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이 12일째 장기화되는 가운데 정부와 여당이 연일 강경대응에 나서면서 노조측도 국내외 기관에 지원을 요청하고 민주노총이 동조파업에 나서는 등 '강대강 대치'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5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5일 부산신항에 설치한 임시사무실을 찾아 컨테이너 반출입 현황 등 피해상황을 점검하고 현장의 부두운영사ㆍ운송업체 관계자들과 오찬간담회를 했다.
이 자리에서 원희룡 장관은 “정부가 화물연대의 조속한 복귀를 위해 계기를 마련해 줘야 한다는 의견이 있으나, 이번 기회에 다시는 잘못된 관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불법과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대응 방침을 재확인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개최된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민심이 민노총의 불법 민폐 파업에 등을 돌리고 있다. 처음부터 민노총의 파업에 엄정히 맞서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 많은 국민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다”며 “민노총이 아무리 불법 파업을 계속해도 윤석열 정부의 단호한 입장은 전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이제 불법을 저지르고도 처벌을 받지 않는 시대는 지났다. 두 번 다시 그런 일이 이 정권에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와 경찰청 등에 따르면 화물연대 파업 관련 집회참가 인원은 지난달 26일 약 5000명에서 12월 3일 3700명으로 74% 수준으로 감소했고, 이어 4일 2500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정부는 지난 3일 오전 10시를 기준으로 운송거부가 확인된 운송업체 33곳과 화물차주 791명에게 업무개시명령 송달을 완료했다며 조만간 업무복귀가 이뤄지지 않으면 전원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5일부터 지난주 1차 조사 시 업무개시명령 명령서를 발부받은 운송사 또는 차주 등의 업무복귀 현황을 점검하기 위한 추가 조사를 실시한다.
이에 대해 화물연대와 상급단체인 공공운수노조와 민주노총도 국내외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 강경대치를 이어갈 방침이다.
5일 공공운수노조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기본권 침해라는 의견을 표명해달라는 진정서를 냈다.
앞서 지난 4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국제노동기구(ILO)가 한국 정부에 공문을 발송해 긴급 개입 개시를 통보했다고 전했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28일 올해 4월부터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 발생한 ILO협약 가운데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장(87호)과 강제노동을 금지(29호)하는 조항을 지키지 않았다며 ILO에 조사를 요구했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카렌 커티스 ILO 국제노동기준국 부국장은 지난 2일 공문을 통해 "(공공운수노조가) 제기한 문제와 관련해 정부 당국에 즉시 개입한다"며 "관련 협약에 나오는 결사의 자유 기준과 원칙과 관련한 감시·감독기구의 입장을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 측은 이와 관련해 "앞으로 업무개시명령 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정부 위법 사항, 지난 2일 공정거래위원회의 급습 시도 등에 대해 추가 자료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6일 전국적으로 ‘화물총파업 투쟁승리! 윤석열 정부 노동탄압 분쇄! 전국동시다발 민주노총 총파업·총력투쟁 대회’를 개최해 정부를 압박하겠다는 구상이다.
오남준 화물연대 안전운임추진위원장은 "우리는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 운송을 거부한 게 아니라 화물 노동자에게 최소한 사회적 안전망을 보장하는 제도를 만들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는 것"이라며 "화물연대 파업은 정당한 노동조합의 권리행사"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화물노동자에게 '파업을 지속하면 유가보조금과 고속도로 통행료도 지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며 "화물노동자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할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살고 싶으면 업계를 떠나라는 말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화물연대는 지난 4일 관계장관회의에 대한 성명서에서도 "업무개시명령이라는 한 번도 시행된 적 없는 반헌법적 제도를 발동하더니 현행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없는 '운송방해 행위에 대한 화물운송 종사자격 취소' 처벌 규정을 새롭게 마련하기로 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말하는 '법과 원칙'은 노동조합 탄압을 위해 필요하면 얼마든 정부 마음대로 만들어낼 수 있는 편리하고 자의적인 기준"이라고 비판했다.
박귀란 화물연대 전략조직국장은 5일 ‘통일경제뉴스’와의 통화에서 “저희 요구안이 사실은 단순히 임금인상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국민 안전을 위한 제도이고 투쟁이라는 점을 계속 정부와 국민들께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