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빠진 '순살아파트' LH 발주 91곳 중 15개 단지 적발...민간아파트도 조사 착수
철근 빠진 '순살아파트' LH 발주 91곳 중 15개 단지 적발...민간아파트도 조사 착수
  • 정연미 기자 kotrin3@hanmail.net
  • 승인 2023.07.30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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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부장관, 이한준 LH 사장 사과 "철근 누락 책임자에 대한 인사 조처와 징계, 고발"
@JTBC화면캡쳐
@JTBC화면캡쳐

철근이 없거나 부족한 '순살 아파트'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아파트만 15개 단지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는 30일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LH 발주 아파트 91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경기 남양주 별내신도시 공공분양 아파트를 비롯해 15개 단지에서 전단보강근 누락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체 조사 대상의 16.5%나 되는 비율이다.

국토부는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민간 발주 아파트 100여곳도 점검 중이다. 이를 통해 철근 누락이 추가로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LH는 지난 4월 공사에서 발주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무량판공법이 적용된 LH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전수 검사했다. 무량판구조는 무게를 버티는 대들보(량)가 없고 기둥에 슬래브(판)가 바로 연결된 형식이라 전단보강근이 필수적이다. 전단보강근은 기둥과 슬래브 연결 부위를 강화하기 위해 심는 철근 다발로, 이게 없으면 슬래브가 무게를 못 버티고 기둥 아래로 내려앉을 위험이 커진다. 

LH는 이 중 입주가 이미 진행된 단지는 5개 단지로, 4개 단지는 입주자와 협의 또는 정밀안전진단을 거쳐 추후 보완공사를 시행할 예정이고, 나머지 1개 단지는 현재 보완공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10개 단지는 현재 입주가 진행되지 않아 입주 전 보완 공사를 끝낼 계획이다.

무량판 구조는 지하주차장을 넓게 만들기 위해 2017년 무렵부터 대규모 고가 아파트 위주로 도입이 보편화됐다. LH는 층고를 높이는 데 유리하고 공사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원가 절감 효과가 큰 무량판 공법을 상당수 아파트에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법을 거의 쓰지 않는 민간 건설사들도 LH 발주 아파트는 무량판을 적용한 설계서대로 지어야 한다.

더구나 LH는 시공사에 애초 도면에 전단보강근이 빠져 있는 설계서를 상당수 넘겨준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를 낸 검단 아파트도 발주자인 LH가 당초 GS건설 등 시공사에 전단보강근이 빠진 도면을 넘겨 주고, 현장 작업자들은 보강근이 그려진 곳 일부에도 철근을 넣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LH는 무량판 구조 자체보다는 설계·시공상 문제가 크다는 입장이다.

박철흥 LH 부사장은 "다른 구조보다 하자가 발생할 여지가 높다 보니 설계과정에서의 책임과 현장에서의 철저한 시공 관리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설계·시공 단계에서 관리가 제대로 된다면 무량판구조를 쓰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한준 LH 사장과 함께 남양주 공공분양 아파트 철근 누락 등에 대해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그러면서 철근 누락 책임자에 대한 인사 조처와 징계, 고발을 예고했다.

원 장관은 LH에 "무량판 구조로 설계·시공하면서 전단보강근 등 필수 설계와 시공 누락이 생기게 한 설계 책임자와 감리 책임자에 대해 가장 무거운 징계 조치와 함께 즉각 수사 의뢰, 고발 조치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특히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할 LH라는 공기업이 지은 아파트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점이 정말 부끄럽다"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전면적인 인사 조치와 수사 고발 조치를 함으로써 앞으로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이한준 LH 사장은 "(철근 누락) 15개 단지의 설계·감리가 언제 발주됐고, 여기에 관여된 사람은 누구인지 조사해 한 치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관련자가 책임지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장은 "그간 LH는 주택 발주만 했지 설계·감리 등 관리에 관심이 부족했다"면서 "사장으로서 굉장히 송구하며, 모든 분야에 대한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 관계자는 “철근과 콘크리트로 짓는 아파트에서 철근을 빠뜨린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특히 무량판 구조물에서 전단보강근을 누락한 것은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LH가 시공사에 이런 도면을 넘겨줬다는 건 제대로 확인도 안 했다는 의미”라며 “이런 사례가 한둘이 아닌 걸 보면 LH 업무 시스템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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