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부동산 투기광풍에 한국호 침몰?..최소한의 기회의 평등도 사라지나?
[기자의눈] 부동산 투기광풍에 한국호 침몰?..최소한의 기회의 평등도 사라지나?
  • 이광효 기자 leekwhyo@naver.com
  • 승인 2021.03.1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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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Korea Land &Housing Corporation,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 신도시 투기 의혹에 대해 지난 12일 오전 서울특별시 강남구 선릉로에 있는 LH서울지역본부 앞에서 시민들이 손팻말을 들고 LH 규탄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LH(Korea Land &Housing Corporation,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 신도시 투기 의혹에 대해 12일 오전 서울특별시 강남구 선릉로에 있는 LH서울지역본부 앞에서 시민들이 손팻말을 들고 LH 규탄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LH 직원 신도시 투기 의혹으로 문재인 정권은 출범 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한 정권의 위기가 아니고 국가적인 위기라는 진단이 힘을 얻고 있다. 

사실 지난 1970년대 강남 개발이 본격화된 이후부터 일부 부유ㆍ특권층의 부동산 투기는 서민들의 내집 마련을 어렵게 하고 빈부격차를 확대시키는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들 중 하나였고 국민들의 가장 큰 분노의 대상이었다. 이에 따라 역대 정권들은 모두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

하지만 현재 LH 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이전의 부동산 투기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는 그 양상이 다르다. 바로 최소한의 형식적인 기회의 평등마저도 무너진 한국 사회의 현실이 다시금 확인되면서 그에 대한 분노가 합쳐져 폭발하고 있는 것.

일부 부유ㆍ특권층이 부동산 투기로 막대한 불로소득을 얻는 것은 지난 50여 년 동안 한국사회의 대표적인 공분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1990년대까지는 ‘한국에선 최소한의 형식적인 기회의 평등은 보장된다’는 신뢰와 사회적 합의가 있었고 실제 현실에서도 이런 신뢰와 사회적 합의는 어느 정도는 지켜졌다.

요즘 말로 ‘흙수저’로 태어났어도, 극단적으로 소년소녀 가장이어도 학교 수업 충실히 받으며 교과서로 열심히 공부하면 학력고사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에서 고득점을 해 명문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실제로 1990년대까지의 신문 기록을 보면 관련 기사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대학교 등록금 역시 당시에도 많은 서민들에게 큰 부담이었지만 최소한 지금보다는 방학 때 아르바이트 등을 해 마련하기가 쉬웠다.

고도 성장기였으므로 대졸자들이 괜찮은 직장을 구하기가 지금보다 훨씬 수월했다. 고졸자들도 상업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면 대형 은행에 취업해 지점장까지 승진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했다.

1990년대까지는 낙수효과(고소득층의 소득 증대가 소비 및 투자 확대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저소득층의 소득도 증가하게 되는 효과)가 있었고 고도성장의 과실은 저임금 노동자 등 저소득층에게도 지금보다는 훨씬 골고루 분배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 산업 실질임금지수는 지난 1970년 78.9에서 1979년 180.3으로 급등했다.

서울의 한 재래시장에서 1979년부터 미용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최근 기자에게 “나는 1970년 시다로 미용사 일을 시작했는데 1970년 월급이 2000원이었다”며 “1972년 월급이 4000원으로 올랐고 1980년 월급이 13만5000원이 됐다”고 밝혔다.

1997년 발생한 IMF(International Monetary Fund, 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에서 경기침체와 취업난은 고착화됐고 지난해부터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사태는 이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는 코로나19 사태에 비하면 그래도 ‘공평한’ 경제 위기였다.

IMF 외환위기 당시에는 많은 대기업들이 해체나 매각으로 무너졌고 수많은 대기업 정규직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급전이 필요한 많은 기업들과 일반 국민들이 대거 부동산 매각에 나서면서 부동산 가격은 폭락했다. 한마디로 말해 IMF 외환위기는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모든 국민들이 고통을 겪었던 경제 위기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부동산 가격과 주가지수는 폭등하면서 극소수 부동산 부자들과 주식 투자자들은 막대한 부를 쌓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강화로 비대면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IT(Information Technology, 정보기술)나 유통 업체를 중심으로 일부 대기업들은 실적 호황을 누리고 막대한 성과급을 놓고 내부 직원들이 반발하는 일도 일어났다.

이에 반해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자영업자ㆍ소상공인들은 실직과 폐업 등의 코로나19 사태 직격탄을 집중적으로 맞고 있다.

더구나 2000년대 이후 한국 사회에서 최소한의 형식적인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 대표적인 장치로 여겨졌던 수능은 대학교 입학시험에서 그 비중이 대폭 줄고 학생부종합전형 등 수시 비중은 대폭 늘었고 사법시험도 폐지됐다.

이런 가운데 2016년 말 발생한 정유라 입시부정 사건은 최소한의 형식적 기회의 평등마저도 파괴된 한국사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너무나 대조적인 정유라와 구의역 청년의 삶은 한국 사회의 양극화가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는 빈부격차가 아니라 개인의 노력만으론 절대로 극복할 수 없는 구조적인 불평등임을 나타냈다.

이는 최순실 국정농단과 함께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 지속된 촛불집회의 주요한 계기였고 정권교체와 문재인 정권 출범으로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 출범 후에도 숙명여자고등학교 사태와 조국 사태 등이 이어지면서 공정과 형식적이고 실질적인 기회의 평등의 실현 등을 기대했던 국민들의 실망감은 높아져 갔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LH 사태는 흙수저들은, 일반 서민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고 계층 상승을 이루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고 일부 부유ㆍ특권층은 쉽게 막대한 불로소득을 얻는 현실이 문재인 정권 출범 후에도 별로 개선되지 않았음을 나타냈다.

한 부동산 업계의 관계자는 15일 '통일경제뉴스'와의 통화에서 "부동산 투기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고 그것이 국민적인 분노의 대상이었지만 지금 국민들이 LH 사태에 분노하는 것은 이전과는 달리 최소한의 형식적인 기회의 평등마저도 파괴된 것에 대한 분노가 합쳐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은 15일 국회에서 개최된 공직자 투기-부패근절 대책 TF(Task Force) 전체회의에서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인한 국민의 분노와 실망이 아주 크다"며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은 우리 사회 공정과 신뢰의 가치를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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