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을 저출산ㆍ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동시에 해임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장관급 공직자 해임이다.
나경원 전 의원은 지난해 10월 14일 저출산ㆍ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 위촉됐고 10월 18일 기후환경대사에 임명됐다.
대통령실 김은혜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은 13일 오후 서울특별시 용산구에 있는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해 “대통령은 오늘 나경원 전 의원을 저출산ㆍ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해임했다”고 밝혔다.
나경원 전 의원은 최근 '출산 시 대출 탕감' 정책을 제안해 대통령실과 충돌했고 친윤계로부터 전당대회 불출마 압박을 받아 왔다.
나경원 전 의원은 10일 저출산ㆍ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 사의를 표명했고 13일 오전 사직서를 제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표 수리’나 ‘해촉’이 아닌 나경원 전 의원이 사의를 나타내지 않은 기후환경대사직에서도 해임했다.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이 나경원 전 의원에게 ‘결별’을 통보한 것으로 나 전 의원과 윤셕열 대통령·당내 친윤그룹은 돌아올 수 강을 건넌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 전 의원이 올 3월에 실시될 전당대회에 출마하면 ‘반윤 후보’ 이미지를 감수해야 하지만 불출마를 한다고 해도 윤석열 대통령·당내 친윤그룹과의 관계가 회복될 가능성은 낮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20명을 대상으로 “차기 당 대표로 누구를 지지하겠느냐?”고 물은 결과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나 전 의원이 30.7%로 가장 높았다.
김기현 의원(울산 남구을, 국방위원회, 4선)이 18.8%, 유승민 전 의원이 14.6%, 안철수 의원(경기 성남시분당구갑, 외교통일위원회, 3선)이 13.9%였다.
나 전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통령님의 뜻을 존중한다. 어느 자리에 있든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대한민국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함부로 제 판단과 고민을 추측하고 곡해하는 이들에게 한 말씀 드린다. ‘나는 결코 당신들이 진정으로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친윤계를 비판했다.
친윤계 핵심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구, 행정안전위원회, 3선)도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우리 당에 분탕질을 하는 사람은 이준석, 유승민으로 족하다”며 “(나경원 전 의원은) 대통령을 위하는 척하며 반윤의 우두머리가 되겠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 원장은 13일 MBC ‘2시 뉴스외전’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나경원 전 의원이 국민의힘 당 대표가 되는 것을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나경원 전 의원은) 내년 4월 총선에 대통령이 시키는 대로 공천을 안 하실 분이다”라며 “당을 위해서 하실 분이다”라고 밝혔다.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오는 2024년 4월 10일에 실시된다.
신임 저출산위원회 부위원장엔 김영미 위원회 상임위원이, 신임 기후환경대사엔 조홍식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각각 내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