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이튿날 '압사' 단어 빠진 이유
이태원 참사 이튿날 '압사' 단어 빠진 이유
  • 이광효 기자 leekwhyo@naver.com
  • 승인 2022.12.08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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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주재 회의 후 박향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 지시 전달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사진: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사진: 대통령실 제공

지난 10월 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고 이튿날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진행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후 ‘압사’라는 단어를 쓰지 말고 ‘이태원 사고’라는 표현을 사용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 신현영 의원실 제공
사진: 신현영 의원실 제공

7일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비례대표, 보건복지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용산이태원참사진상규명과재발방지를위한국정조사특별위원회, 초선)이 공개한 모바일 상황실인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의 대화 기록을 보면 10월 30일 오후 5시 기준 이태원 참사 사상자 현황 자료가 공유되자 박향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오늘 대통령 주재 회의 결과 이태원 압사 사건을 ‘압사’ 제외하시고 이태원 사고로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특별시의 재난인력 관계자는 “이태원 사고로 변경하겠다”고 답했고 박향 공공보건정책관은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향 정책관은 7일 ‘KBS’와의 통화에서 “회의 전달 상황이었고, 보고서 제목을 통일하자는 취지였다”며 “왜 그랬는지 기억은 나지 않고, 그렇게 용어를 쓰자고 (지시가) 나왔기 때문에 크게 괘념치 않고 전달만 했다”고 말했다.

경찰청이 11월 1일 공개한 10월 29일의 112 신고 녹취록 전문에 따르면 10월 29일 오후 6시 34분 “압사당할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이후 이날 오후 10시 15분경 참사가 발생하기 전까지 수차례 압사 위험을 알리는 신고가 접수됐다.

현재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공개된 10월 30일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사진을 보면 윤석열 대통령 뒤에 있는 대형 모니터에는 자막으로 ‘이태원 압사사고’라고 쓰여 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7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에 대한 패륜적 ‘마약 부검’ 제안에 이어 ‘압사 삭제’ 지시로 윤석열 정권이 참사 수습보다는 책임 회피에 급급했음이 드러났다”며 “압사임이 명백한데, ‘압사’를 빼라고 한 이유는 무엇이냐? 참사의 다른 원인을 찾고 싶었던 것이냐? 압사가 아닌 마약 관련 사고이기를 바랐던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4일 “검찰과 경찰이 (이태원) 참사 직후 유족들에게 '마약 관련 부검'을 하자고 제안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행정안전부는 10월 31일 지방자치단체에 ‘이태원 사고 관련 지역단위 합동분향소 설치 협조’ 공문을 보내 제단 중앙에 ‘이태원 사고 사망자’라고 쓰도록 안내했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 김성호 재난안전관리본부 본부장은 11월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해 “명확하게 가해자, 책임이 나오면 ‘희생자’나 ‘피해자’라는 용어도 사용하지만 그런 것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선 중립적인 용어가 필요해 ‘사망자’, ‘사상자’라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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