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올 연말 정기 임원인사를 앞두고 부회장단 구성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감지되고 있다.
세대교체를 위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노림수가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재계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23일 SK그룹과 재계 등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해 두 명의 부회장을 추가적으로 임명하면서 8명의 부회장단을 구성했는데 총수일가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과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제외하면 전문경영인은 모두 6명이다.
장동현 SK 대표이사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부회장, 박정호 SK스퀘어 대표이사 부회장 겸 SK텔레콤 부회장, 유정준 SK E&S 부회장, 서진우 SK 중국담당 부회장,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등이다
이들 중 세대교체를 위한 희생양으로 지목되는 인물은 누굴까. 부도옹(不倒翁)으로 불리는 김준 부회장이 1순위로 꼽히고 있다는 게 SK그룹 안팎의 진단이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우선 당장, 김준 부회장은 1961년생으로 부회장단 멤버 중 나이가 많은 축에 속한다. 김 부회장보다 나이가 많은 이로 박성욱 부회장(1958년생)이 있긴 하다. 허나 그는 이미 일선에서 물러난 지 4년이 됐다. 현재 SK하이닉스 미래기술&성장 담당직만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김 부회장이 지난 2017년 3월부터 6년 가까이 SK이노베이션의 대표를 맡아온 점도 세대교체의 당위성을 부각시킨다.
SK그룹 고위 관계자는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SK이노베이션이 첫 연간이익 5조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등 김 부회장 재임 시기 회사는 확장세를 거듭하긴 했다. 하지만 후배들을 위해 용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김준 부회장이 아닌 서진우 부회장이 물러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서 부회장의 역할은 이미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그룹의 중국 사업 지주사인 SK차이나가 2021년 베이징 SK타워를 매각했고 중국 렌터카 시장에서도 10년 만에 손을 떼면서다. 혹 서 부회장이 퇴진하더라고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올해 2년차인 박정호 부회장은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박 부회장은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스퀘어 등 SK그룹의 ICT(정보통신기술) 계열사를 총괄하고 있는데 사실상 그룹 2인자이자 최태원 회장의 최측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장동현 SK 부회장도 유임될 것이란 시선이 우세하다. 이제 부회장에 오른 지 1년밖에 되지 않은데다가 SK의 올해 실적은 그룹 계열사 가운데도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정준 부회장도 2024년 3월까지 남은 임기를 채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유 부회장은 SK그룹의 수소, 재생에너지, 에너지솔루션 사업을 주도했는데 2022년 3월 SK 북미 대외협력 총괄까지 맡게 돼 역할이 더 막중해졌다.
결국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SK그룹 부회장 4명 중 김준 부회장의 낙마로 귀결되지 않을까 하는게 재계의 관측이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김준 부회장은 ㈜유공으로 입사해 석유, 석유화학, 자동차,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이끌어 오면서 SK 발전에 공을 세웠다”며 “하지만 세대 교체의 큰 흐름을 비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게 최태원 회장의 의중아닐까 한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경기침체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에 방점을 두면서도 때론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과감한 도전도 요구된다"고 덧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