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건설경기가 꺽이며 중소형 건설사들의 폐업이 잇따르자 중견 건설사까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설이 나오고 있는 태영건설은 물론, 롯데건설, 코오롱글로벌, 신세계건설 등도 PF 우발채무로 인한 위기 가능성이 제기되는 곳들이다.
18일 한국기업평가(KR) 에 따르면 건설사들의 PF우발채무 규모는 올해 8월말 기준 22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6월말 18조원보다 4조8000억원, 약 29% 증가했다. PF우발채무는 기업등급별로 AA등급 건설사가 6조원, A등급이 13조원 규모에 이르고 BBB등급도 3조원 가량으로 나타났다.
PF우발채무는 PF대출에 대한 신용보강 합산 규모로, 신용보강 종류에는 지급보증(연대보증)과 자금보충, 채무인수(책임준공 미이행시) 등이 있다. 우발채무가 가장 많은 A등급 건설사에서는 자금보충이나 채무인수에 해당하는 규모가 10조원을 웃돌았다. BBB등급에서도 자금보충과 채무인수 비중이 절반 이상이었다.
실제 9월말 기준 건설기업의 합산 차입금도 32조5000억원으로 전년말보다 10.4% 증가한 상태다. 이는 최근 철근 가격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멘트 가격이 2021년 이후 매년 20%씩 상승하고, 인건비 역시 올라간 데 따른 것이다. 또 올해 주택착공이 9월 누계기준 12만6000가구로 전년 동기대비 57.2% 급감하면서 내년부터 매출감소도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건설산업 업황 저하로 금융권의 추가적인 신용보강 요구가 확대되고, 이미 수주한 사업들의 본PF 전환에 따른 신용보강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건설사들의 미수금도 늘어 9월말 한국기업평가유효등급 보유 20개 건설사의 미수금은 31조4000억원으로 전년말 25조원보다 25.4% 증가했다. 올해 매출이 늘면서 정상 미수금이 증가했지만 과거 대비 저조한 분양 성과에 따른 운전자본부담도 일부 영향을 미쳐 앞으로 매출 하락 시기 분양과 입주율 추이와 운전자본부담 확대 여부를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워크아웃설에 휩싸인 태영건설의 PF 우발채무 규모(별도기준)는 3조5,000억 원 수준으로 자기자본의 3.7배에 이른다(KIS 12월 보고서). 워크아웃은 채권단 동의를 얻어 법에 따라 인력 감축·자산 매각 등과 같은 구조조정 절차에 착수하는 절차다. 태영건설측은 워크아웃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지만 현재 지주사 도움을 받아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현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내년에도 PF우발채무 차환리스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라며 "건설업 부실화 방지를 위한 정부 정책, 건설사 현금성자산 등 고려시 아직 일정 수준의 대응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롯데건설, 태영건설 등 PF우발채무 위험 높은 업체들을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도 PF우발채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부동산 PF 부실은 금융시장과 건설사·부동산 등 실물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어 면밀히 살펴봐야 하는 과제"라며 "부동산 호황기에 사업 주체들이 사업성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갖고 PF 사업에 참여했던 측면과 금리·공사비 상승 등에 따른 사업성 악화 등이 복합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 PF대출잔액(금융감독원 집계)은 134조3,000억 원으로 2020년 말(92조5,000억 원)보다 44% 급증했다. 같은 기간 연체율은 0.55%에서 2.42%로 4배 넘게 치솟았다. 돈을 빌린 시행사들이 금융권에 제대로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시행사가 돈을 못 갚으면 이 부담은 보증서를 끊어준 건설사로 고스란히 이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