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빌라왕 사건이 사회적 문제가 되는 가운데 전세사기에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공인중개사와 감정평가사에 대한 정부 대응에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전세사기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되는 공인중개사들은 일벌백계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도 감정평가사들에 대해서는 오히려 시장 독점력을 강화해주는 조치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세사기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되는 공인중개사들을 전수조사해 적발 시 일벌백계할 것임을 밝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서울특별시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방문해 “전세사기 가담 의심 중개사 전수조사를 통해 악성 중개사를 반드시 적발하고, 적발 시 자격취소(원스트라이크 아웃) 등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일벌백계할 것이다”라며 “공인중개사 업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업계 차원에서도 자정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김태우 강서구 구청장과 면담해 “임대사업자의 보증가입이 의무라는 점을 홍보해 세입자들을 유인하지만, 실제로는 보증에 미가입하고 전세사기에 악용하는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며 “임대사업자가 세제 혜택을 받는 만큼, 지방자치단체가 공적의무 이행여부를 철저히 관리하고 단호한 행정처분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원희룡 장관은 “정부는 임대차 계약 전 과정의 제도적 취약점 개선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라며 “현장 일선기관들도 책임을 다해 선량한 세입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해 달라”고 것붙였다.
반면 전세사기에 관련된 감정평가사나 법인에 대해서는 업무배제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도입한 전세보증금 '감정평가법인 추천제'가 오히려 거대 감정평가법인들의 시장 지배력만 강화해 주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KBS는 27일 9시뉴스를 통해 "'강서구 빌라왕' 배후 신 씨 일당이 '업(UP) 감정' 청탁 과정에서 언급한 감평법인은 모두 다섯 곳으로, 이들 법인은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최근 선정한 감평법인들"이라고 보도했다.
이들 법인들은 대부분 전국 조직을 가진 거대업체로 지난해 11월 HUG의 '감정평가 추천제' 명단에 오른 40개 업체 명단에 포함됐다. 결과적으로 개인이나 영세 감정평가업체들은 배제하고 규모가 큰 감정평가법인들 위주로 추천명단에 올림으로써 이들의 시장 지배력만 키워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 감평법인이 해당 건물의 가격 수준을 평가해 발급한 감정평가서는 시세와 관계 없이 HUG가 보증심사를 하는 유일한 잣대로 활용된다.
HUG는 전세보증 심사 시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도록 한국감정평가사협회가 추천한 감정평가법인을 선정했다는 입장이지만, 실효성 있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앞서 HUG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추천된 감정평가법인이 전세사기 일당의 공모자로 가담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즉시 공사 업무에서 배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의당 심상정 의원(경기 고양시갑, 국토교통위원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4선)은 지난 25일 임차보증금과 선순위 담보권, 국세ㆍ지방세의 체납액을 더한 금액을 주택가격의 70% 이내로 제한하는 것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