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확기 총 90만t의 쌀이 시장에서 격리된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25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국무총리공관에서 ‘제4차 고위당정협의회’를 개최해 급격하게 하락한 쌀값의 회복을 위해 2005년 공공비축제 도입 이후, 수확기 시장격리 물량으로는 최대인 45만t의 쌀을 수확기(10~12월)에 시장에서 격리하기로 했다.
당정은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남는 쌀 의무매입법’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쌀 공급과잉 심화, 재정 부담 가중, 미래 농업 발전 저해 등 부작용이 크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격리 의무화보다는 ‘전략작물직불제’를 내년부터 신규로 도입해 가루쌀ㆍ밀ㆍ콩ㆍ조사료의 재배를 확대하고 쌀 가공산업을 활성화해 쌀 수급균형과 식량안보 강화를 동시에 이뤄 나가기로 결정했다.
이날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쌀 초과생산량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것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농업계는 이미 쌀값 안정화 대책 수립을 요구하며 단체행동에 나섰다. 야당은 다수 의석을 앞세워 포퓰리즘적이고 선동적인 양곡관리법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당·정이 선제적으로 나서 쌀값 안정을 위한 정책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산지 쌀값은 작년 10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올해 9월 15일에는 지난해 동기 대비 24.9% 하락했다. 지난 1977년 관련 통계를 조사한 이후 전년 동기 대비로는 최대 하락폭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5일 보도자료를 발표해 “큰 폭으로 쌀값이 하락함에 따라 농식품부는 쌀값 안정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최대한 신속하게 마련하기로 했으며, 과도하게 하락한 쌀값을 상승세로 전환시키기 위해선 초과 생산량 이상의 물량을 수확기에 전량 시장에서 격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에 따라, 10월 초중순에 발표하던 쌀 수확기 수급안정 대책을 관계부처 및 여당 등과 신속히 협의해 2011년 이후 가장 빠른 시기(9월 25일)에 확정ㆍ발표했다”고 밝혔다.
이어 “격리물량은 2022년산 작황과 신곡 수요량, 민간의 과잉 재고, 수확기 쌀값 안정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45만t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당정이 농촌진흥청의 9월 15일 자 작황조사 결과와 2022년산 신곡에 대한 수요량을 검토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약 25만t의 초과 생산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2021년산 쌀은 예년보다 많은 물량(약 10만t)이 11월 이후에도 시장에 남아 2022년산 신곡 가격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정은 올해 수확기 쌀값 회복을 위해 초과 생산량에 2021년산 구곡 재고량을 더한 것보다 더 많은 물량을 시장에서 격리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시장격리 물량 45만t과는 별개로 작년보다 10만t 증가한 공공비축미 45만t을 포함하면 올해 수확기에는 총 90만t이 시장에서 격리되는 효과가 생기게 된다.
이 역시 2005년 공공비축제도 도입 후 수확기로는 최대 물량이다. 올해 격리되는 90만t은 2022년 예상 생산량의 23.3%에 달하며, 쌀 생산량 중 수확기에 시장에서 격리(공공비축+시장격리)되는 비율이 과거 8.3~18.1%였던 점을 감안하면 가장 높은 수준이다.
농식품부는 “이번 시장격리 조치를 통해 지난해 수확기 이후 큰 폭으로 하락한 쌀값은 적정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농식품부는 쌀값 및 쌀 유통시장 동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수급 상황에 맞는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쌀값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