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1일 거침없이 쏟아낸 경제정책 평가 발언들이 재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최 회장은 21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법인세를 인하하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인가"라며 무차별적인 법인세 인하가 반드시 투자 증가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 회장은 "법인세를 인하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전혀 아니지만 무차별적으로 다 인하하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봐야 한다"며 "어떤 때는 굳이 법인세를 안 깎아줘도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이어 "법인세를 깎아 투자가 일어날 것이라고 하는데 그런 게 하나도 안 일어나는 곳에 굳이 해 줄 이유가 있느냐"며 "(업종에 따라) 높낮이를 어떻게 가져갈지 생각하는 것은 중요한 정책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국회서 법인세 최고세율에 대해 여당은 3%포인트 인하, 야당은 1%포인트 인하를 주장하며 논쟁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래퍼곡선 이론에 따르면 세율을 지나치게 높이면 정부의 조세수입이 오히려 준다는 것이지만, 역으로 세율을 낮춘다고 투자가 무조건 늘어난다고만 볼 수 없기 때문에 세율인하는 재정수입만 악화시킬 수 있다는 시사점을 준다. 따라서 정부는 법인세 인하가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최적 조세점을 찾아야 하고 산업별 부문별로도 적절한 세율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최 회장은 또 글로벌 공급망 붕괴를 "헤어질 결심"에 비유하면서 "이제는 시장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현재 "시장의 변화가 가장 큰 위기"라며 ""모든 것이 한꺼번에 일어나다 보니 변화의 파고가 크고 형태도 달라 무역과 수출 위주인 우리가 소화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최 회장은 "위기와 쇼크는 계속 올 것이고 쇼크를 견디면서 살아나가는 것이 우리 체질이 돼야 하지 않나 싶다"면서 "올해는 쇼크를 견디는 체력을 비축하는 경험과 대책을 쌓는 한 해였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어 "새로운 경제 정책이 필요하다"며 "시장이 변했으니 맞춤 정책이 뭐가 돼야 하는지, 변한 시장을 어떻게 맞춤으로 들어가야 할지 정책적으로 연구하고 거기 맞는 정책을 준다면 기업하는 사람들이 좋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날 오후 최 회장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2차 비상경제민생회의 및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도 "기업이 투자를 안 해서가 아니라 기업도 투자할 돈이 없다"고 말해 이목을 끌었다.
최 회장은 최근 업계의 '투자절벽' 상황과 관련, "시장이 현재 상당히 막혀있다. 이것을 풀려면 펀딩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오히려 투자 펀드를 만들어서, 투자 전문가들이 과감하게 할 수 있는 목적성 형태의 펀드를 만들어 전략산업을 육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관계 부처 장관들과 함께 이인호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등 자문위원 29명, 구자열 대한무역협회장, 대통령실 참모진,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 등 총 6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