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 임대인들이나 관리업체들이 청년층 등 주거 취약계층에 관리비를 '덤터기' 씌우며 약자에 대한 '수탈'이 만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통해 소개한 한 청년의 사연은 한국 주택시장의 관리비 수탈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에 따르면, 한 청년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에게 “여전히 중개플랫폼에 올려진 원룸의 관리비가 왜 15만원, 20만원인지 알 수 없다”고 물었다.
원룸의 월 임대료는 지역에 따라 주택의 형태나 구조에 따라 다르지만 월 50만원 정도라고 볼 때 관리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0%~40%나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강남의 33평형(전용면적 85m2) 아파트의 월 관리비가 40~50만원 수준이라고 볼 때 이 아파트의 월 임대료 대비 관리비 비중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원 장관은 공인중개사나 임대인 등이 부동산 중개플랫폼에 물건을 올릴 시 관리비 세부내역을 적극 입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원 장관은 “(공인)중개사들이 관리비 항목을 일일이 적는 걸 귀찮아하거나, 임대인들이 상세히 알려주지 않는 게 이유라고 하는데 아무리 계도 기간이라도 2%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참여율은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9월 16일부터 부동산 중개 플랫폼 표시·광고 시 (관리비) 세부내역을 입력하도록 의무화했고, 12월부터는 불이행 시 플랫폼에 대해 과태료가 부과될 예정이다”면서 “관리비 세부내역 입력 의무화는 우리 사회를 조금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공개된 한 부동산 정보업체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주택 거주자 10명 중 7명이 현재 납부하는 관리비가 비싸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방이 자사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8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월평균 관리비로 10만∼20만원을 낸다고 한 응답자가 35.9%로 가장 많았다. 또 거주자 10명 중 4명 이상은 월 관리비로 20만원 이상을 부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다음으로는 ▲ 20만∼30만원 미만(31.0%) ▲ 10만원 미만(18.3%) ▲ 30만∼40만원 미만(11.2%) ▲ 50만원 이상(2.0%) ▲ 40만∼50만원 미만(1.7%) 순이었다.
거주 유형별로 보면 아파트의 경우 20만∼30만원 미만이 전체 아파트 거주자의 43.3%로 가장 많았다. 오피스텔은 10만∼20만원 미만이 52.7%, 연립(빌라)·다세대는 10만원 미만이 62.7%, 단독·다가구는 10만원 미만이 60.5%로 각각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방 개수별로 보면 원룸 거주자는 10만원 미만이 46.2%, 투룸 거주자는 10만∼20만원이 45.1%, 방 3개 이상 거주자는 20만∼30만원 미만이 43.0%로 각각 가장 많았다.
관리비 수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74.9%가 '비싸다'고 답해 대부분의 응답자가 관리비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정하다'는 23.4%, '저렴하다'는 의견은 1.7%였다. 특히 오피스텔 거주자들 사이에서 관리비가 비싸다는 응답(88.4%)이 다른 유형에 비해 더 높게 나타났다.
거주 형태나 방 개수에 따라서도 체감하는 수준이 다르게 나타났다. 월세 임차인(81.7%)이 자가(71.1%)나 전세임차인(73.4%)보다 관리비가 비싸다고 경우가 많았다. 또 원룸거주자(83.0%)의 관리비 부담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관리비와 관련해 개선돼야 할 사항으로 '확인·비교할 수 있는 투명한 정보 공개'가 42.2%로 가장 많았다.
이 외에 ▲ 명확한 금액 산정 기준(31.3%) ▲ 개별 세대 계량기 설치로 정확한 수치 측정(11.2%) ▲ 정액제가 아닌 세부 내역 표시(7.6%) ▲ 임대료에 관리비 전가 문제 해결(6.1%) 순으로 나타났다.
직방은 "주거 취약계층에게 관리비가 큰 부담인 만큼 투명하고 정확한 관리비 산정과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공인중개사의 중개대상물에 대한 확인·설명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의 공인중개사법 하위법령 개정안을 다음 달 18일까지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라 공인중개사는 소형주택 관리비로 묶인 세부 항목(일반관리비·전기료·수신료 등)을 중개의뢰인에게 설명해야 한다. 또 내달 14일부터는 관리비 공개 대상 범위가 기존 100가구 이상에서 50가구 이상으로 확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