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이 금융감독원 합동검사 전 금리연계파생결합펀드(DLF) 현황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은 일본 아베 신조 정권과 뭐가 다르냐며 맹비난했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정무위원회, 서울 중구성동구을)은 “하나은행이 금감원 조사 전 DLF 관련 현황자료를 고의로 삭제한 것이냐?”고 질의했다.
김동성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하나은행이 금융감독원 합동검사 전 고의로 DLF 현황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성 부원장보는 하나은행이 삭제한 자료에 대해 “크게 2개 파일이다. 1차 전수조사, 2차 전수조사 파일”이라며 “손해배상을 검토하기 위해 전수조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부원장보는 하나은행이 삭제한 자료 내용에 대해 “(DLF의) 불완전판매 관련 파일”이라며 “지성규 행장이 지시해 작성한 파일이 맞다. 하나은행이 전수조사한 파일이고, 저희가 발견하기 전까지 은닉했다. 고의로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최근 DLF 검사에서 금융보안원 협조로 하나은행의 관련 자료 삭제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했다. 삭제된 자료는 대부분 복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들 자료는 금감원이 합동검사에 착수하기 직전인 올 8월 초 삭제됐다.
이날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은 ”자료 삭제 사실을 보도를 통해 봤다“며 ”삭제를 누가 (지시했고), 무엇을 (삭제했고), 왜 (삭제)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금감원 검사를 방해하려고 조직적으로 자료를 은폐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하나은행의 DLF 판매는 함 부회장이 하나은행장이던 시절(2015년 9월~2019년 3월)부터 지성규 하나은행장 취임(2019년 3월) 이후에 걸쳐 이뤄졌다.
함 부회장은 ”금감원 검사 결과에 따라 분쟁조정위원회에서 결정되는 부분을 전적으로 수용할 것“이라며 ’손실을 100% 보상하라‘는 결정에도 따를 것임을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격분하고 있다.
김주명 'DLF·DLS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위원장은 21일 오후 2시 국회 앞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실상과 완전히 상반된 은행의 입장 발표가 과거사에 대한 반성이 없는 아베 정부와 다를 게 무엇이냐?"며 "은행은 이제라도 모든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반성하며 용서를 구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고객과의 신뢰를 배신해 소탐대실하는 결과를 낳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금감원에 요청한다. 은행들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해 제대로 된 배상을 결정해 주길 진심으로 고대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국회의원들에게도 "이번 사태의 핵심은 제1금융권의 대국민 사기다. 이를 바로잡아 더 이상 애꿎은 국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죽고 싶은 나라가 아닌, 사람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주기 바란다"며 "현행법 하에서는 고객이 은행의 사기행위를 증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 은행들은 대형 로펌들의 조력을 받아 이러한 현행법의 틈새를 이용해 본인들의 잘못을 고객들에게 전가하려 하고 있다. 이렇듯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순진한 국민들이 억울한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민생을 더욱 신경 써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