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0년 동안 묵어 온 화물운송산업계의 지입제 구조를 타파하겠다고 선언했다.
원 장관은 6일 오전 '화물운송산업 정상화방안' 관련 국민의힘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실제로 일하지 않고, 국가의 면허를 독점해 중간에서 수익을 뽑아가는 기생 구조를 타파하겠다"며 '지입차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 방침을 밝혔다.
'지입제'는 화물차 기사가 자신의 차량을 운송사 명의로 등록한 뒤, 일감을 받아 일하고 보수를 지급받는 제도다. 그러나 실제로는 화물차 기사가 일감 수주없이 독립적인 영업을 하면서도 운송사에 번호판 대여 비용인 지입료를 지불해야 한다. 통상 번호판 하나에 2천만∼3천만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사업용 화물차는 44만5천대로, 이 중 지입차는 10만대 정도로 약 22.5%인 것으로 추산된다. 당연히 지입제 폐지시 1순위 퇴출 대상은 일감 제공 없이 번호판 대여만으로 수익을 올리는 지입전문회사다.
원 장관은 "화물운송산업에 대한 근본적 문제는 놔두고 지금까지 임시방편으로만 모면하다시피 끌어온 구조적 문제점을 이번 기회에 근본적으로 개선해야겠다"며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손대지 못했던 지입제의 근본적인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운송 일감 제공은 없이 번호판 장사, 그리고 도장값 등등 여러 명목으로 실제 일하는 차주들에게 돌아가야 할 노동의 몫을 중간에서 뽑아가고 이를 화주와 소비자인 국민에게 전가하고 있는 비정상적 기생구조를 타파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 장관은 "운송사에서 일감은 제공하지 못하고 차주들에게 돈만 받아갔던 번호판들은 차주에게 소유권과 등록이 넘어갈 수 있도록 해 근본적으로 차주를 보호할 것"이라며 "열심히 일하는 차주 실질적으로 보호하고자 하기에 운송사가 차주에게 지급하고자 하는 운임은 투명하고 객관적 원가산정에 의해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날 지난해 화물연대 총파업의 쟁점이었던 화물차 '안전운임제'를 폐지하고, 화주 처벌조항을 없애고 운송사 과태료를 완화한 '표준운임제'로 개편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르면 화물차 면허 장사만 하는 지입전문회사는 퇴출시키고, 운송사가 아닌 실소유 차주로 명의를 등록하게 해 지입차량의 소유권을 보호한다. 또한 차주 소득 불확실성을 개선하기 위한 '유가-운임 연동 표준계약서'를 도입하고,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차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운송거래 과정을 투명화한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이 같은 내용에 합의한 뒤 표준운임제 도입, 지입제 폐지 방안 등을 반영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날 열린 당정협의 후 원 장관은 "말로만 안전운임이고 사실은 안전에 대한 실질적인 조치는 회피한 채 그때그때 집단적인 떼법 논리에 의해 시장 기능도 상실하고 임금 올리기의 악순환만 가져왔던 지입제 고리를 끊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당정은 지입전문회사들에 대한 전격적인 세무조사도 요구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지입회사들이 화물차주에게 받은 번호판 대여료와 차량 교체 비용이 회계상 장부에 어떻게 기록되고, 수익이 어디로 귀속되느냐는 굉장히 중요하다"며 "법인 수익으로 들어오지 않았다면 엄청난 법인세를 탈루한 것이므로 엄격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새롭게 도입하는 표준운임제는 운송사가 화물차 기사에게 주는 운임은 강제하면서도, 화주와 운송사 간 운임에는 강제성을 두지 않지만 매년 가이드라인으로 기준선을 제시한다. 특히 화주에 대한 처벌 조항을 없앴다. 또 표준운임제를 적용받는 화물차 기사의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
표준운임제는 일몰된 안전운임제처럼 컨테이너·시멘트 품목에 한해 2025년 연말까지 3년 일몰제로 운영해 성과를 분석한 뒤 지속 여부를 논의할 방침이다.
정부는 그간 안전운임제가 운수사와 화물차 기사에게 유리하게 산정됐다고 보고, 표준운임을 정하는 운임위원회 구성과 운임 원가 구성 항목도 개편하기로 했다. 또 지입제 폐지를 유도하는 동시에, 운전자를 직접 고용해 월급을 주며 관리하는 운송사에는 증차를 허용할 방침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1960년대부터 유지되어온 지입제의 개선과 함께 고유가에도 안정적인 소득을 확보할 수 있는 운임-유가 연동형 표준계약서를 통해 화물차 기사들의 열악한 임금수준이 개선될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열심히 일하는 차주들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고 국민과 경제의 부담은 줄이면서 실제로 안전을 기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