 열정을 알아보죠.결국 조디는 워크숍 오디션 결과, 쿠퍼 팀의 주연으로 전격 캐스팅됩니다.조디는 쿠퍼가 캐서린과 파트너를 이뤄 ABC 무대에서 펼친 조지 발란신 안무의 'Stars & Stripes' 파드되를 연인(?) 자격으로 보러가죠.하지만 공연 후 자신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다른 발레리나와 함께 바람처럼 떠나가버리는 쿠퍼의 플레이보이 다운 진면목을 마주하며, 그녀는 큰 상처를 받게 됩니다.조디는 성공적인 워크숍 공연 이후 쿠퍼 발레단의 주역으로 발탁됐다고 막무가내로 축하 키스를 하려는 쿠퍼를 떠밀며 일침을 날리죠."당신은 최고의 댄서이자 안무가이지만, 남자친구로는 좀 밥맛이에요!"그러곤 그녀의 곁에서 언제나 진심으로 함께 해왔던 찰스에게 다가가 파티에 같이 갈 파트너를 해달라며 정식 데이트를 청합니다.<조지 왕의 광기> , <크루서블> 등의 시대극으로 호평받았던 니콜라스 하이트너 감독이 2000년에 만든 <열정의 무대>...대다수의 댄스 영화들이 발레를 허물어뜨려야 하는 기득권층의 무대로 설정한 것에 그쳤던데 반해, <열정의 무대>는 가상의 발레 학교 '아메리칸 발레 아카데미' 를 무대로 최고의 댄서를 꿈꾸는 청춘들의 일상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섬세하게 그려냈죠.토슈즈 만드는 과정부터 학교 생활, 남녀 무용수 간의 연애, 공연 뒤 열리는 연회, 거식증에 걸린 댄서 등에 이르기까지...평소 발레에 무관심한 관객이라 할지라도 친근감을 느낄 수 있게 배려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드라마 속 첫번째 워크숍 작품은 멘델스존의 교향곡 4번 A장조, Op.90, '이탈리아'(Italian)에 맞춘 코르드 발레로 풀어지죠.: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 https://youtu.be/4pO7_IxbDsU극중 조나단은 크리스토퍼 힐든이 안무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워크숍 공연을 준비하며 강조합니다."음악이 들린다고 음악에 맞추면 안돼. 리듬에 맞추도록!"-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c단조, Op.18: 알렉시스 바이젠베르그 피아노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지휘 베를린 필하모니커https://youtu.be/FNHVqjgykoI여기에 마이클 잭슨으로부터 영국의 애시드 재즈 밴드 자미로콰이, 애슐리 발라드, P.Y.T, 맨디 무어, 인타내셔날 파이브, 턴더벅스, 레드 핫 칠리 페퍼스, 엘비스 크레스포, 러프 엔즈에 이르기까지, 유명 팝 아티스트들의 곡들이 사운드 트랙에 실려 화면을 장식하죠.먼저 자미로콰이의 'Cosmic Girl' 은 조디가 ABA의 첫 오디션을 볼 때와 ABA에 입성할 때함께 하며, - https://youtu.be/D-NvQ6VJYtE발레 스쿨 친구들이 배를 타러 가는 시퀀스에선 턴더벅스의 노래 'Friends forever',- https://youtu.be/3u_0hzDwz1Q조디가 기분 전환을 할 겸 친구들과 댄스 클럽에 간 시퀀스에서는 엘비스 크레스포의 'Eres Tu'(Salsa), Mas question in a caricia 와 'Come Baby Come' 가 연이어 흐릅니다.- https://youtu.be/C_E-IeaDA90- https://youtu.be/qwxxB243aG0 - https://youtu.be/nRtS2nfwlw8이어, 조디가 외부 재즈 댄스 교습소에서 수업을 들을 때엔 맨디 무어의 'Candy', 또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Higher Ground' 가 격정적인 리듬으로 실리죠.- https://youtu.be/NkVsJGl5d6E- https://youtu.be/u20UkUqgWYY또한 조디가 쿠퍼와 데이트를 할 때 맨디 무어의 'I wanna be with you' 가 감싸안습니다.- https://youtu.be/n0GlkiB4Uu8아울러 재즈와 발레를 적절히 섞어놓은 느낌의 경쾌한 안무는 이 드라마의 매력포인트가 되죠.여기에 중간마다 삽입된 실제 발레 공연과 마지막 30분 동안 펼쳐지는 워크숍 공연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자리합니다.영화의 수훈갑이라면 단연 배우와 안무가들이죠. 실제 '아메리칸 발레 씨어터'(ABT)의 수석 무용수인 에단 스티펠과 샌프란시스코 발레단의 발레리나 아만다 셜의 춤은 영화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으로 작용합니다. 또한 토니상을 2차례 수상한 수잔 스트로맨거와 당시 뉴욕 발레단의 솔리스트로 활동했던 크리스토퍼 힐든의 안무는 고전 발레와 모던 댄스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화려한 무대를 완성해 냈죠.미하일 바리시니코프가 천상의 춤을 선보였던<백야> 이후, 오랜만에 전통 발레를 스크린에 옮긴 < 열정의 무대 > 는,"최고의 춤 영화” 라는 극찬과 “진부한 청춘 연애담에 발레만을 더한 졸작” 이라는 악평을 한꺼번에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열정의 무대>는 춤의 에너지와 이야기의 박진감이 조화롭지 못하다는 아쉬움을 넘어서며...댄스와 몸짓, 그리고 인간의 몸 자체가 하나의 완벽한 예술품이라는 사실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죠. 영화 속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칼럼을 쓰며 강의도 하고 있고, 조만간 책으로 출판 예정이라고... 현재 영등포문화재단 혁신경영관으로 재직 중이다. - 李 忠 植 -

통일경제TV | 이상호 기자 | 2021-05-22 20:14

여기, 거부할 수 없는 욕망의 끝... 출세욕, 예술혼, 그리고 애욕의 정서가 모자이크 타일처럼 합을 이루는 드라마 <바이올린 플레이어>가 있습니다.영화는 BC 479년 '공자'(孔子 : Confucius) 의 말씀으로 그 오프닝 크레딧을 올려가죠." 인간은 누구나 두 개의 삶을 가졌다. 두 번째 삶은 인생이 하나임을 깨닫는 순간부터 시작된다."파보 웨스터버그 감독은 그렇게... 공자의 경구(警句)를 빌려 "음악가의 진정한 두 번째 삶은 무엇인가?" 라는 원초적인 화두를 던지고 있죠.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로 성공 가도를 달려온 카린(마틀레나 쿠스니엠미 분).그녀는 투어 콘서트 마지막 일정인 코펜하겐에서 드보르작 바이올린 협주곡 a단조, Op.53의 1악장 'Allegro ma non troppo'(너무 빠르지 않게) 의 장중한 도입부 선율을 협연하며 오프닝 신을 열어갑니다.하지만 공연을 마친 카린은 치명적인 교통사고로 손가락 관절이 심각하게 손상되고... 결국 더 이상 무대에 설 수 없게 되죠. 그녀는 연주자의 길을 포기하고 지휘자로, 또 음악대학 강사로 제2의 음악 인생을 꿈꾸지만, 어느 것 하나 녹록하지 않습니다. 카린은 익숙하지 않은 좌절에 절망하고, 삶과 예술에 대한 지독한 갈증을 느끼게 되죠. 운명일런지요... 방황하는 그녀 앞에 스무 살 가까이 어린 학생 앙티(올라비 우시비르타 분)가 제자로 다가옵니다.첫 수업에 들어간 카린은 모차르트에 대해 강의하죠. 그런데 수업 도중 한 학생이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모차르트의 생활고(生活苦)에 대해 언급하자, 이에 '앙티' 라는 이름의 남학생이 인상적인 반론을 제기합니다."모차르트는 잘츠부르크 대주교에 속박되기 싫어서 어려움을 무릅쓰고 자유로운 프리랜서를과감히 택했다. 이는 '진정한 삶의 선택 문제' 로 봐야 한다" 라고 말이죠.그러던 어느 날, 앙티는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악보를 전해주러 카린의 방에 들렸다가, 그녀의 애장품 1호인 '스트라디바리우스' 로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첫소절을 연주해 볼 기회를 갖게 됩니다.한데... 워낙 민감한 명기(名器) 바이올린인지라 자꾸 보잉이 어긋나며 소리가 엉망이 되고 말죠.그러자, 카린은 낙담하는 앙티에게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다" 며, "힘을 빼고 부드럽게활을 움직이면 연주가 훨씬 심오해질 거야" 라고 위로해 줍니다.그날 이후, 카린에겐 왠지 앙티의 모습이 자꾸 눈에 띄죠. 음악을 향한 앙티의 남다른 집념과 열정에 묘한 동질감을 느끼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카린은 비루티오소로서의 연주가 불가능해지자, 협찬받았던 '스트라디바리우스' 를 되돌려줄 수 밖에 없게 되죠.아쉬움을 뒤로하고 돌아서던 그녀는 마지막으로 악기를 한 번 더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합니다.관계자는 뜨일듯 말듯 묘한 표정을 지으며 그러라고 말하죠. "사람들은 명품 악기에 애착을 가지더군요. 연인을 향한 애정보다 더..."카린은 쓸쓸히 되뇝니다." 이건 음악이니까요."이런 정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카린으로부터 '바흐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 레슨을 받던 앙티는 갑자기 연습을 멈추곤, "평범해지는 게 너무 싫다" 고 털어놓죠.카린은 그런 앙티에게 "비록 괴상한 소리가 나더라도 자신감을 갖고 끝까지 도전해야 된다" 고 충고하며 멘델스존의 예를 듭니다."부유한 은행가 집안 출신으로 모차르트에 버금가는 출중한 재능을 가졌던 멘델스존은, 그래서 그런지 베토벤과 브람스를 능가하는 음악가가 되지 못했다고 해. 그 또한 평범한 걸 두려워했는지도 모르지."그러던 카린은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 존경하는 선배와 동료 교수, 그리고 제자들까지 모두 모인 자신의 생일 파티에서 술에 취한 채 앙티에게 기습적으로 키스를 해버립니다.카메라는, 다음날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내면의 흔들리는 감정을 곧바로 추스리려는 듯 꽁꽁 언 호수 위를 무연(憮然)한 표정으로 걸어가는 카린의 모습을 클로즈업하지요.그러나 앙티의 천재성에 사로잡힌 그녀는 급기야 미혹(迷惑)의 선율에 몸을 맡긴 채, 금지된 욕망의 문을 열어젖히며 어린 제자와의 내연 관계에 겉잡을 수 없이 빠져듭니다.모든 것을 다 가진 중년의 카린과 열정만 가득한 앙티의 밀회는 밀어닥칠 파국의 격랑을 아랑곳하지 않는듯... 사뭇 도발적으로 거듭되죠. "어쨌든 나는 네 선생님이잖아."  "저는 선생님 학생이고요."영화는 그렇게... 증폭된 격정의 로맨스를 보여주며, 금기와 파격의 행보를 이어갑니다.앙티와 동거하는 동기 음악원생 소피(미사 로미 분)는 마치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이 카린에게 의미심장한 질문을 건네죠.예술인으로서의 음악가와 생활인으로서의 양립적인 삶을 어떻게 조화로이 꾸려나갈 수 있었냐고 말입니다.게다가 소피는 그렇게 해낸 카린을 무척 존경한다면서도, 요즘 앙티는 온통 선생님 얘기 밖에 안 한다고 덧붙이죠.한 술 더 떠 선생님 부부도 제자들에 대해 얘기를 나누냐고 묻는 소피에게 카린은 내심 당혹해 합니다.카린은 학생들 얘기는 불문율이라며... 소피야말로 능력이 뛰어나서 양쪽 다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거라고 얼버무리고 말죠.그러던 중 지난 날 카린의 교통사고 현장에 있었던 명지휘자 대런(킴 보드니아 분)이 나타납니다.악몽과 같은 사고로 엄청난 부채 의식에 시달렸던 그는 음악적 동지이자 젊은 시절 연인 사이였던 카린의 부탁으로 학생들을 지도해주기 위해 바쁜 스케줄을 쪼개 음악원에 들린 것이죠.하지만 코펜하겐에서 열릴 멘델스존 음악 페스티벌에서 바이올린 협주곡의 솔리스트가 갑자기 사고가 나는 바람에 급히 대주자를 구해야 되는 위기에 처합니다.다행히도 마침 카린의 제자들이 그 협주곡을 연습하고 있던 중이라 그들 중에서 제일 뛰어난 학생을 발탁하기로 하죠.한데... 뜻밖에도 소피로 결정했다는 대런에게 카린은 그녀 대신 앙티를 뽑아달라고 조릅니다."앙티의 능력을 아직 못 봤잖아요? 