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의역설] 일본 17년 만에 금리인상 단행 불구 엔화가치는 하락
[엔화의역설] 일본 17년 만에 금리인상 단행 불구 엔화가치는 하락
  • 전선화 기자 kotrin3@hanmail.net
  • 승인 2024.04.0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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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달러당 152엔에 근접, 34년만에 최저치
@사진=연합뉴스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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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17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초 예상과는 달리 엔화 가치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엔·달러 환율)은 152엔에 근접하며 3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1일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 따르면 엔화는 달러에 대해 지난달 28일 한때 151.97엔까지 상승하면서 가치가 1990년 7월 이후 33년 8개월 만에 최저치로 내려 앉았다.

엔화는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금리인상 이후 약세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전망과는 달리 오히려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 일본의 수출과 관광객 유치에는 도움이 되지만, 수입 물가가 오르기 때문에 일본 서민들의 가계 부담은 커진다.

지난달 19일 일본은행은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0.10%에서 0~0.1%로 상향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7년 2월 이후 17년 만에 금리 인상으로, 이로써 엔화는 2016년부터 취해온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이 엔화 하락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무라 나오키 일본은행 심의위원은 “천천히, 하지만 착실하게 금융정책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면서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닛케이는 “일본은행 안에서도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평가받는 다무라 위원이 정책 변경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라고 분석했다.

최근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했던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상무부는 28일(현지 시각) 지난해 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율 3.4%로 상향 조정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발표된 잠정치(3.2%)보다 0.2%포인트(P) 올라간 것이다. 고용 상황도 탄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17~23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일주일 전보다 2000건 줄어든 21만건으로 집계됐다.

‘심리적 저항선’인 150엔을 넘어서자, 일본 정부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일본 재무성과 금융청, 일본은행은 이날 회의를 통해 “과도한 환율 변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시장 개입 가능성을 내비쳤다. 앞서 지난 2022년 엔·달러 환율이 151.95엔을 기록했을 때도 정부는 시장에 개입한 바 있다.

간다 마사토 재무성 재무관은 “최근의 엔저는 투기적 움직임이 배경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면서 “높은 긴장감을 느끼고 외환시장 동향을 주시해 모든 수단을 배제하지 않고 적절하게 대처하겠다”라고 말했다.

엔화 가치 향방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블룸버그는 엔화의 가치는 일본과 미국의 금리 차 궤적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엔화 가치가 계속 하락하는 것은 시장에서 일본과 미국 간 금리 격차가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한 금융기관 간부는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하고, 장기금리 조절 정책을 폐지하더라도 금융완화를 지속할 것이라는 발언을 계속한다면, 엔화는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일본 주요 증권사 노무라홀딩스의 크리스토퍼 윌콕스 기업금융 팀장은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하반기에는 엔화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엔화가 달러당 140엔까지 되돌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확실히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환율, 주가 등 자산 가격에 대한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편 환차익을 기대하고 엔화를 사들이는 이른바 '엔테크' 흐름은 지난달말 최고치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월 말 거주자 엔화예금 잔액은 98억6,000만 달러로 한 달 만에 4억6,000만 달러 증가해 역대 최대규모로 불어났다. 여기에는 일부 은행들이 '환전수수료 무료' 등 파격적인 외환 서비스 경쟁에 나서면서 엔테크 열풍에 불을 붙인 것도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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