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가 지난 5년간 서울·경기 지역에서 미분양 아파트 등 기존 주택을 매입하는데 5조80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LH가 건설사들의 민원을 해결하는데 혈세를 썻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경실련은 9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16~2020년 LH 매입임대 서울·경기지역 2만6188세대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LH공사에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LH공사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서울·경기 지역에서 사들인 매입임대 주택은 모두 2만6188채에 이른다. 여기에 들어간 매입금액은 총 5조8038억원이다. 1채당 평균 2억4000만원인데 비해 공시가격은 1억7000만원,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은 69%다.
LH공사의 매입임대 주택이 얼마나 비싼 가격에 매입됐는지 판단하기 위해 SH공사 건설원가와 비교했다. 서울지역에 위치한 매입임대 아파트 및 다세대 등 주택만을 비교 대상으로 하고 면적은 매입임대 주택 평균 수준인 59㎡를 기준으로 했다.
LH의 매입임대 아파트의 전용면적 1㎡당 가격은 742만원, 매입임대 다세대 등의 가격은 642만원이다. 59㎡ 주택 1채를 매입하는데 아파트의 경우 4억4000만원, 다세대의 경우 3억8000만원이 필요하다. 세곡 2-1 단지 1채를 짓는데 2억6000만원이 드는 것과 비교하면 매입임대 아파트 1억8000만원, 매입임대 다세대 1억2000만원의 세금 낭비가 발생한 것과 다름없다.
LH공사가 100억원 이상을 들여 주택을 매입한 건수에 대한 조사도 이뤄졌다.
매입금액이 가장 큰 건은 서울 강동구 성내동의 도시생활형주택이다. 이 주택은 모두 149채인데 건물을 통으로 매입하느라 무려 615억원이나 들었다. 다음으로 수원시 정자동 아파트 443억원(153채), 수원시 금곡동 오피스텔 419억원(180채), 서울 강남구 세곡동 오피스텔 343억원(84채), 화성 봉답읍 오피스텔 339억원(360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다세대 326억원(98채), 강동구 성내동 다세대 311억원(80채),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다세대 290억원(76채), 안양시 안양동 오피스텔 287억원(84채), 서울 금천구 독산동 오피스텔 283억원(198채) 등의 순이다. 해당 주택의 이름은 LH공사의 요청에 따라 비공개했다.
매입임대 주택 중 전용면적 ㎡당 가격이 가장 비싼 곳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다세대로 1831만원이었다. 다음으로 비싼 주택은 역시 강남구 역삼동 다세대 1773만원, 서초구 서초동 아파트 1669만원, 광진구 자양동 도시생활형주택 1514만원, 서초구 서초동 다세대 1509만원, 중구 오장동 공동주택 1501만원, 서초구 서초동 아파트 1477만원, 송파구 잠실동 다세대 1398만원, 송파구 방이동 다세대 1387만원, 동대문구 휘경동 다세대 1386만원 등이다. 1㎡당 가격 상위 10개 주택은 모두 서울에 있으며 그중 7개는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에 위치하고 있다.
경실련은 LH공사에게 매입임대 주택을 건설원가 수준으로 매입하도록 매입가격 기준을 개선하고 매입임대 주택 정보를 투명하게 국민 앞에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감사원에 대해 LH공사의 매입임대 주택에 대한 철저한 감사를 요구했다.
김성당 경실련 사무총장은 "집값 폭등 시기에 LH가 매입임대를 급격히 늘린 것은 그 자체로 잘못된 매입이자 국민혈세 낭비"라고 지적하고, "서울, 경기지역에서 벌어진 LH공사의 무분별한 고가 주택매입은 집값 상승을 더욱 부추기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달 30일 LH의 미분양 아파트 고가 매입 논란에 대해 "내 돈이었으면 이 가격에는 안 산다"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