그 아이는 스타가 될 재능을 갖고 있어요! 내가 책임질께요."대런은 "그 녀석에게 반했나" 라며 웃어넘기려고하지만 카린은 집요하게 앙티를 고집하지요.게다가 그녀는 지휘자로서의 커리어에 도전하고 싶다는 욕망을 드러내며, 또 다른 차원의 도움까지 청합니다.대런은 카린을 진지하게 말리지요." 왕이 되려고 하다가 가족, 명성... 그 모든 걸 잃고 말거야. 마에스트로가 되는 건 고독하고도 힘든 형극의 길이야. 어떤 때엔 지휘봉을 두 손으로 들기가 버거울 정도로 무겁게 느껴지지.난 늦게나마 지휘자로 성공했지만 아직도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어. 날 진정으로 사랑하는지, 아님 그저 날 이용해 먹는 것인지..."바이올린 연주를 더 이상 못하게 된, 자신의 욕구 발산 상대, 나아가 대리만족의 희생양으로 여겼을까요... 카린은 앙티에게 데뷔 기회를 주기 위해 끝내 무리수를 둡니다.소피 또한 더 높은 목표를 위해 몰두와 집중이 필요하다는 앙티의 곁을 미련없이 떠나버리죠.그럼에도 가족은 포기할 수 없다는 카린의 이중적인 모습에 괴로워하던 앙티...그는 결국 카린의 가족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자신의 감정을 과감하게 표출하며, 자칫 진부해질 수 있는 갈등의 고리를 끊어내고 맙니다.카린의 사업가 남편 야코(새무리 에델만 분)는지난 날 아내와 대런과의 관계를 알면서도 연주가로서의 카린을 묵묵히, 또 성심껏 외조해 왔지요.얘기치 못했던 사고로 훌륭한 연주가를 잃었다고 안타까워 했던 그는, 가정의 동반자로서의 아내도 잃게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더욱이 카린과 관계를 가졌다고 폭탄 선언을 하는 앙티와 부딪히며 야코는 아내 카린을 더 이상 지켜줄 수가 없게 되죠.정신없이 리허설 장에 도착한 앙티에게 "리듬이 처진다", 또 "음이 너무 낮다" 라며, 가혹하리만치 "다시! 다시!" 를 몰아부치던 대런...그는 앙티가 가까스로 제자리를 찾아가자, 이번엔 오케스트라가 못따라 온다고 질책하며강조합니다."내 지휘봉을 큰 날개라고 생각해. 솔로인 앙티와 오케스트라는 부디 음악의 날개, 곧 마법의 우주 안으로 들어와 혼연일체의 하모니를 펼쳐내야 한다고!"하지만 앙티는 분을 못 참고 리허설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죠.카린은 앙티를 뒤쫓아가 무슨 일이 있어도 최종 리허설은 마쳐야 된다고 설득하지만 그는 막무가내입니다. "이제 선생님 도움 따윈 필요 없어요. 나 혼자,스스로 집중할 거에요!"그렇게... 돌이킬 수 없는 선택으로 고통받는 앙티에게 젊은 시절, 아니 지금도 역시 카린을 연모하는 대런은 진심으로 충고해줍니다." 진정한 음악가의 길은 땅 밑에 흐르는 강과같은 거야. 언제나 그 자리에서 기다려야지.위대한 거장을 닮으려고 우러러 볼 필요 없어. 너는 다른 사람의 피조물이 아니야. 네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창조할 수 있어야 해.카린과 어떤 문제가 있었던지 난 관심 없어. 너의 고통과 번민, 분노... 그걸 전부 연주에 쏟아부어. 그 느낌을 음악으로 승화하란 말야!"애써 맘을 다잡고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온 앙티는 카린에게 짐을 정리해 따로 호텔로 가겠다며 얘기하죠."오면서 웃기는 생각을 떠올렸어요. 12살 때 선생님에게 써 보낸 팬 레터 를요. 그때 기억으론, 선생님은 인터뷰에서 바이올린을 더 이상 못하게 되면 어떡할 거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그래도 바이올린을 연주할 거라고 답변을 해 인상적이었죠.그게 도대체 뭘 의미하는지 알고 싶어 편지를 보냈던 건데... 물론 답신은 없었어요.난 무능해질까봐 늘 노심초사했어요. 평범해지는 게 두려웠던 거죠. 보통이 아닌, 최고가 되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노력했어요. 이제 그럴 때가온 걸까요?"앙티를 떠나보내고, 자신의 교통사고 현장을 새삼스레 다시 둘러보며 정리할 시간을 가진 카린...그녀는 앙티의 파이널 리허설 현장을 찾아 그의 폭발적인 연주 실황을 마주하며 분출하는 감동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됩니다.비로소... 카린은 자신을 짓눌렀던, 그릇되고 뒤틀린 욕망의 굴레와 그 억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되죠.파보 웨스터버그 감독은 자칫 통속적일 수도 있는 음악극과 치정극의 감수성을 조화롭게 섞으며 자못 강렬한 드라마 < 바이올린 플레이어 > 를 직조해 냈습니다.영화의 중심적인 테마는 욕망에 관한 것이죠. 이 욕망은 음악 드라마의 측면에서는 최고의 연주자가 되기 위한 욕망, 그리고 그 욕망을 위해 무엇을 희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표현이 됩니다.더불어 인물들의 러브 스토리는 금기된 사랑과 육체적인 탐욕의 맥락에서 그려지기도 하죠. 영화는 이토록 엇갈리며 충돌하는 두 욕망을 중심 축으로 삼아 두 주인공의 관계를 풀어나가게 됩니다. 사실 치정극의 측면은 모호해 보이지만...  중후반부를 접어들며 이 모든 것이 음악 드라마적인 측면과 어우러지죠.하여, 데이미언 셔젤의 2014년 연출작 < 위플래쉬 > 와 비교되는 극적 긴장감은 극중 인물들의 감정들을 극한치까지 끌어올립니다.영화의 초반부는 카린 역의 마틀리나 쿠스니엠미의 내적 갈등과 혼란의 연기가 잘 주도했다면, 그 후에는 앙티를 연기한 올라비 우시비르타가 바톤 터치를 받아 감정적으로 완전히 극한에 몰린 캐릭터를 직조해내며 클라이막스를 이끌죠. 아울러 또 다른 주인공으로, 지휘자 대런 역의 킴 보드니아의 활약은 가히 씬 스틸러라고 부를 만할 정도로 압권입니다.영화는 비루티오소 카린과 천부적인 탤런트의 앙티가 주인공인 만큼,바흐, 베라치니, 모차르트, 멘델스존, 그리고 드보르작 등 바로크에서 낭만주의 음악들을 아우르는 클래식 곡들이 미려한 마감재 장치로 쓰이죠.특히, 앙티를 향한 카린의 복잡미묘한 감정을 대변하는 다양한 선율은 이들의 금기된 사랑에 더욱 몰입하게 하며, 극의 재미를 높여줍니다.1. 영화 <바이올린 플레이어> 트레일러https://youtu.be/ERww0MxmPbA꿈을 포기하는 것과 야망에 이끌리는 것에 대한 '선택과 집중', 그리고 이에 따른 '희생' 의 서사 <바이올린 플레이어>.아쉽게도... 영화는 사뭇 익숙한 요소들을 끌어모았지만 좀 지리할 정도로 피상적인 묘사와 평이한 전개로,구성의 설득력이나 결말의 울림, 또 완성도 면에서 < 바이올린 플레이어 > 만의 돋보이는 매력을 찾긴 어렵죠.그래서 그럴까요... "음악가라면 어떠한 길을 가야 가장 인간적인가?, 또 진정한 음악이란 과연 무엇인가?" 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드리우며,영혼의 음악, 절대 순수의 음악, 또 진정한 자유를 갈망하는 음악 천재의 모습을 정치하게 빚어낸,샤를 반 담 감독의 1994년 동명 연출작 < 바이올린 플레이어- Le Jouer de Violon > 를 떠올리게 합니다.2. 드보르작 바이올린 협주곡 a단조, Op.53드보르작의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인 이 곡은  풍부한 서정성과 아름다움이 충만한 작품으로보헤미아적인 색채가 농후함을 엿볼 수 있죠. 1악장은 오케스트라의 힘찬 합주에 화답하는 독주 바이올린의 다소 씁쓸하지만 달콤한선율로 담대하게 시작합니다. 강렬한 빛깔로 품어져 오는 오케스트라와독주자 간의 대화는 앞으로 펼쳐질, 극적인 드라마의 전초(前哨)를 암유하는 선율로 울려오죠.- 크리스텔 리(이수정) 바이올린: 티에리 피셔 지휘 서울시향  https://youtu.be/3-GtRtKPm5Y- 조슈아 벨 바이올린야쿱 흐루샤 지휘 밤베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 https://youtu.be/_qcTrYPTgn82. 모차르트 '디베르티멘토 F장조, K.138' - 김동민 지휘 뉴욕 클래시컬 플레이어스https://youtu.be/CijVnFzw4H0카린은 두 번째 강의에서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 를 연습하는 앙티와 소피 등 음악원 스트링 콰르텟 멤버에게 앙상블의 조화, 또 리듬의 일치를 강조하지요.아이러니하게도... 앙티에게 매료되기 시작한 카린의 혼란스런 속내는 모차르트 특유의 밝고도 청아한 멜로디로 변용되고 있습니다.3.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3번 C장조,  BWV.1005 바흐의 솔로 바이올린 소나타 3곡 중 가장 규모가 큰 3번의 첫 번째 'Adagio(아다지오)' 악장은 연속적인 점리듬으로 시작하며 점차 상승음과 더불어 성부도 점차 늘어나죠.이후 선율적인 진행을 하다가 다시 점리듬으로 회귀합니다.이 곡을 연습하는 앙티에게서 천재 음악가 멘델스존의 비범함을 보게 된 카린...그녀는 결국 뛰어난 실력의 소피를 제치고, 대신 가능성이 큰 앙티를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의 솔리스트로 택하게 되죠.이 1악장의 '아다지오' 선율은 엔딩 크레딧에서도 말그대로 적요한 '우아함' 으로 새겨집니다.- 힐러리 한 바이올린 https://youtu.be/Lej1nHZBMgc- 율리아 피셔 바이올린https://youtu.be/XtCq5huYzeE4. 비발디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Le quattro stagioni) Op.8 - 3번 F장조, RV.293 '가을'(L'Autunno) 3악장  '사계' 중 '가을' 의 사냥 장면을 묘사하고 있는 3악장 알레그로는 카린이 음악원의 교수로 첫발을 내딛는 시퀀스에 경쾌하게 흐르죠.- 안네 소피 무터 바이올린 : 카라얀 지휘 베를린 필하모니커 https://youtu.be/pTZtgPU3j4Q5. 모차르트 '레퀴엠(Requiem)' d단조, K.626앙티는 도서관에서 만난 카린에게 모차르트 '레퀴엠(Requiem) d단조, K.626' 의 1984년 사라에보 버전을 드디어 입수했다며 이어폰 하나를 그녀의 귀에 꽃아 줍니다.그러자 들려오는 음악은 밀로스 포먼 감독의 1984년 연출작 < 아마데우스 > 에 등장했던 레퀴엠 제7곡 '사악했던 자들이 혼란스러울 때'(Confutatis) 부분였죠.두 사람은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의 영화 <아마데우스>를 추억하며 음악으로 충일한 교감을 이루게 됩니다.- 칼 뵘 지휘 빈 심포니커https://youtu.be/-1DsJ5YQr5s- 제임스 게피건 지휘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 https://youtu.be/Dp2SJN4UiE45-1. 제 7곡 '사악한 자들이 혼란스러울 때'(Confutatis) - 미란 바우포틱 지휘 크로아티안 챔버 오케스트라https://youtu.be/nooF3bzIBCk5-2. 제 7곡 '사악한 자들이 혼란스러울 때' (Confutatis) 와 제 8곡 '눈물의 날'(Lacrimosa)- 레나드 번스타인 지휘 바이에른 방송 관현악단https://youtu.be/T8GZ_W5XjW06.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Op.64 - 힐러리 한 바이올린: 파보 에르비 지휘 프랑크푸르트 방송관현악단https://youtu.be/smPhVXVDWo0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영화 < 바이올린 플레이어 > 의 주제 음악으로 자리하며,카린과 앙티, 그리고 대런의 요동치는 감정의 삼각 고리를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해주죠.멘델스존이 1844년에 완성한 이 협주곡은 당시 저명한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멘델스존의 오랜 교우였던 페르디난트 다비트의 연주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입니다. 1845년 3월 13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에서 다비트의 독주로 초연되어 대호평을 받았죠. 이 곡의 혁신적인 포인트로는 낭만적 흐름이란 특유의 정서를 유지하기 위해 전체 3악장이 쉼없이 연주된다는 점입니다.