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부자들은 올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며 시장을 관망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은행장: 이승열) 하나금융경영연구소(소장 정희수, www.hanaif.re.kr)는 25일 이런 것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대한민국 부자들의 금융행태를 분석한 ‘2024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Korean Wealth Report)를 발간했다.
‘2024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에 따르면 2024년 실물 경기와 부동산 경기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부자의 비율이 높아지며 경기 회복을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낙관적으로 반전되지는 못하고 관망세로 돌아서며 자산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조정하기보다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부자가 지난 조사 10명 중 5명에서 이번에는 7명으로 늘었다.
올해 추가 투자 의향이 높은 자산 1순위는 부동산이었고 실제 부동산 비중을 늘리겠다는 응답이 소폭 증가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회복을 조심스럽게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금융자산 중에선 지난해에 이어 예금에 대한 선호가 높게 유지됐고 주식과 채권에 대한 투자 의향이 뒤를 이었다.
예술품이나 귀금속 등의 실물자산 보유율도 지난 조사보다 증가했는데 특히 금에 투자하는 부자 중 절반 이상이 추가 거래 의향을 보이기도 했다.
가구 재정을 관리하는 주체로서 남성은 ‘내 돈’을 관리한다는 인식이 높아 상대적으로 공격적이고 자기주도적으로 운용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주식이나 채권 등 직접투자 상품을 보유한 비율도 남성에서 최대 1.4배 높게 나타났다. 반면, 여성은 ‘가족의 돈’을 관리한다고 여기며 가족지향적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했다.
보험, 연금 등 위험에 대비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안정형 상품은 여성이 재정을 담당할 때 5~11% 더 높은 보유율을 나타냈다.
◆부자의 하루는 30분 더 길고 독서는 일상적 습관
투자 시에도 남성에 비해 직접투자 비율이 낮고 ETF(Exchange Traded Funds, 상장지수펀드, 주식처럼 거래가 가능하고 특정 주가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펀드)를 활용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금융투자 관련 정보를 확보할 때 여성은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는 동시에 가족의 의견도 중요하게 고려했다.
또한, 증여ㆍ상속의 자산 이전 시 남성은 자녀 외 배우자를 우선 고려했지만 여성은 자녀 외 조카와 형제ㆍ자매 등 본인의 원래 가족을 포함해 더 폭넓게 고려하는 경향을 보였다.
부자의 평균 수면 시간은 7.3시간으로 일반 대중보다 30분이 짧아 상대적으로 긴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부자는 아침 시간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오전에는 착즙 주스나 그릭 요거트 등 가벼운 아침식사를 챙겼고 종이신문 읽기, 아침 운동과 산책, 하루 스케줄링 등 일반 대중보다 더 높은 비율로 다양한 활동을 실천했다.
부자 중에서도 자산 규모가 클수록 신문이나 뉴스를 챙겨보는 비율이 증가했는데 특히 경제면을 열독했고 연예/스포츠, 사회면 등은 일반 대중보다 관심이 낮았다.
부자에게 독서는 일상인 동시에 휴식이었다. 부자들은 1년에 약 10여 권의 책을 읽었다.
특히 금융자산 100억원 이상의 슈퍼리치는 그보다 두 배 많은 20여 권을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자는 지적 욕구 충족을 위한 인문사회 분야의 독서를 가장 선호한 반면 일반 대중은 부자의 60% 수준으로 책을 읽으며 소설과 자기계발서를 선호해 부자와 차이를 보였다.
부자와 일반 대중 모두에게 돈의 의미를 물었을 때 가장 많은 응답은 ‘편안함’이었다.
부자는 "생활의 불편을 줄이고 대를 이어 편안할 수 있는 수단이 곧 돈"이라며, 90% 이상에서 긍정적으로 인식했다.
반면, 일반 대중은 돈을 더 절실하게 여기며 삶의 목표로 인식하거나 돈을 고통, 구속 등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높은 편이었다.
실제 일반 대중과 부자에게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를 질문했더니 부자는 일반 대중(35%)보다 2배 많은 70%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총자산 10억원 미만인 경우 만족률은 42%로 절반도 안 되지만 총자산 30억원 정도가 되면 응답자의 2/3(66%)가 "만족한다"고 응답해 1.6배 크게 증가했다.
◆돈의 규모만큼 행복이 무한정 커지지 않아
50억원에 가까워지며 만족(71%)의 증가폭은 둔화되다가 그 이상에선 만족하는 사람(67%)이 오히려 감소했다. 삶의 만족에 경제력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돈의 규모만큼 행복이 무한정 커지는 것은 아님을 확인했다.
본인의 성향을 설명하는 형용사를 선택하라고 질문했을 때 삶에 만족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목표지향적’(30%)이고 ‘믿을 수 있는’(25%) 사람이라고 설명하는 경향이 컸다. 해당 성향은 삶에 대해 불만족보다 만족하는 경우에 10퍼센트 포인트 가량 더 높게 응답됐다.
반대로 삶의 만족이 높지 않은 사람은 본인을 ‘감성적인’ ‘착한’ 성향이라고 표현하는 비율이 만족하는 경우보다 15%p 이상 더 높았다. 공교롭게도 본인을 ‘감성적인’과 ‘착한’이라고 여기는 경향은 부자보다 일반 대중에서 2배 내외 더 높게 나타난 특성이기도 했다.
이를 통해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를 의식하기보다 스스로를 신뢰하고 목표를 추구하는 삶의 태도가 부를 형성하고 삶의 만족을 높이는 데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행복한 삶을 결정짓는 여러 요인 중 부자는 ‘가족관계’에 만족한다는 비율이 특히 높았다.
부자 10명 중 7명이 가족관계에 만족한 반면, 일반 대중은 5명 정도만 긍정적으로 응답해 가족 간 관계 인식에 차이를 보였다.
‘일주일 동안 가족과 함께 식사’한 횟수를 물었을 때, 부자는 ‘거의 매일’이 41%, ‘주 3~4회’가 27%로 부자 10명 중 7명이 주 3회 이상 가족과 함께 식사를 했다. 반면, 일반 대중은 "가족과 식사를 거의 안 한다"는 비율이 20%에 육박했고 이는 부자(9%)보다 약 2배 높은 수준이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황선경 연구위원은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를 통해 부자들의 자산관리 실천과 변화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를 면밀히 살펴보는 것 또한 큰 의미가 있다”며 “타인의 평가를 의식하기보다 이성적으로 상황을 직시하고 스스로를 신뢰하며 목표를 추구하는 ‘부자들의 삶의 태도’가 부(富)를 일구고 더 나아가 삶 전반의 만족을 높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