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코인 사기 혐의로 미국 송환이 결정된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오는 3월 25일로 예정된 미국의 첫 민사 재판에 출석하지 못할 것으로 전해졌다.
26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 씨측 변호사는 최근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권씨가 3월 말 이전 인도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라 적어도 첫 재판에는 출석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몬테네그로 법원은 권씨를 한국이 아닌 미국으로 송환하기로 결정했지만 권씨 측은 위법한 결정이라며 항소했다. 작년 3월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된 지 11개월, 도피를 시작한 지 22개월 만이다.
권씨측은 미국에서 재판을 받을 경우 최대 100년 이상의 징역형이 나올수도 있기 때문에 그보다 형량이 적은 한국행 송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해 최대 100년형도 가능하다.
몬테네그로 법원은 자체적인 판단 기준을 가지고 송환국을 결정하지만 피해자가 많은 미국 측 요구에 따라 미국으로 송환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남부연방법원은 테라·루나 폭락과 관련해 권씨가 최소 400억 달러 규모의 증권사기 행각을 벌였다며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낸 민사 소송을 심리하고 있다.
권씨가 발행한 테라는 한때 가상화폐 시가총액이 세계 10위 안팎까지 상승한 뒤 2022년 5월 중순쯤 일주일 만에 가격이 99.99% 폭락했다. 당시 증발한 테라·루나의 시가총액은 50조원에 달한다.
권씨는 자신이 설립한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가상화폐 테라와 루나의 가격이 동반 폭락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알고도 이를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테라와 루나를 계속 발행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2년 2월 권씨와 테라폼랩스가 “수백만달러의 암호화 자산 증권 사기를 조직했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한달 뒤 뉴욕 연방 검찰은 사기·시세 조종 등 8개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한편 한국 수사당국도 권씨 수사에 착수해 권씨의 최측근 한창준 테라폼랩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한국으로 송환해 21일 구속기소했다.
권씨는 테라·루나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권씨는 아랍에미리트(UAE)와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로 넘어갔다가 작년 3월 23일 현지 공항에서 가짜 코스타리카 여권을 소지하고 두바이로 가는 전용기에 타려다가 체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