시작하자마자 음악적 방향타를 제시하는 바이올린 솔로의 새로운 방식은 청중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죠. 초연 이후에 바이올리니스트의 기본 레퍼토리가 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곡입니다.한 번 들으면 머리에 쏙 기억되는 멜로디와 로맨틱한 분위기로, 이 작품은 세기를 넘은 최고의 명작으로 인정받고 있죠.하지만 워낙 유명하고, 널리 사랑받다 보니, 연주자의 실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버려... 그만큼 연주하기가 부담스러운 곡이기도 합니다.어린 천재로서 세상의 주목을 받아온 멘델스존은괴테를 스승으로 모셨고, 셰익스피어를 완벽하게 이해했으며, 또한 바흐를 세상에 알린 작곡가였죠.거장 파블로 카잘스는 멘델스존을 일컬어 “고전주의 안에서 편안함을 느꼈던 낭만주의자” 라고 말했습니다. 장중내내 화면을 가득 채우는 1악장 'Allegro molto appassionato'... ‘매우 열정적이고 빠르게’ 라는 뜻이죠. 현악기들이 속삭이듯이 화음을 연주하고 곧바로 독주 바이올린이 치고 나옵니다.멜랑콜리하면서도 화려한 선율로, 이어서 독주 바이올린이 한바탕 기교를 뽐내다가 관현악이 첫번째 주제를 포르티시모(ff)로 강렬하게 연주하죠.이어, 앞 주제가 보여주는 화려함에 비해 소박하면서도 미려한 두 번째 주제가 실비단같이풀어집니다.6-1. 제 1악장 'Allegro molto appassionato'대런은 첫 리허설에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앙티를 매우 못마땅해하며 쏘아붙이죠." 앙티, 1악장 구도는 '매우 열정적으로 빠르게'(Allegro molto appassionato)야!  '매우, 열정적으로, 빠르게' 가 아니고... 표시어에 쉼표가 없지. 그 이유를 아나? 그 뜻은 조금이라도 처지거나 표현력이 흔들리면 안된다는 것이야."대런은 이어 "제대로 끌어올릴려면 시간 꽤나 걸리겠다" 라면서 앙티를 강력히 추천한 카린을 원망스럽게 바라보며 곤히 한숨 짓습니다. - 빅토리아 뮬로바 바이올린 : 네빌 마리너 지휘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 챔버 오케스트라 https://youtu.be/OCWrduW0kRc?list=PLRNdmk_jC7X47jKvhwCKXkzOMRuhE_AKx7. 'On the nature of daylight'(Entropy)https://youtu.be/b_YHE4Sx-08카린과 앙티를 둘러싼 극중 인물들의 '진정한 삶과 음악, 그 양립' 에 대한 고민... 그리고 불가피한 선택에 따른 혼란 속 진통은, 막스 리히터의 중독성있는 미니멀리즘의 스코어 'On the nature of light' 와 함께 펼쳐집니다.  영화 속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칼럼을 쓰며 강의도 하고 있고, 조만간 책으로 출판 예정이라고... 현재 영등포문화재단 혁신경영관으로 재직 중이다. - 李 忠 植 -

통일경제TV | 이상호 기자 | 2021-05-14 18:08

'이별의 슬픔’ 을 뜻하는 어려운 한자말로 제목을 붙인 시네마 <이수(離愁)>. 아나톨 리트박의 '61년 연출작인 이 드라마에서 스물다섯의 청년 필립은 마흔의 커리어우먼 폴라에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라며 데이트를 청하죠. <이수 - Goodbye Again>은 그렇게... 오래된 사랑과 새로운 사랑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여자의 모습, 그리고 그녀의 선택을 섬세한 시선으로 조명합니다.인테리어 디자이너인 폴라(잉그리드 버그만 분)는 트럭매매를 하는 부유한 중년사업가 로제(이브 몽땅 분)와 5년째 연인 사이 이죠.한데 두 사람은 그다지 결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죠(로제가 더욱 그러합니다만...).뭔가 균형이 맞지 않는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셈으로, '왜 결혼하지 않냐' 는 질문에 폴라는 '자유가 중요하기 때문' 이라고 주장합니다만... 정작 그녀의 삶은 자유로움과 거리가 멀죠. 폴라는 다른 사람을 만나거나 집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전형적인 플레이보이인 데다 거짓말에도 능수능란한 로제는 젊게 살고 싶다며 과속운전을 하고 젊은 여자를 만나러 다니는데 말이죠.폴라에겐 눈치빠르고 충실한 수호천사인 하녀 가비가 있습니다.그녀는 폴라가 로제로부터 일이 생겨 만날 수 없게 됐다는 거짓 전화를 받을 때마다 이런 일이 한 두번 있었던 게 아님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는 듯이 신속하게 외출복을 옷장에 집어 놓곤 하죠.그러던 어느날 폴라는 미국인 부호 이혼녀 반 더 배쉬(제시 로이스 랜디스 분)를 고객으로 소개받습니다.실내장식을 의뢰한 그녀의 아파트를 방문한 폴라는 그집 외아들인 변호사 필립(앤소니 퍼킨스 분)을 만나게 되죠.매우 자유분방하고 로맨틱한데다 유머 감각까지 갖춘, 젊은 황태자 스타일의 필립은 상법 분야는 흥미가 없는 변호사입니다.그는 스킨쉽이 곧 사랑이라는 걸 거부하고, 헤어짐 자체를 싫어해 여자친구 없이 혼자 외로워하는...7살 때 부모님이 이혼을 한 덕분(?)에 어머니가 수많은 저녁 파티에 자기를 데리고 가 수천명의 사람을 알고 27번이나 전학을 했던...또 13개 국어로 '사랑해' 라는 말을 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에얼스 카레데'(사랑해요)라는 노르웨이 말을 제일 좋아하는 청년이죠.그런 필립이 세련됐지만 왠지 슬픈 눈빛으로 우수에 차보이는 중년 여성 폴라에게 첫눈에 반한 겁니다.그날 이후 자신의 일도 내팽개치고 매력적인 폴라를 열정적으로 쫓아다니던 필립은 그녀와 식사를 함께 하다 갑작스레 일어나 익살을 떨죠.“비인간적인 짓을 한 당신을 죽은 자의 이름으로 고발합니다. 진정한 사랑을 붙잡지 않고 그냥 스쳐 보내게 한 죄, 행복해야 하는 의무를 등한시 한 죄, 도망자처럼 그럭저럭 마지못해 무료하게 지내는 삶을 영위한 죄로 당신을 고소합니다.피고는 극형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고독이라는 이름의 '독방형' 에 처하는 바입니다!”너무 끔찍한 형이라며 웃는 폴라를 향해 필립은 "사랑받지 못하고 외롭게 사는 것은 정말 최악이에요" 라고 나름 덧붙이죠.이토록 낯뜨거운 프로포즈를 격정적으로 하던 필립은 다음엔 보다 세련된 애정의 문구가 적힌 쪽지를 건넵니다."일요일 6시에 콘서트홀 살 플레옐 에서 근사한 음악회가 있습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분명히 질문인데도 "?" 표시가 없는, 세개의 점으로 표시된 "..." 을 강조한 메시지로,폴라는 바로 이 '말줄임표(...)' 속에 숨겨진 머뭇거림과 모호함의 감성을 마주하게 됩니다.필립은 슈만의 아내이자 열네 살 연상의 클라라를 사랑한 브람스에게서 도플갱어적 감성을 공감했을까요?원작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Aimez-vous Brahms...)' 를 음미해보면 까칠한 독일어 이름이 부드러운 비음의 프랑스어에 절묘하게 녹아듦을 알 수 있습니다.그토록 낭만적인 사랑의 밀어를 받은 폴라는레코드판을 뒤적거리며 브람스 교향곡 3번 음반을 찾아내지요.그녀는 17살 이후 처음으로 브람스 음악을 듣게 되면서 필립이 남긴 초대 문구를 통해 그간 잊고 있었던 사랑의 열망에 휩싸이게 됩니다.브람스라는 이름과 음악이 폴라의 연애세포를 망각으로부터 일깨워준 셈이죠.필립은 새로운 사랑 앞에 주저하는 폴라에게 얘기합니다."사랑을 하기 위해선 두 사람이 필요하죠. 사랑을 주고 또 사랑 받아야 하니까요...왠지 슬퍼보이세요. 전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폴라는 자기가 필립보다 열다섯 살이나 많다는 사실을 마냥 맘에 걸려하면서도, 끊임없이 다른 여자를 만나러 다니느라 자신을 외롭게 만드는 로제를 원망하며 점점 필립에게 기울어지게 됩니다.폴라는 결국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라며 내밀하게 다가오는 필립의 데이트 신청에 응하게 되죠. 그러나 공연장에서 오케스트라가 브람스 교향곡 1번 4악장의 벅찬 환희의 선율을 연주할 때 폴라는 바람둥이 연인 로제와의 첫 만남을 떠올립니다. 이처럼 첫 데이트부터 폴라와 필립의 관계는 위태롭기 그지없어 보이죠.그런 폴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필립의 시선은 오로지 폴라에게 향합니다.필립은 왜 브람스를 들으러 가자고 했을까요? 전봇대에 붙여진 브람스 음악회 포스터를 우연히 발견해서였을까요? 이 글의 제목에서 보듯,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라고 물음표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필립이 폴라가 브람스를 좋아하는지 아닌지 묻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죠. 오로지 같이 있고 싶은지를 알고 싶은 거고, 함께 시간을 보낼 것을 제안해 봤던 겁니다. ‘나랑 같이 시간을 보내요. 나를 좋아하게 될 거예요...’ 라는 뜻이었을 터, 폴라가 망설일 수록 필립은 더욱 노골적으로 그녀에게 구애를 합니다.그러나 브람스의 음악을 들으러 가자고 한 순간부터 필립과 폴라의 비극적 결말은 예견되었는지도 모르죠. 청년 필립이 15살 위의 여인 폴라에게 매혹됐듯, 작곡가 브람스 또한 14년 연상의 피아니스트인 클라라 슈만을 평생 흠모하며 독신으로 살았습니다. 브람스는 클라라를 진정 사랑했지만... 클라라는 스승이나 다름없는 슈만의 부인이었으니 브람스로서는 그녀에게 마냥 가까이 접근하는 일이 쉽지 않았겠지요. 비록 슈만이 일찍 세상을 떠났다고 해도 말입니다. 그 때문인지 브람스의 음악에선 헤아릴 수 없는 애수와 고독감이 진하게 풍겨 나옵니다. 우수어린, 또 깊이 있는 표현력 때문에 낙엽이 지는 가을에 들으면 더욱 가슴에 와 닿지요.극중 필립과 폴라의 캐릭터 설정은 브람스의 클라라 슈만을 향한 연모의 정서와 데칼코마니를 이루고 있는 셈입니다.음악회 인터미션 중 철부지 같은 사랑 연기는 제발 고만하라고 질책하는 폴라에게 필립은 진지하게 답하죠."당신을 만나고 '변호사', '아이', '애인' 별 연기를 다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다 당신을 위한 것이지요. 그게 사랑 아닐까요?전 로제에게서 당신을 향한 사랑을 빼았을 권리가 있어요. 꼭 그럴 거에요!"결국 두 사람은 연인 사이로 발전하지만 폴라의 허전한 마음은 완전히 채워지지 못합니다. 이처럼 주인공들의 공허한 심리 상태와 사랑의 줄다리기가 펼쳐질 때 그들의 복잡미묘한 감정은 고독하면서도 열정적인 브람스의 교향곡을 통해 암유되죠. 비가 몹시 내리는 어느 날, 폴라는 흠뻑 젖은 채 가게 앞에서 몹시 슬픈 모습으로 서 있는 필립을 발견하곤 강렬한 모성애를 느끼며 힘껏 포옹해 줍니다. 그 날 이후... 필립은 폴라의 아파트에 들어앉게 되고, 뜨거운 사랑을 불태우게 되죠.하지만 그들의 정사(情事)를 눈치챈 로제는 젊은 아가씨와 놀아나는 주제이면서도 '최소한 난 정상이잖아' 라며 애송이 필립과 폴라의 교제를 비정상적인 풋사랑으로 폄하하죠.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고 모멸감에 휩싸인 폴라는 로제에게 당분간 만나지 말자며 황급히그의 곁을 떠나갑니다 .운전하는 차창 너머 시야가 일렁거리자, 그녀는 눈물 땜에 그런지도 모르고 윈도 브러쉬를 돌려보지만...  그 비참함에 하염없이 흐느끼죠.얼마 후 모두가 의미없는 여자였고 진정 사랑하는 여자는 당신 밖에 없다는 로제의 변명을 폴라는 '그저 기다려주는 내가 있으니까 만만하냐' 며 냉정하게 자릅니다.그렇게... 폴라는 휴가를 같이 보내자는 로제의 제안을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그럴 순 없다며 거절하고 맙니다.2달 넘게 폴라를 만나지도 못하고 지낸 후에야 그녀가 자기의 인생에서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된 로제는 애끓는 진심을 털어놓죠." 