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적자와 미국은행 SVB의 파산 사태로 한국경제에 '빨간 불'이 켜졌다.
1월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폭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미국 SVB의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유동성 쇼크가 가해지면서 한국경제가 이중의 타격을 맞게 됐다.
경상수지의 적자는 외환보유고의 감소를 유발해 급작스런 유동성 쇼크를 맞거나 장기화될 경우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지난 1997년도와 같은 심각한 외환위기를 불러 올 수 있다.
한국경제는 지난해말부터 지속돼 온 수출 감소로 올 1월 상품수지가 사상 최악을 나타내 경상수지 베이스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방역 조치 완화로 인한 해외여행이 증가하면서 서비스 수지도 악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일 발표한 ‘2023년 1월 국제수지(잠정)’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3년 1월 경상수지는 45.2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가 시작된 지난 1980년 1월 이후 최대치다.
상품수지는 전년 동월 15.4억 달러 흑자에서 74.6억 달러 적자로 전환됐다. 상품수지 적자 규모도 사상 최대치다.
서비스수지는 적자 규모가 운송수지 흑자폭 축소, 여행수지 적자폭 확대 등으로 전년 동월 8.3억 달러에서 32.7억 달러로 늘었다.
본원소득수지는 흑자 규모가 배당수입 증가 등으로 전년 동월 18.7억 달러에서 63.8억 달러로 증가했다.
이전소득수지는 1.6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금융계정은 6.4억 달러 순자산이 감소했다. 직접투자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17.7억 달러, 외국인 국내투자가 11.7억 달러 늘었다.
증권투자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36.9억 달러, 외국인 국내투자가 54억 달러 증가했다.
파생금융상품은 15억 달러 감소했다. 기타투자는 자산이 19.5억 달러, 부채는 43.8억 달러 증가했다.
준비자산은 44.1억 달러 늘었다.
올해 1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6.6% 감소한 462.8억 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수입은 589.3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8% 줄었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고강도 긴축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외건전성의 핵심 지표인 경상수지마저 흔들리면서 외환관리 및 경제 운용에 심각한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SVB의 파산으로 국제 유동성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 되고 있어 한국경제의 앞날이 심각한 지경에 접어들 것이란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연간으론 200억달러대 경상수지 흑자를 예상하고 있지만 당장 상반기엔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1월부터 경상수지 적자가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등 시장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금유시장 관계자는 "당분간 경상수지가 흑자를 낼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상저하고(상반기 적자, 하반기 흑자)’ 기조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그러나 미국 SVB의 파산 등 워낙 대외여건이 불확실해 월별 경상수지 변동성은 커질 수 있고 이 경우 환율 상승으로 물가가 오르고 외환시장이 요동쳐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