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이 암울하다고 내다봤다.
내년 전망치를 1.8%로 하향 수정한데 이어 올해 성장률 역시 2.7%로 소폭 낮췄다.
KDI는 10일 발표한 2022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5월 내놓은 올 상반기 전망치(2.3%) 대비 0.5%포인트(p) 낮춘 1.8%로 제시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 아시아개발은행(ADB) 2.3% 등의 전망치보다 낮은 수준이다.
천소라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내년 우리 경제는 글로벌 경기부진과 시장금리 상승으로 경기둔화 국면에 머무를 것"이라며 "대내외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이 점진적으로 파급되면서 내년 상반기에 성장세가 크게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1.8%라는 숫자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대략 2% 내외라면 1.8%는 그보다 하회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내년에는 경기둔화 국면이라고 진단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상반기에 전망했던 2.2%에서 3.2%로 1.0%p 상향조정했다. 국제유가를 상반기 전망 당시 예상치(배럴당 92달러)보다 낮은 84달러로 전제했음에도 전체 소비자물가는 더 올린 셈이다. 근원물가 상승률 역시 상반기 전망치(2.4%)보다 0.9%p 높여 3.3%으로 잡았다.
민간소비는 3.9%에서 3.1%로 낮췄다. 코로나19의 영향에서 점차 벗어나며 서비스 소비가 회복되겠으나, 고물가로 인한 실질구매력 저하와 시장금리 상승으로 재화소비가 둔화함에 따라 올해보다 낮은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내년 경상수지는 서비스수지 적자폭이 확대됨에 따라 기존 전망치(602억달러)보다 대폭 축소된 160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취업자 수는 12만명에서 8만명으로 하향조정했다. 내년에도 양호한 고용 여건이 유지되겠으나 기저효과와 고령화로 인해 올해(79만명)보다 크게 축소될 것으로 예측한 것이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경기둔화와 대외 불확실성 증가로 기존 2.4%에서 0.7%로 하향 조정했다. 건설투자 역시 주택시장 부진과 자금조달 여건 악화로 인해 2.3%에서 0.2%로 대폭 낮췄다.
수출은 국가 간 인적 이동이 확대되며 서비스수출이 회복됨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기둔화로 상품수출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며 1.6% 증가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이는 상반기 전망(2.8%)보다 1.2%p 낮은 수치다.
천 총괄은 "미국의 달러화 강세 현상이 지속될 경우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면서 우리 수출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 경기가 '제로 코로나' 정책과 부동산 시장 위축 등으로 급락하면 생산 차질이 글로벌 공급망 교란으로 이어지면서 하방 위험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내적으로는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인상되거나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발생할 경우 경기둔화가 심화할 수 있다"며 "민간부채가 높은 상황에서의 금리상승은 경기에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회사채 시장을 중심으로 기업 자금조달 차질이 확산하는 경우 투자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KDI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도 기존 2.8%에서 2.7%로 소폭 하향 수정했다. 소비자물가는 종전 4.2%에서 5.1%로 0.9%p 올려 잡았다.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는 4.7%p로 상반기 경제전망 당시(3.7%) 대비 1.0%p 높아졌다. 총수출 증가율 전망치는 종전 5.1%에서 4.3%로 0.8%p 낮아졌다. 같은기간 총수입 증가율 전망치도 4.9%에서 4.3%로 하향 조정했다.
경상수지는 올해 상반기 전망에서 516억달러 흑자를 예상했지만 이번 전망에서는 230억달러로 286억달러나 줄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