무슨 말부터 할까 고민했는데... 당신이 제발 도와줘야겠소. 어제밤 클럽 무도회에서 필립과 춤추는 당신을 보고는 '이제 그만 집에 함께 갑시다' 라고 말하고 싶었어. 그렇게 당신과 헤어지곤 마냥 걸으며 생각했소. '이렇게 살 수는 없어. 정녕코 당신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말이요. 다 내 잘못이야. 당신을 잡았어야 했어, 처음부터 말이지. 제발 나한테 돌아와줘!"'그말을 그렇게 하기가 힘들었냐' 며, '당신이 바보라서 그랬다' 며, 그러곤 '이제 다 상관없다' 며, '이제야 나도 집에 돌아왔다' 며, 그를 다시 받아들이는 폴라... 로제의 청혼을 수락한 폴라는 필립에게 쓰라린 이별을 고합니다."필립, 이해해줘요. 우리는 서로가 필요할 때 만났던 거에요. 둘 다 운이 좋았던 거죠. 하지만 당신도 잘 알다시피 그것만으로는 관계를 유지할 수 없어요."필립은 답합니다." 그가 한마디 했다고 당신은 돌아가는 건가요. 제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겠군요. 제 덕분에 두 분이 결혼까지 하게 됐잖아요. 나는 '큐피트' 같은 존재였던 게죠. 그래요, 큐피트! 로제도 당신도 나도 모두 바보에요. 왜 절 사랑하지 않는거죠? 당신이 말한대로 내 맘속 악마를 빼낼 순 없어요. 폴라, 이제 난 어떻게 하죠?"" 뉴욕으로 돌아가야죠. 친구도 있으니 잘 살 거에요."" 맞아요, 좋은 여자도 만나겠죠. 결혼도 하고 행복하게 살겠죠? (울먹이며)내 슬리퍼가 어디 있죠? (침대 밑에서 하나 찾곤) 다른 쪽은 요?"깊이 상처받은 채 어린 애처럼 울며 계단을 뛰어 내려가는 필립을 향해 폴라는 비통한 목소리로 부르짖습니다."필립, 날 이해해줘요. 난 너무 늙었어요. 늙었다고요!"남이 봤을 때 '정상적인 관계' 울타리 안에 비로소 들어갔다는 것이 자못 위안이 됐던 걸까요... 폴라는 로제와 결혼을 하고 나오면서 '치과에 다녀온 기분' 이라고 토로합니다.마치 자신을 괴롭히던 사회적 시선, 죄책감을 말끔히 벗어버렸다는 것처럼 말이죠.그러나, 결혼 후에도 로제의 바람기는 고쳐지지 않습니다.어느 주말 저녁, 로제와 외식을 하기 위해 옷을 고르는 폴라에게 전화가 걸려오죠. 일 때문에 약속을 지킬 수 없다는 로제... 폴라는 필립의 예전 선고대로 '고독이라는 형(刑)' 에 속절없이 처해진 채, 쓸쓸히 화장을 지웁니다.1. <이수 -  Goodbye Again>(1961) 트레일러 https://youtu.be/pRIYpLDjcjg<Aimez vous Brahms... - Goodbye Again>https://youtu.be/WCBoz0ls57k2. 브람스 '교향곡 3번 F장조, Op.90' 중 '3악장'포코 알레그레토(Poco Allegretto) - 첼리다비케 지휘 뮌헨 필하모니커(1985) : https://youtu.be/ixOdOMfgMLw프랑수아즈 사강이 스물넷에 쓴 자신의 소설 제목('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으로 선택한 작곡가가 '브람스(Brahms)' 인 것에는 무언가 이유가 있을 거 같죠.바흐,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그리고 슈베르트와 함께 독일-오스트리아 음악가 계보에 속하지만...브람스라는 이름은 보다 부드럽게 발음할 수 있는, 또한 자못 낭만적으로 들리기 때문일 것입니다.바로 60년대 뭇 청춘을 설레게 했던, 사강의 소설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를 두고 하는 말이죠.이 원작을 화면에 옮긴 < 이수 - Goodbye Again > 는 '연상의 여인에 대한 사랑' 이 주제로 엮어집니다.평생 동안 스승 슈만의 아내 클라라 곁을 떠나지 않았던 브람스의 사랑도 이런 종류의 연정이었을 터... 영화 속에서 필립이 폴라를 브람스의 교향곡이 연주되는 콘서트에 초대하도록 한 배경에는 이것을 암시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클래식 음악을 편곡해 영화 사운드트랙으로 즐겨 사용했던 조르쥬 오릭은 브람스 교향곡 3번 F장조, Op.90 중 3악장을 < 이수 - Goodbye Again > 의 사랑의 테마곡으로 사용했죠.첼로의 선율이 가을처럼 우수에 차면서 감미롭고 서정적으로 흘러나와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며 낭만의 극치를 이룹니다. 이어 바이올린과 목관에 의해 그 감정은 더욱 골이 깊어지죠. 브람스는 그렇게, 마저 못 다한 지난날의 추억을 쓸쓸히 독백처럼 이야기하며 그리움을 노래했는지도 모릅니다. 폴라가 필립의 데이트 신청을 알려준 하녀 가비에게 브람스의 음악이 무언지 알려주는 장면에서 이 3번 교향곡 3악장이 나오죠.마치 새로운 사랑의 출발을 앞 둔 폴라의 일렁이는 마음을 투영하는 듯 말입니다. 이 '3악장 포코 알레그레토' 의 테마는 여러 버전으로 변용되며 화면을 감싸안죠.브람스의 교향곡 중 연주시간이 가장 짧은 3번 교향곡은 모두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도 3악장은 수묵화같은 색감의 매우 몽환적이며 아름다운 선율로 풀어집니다.어쩌면 브람스의 모든 교향곡 악장들 중에서도 가장 사랑받는다고도 할 수 있는 이 3악장은 둘의 관계가 ‘교향곡 3번의 길이만큼 짧게 끝난다는 암시’ 일런지요? 아니면 ‘진짜 사랑은 이처럼 아름답고 몽환적이며 한 순간의 꿈 같은 거지만 그래도 한 번은 빠져볼만한 것이다’ 라고 에둘러 말하는 걸까요?비가 내리는 초가을의 파리가 무대인 이 영화에 너무도 어울리는 배경음악으로 함께 하는 브람스의 포코 알레그레토...음악은 끝내 세속적인 결합을 이루어내지 못했던 브람스와 클라라, 그리고 필립과 폴라의 사랑을 애틋함으로 추억하게 만들죠.- https://youtu.be/kssWbTDrRhY: feat. 돈 맥클린의 'And I love you so'아울러 이 사랑의 테마는 실의에 빠진 필립이 들른 재즈바에서 혼자 위스키를 마실 때, 테너 섹스폰의 매혹적인 연주가 가미된 재즈 풍의 비가로 불려집니다. “ 더 이상 말하지 마세요, 이젠 작별이에요. 지난 번 같이 또 다시 작별이랍니다. 거짓말은 할 수가 없네요. 이별 후에 다시 또 이별은 오죠.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말이지만 아무 의미도 없지요. 사랑은 노래하기 위한 말에 지나지 않지요…” - <이수 - Goodbye Again>: 다이안 캐롤의 'Say no more, It's goodbye'- 'Love is just a word' https://youtu.be/lcFScNiJNWM자신을 다시는 찾지 말아달라는 폴라에게 어쩔 수 없이 그러겠다고 약속한 필립은, 쓰라린 마음을 끌어안고 단골 바에 들렀던 겁니다. 그곳에선 흑인 여가수(다이안 캐롤 분)가 사랑에 대하여 너무도 잘 아는 것처럼 노래하지요."사랑은 한 단어일 뿐  아무 뜻도 없지두 남녀가 만나는 걸 고급스럽게 포장한 단어지사랑은 한 단어일 뿐  즐거움의 시작을 나타내는, 죄를 포장하는 그런 단어일 뿐'사랑은 한 단어일 뿐(Love is just a word)'  마을 어디에나 있는..."그리움과 애수가 깃든 멜로디가 풍성한 하모니에 싸여 필립의 상심과 고독마저 전염돼 오는 듯합니다.이 곡은 영화에 로젠 역으로 출연했던 이브 몽땅, 그리고 제인 버킨을 비롯한 많은 가수들이 각각 다른 버전으로 리메이크해 불렀죠.- 이브 몽땅의 'Quand tu Dors Pres de Moi' https://youtu.be/KKl_FA3gCgo- 제인 버킨의 'Baby alone in babylone' https://youtu.be/8BRM8vTqFdo- 29세 앤소니 퍼킨스 의 < Aimez- vous Brahms... > 인터뷰(1961)https://youtu.be/ny4MOJD54k0브람스 교향곡 3번은 4편의 교향곡들 중 가장 드물게 연주되는 작품입니다.한데 유독 3악장만이 독립되어 높은 대중적 인기를 끈다는 것이 모종의 아이러니처럼 느껴지죠.당대에 사랑을 받지 못했던... 말러의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 가 루키노 비스콘티의 탐미적인 영화 < 베니스에서의 죽음 > 전편에 처연하게 흐르며 유명해졌던 것처럼,브람스와 대중문화의 접점은 그의 교향곡 3번 3악장으로 수렴되고 있는 것입니다.  - 안드레스 오로스코 에스트라다 지휘 프랑크푸르트 방송 교향악단https://youtu.be/u68ETRjNQME3. 브람스 교향곡 1번 c단조, Op.68- 카라얀 지휘 베를린 필(사망 2년 전인 1987년)https://youtu.be/yNqp5QqT3z8폴라와 필립의 첫 데이트에서 브람스 교향곡 1번이 울렸다는 건 의미심장 하죠.브람스 교향곡 제1번은 슈만의 '만프레드 서곡'에 감명을 받은 브람스가 무려 21년간의 노력 끝에 완성한 야심작입니다.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브람스의 작품 중에서도 뛰어난 걸작으로 평가받죠. 곡은 브람스 특유의 우수 어린 선율과 애잔한 분위기를 담고 있습니다. 운명의 발자국 소리와 같은 1악장을 거쳐 벅찬 환희로 가득한 4악장으로 마무리되는 구성은 ‘운명 교향곡’ 이라 불리는 베토벤의 교향곡 5번과 매우 비슷하죠. 특히나 4악장에는 브람스가 사랑했던 이들이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4악장 도입부의 진중한 선율이 지나가면 오케스트라의 알펜호른 연주자가 가슴이 확 트이는 멜로디를 연주하죠. 이 선율에 재미난 비밀이 있습니다. 브람스와 클라라는 언젠가 다툰 일이 있었는데, 브람스는 클라라와 화해하기 위해 그녀의 영명축일(靈名祝日)에 맞추어 호른이 연주하는 선율을 엽서에 적어 보냈죠. 그러고는 헌시(獻詩)를 건넸습니다. “산보다 높이, 골짜기보다 깊이, 나는 당신에게 천 번의 인사를 보냅니다.” 우리가 즐겨 애송하는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 의 시구를 떠올리게 하는 이 헌시는 사랑을 마주하는 자의 자세를 이야기하고 있죠.공연장에서 음악은 제대로 듣지도 않고 폴라만을 응시하며 "바라만 보는 것은 괜찮지요?" 라고 묻는 필립 처럼 말입니다.브람스는 자신의 평생 친구이자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인 요제프 요아힘의 좌우명도 이 교향곡 속에 넣었죠. 평소 요아힘은 ‘자유롭게 그러나 고독하게’(Frei aber einsam)라는 말을 좌우명으로 삼았는데, 브람스는 이 말의 첫 글자 'F-A-E' 를 'A-E-F' 로 살짝 바꿔 이 알파벳이 나타내는 '라-미-파' 선율을 결정적인 모멘텀에 사용했습니다.베토벤이 교향곡 9번 '합창' 을 초연한 이후 유럽의 음악가들에게는 교향곡이라는 장르에서 베토벤의 장벽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였죠.브람스가 1번 교향곡을 위해서 오랜 시간이 필요했는데 브람스의 지인이 어느날 그에게 물었다고 합니다. "당신은 왜 교향곡을 작곡하지 않나요?"그러자 브람스는 "거인이 내 뒤로 뚜벅뚜벅 쫓아오는 소리를 항상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보게. 그 기분을 자네는 전혀 상상할 수 없을 걸세" 라고 대답했다고 하죠.필립이 넘어야 할 산, 사랑을 위해 승리해야 할 대상이 있는 그런 사랑은 너무나 힘들 것임을 우리는 잘 압니다.영화 <이수 - Goodbye Again> 에서는 로제가 필립의 그런 대상이 아니었을까요?필립으로서는 로제의 존재가 사랑을 가로막는 벽이었을 테니까요. 브람스 교향곡 1번 4악장이 들려오지만 폴라가 로제와의 첫 만남을 떠올리는 장면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의미였을 겁니다...- 안드레스 오로스코 에스트라다 지휘 프랑크푸르트 방송 교향악단https://youtu.be/cqd4NQ-ppCY 영화 속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칼럼을 쓰며 강의도 하고 있고, 조만간 책으로 출판 예정이라고... 현재 영등포문화재단 혁신경영관으로 재직 중이다. - 李 忠 植 - 

통일경제TV | 이상호 기자 | 2021-05-07 11:21

