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강제징용 배상 방안에 대해 야권과 피해자 측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내각총리대신과 정상회담을 한다.
대통령실은 9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일본 정부의 초청에 따라 3월 16∼17일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다”며 “윤 대통령은 방문 기간 중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으로, 방일 기간 중의 상세일정과 관련해선 현재 일본 측과 조율하면서 준비 중이다”라고 발표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저녁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6∼17일 일본을 방문해 정상회담과 만찬을 한다. 양국 관계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기회로 삼겠다”며 “한국 정부가 옛 조선반도 노동자 문제(일제 강제동원 노동자의 일본식 표현)에 관해 조치를 발표한 것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도 이날 오후 정례회견에서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과 회담하고 만찬도 함께할 예정이다”라며 “윤 대통령 방일은 '실무 방문'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마쓰노 장관은 "한국은 국제사회의 여러 과제에 대응하는 데 협력할 중요한 이웃 나라다“라며 ”이번 방일을 통해 국교 정상화 이후 우호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한일 관계가 더욱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 대통령의 방일은 2019년 6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roup of 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오사카를 찾은 이후 처음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선 일본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에 대한 양국간 갈등에서 비롯된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 문제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은 “이번 방문으로 12년간 중단됐던 한일 양자 정상 교류가 재개되며, 이는 한일관계 개선과 발전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라며 “윤 대통령의 이번 방일을 통해 한일 양국이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안보, 경제, 사회, 문화의 다방면에 걸친 협력이 확대되고, 양국 국민 간 교류가 한층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일 셔틀외교는 지난 2011년 10월 노다 요시히코 당시 일본 내각총리대신이 방한하고 같은 해 12월 이명박 대통령이 방일한 이후 중단됐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9일 서면브리핑을 해 “이러려고 굴욕적인 제3자 변제안을 발표한 것이냐? 국민의 자존심을 팔아 기시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얻어낸 것이냐?”라며 “기시다 총리와 웃으며 악수하는 모습이 대통령에게는 자랑스러운 외교 성과일지 모르지만 국민에게는 굴종외교를 상징하는 치욕적인 장면이 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지금이라도 제3자 변제안을 철회하고 피해자 분들과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기 바란다”며 “그것이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다”라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