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한과 북한의 관계를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이고 전쟁 중인 국가 관계’로 공식 선언하고 정부가 이를 강력히 규탄하며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더욱 강화할 것임을 밝혀 새해에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31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 30일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우리가 동족이라는 수사적 표현 때문에 미국의 식민지 졸개에 불과한 괴이한 족속들과 통일 문제를 논한다는 것이 우리의 국격과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북남(남북) 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우리 제도와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괴뢰들의 흉악한 야망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며 “장구한 북남관계를 돌이켜보면서 우리 당이 내린 총적인 결론은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 개 제도에 기초한 우리의 조국통일노선과 극명하게 상반되는 '흡수통일', '체제통일'을 국책으로 정한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는 것이다”라며 남한의 통일정책을 흡수통일로 규정하고 남한과 통일 논의를 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쟁'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현실적인 실체로 다가오고 있다”며 “미국과 남조선 것들이 만약 끝끝내 우리와의 군사적 대결을 기도하려 든다면 우리의 핵전쟁 억제력은 주저 없이 중대한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만일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핵 위기 사태에 신속히 대응하고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해 나가야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전원회의에서 북한은 새해에 핵무기 생산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토대를 구축해 나가고 군사정찰위성 3개를 추가로 발사할 것임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해군의 수중·수상 전력을 제고하고 무인항공공업 및 탐지전자전 부문에서 새로운 장비를 개발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31일 “정부는 강력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북한의 위협을 압도적으로 억제하고 원칙에 입각한 남북관계 정상화를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것이다”라며 “북한이 노동당 전원회의 보도를 통해 지속적인 핵미사일 고도화 및 대남노선의 근본적 전환 등 대외적으로 적대적 입장을 표명한 데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과 인권탄압을 중단하고, 비핵화와 민생 개선의 길로 나올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한층 강화해 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정광재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해 “대한민국은 언제라도 북한 김정은 정권과 대화할 의지가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한반도 평화를 수호하는 것을 가장 큰 책무로 삼고 있다”며 “그러나 북한이 적대 행위를 반복한다면 이에 대해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다. 김정은 정권이 상황을 오판해 잘못된 결정을 내린다면 대한민국은 압도적인 힘을 바탕으로 이를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그 어떠한 도발에도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31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해 “(김정은 위원장이) 결국 ‘한반도를 전쟁의 소용돌이에 몰아넣겠다’는 위험한 카드를 서슴지 않고 드러낸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이 불안하지 않게 평화공존을 지향한 남북관계의 회복을 위한 대책을 내놓길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