시드니 폴락의 1985년 연출작 < 아웃 오브 아프리카 > 는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아다지오' 를 배경으로, 주인공 카렌의 내레이션과 함께 프롤로그 격인 그 첫 장을 열어가죠."그는 아프리카 탐험에 축음기도 가져갔다. 총 세 자루와 한 달 분 식량에 모차르트 음악까지...우리의 우정은 선물로 시작되었다. 그는 싸보로 떠나기 얼마 전에 최고의 선물을 주고 갔다. '신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 그제서야 나는 보았다. '진정한 신의 창조물' 을.그곳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기록하려고 했다. 그 기억이 너무도 선명했다. 그는 거기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이야기 순서가 엉망인데... 데니스가 알면 몹시 싫어할 것이다. 그는 잘 정돈된 이야기를 좋아했다. 그럼 다시... '나는 아프리카 느공 언덕 아래에 농장을 갖고 있었다.' 사실 이야기의 시작은 이게 아니다. 우선 덴마크로 돌아가야 한다."귀족 부인이 되어 사교계에서 화려하게 살아가길 꿈꾸었던 카렌(메릴 스트립 분)...남부럽지 않은 가문 출신의 카렌은 결혼을 코앞에 두고서야 약혼자 한스 브릭슨의 마음이 자신에게서 떠났다는 걸 깨닫죠.한데 파혼한 그녀는 또다시 하지 말아야 할 충동적인 선택을 저지르고 맙니다. 한스의 쌍둥이 동생이자 오랜 친구였던 브로 브릭슨(카를로스 마리아 브렌다우어 분)과 사랑도 없는 결혼을 약속해버린 것이죠.그리고 비로소 오프닝 크레딧이 열리며 존 베리의 장중한 오리지널 스코어 'I had a farm in Africa' 를 배경으로,1913년 영국령의 동아프리카 케냐 인도양 연안의 항구 몸바사를 출발해 나이로비로 향하는 열차를 조명합니다.- 오프닝 크레딧https://youtu.be/vyqsDcMYxf0나이로비에 위치한 농장을 향해 가던 카렌은, 벌판에서 기차를 세워 상아를 싣던 데니스 핀치 해튼(로버트 레드포드 분)과 짧지만, 강렬한 첫 만남을 나누죠. 하지만 이미 케냐에 와 있던 브로는, 상실감을 털어내려는 듯 자신과 재빨리 결혼해버린 카렌에게 온전히 다가서지 못합니다. 덴마크를 떠나 케냐의 나이로비 농장에서 시작한 그들의 결혼생활은 처음부터 삐걱대죠.남작이라는 작위 말고는 경제적 능력이 없던 빈털터리 브로는 그녀의 돈으로 벌인 40만 평의 커피 농장 사업마저 팽개친 채 집을 떠나 사냥과 술, 또 여자로 시간을 보냅니다. 카렌은 낯선 대륙에서 사무치는 외로움을 견디며 힘든 농장 관리까지 떠맡게 되죠. 간절하진 않았어도 손에 쥘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면 오기와 집착이 생기는 터... 그녀는 잠시 돌아온 브로에게 아이를 갖자고 설득합니다. 그러자, 브로는 영국과 독일 간 전쟁에 참전하겠다며 그녀에게서 더 멀리 도망치듯 달아나버리죠.조금씩 지쳐가고 있을 무렵, 카렌은 웅혼(雄渾)한 아프리카 대륙을 바람처럼 떠도는 풍운아, 데니스를 다시 만나게 됩니다.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 카렌은 말을 타고 초원에 나갔다가 사자의 공격을 받는 위험에 처하는데 마침 현장에 있던 데니스의 구조를 받게 되죠.카렌은 데니스와 그의 친구 버클리 콜(마이클 키친 분)을 저녁식사에 초대합니다.이야기에는 소질이 있다고 자신하는 카렌에게데니스는 “쳉 후안이라는 방황하는 중국인이 있었다네”라고 첫 화두를 건네죠.카렌은 아라비안 나이트의 세헤라자데 처럼, 천의무봉(天衣無縫)의 솜씨를 발휘하며 몽환적인 로맨스의 서사를 직조해갑니다.“쳉 후안은 포모사 거리의 청사등 불빛 위로 나 있는 조그만 방에 홀로 살았지. 그 창가에 앉으면 고향집의 맥박 소리가 아련히 들려오고...”거칠 것 없이, 세상을 향해 활짝 열려 있는 그의 자유로운 영혼은 카렌을 한껏 끌어당기죠.그녀의 내면 깊숙이 갇혀 있는 열정을, 문을 열어주기만 하면 하늘 높이 날 수 있을 자유에 대한 열망을 데니스는 알아봅니다. 만남이 반복되면서 두 사람은 우정보다는 진하고 사랑이라 부르기엔 아쉬운 감정을 오롯이 쌓아가죠.그러나 그때까지도 카렌이 원한 건 남편이 머무는 따뜻한 가정으로... 그녀는 전선에서 필요하다는 물품들을 싣고 브로를 만나기 위해 멀고 위험한 길을 힘들게 달려갑니다. 그러나 천신만고 끝에 남편을 재회하고 돌아온 카렌은 그에게서 악성 매독이 전염된 걸 알게 되죠. 아픈 몸을 이끌고 치료를 위해 덴마크에 갔던 카렌은 결국 불임의 몸이 되어 돌아옵니다. 상처 말고는 아무것도 나눌 수 없는 관계가 된 브로와 카렌은 별거에 이르죠.카렌은 일에 몰두하며 원주민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세우고 커피 농장에도 열성을 보입니다.그나마 한줄기 위안이 있다면 브로가 떠난 집에 데니스가 자주 찾아온 것이죠.아프리카의 원시적 대자연, 그리고 아프리카인을 사랑하는 데니스는 여러모로 남편 브로와는 대조적인 남자입니다.모차르트의 음악을 즐겨 듣는 그는 경비행기를 타고 아프리카의 드넓은 하늘을 날으며, 삶과 예술에 대해 얘기할 줄 아는 인물이죠. 여행을 떠났다 돌아온 데니스는 그녀를 위한 선물이라며 축음기로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 D 장조, K.136' 의 1악장 '알레그로' 를 들려줍니다.데니스는 카렌에게 지프를 타고 야생의 '마사이 마라' 사파리를 함께 탐험할 것을 제안하죠. 하여, 아프리카의 광대 무구한 신천지가 온전히 두 사람의 것이 되어 펼쳐집니다만... 며칠이 지나자 제대로 씻지 못한 그녀의 머리는 엉망이 됩니다. 그때 데니스가 다가와 카렌을 의자에 앉히고 머리를 감겨주죠.다감한 그가 하얀 물병에 담긴 물로 머리를 헹구어주자 카렌의 얼굴은 황홀하게 빛납니다. 그녀 앞에 서서 '훨씬 낫네' 라며 환하게 미소 짓는 데니스의 얼굴 뒤로 아프리카의 찬란한 태양이 넘실거리죠. 데니스는 새뮤얼 콜리지의 산문시 '늙은 선원의 노래' 한 구절을 정감 있게 암송합니다. "하하 웃으며 그는 말했지. 모든 게 잘 보이는군. 악마는 노를 저을 줄 알지... 잘 있어요, 안녕히. 하지만 당신 축하객들에겐 말하겠소. 사랑을 잘하는 사람이 기도도 잘한다고. 그건 사람이나 새나 동물들도 마찬가지이지.”- 'Shampoo by the river' https://youtu.be/d8sDpSZeDBE그러던 어느 날, 데니스는 경비행기를 몰고 와 아프리카를 함께 날자고 권합니다.“자, 우리 쓸데없이 목숨 걸러 가요. 우리 목숨이 아무 가치도 없다는 게 바로 우리 목숨이 지닌 가치니까요. '죽을 수 있는 자, 자유로이 산다'(Frei lebt wer sterben kann)..."존 베리의 장중한 사랑의 테마 'Flying over Africa' 를 배경으로 두 사람을 태운 노란 날개의 쌍발 비행기는, 열차처럼 더 이상 규칙의 길이 아닌, 자유로운 하늘길을 한마리 새처럼 유유히 날으죠.석양에 붉게 물든 지평선, 우거진 녹음 사이로 흐르는 강, 장엄한 폭포와 광활한 대평원의 협곡, 검은 물소들의 무리, 홍학(플라밍고) 떼들의 날갯짓, 그리고 하이얀 구름바다가 끝없이 펼쳐집니다.마치 두 사람의 사랑을 축하라도 하는 듯...수만 마리 플라밍고 떼가 현란한 군무를 추는 가운데, 비행기 앞좌석에 앉아 있던 카렌이 자신의 오른손을 뒤로 내밀고, 뒷 운전석의 데니스가 왼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아주죠 서로 '한 손' 을 내밀어 '두 손' 을 잡음으로써 사랑의 징검다리가 완성되고, 두 사람의 영혼은 충일한 합일을 이룹니다.- 'Africa from above -That plane scene'  : 'Flying over Africa' / 존 베리 https://youtu.be/Pzo3m3tOkdM카렌은 자기만의 이야기를 짓고, 다듬어 꾸민 작은 세상에 데니스가 평생토록 머물러주길 간절히 원하죠.하지만 카렌의 이야기를 반짝이는 눈빛으로 들으며 더 큰 세상을 꿈꾸는 데니스는 그동안 보고 듣고, 또 경험한 세상을 그녀에게도 보여주고 싶어 합니다. '그럴 수 있다면 카렌은 더 멋진 세계를 창조할 텐데'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카렌은 말합니다. “세상에는 소유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이 있어요. 그러나 그것엔 가격이 따르죠. 난 그중 하나가 되고파요.”이에 데니스는 철학적으로 답합니다. "우린 누구도 무엇도 소유할 수 없어요. 단지 스쳐 갈 뿐이지...""나침반이 항상 북쪽을 가리키듯 나의 마음은 항상 당신을 향하고 있소" 카렌을 이토록 사랑하지만 결혼이라는 제도적 굴레에는 얽매이고 싶지 않은 데니스를 향해그녀는 부르짖습니다. "왜 당신 자유가 내 것보다 소중하죠?" 소유되길 거부하는... 길들여지지 않는 영혼을 가진 남자 데니스는 답하지요. "그렇지 않아요. 난 당신 자유에 간섭한 적 없소!"그는 세상이 정해준 길을 걷는 것도, 누군가의 소유가 되어 한 곳에 머물러 사는 것도 바라지 않았던 겁니다. 원주민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려 하는 카렌에게 데니스는 충고해주죠."마사이족들은 감옥에 가두어 두면 서서히 죽어갑니다. 그들은 갇혀 있는 채로 살 수 없기 때문이지요. 미래에 석방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그들에게는 오늘만 존재할 뿐이에요."그는 아프리카의 문화를 그 자체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라고 카렌을 설득합니다. 결국 가치관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 카렌의 곁을 떠나는 연인 데니스... 그녀는 처연히 말하죠."작별은 이상한 감정이다. 남자는 용기를 시험받고 싶어 한다. 그리고 우리 여자의 시험은 상실에 대한 인내심이다. 얼마나 그 외로움을 견딜 수 있을까?"이후 원주민들과 오랜동안 함께 생활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카렌의 생각도 변해갑니다만... 예기치 못한 카피 농장의 대화재가 그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리죠. 아프리카는 문명에 포장된 인간의 소유를 거부한 걸까요,파산한 카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차압당한 땅에서 원주민들이 쫓겨나지 않도록 총독 앞에 무릎을 꿇고 부탁하는 것뿐이었습니다.배를 타고 고향 덴마크 룽스테드로 돌아가려는 그녀를 위해 데니스는 경비행기로 항구 몸바사까지 데려다주겠다고 약속하죠.그러나 바로 그 날... 도착한 사람은 데니스의 사망 소식을 전하러 온 전 남편 브로였습니다.비행기 추락 사고로 그녀보다 더 먼저, 더 멀리, 떠나버린 것이죠.검은 상복의 카렌은 통곡을 삼키며 알프레드 E. 하우스만의 명시 '너무 일찍 죽은 운동선수를 위하여(To an athlete dying young)’ 를 낭송합니다."마을 경주에서 이겼을 때 우리는 광장에서 당신을 축하했고, 어른 아이 모두 환호하며 당신을 어깨에 메고 다녔다네.이젠 사람들의 함성도 사라지고 승리한 주자의 이름은 그의 죽음보다 더 빨리 사그라졌다네.색 바랜 월계관을 다시 쓴 그대 앞에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만이 그대를 지켜주지만, 화환은 소녀의 꽃다발보다 빨리 시드는구나."카렌은 데니스를 영원한 안식처로 보내는 헌사를 남깁니다."이제 데니스 조지 핀치 해튼의 영혼을 데려가세요. 우리에게 보내주신 그는 우리의 기쁨이었고, 우린 그런 그를 사랑했습니다. '그가 우리의 소유가 아니었듯 저도 그를 소유하지 못했습니다'..."- ' He was not ours, He was not mine 'https://youtu.be/j91DsC7XvdQ그렇게... 데니스를 마음에 묻은 카렌은 속절없이 되뇌죠."내가 아프리카의 노래를 안다면 기린과 아프리카의 달, 농부들의 땀과 초원의 노래일 것이다. 아프리카는 내 노래를 알까? 들녘 너머로 나만의 색깔이 펼쳐질까? 아이들 게임에 내 이름이 있을까? 보름달이 자갈밭에 그림자를 만들면 내 마음처럼느공 언덕의 독수리들이 나를 찾을까? "바람처럼 스쳐간 연인 데니스... 그는 세상이 말하는 사랑도, 카렌이 원하는 사랑도 주지 않았죠. 대신 몇 가지 소중한 선물을 남겼습니다. 카렌의 소설적 재능을 알아보고 글로 써보라며 '만년필' 을 건넸고, 어디에 가든 길을 잃지 말라며 '나침반' 을 주었죠.또한 그녀에게 소유를 넘어 영혼의 풍요로움을 알도록 깨우쳐준 자유로운 영혼의 데니스... 바로 그의 화신으로 기억되는 모차르트를 들을 수 있는 '축음기' 도 헌정했습니다.