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 농락당한 한국 소비자들...'배터리 게이트' 2심 승소 7명에 고작 49만원 손해배상
애플에 농락당한 한국 소비자들...'배터리 게이트' 2심 승소 7명에 고작 49만원 손해배상
  • 정연미 기자 kotrin3@hanmail.net
  • 승인 2023.12.07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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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선 6천억원대, 칠레선 38억원대 손해배상, 프랑스에선 거액 과징금..."집단 소송제, 디스커버리제 도입 등 후진적 사법체계 정비 서둘러야"
@사진=KBS화면 캡쳐
@사진=KBS화면 캡쳐

애플이 아이폰 운영체제(iOS)를 업데이트하면서 배터리 성능을 고의로 떨어뜨렸다는 의혹과 관련한 소송에서 국내 이용자들이 2심에서 일부 승소해 손해배상을 받게됐다.

일명 '배터리 게이트'라 불린 이 소송에서 그러나 애플은 국내선 고작 49만의 손해배상을 하게 된 반면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수천억원대의 손해배상을 하게 돼 국내 소비자들이 철저히 애플에 우롱당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그 이유가 소비자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디스커버리(정보공유)제 등이 불비한 국내 사법체제의 후진성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한국이 애플 등 글로벌 독점자본의 신기술 및 신정책 도입의 '워밍업용' 몸풀이 장소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울고법 민사12-3부(박형준 윤종구 권순형 부장판사)는 6일 아이폰 이용자 7명이 애플코리아 등을 상대로 20만원씩 달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애플이 각자에게 7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2018년 6만여명이 소송에 참여해 시작된 이 소송에서 1심에서 패하자 대부분 항소를 포기하고 단지 7명만 항소해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것이다.

재판부는 애플이 운영체제 업데이트에 관한 고지의무를 다하지 않아 이용자들에게 정신적 손해를 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업데이트 설치의 결과나 영향에 관해선 프로그램을 개발한 애플과 소비자 사이에 상당한 정보 불균형이 있었다"며 "소비자들은 업데이트가 기기 성능을 개선한다고 신뢰할 수밖에 없었고 업데이트가 기기 프로세서 칩의 최대 성능을 제한하거나 앱 실행을 지연시키는 현상을 수반할 것으로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업데이트가 비록 전원 꺼짐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 하더라도 그 방식이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을 일부 제한하는 이상 애플은 자사를 신뢰해 아이폰을 산 이들이 업데이트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하고 고지할 의무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운영체제 업데이트가 기기를 훼손하거나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며 이용자가 재산상 손해를 보진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업데이트에 포함된 성능조절기능은 전원 꺼짐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일정 조건에서만 CPU·GPU 성능을 일부 제한하도록 설계됐다"며 "업데이트로 아이폰의 성능이 영구적으로 제한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1심은 아이폰의 성능조절기능이 반드시 사용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소비자들은 1심에서도 애플이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업데이트를 유해하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알리지 않았다고 해서 배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날 2심 선고 직후 이용자들을 대리한 법무법인 한누리 김주영 변호사는 "소송에 참여한 6만여명 중 7명만 항소해 오늘 판결을 받았는데 애플은 나머지 피해자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배상하길 촉구한다"며 "이 판결이 대법원에 가서도 유지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고 직후 애플은 입장문을 내 "애플은 고객의 제품 업그레이드를 유도할 목적으로 제품 사용 경험을 의도적으로 저하시키거나 제품의 수명을 단축시킨 적이 결코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 상고 여부는 애플 미국 본사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7만원을 배상하라는 2심 결정은 애플코리아가 아닌 애플 본사를 대상으로 한 명령이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은 2017년 12월 국내외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일부 이용자가 아이폰 운영체제 업데이트를 한 뒤 성능이 눈에 띄게 저하됐다고 주장하며 시작됐다.

아이폰의 속도가 느려지면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신형 아이폰으로 교체할 것을 노리고 애플이 매출 증대를 위해 고의로 성능을 떨어뜨렸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논란이 확산하자 애플은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면 스마트폰이 갑자기 꺼질 수 있어 속도를 줄이는 방식으로 전력 소모량을 줄였다며 사실상 성능 저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다만 새 제품 구매를 유도하려는 조치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후 전 세계에서 애플을 상대로 한 소송이 잇따랐고, 국내에서도 6만2,800여명의 이용자들이 2018년 3월 1인당 2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그러나 다른 선진국에서의 재판 결과는 새삼 달랐다. 법조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2020년 미국에서 제기된 같은 내용의 소송에서 최종 판결이 이뤄지기전에 모두 2천만 명에게 25달러씩 6천억 원대의 합의금을 냈다. 칠레에서도 15만여명이 낸 소송에서 판결 이전에 38억원의 합의금을 냈다. 프랑스에서는 부정경쟁 요인으로 지적돼 수백억원의 과징금 처분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처럼 애플의 대응방식이 한국과 다른 나라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인 것은 바로 한국의 사법환경이 매우 후진적이고 소비자에게 불리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애플의 성능 저하를 입증해야 할 책임이 국내선 소비자에게 있어 기업이 자신의 책임이 없음을 증명해야 하는 것과 큰 대조를 이룬다. 이 같은 이유로 국내서 항소를 포기한 6만여 명은 패소가 확정돼, 같은 내용의 소송으로는 배상받을 길이 사실상 막혔다.

또 소송이 시작되면 기업과 소비자 양측이 가진 증거를 서로 볼 수 있는 이른바 '디스커버리 제도'를 우리나라에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만약 증거 공개를 거부하는 경우 상대방의 주장을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등의 불이익을 받게 돼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라도 숨기기 어렵게 된다.

더 나아가 악의적인 경우 손해액보다 더 큰 금액을 물게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한 명이라도 피해가 인정될 경우 소비자 전체에게 적용되는 '집단소송제'를 금융 부분 이외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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