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올 2·4·5·7·8·10월에 이어 30일 다시 연 3.5%로 동결됐다.
한국은행은 30일 ‘국내외 경제동향 및 전망’ 보고서를 발표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4%, 내년은 2.1%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 8월 전망치는 올해 1.4%, 내년 2.2%였다.
이처럼 경기 회복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물가 상승률을 낮추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면 소비와 투자를 더 위축시키고 가계·기업의 부채 상환 부담을 더 늘릴 뿐만 아니라 부동산 PF(Project Financing) 부실을 더 심화시킬 가능성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이미 한국 경제의 최대 위험 요인이 된 가계·기업 부채 규모를 더욱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한국은행 기준금리 동결은 '진퇴양난'의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관측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로 경기침체가 예상되자 지난 2020년 5월 연 0.5%까지 하락했다가 2021년 8월부터 인상을 거듭해 올해 1월 연 3.5%까지 오른 후 동결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30일 보도자료를 발표해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 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 수준(3.5%)에서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며 “물가상승률이 당초 예상보다 높아졌지만 기조적인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가계부채 증가 추이와 대외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2.2%→2.1%로 하락
한국은행은 “국내경제는 수출 부진이 완화되면서 완만한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고용은 취업자수 증가 규모가 확대되고 실업률이 낮은 수준을 지속하는 등 전반적으로 양호한 상황이다”라며 “앞으로 국내경제는 수출 회복세 지속 등으로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금년 성장률은 올 8월 전망치에 부합하는 1.4%로 예상되고 내년은 2.1%로 높아지겠으나 국내외 통화긴축 기조 장기화와 더딘 소비 회복세의 영향으로 지난 전망치(2.2%)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성장경로에는 국내외 통화긴축 기조 장기화의 파급영향,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양상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농산물 및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10월 중 3.8%로 높아졌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3.2%로 낮아졌다.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4%로 소폭 상승했다”며 “앞으로 국내 물가는 수요압력 약화, 국제유가와 농산물가격 하락 영향 등으로 기조적인 둔화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예상보다 높아진 비용압력의 영향으로 올 8월 전망경로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점차 낮아져 내년 상반기 중 3% 내외를 나타내겠으며, 연간으로는 금년 3.6%, 내년 2.6%로 전망된다.(8월 전망치 3.5% 및 2.4%)”며 “근원물가는 완만한 둔화 흐름을 지속하겠으며 금년 및 내년 상승률은 각각 3.5% 및 2.3%로 예상된다.(8월 전망치 3.4% 및 2.1%) 향후 물가경로는 국제유가 및 환율 움직임, 국내외 경기 흐름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 시사
한국은행은 “금융·외환시장에선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된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인상 종료 기대가 높아지면서 위험회피 심리가 완화됐다”며 “국고채 금리와 원/달러 환율이 큰 폭 하락했으며 주가는 상승했다. 가계대출은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지속했고 주택가격 상승폭은 축소됐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세계경제는 미 연준의 추가 긴축 우려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됐지만 주요국의 통화긴축 기조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 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주요국 인플레이션은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근원물가는 더디게 둔화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선 주요국 국채금리가 큰 폭 하락하고 미 달러화는 상당폭 약세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국제유가 움직임 및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둔화 흐름, 주요국의 통화정책 운용 및 파급효과,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의 전개양상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라며 “국내경제는 성장세가 개선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물가경로가 당초 전망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와 성장의 하방위험, 가계부채 증가 추이, 주요국의 통화정책 운용 및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양상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것이다”라며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