그리고, 경비행기에 카렌을 태우고 하늘을 날며 아프리카의 광활한 대지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을 보여줌으로써 ‘신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도 나눠줬죠.하지만 무엇보다도, 카렌이 연인과 농장, 모두를 잃었음에도 덴마크 고향으로 돌아가 그 모든 것을 추억하며 '글을 쓸 수 있게 한 힘' 이야말로 가장 고귀한 선물이었을 겁니다. 17 년간의 아프리카 생활을 청산하는 날, 원주민을 위한 카렌의 용기 있는 헌신에 감동한 영국 남자들은 여성 출입 금지 구역인 '마운트 케냐 사교 클럽' 에 그녀를 초대하지요.카렌은 위스키를 청해 그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장밋빛 입술의 소녀와 발 빠른 소년들을 위해'라는 건배사를 남깁니다.마지막 이별을 앞두고 기차에 오르기 전, 카렌은 언제나 충실했던 하인 파라 아덴(말릭 보웬즈 분)의 손에 그녀가 그토록 소중하게 간직했던 '나침반' 을 쥐어주죠. 그러곤 '자신의 이름을 불러달라' 고 부탁합니다.파라는 늘 그랬듯이 성심껏 화답하죠. "마님 이름은 카렌이십니다!"조그만 가방 하나만 가진 채 아프리카를 떠났던  카렌은 훗날 회고하죠."내 친구에게서 편지가 왔다. 편지 내용은 어떤마사이가 얘기하길 해가 뜨고 질 무렵에 핀치 해튼의 무덤가에서 사자들을 보았다는 것이다.암사자와 수사자가 와서 오랫동안 그곳을 지키듯머물러 있었다고 한다. 내가 떠난 뒤로 무덤 둘레의 땅이 평평해지면서 아마 그게 사자들한테 좋은 자리가 된 거라고...거기서 사자들은 초원을 바라보며 먹이감을 찾을 것이다. 데니스가 좋아할 이야기다. 그를 기억할 것이다."이어 엔딩 자막엔 그녀가 남긴 발자취가 적요히 새겨지죠. "카렌 블릭센은 1934년에 첫 작품을 '아이작 디네센'이라는 필명으로 출판했다.그녀는 다시 아프리카에 가진 않았다..." 1. <아웃 오브 아프리카 - Out of Africa>트레일러 https://youtu.be/2EW2kNCmZZ0암묵적인 프롤로그 격의 오프닝 크레딧을 영화 전편에 대한 암시를 품은 일종의 이미지즘적인 비주얼의 시(詩)로 활용한 시드니 폴락 감독.그는 이른바 '영화 구문론상의 고전적인 초기 5분 효과' 를 이 오프닝 크레딧을 통해 절묘하게 충족시켜 주면서,러닝 타임 160 여분에 이르는 대서사시를 펼쳐나갈 권리를 초기의 시간에 지나치게압박받지 않을 수 있도록 했죠.하여, 카렌 블릭센의 내레이션과 함께 풀어지는 < 아웃 오브 아프리카 > 의 오프닝 크레딧은 관객을 현실의 세계에서 영화 속의 세계로 이끄는 인도자이자 터널로, 또한 관객이 영화에 대해 품는 기대를 확장하고 증폭시켜 주는 재간둥이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습니다.원작이자 영화 표제인 < 아웃 오브 아프리카 > 는로마시대 작가 플리니우스의 글 ‘Out of Africa always something' 에서 따온 것으로, ‘아프리카로부터는 항상 무언가 새로운 것이 생겨난다' 는 뜻이라고 하죠.시드니 폴락 감독은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 대해 얘기합니다." 아프리카의 모습으로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일출과 사랑하는 남자의 실루엣으로요. 나이 든 여자(카렌)가 꿈꾸면서 기억을 더듬어 가는데... 그녀는 실루엣의 남자(데니스)가 누구였는지 알아보죠. 영화를 감상하다 보면 한 여성에 감탄하고 사로잡히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녀에겐 용기와 호소력과 지혜가 있어요. 아프리카를 장엄하고 시적인 곳으로 만들었죠.케냐의 아름답고 신비하며 장엄한 대지... 압도돼 버리죠. 정말 압도적이어서 이 말이 절로 나옵니다. '에덴동산이 정말 있다면 여기 일거야'라고요."2.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 - Out of Africa>사운드 트랙 - 존 베리https://youtu.be/eWZ2adCaKo4카렌이 기차를 타고 가는 오프닝 크레딧에서 데니스를 처음으로 만나는 시퀀스, 또 그와 함께 경비행기를 타고서 아프리카의 광휘(光輝)로운 자연 풍광을 즐기는 창공의 데이트 장면, 그리고 아프리카를 떠날 때 흐르는 이 ‘사랑의 테마' 곡은, 'I had a farm in Africa, 'Flying over Africa', 'You are Karen' 등의 사운드 트랙으로 정결하게 변용되지요.한편, I'm better at hello, ‘I had a compass from Denys’, 'If I know a song of Africa' 등의 부제가 붙은 ‘카렌의 테마(Karen's Theme)’ 역시 우아하고 정감 어린 클래식컬한 색조로 화면을 감싸 안습니다.영화음악가 존 베리는 본인이 작곡한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사운드 트랙에 대해 설명합니다."웅장한 주요 선율은 어떤 동경을 담고 있어요. 하강되는 부선율은 원래 비올라로만 연주됐는데 비올라와 제2 바이올린으로 바꿨죠. 이 부선율들은 거의 주 선율보다 더 중요해요. 상실감을 담고 있습니다. 영화 시작 무렵엔 그걸 모르죠.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극적인 단계를 찾아갑니다.기차 오프닝 신과 카렌 역의 메릴이 열차 뒤에 탄 장면이 출발점이었어요. 작곡가로서 기댈 만한 주제를 찾았습니다. 단순한 기차 장면이었다면 풍경에 맞는 음악을 넣었겠죠. 하지만 그녀의 등장은 강한 발상을 주는데 기쁨과 사랑을 불러일으킵니다.그 강렬한 감정은 기차 여행의 끝까지 계속 전개돼 그녀의 눈에 비친 동아프리카 케냐의 아름다움을 연주했죠."2-1. 오프닝 메인타이틀 'I had a farm in Africa' https://youtu.be/ecPJxghJteg2-2. 'I'm better at hello(Karen's Theme I)'https://youtu.be/chYuDBpuff42-3. 'Have you got a story for me?' https://youtu.be/BN3eBtYWeq02-4.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2악장 '아다지오'(Adagio)- https://youtu.be/Rjzf_cWzlp8?list=RDRjzf_cWzlp8- https://youtu.be/3y0esQe2BnI2-5. 'Safari' https://youtu.be/AlAVt1xzkXY2-6. 'Karen's Journey / Siyawe' https://youtu.be/4FdRQuIZlEo2-7. 'Flying over Africa'https://youtu.be/bd7NvSZhNoY2-8. 'I had a compass from Denys(Karen's Theme II)' https://youtu.be/jH9fUP4lg602-9. 'Alone on the farm' https://youtu.be/iXq9hmaLiwI2-10. 'Let the rest of the world go by' https://youtu.be/C9aGXoaiAYo2-11. 'If I know a song of Africa(Karen Theme III)' https://youtu.be/R0OZ16WsSU42-12. 엔딩 타이틀 'You are Karen' https://youtu.be/YdG9JRVVJso3. 영화 < 아웃 오브 아프리카 - Out of Africa >속 모차르트 음악모차르트 음악은 오프닝 신부터 등장하는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 를 비롯하여, '피아노 소나타 A장조, K.331',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Eb 장조, K.364' , '세 개의 디베르티멘토 K.136, K.137, K.138' 등이 영화 전편에 흐르지요.데니스가 들고 온 축음기에서 장중 내내 펼쳐지는 모짜르트의 음악은 아프리카 대륙을, 또 두 사람의 영혼을 고요하고도 청아한 울림으로 흔들어댑니다.3-1.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 중2악장 아다지오(Adagio)아프리카의 오지로 정처 없이 떠나며 세 자루의 총, 한 달 치의 식량, 그리고 축음기와 함께 데니스가 선택한 음악은 바로 '모차르트' 였죠.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2개월 전인 1791년 10월에 작곡했다는 그의 유일한 클라리넷 협주곡인 'A장조, K.622' 도 그중 하나였습니다.미완성으로 남긴 < 레퀴엠 > 과 짧은 소품 하나를 제외하면 이 곡이 모차르트의 마지막 작품으로 '백조의 노래' 격이라 할 수 있죠.관현악의 웅장함에 대비되는 독주 악기의 절제된 아름다움을 완벽하게 보여주는 걸작으로 손꼽힙니다.이 곡은 모차르트가 평소 친분이 깊었고 많은 도움을 받았던 클라리넷 연주가 안톤 슈타들러를 위해서 작곡한 클라리넷 협주곡이죠. 그런데 이 아름다운 음악은 모차르트가 가장 고통스러운 시절에 작곡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나면서 죽었으며 아내는 병들고, 가계는 쪼들려 빚만 늘어났죠. 그리고 모차르트도 날로 쇠약해지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죠.이 협주곡은 오케스트라와 독주악기간의 절묘한 조화와 독주 악기의 절제가 특징입니다. 2악장 아다지오는 현의 반주에 의해 클라리넷이 조용히 주선율을 연주하는데,협주곡이라기보다는 실내악의 분위기를 띠며 독주 악기에 의한 독백과도 같은 부분으로 울려옵니다. 일체의 군더더기도 배제하고 간결하면서도 깊이 있게 다듬은 선율선이 매우 탁월하죠.이처럼 생의 마지막 힘겨움 속에서 완성한 작품이지만 음악 어디에서도 슬프거나 고통스러운 모습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오히려 석양 녘에 부는 목동의 피리처럼 투명하고 아련하며 평온하기까지 하지요.영화는 특히 2악장 '아다지오' 의 유장하고 느린 호흡의 선율을 적극적으로 차용하고 있죠. 오케스트라와 클라리넷이 만들어내는 서정적 아름다움의 하모니는 영화의 이미지를 섬세하게 반영해줍니다. 서두르지 않고 웅장하게 풀어지는 오케스트라 연주는 드넓은 아프리카 대륙을 상징하며, 그와 대비되는 클라리넷의 목가적인 소리는 아마도 데니스일 것이죠. 아프리카와 데니스는 그렇게 오케스트라와 클라리넷처럼 정결한 조화를 이룹니다.오케스트라의 넉넉한 품 안에서 클라리넷은 우아하게 노래하며 작지만 자유로운 영혼을 그려내죠. 데니스는 거대한 아프리카에서 뛰놀아야 마땅한 3차원의 영혼입니다. 심지어 사랑하는 연인과의 관계에서도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을 필요로 하는 존재이죠.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소리는 부드럽고 청아하며, 목가적이지만 한편으로는 변화무쌍합니다. 저음에서 고음으로 옮겨가며 음색과 표현의 폭이 달라지죠. 데니스는 자신만의 세계에서 독서하고, 시를 읽으며, 또 음악을 듣고, 꿈을 꿉니다. 클라리넷은 결코 오케스트라의 음향과 맞서거나 자신의 소리를 과장하지 않지요. 자유를 구가하지만, 데니스의 삶에 배인 쓸쓸함과 그 비감미까지 군더더기 없이  품어냅니다. 클라리넷의 우수는 만년의 모차르트와 그의 요절, 자유로운 영혼 데니스의 죽음까지도 암시하는 듯하죠. 슬픔은 딱 거기까지, 더 지나침이 없지만... 클라리넷 소리는 아프리카를 향한 노스탤지어를 남김없이 전해주고 마음 아리게 합니다.모차르트가 세상에 남긴 최후의 메시지, 그의 음악적 유언인 셈으로... 그래서인지 곡에는 이별의 노래와 같은 애틋한 아련함이 짙게 배어 있죠.- 자비네 마이어 클라리넷: 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 베를린 필하모니커 https://youtu.be/J4ocVFqn7CY이 곡에 가사를 붙인 노래 'Love is a melody' 를 테너 호세 카레라스가 부릅니다.https://youtu.be/krom6bffwuk- 배경 화면 클로드 모네의 회화- 다나 윈너는 'Stay with me till the morning'이란 제목의 노래로 변용했지요.https://youtu.be/-zOrK2eR0AQ3-2. 피아노 소나타 A장조, K.331- 1악장 'Tema con variazioni : Andante grazioso : 졸탄 코크시스 피아노https://youtu.be/sPM2r5emH_w?list=OLAK5uy_n1AfgyYbmwvpeyhSdDL8nDy8i6he0eZC4- 3악장 'Rondò alla Turca'  : 예노 얀도 피아노https://youtu.be/I0dYoifSqhQ3-3.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Eb 장조, K.364- https://youtu.be/czEZD2KgaAc- 1악장 : 김봄소리 바이올린,카타르치나 부드니크 갈라츠카야 비올라,아그나츠카 두크즈말 지휘 폴리시 라디오 챔버 https://youtu.be/uH2wC8OCOG43-4. 현을 위한 디베르티멘토 D장조, K.136- 바르샤바 필하모닉 챔버 오케스트라(2019)https://youtu.be/ONS7R8pdR3c 영화 속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칼럼을 쓰며 강의도 하고 있고, 조만간 책으로 출판 예정이라고... 현재 영등포문화재단 혁신경영관으로 재직 중이다. - 李 忠 植 -

