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를 계기로 112와 119를 통합해 우리나라 신고 시스템을 미국의 911처럼 단일화하는 것을 추진한다.
이번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는 10월 29일 오후 10시 15분경 발생했고 11월 4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156명이 사망한 세월호 참사 이후 최악의 참사이지만 주무 장관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직접 보고받지 못하고 10월 29일 오후 11시 19분 장관실 재난안전비서관이 보낸 긴급문자(크로샷)를 통해 10월 29일 오후 11시 20분 이태원 참사에 대한 첫 보고를 받았다.
서울 도심에서 156명이 사망한 대참사가 발생했는데 주무 장관이 대통령보다 늦게 참사 발생 후 1시간이 넘게 지나서야 첫 보고를 받은 것.
윤석열 대통령도 소방청 상황실에서 대통령실 국정상황실로 사고 내용을 통보한 후 국정상황실장이 10월 29일 오후 11시 1분 첫 보고를 해 이태원 참사 발생을 처음으로 인지했다.
정부는 이렇게 이태원 참사 발생 후 보고가 늦어진 가장 큰 원인이 현재 범죄 신고는 112, 재난 신고는 119로 이분화돼 있는 우리나라 신고 시스템으로 보고 이를 하나로 통합해 궁극적으로 미국의 911과 같은 단일화된 신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추진할 방침이다.
◆혼선 피하면서도 통합 운영 위한 방안 마련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112가 치안 목적의 상황 체계고, 119가 구난 목적의 상황 체계여서 통합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한꺼번에 운영될 때 (발생할) 혼선 때문에 그동안 개선이 지연됐다”며 “이번 사고에서도 (112와 119) 통합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선 누구나 공감을 하고 있다. 혼선을 피하면서도 통합 운영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빠른 개선조치가 있어야 된다. 그런 방향에서 검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 본부장은 “재난관리법상 경찰이 재난관리기관에 포함돼 있지 않아 112 정보가 중앙재난안전상황실로 전달이 안 된다”며 “저희가 경찰청하고 협의해 법적인 근거를 통해서 정보를 취합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조에 따르면 ‘재난관리책임기관’은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재난관리의 대상이 되는 중요시설의 관리기관 등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 등이다. 여기에 경찰청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제18조에 따르면 행정안전부 장관은 재난정보의 수집ㆍ전파, 상황관리, 재난발생 시 초동조치 및 지휘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을 설치ㆍ운영해야 한다.
정부는 오는 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개최해 112·119 긴급구조 시스템 정비 등에 대해 논의한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4일 국회에서 개최된 원내대책회의에서 “이태원 핼러윈 사고는 다시는 있어선 안 될 비극이고 불행한 참사다. 사고 발생과 대응까지 전 과정을 들여다보고 책임규명을 통해서 우리 사회 안전시스템을 바로 세우는 것이 우리 모두의 책무다”라며 “비극적인 세월호 사건 이후에 우리 사회 안전을 다시 점검하고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하자고 몇 번이나 다짐했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보더라도 얼마나 대응체계가 허술하고, 그때만 요란하게 떠들고 지나가지 개선된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7일 개최될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서 논의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은 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다중이 밀집할 수 있는 지역 축제 등은 주최자나 주관자가 없다는 이유로 사실 현재 손을 놓고 있다”며 “(질서유지를 위한) 사전예방조치 등을 국가나 자치단체, 경찰 등에서 책임 있게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4조제1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ㆍ신체 및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지고,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며, 발생한 피해를 신속히 대응ㆍ복구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ㆍ시행하여야 한다”고, 제5조는 “국민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난 및 안전관리업무를 수행할 때 최대한 협조하여야 하고, 자기가 소유하거나 사용하는 건물ㆍ시설 등으로부터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제6조는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행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ㆍ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5조제1항에 따르면 경찰관은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천재(天災), 사변(事變), 인공구조물의 파손이나 붕괴, 교통사고, 위험물의 폭발, 위험한 동물 등의 출현, 극도의 혼잡, 그 밖의 위험한 사태가 있을 때에는 ▲그 장소에 모인 사람, 사물(事物)의 관리자, 그 밖의 관계인에게 필요한 경고를 하는 것 ▲매우 긴급한 경우엔 위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사람을 필요한 한도에서 억류하거나 피난시키는 것 ▲ 그 장소에 있는 사람, 사물의 관리자, 그 밖의 관계인에게 위해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조치를 하게 하거나 직접 그 조치를 하는 것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