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감세정책 기조를 지속하고 세수가 많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올해 한국은행으로부터 빌린 돈이 100조원을 넘어 1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은행이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비례대표, 기획재정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초선)에게 제출한 ‘대(對)정부 일시대출금·이자액 내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7월 정부가 한국은행으로부터 일시적으로 대출한 누적 금액은 총 100조8천억원이다.
해당 통계가 전산화된 지난 2010년 이후 가장 많았다.
지난해 일시 대출액은 34조2천억원이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 발발로 갑자가 정부 지출이 급증한 2020년 1∼7월도 90조5천억원이었다.
한국은행의 대정부 일시대출 제도는 정부가 회계연도 중 세입과 세출 간 시차에 따라 발생하는 일시적 자금 부족을 메우기 위해 활용하는 수단이다.
올해의 경우 ▲통합계정 40조원 ▲양곡관리특별회계 2조원 ▲공공자금관리기금 8조원 등 최대 50조원까지 빌릴 수 있다.
현행 ‘국고금 관리법’ 재32조제1항은 “국가는 국고금의 출납을 위하여 필요할 때에는 제33조에 따른 재정증권의 발행, 한국은행으로부터의 일시차입,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제2항은 “제1항에 따라 조달한 자금은 그 회계연도의 세입으로 상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 ‘한국은행법’ 제75조제1항은 “한국은행은 정부에 대하여 당좌대출 또는 그 밖의 형식의 여신을 할 수 있으며, 정부로부터 국채를 직접 인수할 수 있다”고, 제2항은 “제1항에 따른 여신과 직접 인수한 국채의 총액은 금융기관과 일반에 대하여 정부가 부담하는 모든 채무를 합하여 국회가 의결한 기채(起債) 한도를 초과할 수 없다”고, 제3항은 “제1항에 따른 여신에 대한 이율이나 그 밖의 조건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1월 12일 금통위 회의에서 의결된 ‘대정부 일시대출금 한도 및 대출조건'에 따르면 이자율은 '(대출) 직전분기 마지막 달 중 91일물 한은 통화안정증권의 일평균 유통수익률에 0.1%p를 더한 수준'이다.
이 기준에 따라 정부가 올해 1∼6월 한은에 지급한 이자만 1141억원(1분기 642억원+2분기 499억원)이다. 역시 2010년 이후 최대치다.
정부는 올해 1∼7월 한은 대출 잔액이 50조원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빌리고 갚기를 반복해 왔다. 올 7월 말 현재 정부의 한국은행에 대한 일시대출 잔액은 0원으로, 100조8천억원을 빌렸다가 일단 모두 상환한 상태다.
하지만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너무 많은 돈을 자주 빌리고, 이렇게 풀린 돈이 시중에 오래 머물면 유동성을 늘려 물가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은 금통위도 ‘정부는 일시적 부족자금을 국고금 관리법에 따라 한은으로부터 차입하기에 앞서 재정증권의 발행을 통해 조달하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한은으로부터 일시차입이 기조적인 부족자금 조달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등의 일시대출 ‘부대조건'을 명시하고 있다.
양경숙 의원은 "코로나19와 같은 시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100조 넘게 한국은행으로부터 차입한다는 것은 그만큼 정부가 재정 운용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라며 “정부가 대규모 세수 펑크에 대한 대책 없이 감세 기조를 이어갈 경우 더 큰 재정위기를 초래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