통일경제TV | 이상호 기자 | 2021-04-27 13:57

- 여왕의 아름다운 승복 -'왕관을 쓴 자, 그 누구도 편히 쉴 날 없나니' (Uneasy lies the head that wears a crown)<더 퀸>은 셰익스피어 희곡 <헨리 4세>의 2부 3막 1장 대사로 그 막을 열어가죠.1997년 5월 2일, 엘리자베스 2세는 자신의 10번째 총리인 토니 블레어를 만나 왕실 인증 절차를 마칩니다. 여왕은 군주제 반대론자를 아내로 둔, 급진적 개혁 성향의 총리를 마뜩지 않아 하죠.한데, 그로부터 4개월 가까이 지난 8월 30일...1500년 역사의 영국 왕조가 배출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여인 다이애나 비가 프랑스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비보가 전해집니다.그러나 왕실 가족들은 이혼했으니 이제 그녀는 더 이상 왕족이 아니라며 거리를 둔 모습을 보이죠.소식을 전해 듣고 사태가 간단치 않음을 직감한 블레어 총리는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추도식 절차를 준비합니다.하지만 여왕은 총리와 통화하면서 민간인의 일이므로 자신은 추모 성명을 발표하지 않을 것이며, 다이애나 유족의 뜻을 따라 가족 장례로 치룰 것이라고 잘라 말하죠. 국민들의 감정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블레어는 크게 곤혹스러워합니다. "자신들이 그녀의 인생을 망쳤으면 고이 보내드리기라도 해야 할 텐데..."영국 왕실은 오히려, 어머니의 죽음으로 슬픔에 빠진 어린 왕자들을 배려해 여왕 가족들을 스코틀랜드 밸모럴 성으로 잠시 떠나 있도록 조처하죠 그 사이 버킹검 궁전 광장엔 다이애나 비의 죽음을 슬퍼하는 국민들의 추모가 끊이지 않고, 뜨거운 애도행렬은 영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됩니다. 평소 다이애나 비와 사이가 좋지 않기로 소문난 시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가 며느리의 죽음에 대한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자, 국민들의 눈에는 이런 여왕이 마치 냉혈한처럼 비춰지죠.다음날 총리는 애정이 담긴 추모 성명을 공식적으로 발표합니다.파리로 가서 다이애나의 시신을 영국으로 운구한 찰스 왕세자(앨릭스 제닝스 분)는, 유해를 맞이하러 공항에 나온 총리와 함께 가족장으로 장례를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데에 공감하죠.이틀 후 다이애나의 장례를 위한 비상대책회의가 열립니다만... 여왕은 자신의 뜻과는 다르게, 국장으로 치루기로 했다는 회의 결과를 보고받게 되죠. 반면에... 블레어는 찰스로부터 총리와 뜻을 같이 하겠다는 호의적인 전화를 받습니다. 국민들은 다이애나 비의 죽음에 대해 애도의 뜻을 표하지 않고, 계속 휴양지에 머무르고 있는 왕족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죠. 왕실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이 심각하게 나빠지는가운데... 민심을 제대로 읽는 총리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다며 보좌관들은 반색하지만, 정작 블레어는 이런 상황을 마냥 반기지 않습니다. "여왕에게 문제가 생기면 우리도 힘들어져요"그런 총리는 여왕에게 전화해서, 왕궁에 조기를 게양하고 런던으로 돌아와주실 것을 거듭 정중히  요청하지만, 여왕은 이를 거절합니다. "무슨 박람회 구경거리도 아니고... 다이애나는 이미 주목을 받을만큼 받았네!"그럼에도 블레어는 국민들의 태도에 낙담하는 여왕을 나름 이해하며, 왕실에 대한 적대감을 부채질하는 언론 보도를 자제시키려 노력하죠.여왕은 TV를 통해 며느리의 생전 인터뷰를 보며 착잡해 합니다." 전 국민들 가슴에 남는 왕비가 되고 싶을 뿐 왕비 자리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제가 왕비가 되는 걸 원치 않는 분도 많고요. 현재 왕실의 높은 분들은 제게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위험해 보였나 봐요. 진실하게 살고 싶어서 위선을 거부했더니 결국 고통이 오는 군요."" 남편의 옛 애인 카밀라 땜에 이혼한 건가요?""한 남자와 두 여자가 같이 사는 기분이랄까요?"여왕은 남편 필립 공(제임스 크롬웰 분)에게 털어놓습니다." 솔직히 우리도 책임이 있는 거 인정합시다.우리도 결혼을 부추겼잖아요. 당신이 유난히 좋아했던 거 기억해요?"필립은 며느리가 죽어서도 가족들의 속을 긁는다며 심드렁하게 답하죠." 그 땐 애가 말쩡했잖소. 찰스도 애인을 포기했고, 다이애나도 얌전히 살 줄 알았지. 여자 문제가 뭐 대수라고!"다음날 어느덧 칠순을 훌쩍 넘긴 여왕은 사냥터의 손주들을 보러 직접 운전해 가다가 차 쉬프트 고장으로 어쩔 수 없이 멈춰서게 되죠.망연(茫然)히 밀려두는 야속함, 서글픔에 눈물을 흘리던 그녀는 홀연히 나타난, 뿔이 14개로 갈라진 웅혼(雄渾)한 기상의 사슴을 마주하게 됩니다.고개 숙여 흐느끼는... 홀로 있을 때만 눈물을 훔칠 수 있는 여왕의 뒷모습에서 그녀가 헤쳐온 세월의 흔적이 오롯이 묻어나지요.멀지 않은 곳에서 총소리가 들리자, 여왕은 사슴을 향해 사냥꾼들로부터 어서 달아나라며 탄식합니다. "참으로 아름답구나!"하지만 여왕은 도망갈 수 없습니다. 한 나라의군주이기 때문에...악화일로인 국민들의 여론 추이를 보며 고민을 거듭한 총리는 여왕에게 전화를 걸어, 군주제 폐지에 대한 국민들의 뜻을 언급하며 자신의 생각을 따라주길 간곡히 부탁하죠.치열한 번민 끝에 결단을 내린 여왕은 어머니 엘리자베스 1세께 정부의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요구를 말씀드립니다." '하나, 왕궁과 모든 왕실 저택에 조기를 게양한다. 둘, 조속히 런던으로 떠난다. 셋, 직접 다이애나 관에 조의를 표한다. 넷, TV 생중계로 추도문을 발표한다.'그대로 안했다가는 제 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군요. 제 편은 한명도 없어요.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너무 변했어요. 국민에게 버림 받았으니 물러나야죠."왕실을 위태롭게 할 거라며 걱정하는 여왕을 어머니(헬렌 매크로리 분)는 질책하면서도 또 격려합니다."무슨 소리! 네가 한 선서 기억나니? '오직 국민을 위해 일할 것입니다'. 국민과 신 앞에서 한 약속이다.위태롭다니? 넌 가장 훌륭한 왕 중 하나야. 네가 그만두면 진짜 문제될 거다. 그런 생각하면 안 돼! 흔들리지 말고 권위를 지켜야 한다. 넌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군주이고 천 년 넘게 이어온 정통 왕가의 후손이야. 울고 짜는 국민들 눈물 닦아주러 당장 달려가라고? 선조 군주 중 누가 그런 짓을 했겠니? 능글능글 별걸 다 트집잡는 총리라니..."그러나 런던으로 떠나기 직전, 결국 한 은행가의 총에 맞아 박제가 된 제왕급 사슴의 시신을 보고 여왕은 만감이 교차하죠."고통스럽게 죽지 않았길... 사냥꾼에게 축하한다고 전해주게."마침내 런던으로 돌아온 엘리자베스 여왕은 다이애나를 추모하는 국민들 앞에 섭니다.블레어 총리는 "저 할머니, 등 떼밀려 온 표정하곤..." 이라며 빈정대는 보좌관을 크게 힐책하죠."자넨 그렇게도 생각이 없나? 저 분은 어쩔 수 없이 일생을 바쳐 일하셨네. 아버지가 과로로 쓰러진 곳에서 50년 간이나! 근데 명예롭게 살아온 그 분한테 우린 어쨌나? 국민들 비위 맞추라고 협박이나 하고! 이 나라의 군주가 왕실에 먹칠을 한 사람을 위해 조문을 하고 있네. 여러 해 동안 자신의 소중한 걸짓밟힌 여왕인데..." 총리는 늦게나마 엘리자베스 여왕의 깊은 고뇌를 헤아리며 그녀의 속내를 대변한 게지요.'여왕 탄생일' 이나 '승전 축하식'이 아닌, 비극적인 사건으로 여왕이 궁전 밖으로 나와 대중 앞에 선 경우는 종전 축하 후 처음으로, 언론은 이를 마치 국민과 군주 왕족이 싸운 후 화해한 상황으로 풀어냅니다. '다이애나 사랑합니다', '천사같은 분','저들은 당신의 소중함을 모릅니다''저들의 손에는 당신을 죽인 피가...'여왕은 왕실을 미워하고 다이애나를 사랑하는 국민들의 추모 글귀들을 보고 큰 충격을 받죠. 한데... 추모 인파 속에 있던 한 여자 아이가 폐하께 드리고 싶다며 꽃다발을 건네고, 추모객들도 예의를 다하자 여왕은 그제서야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습니다. 생중계를 앞두고, 여왕은 추도문의 내용에 대한 총리실의 마지막 요청까지 모두 받아들이죠.여왕은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서 성심 성의껏 추도사를 읽어 내려갑니다."난데없이 슬픈 소식이 들려온 후 전국민의 눈물을 보면서 제 자신도 얼마나 애도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아픔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고통도 겪었습니다.충격이 너무 심하면 남겨진 사람에게 의혹과 분노, 또 우려를 전가하게 되죠. 물론 다 너무 슬퍼서 생긴 일입니다. 여왕으로서, 그리고 할머니로서 진심으로 말씀 드립니다. 아이들에게는 헌신적인 어머니였던...우리 모두의 가슴에 영원히 남을, 다이애나의 삶이 얼마나 진실했는지는, 애도의 물결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다이애나를 소중히 간직하는 여러분, 비록 다이애나는 떠났지만 여러분이 어디에 있건 고인의 짧은 생애를 같이 애도하기 바랍니다.평화롭게 잠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 모두 이렇게 소중한 사람을 허락한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진심이라고? 진심 같은 건 없으면서..." 라며비난하는 부인 체리(실비아 사임스 분)를 블레어총리는 다독거리죠."저렇게 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겠소! 처절해 보이잖소..."하지만 왕실에 대해 비판적인 체리는 계속해서 여왕의 추도사를 폄하합니다."당신 왜 그래요? 1주일 전만 해도 '민중의 왕세자비'(People's Princess)라고 외치던 사람이! 갑자기 비굴해졌네요. 뭐 놀랄 것도 없죠. 결국 개혁파 노동당 총리들이 모두 여왕의 충복이 되니까요..."9월 6일 토요일,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다이애나 비의 장례식이 엄숙하게 거행됩니다.그 자리엔 여왕을 비롯한 왕실 사람들, 총리와 함께 수많은 명사, 그리고 국민들이 참석했죠.화면은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엘톤 존, 그리고 스티븐 스필버그, 톰 행크스, 톰 크루즈, 니콜 키드먼 등 생전 다이애나 비와 가깝게 지냈던 유명 예술인과 영화인들의 모습을 비춥니다.베르디의 '레퀴엠' 중 '리베라 메'(Libera Me : 저를 구원하소서)가 처연히 흐르는 가운데,화면 속엔 생전의 다이애나가 활짝 웃는 모습과 슬픔에 오열하는 영국 국민들...그리고 극중 침통한 표정의 여왕 가족들, 또한 숙연한 총리 부부의 영상이 절묘하게 콜라쥬되고 있죠. 그리고 2개월 후... 