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돌이'는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쇼를 하다가 지난 2013년에 고향 바다로 되돌아 간 남방큰돌고래의 이름이다. 아이들 데리고 돌고래쇼 보며 박수를 친 사람들이라면 말 못하는 본의아니게 동물학대의 공범이 되었던 셈이다. 동정여론에 힘입어 풀려났던 제돌이가 10년만에 다시 서귀포 앞 바다에서 관측되었다는 뉴스가 얼마 전에 나왔다.
그러나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 이슈에 가렸기 때문인지 크게 주목 받지는 못했다.
지구 표면의 70%는 바다이고 육지의 비율은 30% 밖에 안 된다. 사람이 사는 땅보다 물고기나 고래가 사는 바다가 왜 넓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지구는 그렇게 균형을 유지하며 인간의 생존을 지켜 주고 있다는데 오히려 감사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한 없이 넓어 보이는 바다도 인간이 버리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바다 한가운데에 난데없이 쓰레기섬이 생겨나고 걸러지지도 않는 미세플라스틱이 해양생물과 천일염 속에서도 검출되고 있다고 한다.
환경문제는 이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더 이상 이념이나 노선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도 일본 후쿠시마 핵오염수 처리를 놓고 환경보호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과 태도가 확연히 구분되고 있다. 아직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은 청계천복원사업으로 부정적 이미지가 많이 희석되었는지 모르지만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를 '과학'이라는 레토릭만으로 가리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도쿄전력의 다핵종제거장치라는 '알프스'는 그 이름 만큼 신선하게 와 닿지 않는다. 그게 실제로 가능하다면 SNS에 성능시험 영상을 올려서 먼저 주변국들의 불신을 잠재우는 절차가 필요할 것이다. 성공을 전제로 우리 정부가 일본의 방류를 편드는 것은 부실공사가 될 지도 모르는데 보증을 서 주는 모양새다. 만약 당초 계획이나 기대를 벗어나면 책임질 의지는 있다고 믿고 싶지만 감당할 능력은 어디서 나올지 모르겠다.
핵오염수를 필터로 거르고 희석해서 방류하겠다는 일본의 정책을 굳이 쌍수 들고 환영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우리는 만주 대륙을 떠나 바다가 있는 남쪽 반도로 이동해 온 민족 아닌가? 바다에서 멸치를 잡아 젓갈을 만들고 천일염으로 저린 김치를 하루도 안 먹고는 못사는 사람들이다. 이웃 복이 없다고 해야 할까?
일본 정부는 자국민도 원치 않는 해양투기를 강행할 기세다. 제주도 앞바다의 제돌이는 계속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