체리 블레어는 여왕을 알현하러 가는 남편에게 묻습니다."여왕이 '군주자의 구세주' 역할을 해준 당신의 공을 인정해주실까? "총리는 그때 주제넘은 짓을 했던 건 아닌지 충심으로 여왕에게 사과드립니다."그런 건 전혀 없었소... 다만 내 상식으론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지.""그땐 특별한 상황이었죠. 여왕님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아주 현명하게 대처하신 겁니다.""그게 바로 치욕이었지. 왕궁 밖 조문카드를 읽어보셨잖소?""그렇지 않습니다. 국가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총리 성공을 위한 최선이었겠지...""1년에 52주가 있으니 여왕이 되신 후 2500주를 지내신 셈인데 그 일주일은 기억도 안 될 짧은 시간이었죠.""과연 그럴까? 왕정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약해졌다고 생각 안하나?" 라며 한숨짓는 여왕을 향해 총리는 화답하지요."전혀요. 어느 때 보다도 존경받고 계십니다."여왕은 총리에게 밖에서 얘기하자며 일어서지요."총리가 산책을 좋아하면 회의가 잘 진행되던데... 걸으면서 결정을 내릴 때가 많지. 시원한 공기를 마시면 정리가 잘 되거든." 그러곤 심각하게 되묻습니다. "4명 중 한명 꼴로 여왕을 없애고 싶어했다고?"총리는 "아주 잠시였고 런던에 오신 후론 그런 말은 없습니다" 라고 얼버무립니다만... 여왕은 토로하지요."그렇게 많이 남의 원망 받아본 적이 없어요. 아주 힘들었소... 선왕(조지 6세)의 갑작스런 서거로 왕위를 물려받았을 때엔 너무 어렸었지. 근데 이제 세상이 변했군. 생각을 바꿔야 할 때가 아닌가?"도와드릴 수 있다는 총리를 향해 여왕은 한 방 날립니다."앞서가지 말게. 서열로 보나 나이로 보나 내가 위잖나!"여왕과 총리는 그렇게... 왕궁을 함께 산책하며 화해합니다.1. <더 퀸> 트레일러https://youtu.be/BIvESE9A_gc<더 퀸> 속에 그려지는 양대 프레임 중 하나는 전통을 고수하는 엘리자베스 2세와 국민 정서를 대변하는 블레어 총리의 길항(拮抗) 관계이죠.또 하나의 프레임은 근엄한 여왕이면서도 한편으론 가녀린 감정을 지닌... 나이든 여성으로서의 흐느낌일 것입니다.그래서 일까요, 영화는 시종일관 드라마 당사자들의 숨 막히는 심리전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죠. 영화의 소재가 바로 다이애나 왕세자비라는 사실은 크나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에 너무도 충분했습니다.그녀는 토니 블레어 총리가 ‘국민의 왕세자비’ 라 호명하며 애도했던 여성, 여왕보다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왕족였던 데다...또한 그녀가 든 가방이 ‘다이애나 백’이라 불리고, 웨딩드레스가 한 시대의 트렌드가 되었던 패션 아이콘의 주인공이었으니 말이죠.하지만 이 말 많고 복잡했던 사건을 감당해야만 했던 여왕의 복잡한 내면을 그려내 보겠다는 제작진의 의도 또한 주목을 받았습니다.차를 타고 지나가며 빼꼼히 얼굴만 드러내는 새침한 여왕의 내면, 도대체 그 두꺼운 성벽 안에 어떤 감정들이 들어 있는지 궁금했던 것이죠.스티븐 프리어스 감독은 그렇게... ‘다이애나 왕세자비’ 의 죽음과 관련된 민감한 사건을 영화 소재로 삼아 금지된 구역에 발을 내디딥니다그는 <더 퀸>에서 ‘세속되는 오랜 권력’ 인 영국 왕실을 대표하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과, 적극적 개방을 요구하는 ‘영국 대중’ 과의 부딪힘에 초점을 맞췄죠.엘리자베스 여왕과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운명적 대립으로 압축된 < 더 퀸 > 의 내면적 갈등은 결국 보수적 완강함과 개방적 자유로움 사이의 극명한 대립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왕실 생활에 대해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사실에 다이애나는 동의하지 않았고... 그런 그녀를 보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시선은 곱지 않았죠. 걸핏하면 파파라치에게 잡힐 만한 행동을 제공하는 다이애나는 그저 문젯거리, 골칫거리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가풍을 무시하는 며느리를 못마땅해 하는 보수적 시어머니의 모습과 다르지 않죠. 어쩌면 두 여자의 갈등은 이 깊고 오래된 불편한 관계의 심연에 자리잡고 있었는지 모릅니다.중요한 것은 냉정하고 인기도 없는 여왕보다 뜨겁고 열정적인 며느리가 먼저 죽었다는 사실이죠. 대중은 그녀의 자유분방한 열정에 응답하듯 끓어오르고, 여왕의 냉정함에 경멸을 보냅니다. 여왕은 이혼한 며느리에게 예우를 갖출 필요가 없다고 평정심을 유지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 않았죠. 이혼한 며느리가 아닌, 한때 왕실 가족이었던 여성에 대해 예우를 지켜야 한다는 대중의 입김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결국 왕실 자체의 존폐 여부가 문제되는 상황으로까지 사태가 치닫자... 여왕은 비로소 대중의 의견을 따라 조기를 내걸고, 공개적 장례식을 치르죠. 그런데 왜일까요? 보수적이며 전통과 명예를 완강히 고수하려 했던 엘리자베스 여왕의 굴복이 그다지 달갑지만은 않습니다.여왕의 말처럼 왕실기는 왕의 부재시 조기 형태로 달게 되어 있죠. 선왕의 죽음에서조차 조기를 달아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대중은 왕실의 전통에는 관심이 없죠. 그들에게 왕실은 하나의 상징이자 추억일 뿐... 전통은 귀찮은 액세서리에 불과한 것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감동과 눈물을 원하지만 난 느낌을 대놓고 표현하지 못해요. 가슴에 간직할 뿐. 국민들도 그렇게 흔들리지 않고 차분한 여왕을 원할 거라 착각했소. 그래서 고통과 슬픔은 묻어두고 대범하게 자리를 지키려 했던 거요. 난 그렇게 배웠고 그걸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 것이라오. 하지만 이제 그렇지 않은 듯하네요.”그렇게... 영화 <더 퀸>에서는 전통과 명예를 지키는 것이 자신의 의무이자 권리인 엘리자베스 2세의 화려한 왕관 뒤에 가려진 인간적인 모습이 진솔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여왕이기에... 자신의 감정을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속으로 삭혀야 하는, 아니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교육받은 그녀는 가장 주목을 받으면서도 외로운 존재였던 게지요.갑작스런 다이애나 비의 죽음으로 지금껏 받아보지 못했던 원망과 미움 속에서,엘리자베스 여왕은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뜻을 따를 것인가, 아님 지금껏 왕가가 지켜온, 그리고 그녀가 지켜야 할 전통을 이어갈 것인가의 기로에 놓이게 됩니다. 최고의 결정권자인 자리에 앉아있으면서 근엄함을 유지해야 하는 여왕이기에... 자신의 고독함은 물론, 슬픔조차 겉으로 표할 수 없어 괴로워하지요.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죽음을 둘러싼...엘리자베스 2세의 아름다운 승복을 담은 <더 퀸 - The Queen>(2006)은,언어장애(신경성 말더듬증)를 극복해내는 조지 6세(엘리자베스 여왕의 아버지)의 연설 이야기를 다룬 <킹스 스피치 - The King's Speech> (2011)로 이어졌습니다.세월을 거슬러 <킹스 스피치>가 <더 퀸>의 프리퀄(Prequel) 작품이 된 셈으로,극중 여왕 엘리자베스 2세와 조지 6세의 주역을 맡은 배우 헬렌 미렌과 콜린 퍼스는, 5년의 시차를 두고 제78회 아카데미여우주연상과 제83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각각 수상했죠.다양성을 아우르는 소통의 영화음악가알렉상드르 데스플라가  두 작품 모두에서 오리지널 스코어를 맡았습니다.2. 베르디 <레퀴엠> 중 제7곡 'Libera me'베르디는 <레퀴엠>을 통해 고통 속에 괴로워하고 참회하는 인류의 모습을 극적으로 표현하는데 중점을 두었죠. 이는 단순히 죽은 자들을 위로하는 미사곡을 넘어, 산 자들을 위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는 '레퀴엠' 인 것입니다.베르디는 <레퀴엠>을 작곡하면서 강렬한 리듬과 열정적인 벨칸토 풍 선율을 구사했으며각 곡들이 극적인 대비를 이루도록 배치했죠.특히 제2곡 '세쿠엔차'(Sequenza : 속송)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디에스 이레'(Dies Irae : 진노의 날) 음악을 전곡의 중간부와 마지막에도 반복해서 흐르게 했습니다.이는 마치 전편을 관류하는 사상과 정서의 구심점을 '심판의 날에 대한 두려움' 으로 설정한 것이죠.이렇듯, 다양한 색채와 스펙트럼, 통일성과 방백(Aside)의 연극처럼 직조된 베르디의 <레퀴엠>은 한 편의 '망자를 위한 오페라' 처럼 울려옵니다.하여, 진한 감동을 주는 멜로드라마... 나아가 '성직자의 옷을 걸친 오페라적 진혼곡' 으로서, 최후 심판의 힘, 죽음의 신비와 맞닥뜨린 고통을 순화시켜 주지요.서정적인 멜로디로 하나님에 대한 복종과 믿음을 노래하는 제6곡 '룩스 에테르나'(Lux aeterna : 영원한 빛을 비추소서) 에 이어지는,마지막 제7곡 리베라 메(Libera me : 저를 구원하소서).<레퀴엠> 전체에서 가장 아름답고 평온한 울림의 순간으로 스며져옵니다.- '리베라 메 1'https://youtu.be/hcpaaGPu15U-  '리베라 메 2'https://youtu.be/bFrrfTBnKnI: 소프라노 안야 하르테로스다니엘 바렌보임 지휘 밀라노 라 스칼라 - '리베라 메' OST: 소프라노 린 도손, BBC 싱어스https://youtu.be/pcm-YDmy4m0영국 출신의 소프라노 린 도슨은 농염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바로크에서 낭만 음악을 넘나들며 텍스트를 구현하는 섬세한 표현이 매혹적이죠.그녀는 다이애나의 장례식에서 BBC 싱어스 들과 함께 이 '리베라 메'(Libera me) 를 불렀습니다.-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 베를린 필하모니커,스웨덴 라디오 코러스, 2001 https://youtu.be/9Vm_uIKVHQo3. <더 퀸> 주요 사운드 트랙 모음곡: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런던심포니 https://youtu.be/XFIRIEPpO7Q- 'Hills of Scotland'- 'River of Sorrows'- 'Queen of Hearts' - 'People's Princess I'알렉상드르 데스플라는 '영화음악가' 라는 직업, 곧 '영화에 맞는 음악' 을 창조해내는 미션에 최적화되어 있는 인물이죠.영화가 음악을 고를 수 있지만 음악이 영화를선택하는 경우는 드문 현실 속에서,데스플라야말로 가히 영화에 온전히 음악을 맞춰줄 수 있는, '영화를 영화답게 만드는 음악가' 로 자리합니다.그는 14곡에 달하는 오리지널 스코어를 통해 전통과 변혁, 보수와 개방의 갈림길에서 고뇌하는 여왕의 심경을 장인의 솜씨로 담아내고 있죠.2007년 <더 퀸>을 통해 처음으로 아카데미 음악상 후보에 오른 데스플라는 9년이 흐른 뒤에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제87회 아카데미 음악상 트로피를 거머쥡니다. 영화 속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칼럼을 쓰며 강의도 하고 있고, 조만간 책으로 출판 예정이라고... 현재 영등포문화재단 혁신경영관으로 재직 중이다. - 李 忠 植 -

통일경제TV | 이상호 기자 | 2021-04-18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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