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개혁 난항..4+1협의체서도 이해관계 엇갈려
선거제 개혁 난항..4+1협의체서도 이해관계 엇갈려
  • 이광효 기자 leekwhyo@naver.com
  • 승인 2019.12.2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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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신당(가칭) 유성엽 창당준비위원회 위원장(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 바른미래당 김관영 최고의원, 민주평화당 박주현 의원(왼쪽부터),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여야 4+1 선거협의체 회동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안신당(가칭) 유성엽 창당준비위원회 위원장(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 바른미래당 김관영 최고의원, 민주평화당 박주현 의원(왼쪽부터),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여야 4+1 협의체 회동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8일 여야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는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가칭)이 합의한 석패율 제도(한 후보자가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동시에 출마하는 것을 허용하고, 중복 출마자들 중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로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선출하는 것) 도입을 거부함에 따라 선거제도 개혁 협상이 난항을 지속하고 있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4+1' 협의체 의석 수는 160석이 넘어 108석의 자유한국당이 아무리 강하게 반대해도 여야 '4+1' 협의체가 마련한 2020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처럼 선거제 개혁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예산안과 달리 선거제 개혁은 '4+1' 협의체에서도 이해 관계가 엇갈리고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선거제 개혁의 내용 자체가 매우 어려워 선거제 개혁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석패율제, 더불어민주당뿐만 아니라 대안신당서도 반대 목소리

선거제 개혁에 대해 현재 '4+1' 협의체에서 가장 이해 관계가 엇갈리는 부분은 석패율제 도입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더불어민주당이 획득할 비례대표 의석 수가 많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석패율제를 도입하면 비례대표의 취지 자체가 크게 훼손될 것이고 총선에서 당이 매우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에 석패율제 도입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19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석패율제에 대해 “사실상 비례대표를 실질적으로 줄인다. (현재까지 '4+1' 협의체에서 합의된 선거제 개혁 내용에 따르면) 비례대표가 전체 50석이지 않느냐? 처음에 9개 권역까지 했다가 6개 권역으로 줄었는데 6개 권역으로 석폐율제를 쓰게 되면 최대 12석이 석폐율제로 활용돼 실질적으로 지역구에서 나온 사람이 (당선된다)”며 “비례대표의 근본 취지는 전문가나 또는 사회적 약자, 소수자를 대변하는 사람을 뽑겠다는 것 아니었느냐? 비례대표가 현행 제도에서 47석인데 나중에 가면 실제로는 38석으로 더 줄게 된다”고 말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결국은 각 당의 중진 의원 또는 현역 의원이라든지, 어느 정도는 인지도가 있고 지역에 기득권이 있는 사람이 또 재선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래서 특정 정치인만을 지목하는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중진 구하기용’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가 그런 측면에 있다”고 밝혔다.

홍 수석대변인은 “당초 석폐율이 나왔던 건 2000년대 초반이다. 영호남 지역구도 때문에 우리 과거 민주당 의원들이 영남 쪽에서는 40~45% 정도의 지지를 받고 항상 떨어졌다. ‘특정 정당이 어떤 지역을 독식하는 구조를 좀 깨야겠다’는 차원에서 지역감정 완화하고 그 지역에서 오랫동안 노력한 지지율이 상당히 높은 의원을 구제하자는 건데 지금 일부 정당의 안을 보면 ‘30% 이상 지역에서 득표율을 얻은 정당은 제외하자’ 이런 이야기를 한다”며 “그렇게 되면 실제로 지역에선 3등 이하, 그러니까 지지율이 20% 안팎의, 그 아래를 받고도 석폐율로 소수 정당의 대표라는 이유로 구제되는 경우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최고위원은 이날 BBS 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석패율제를 하게 되면 제가 볼 때는 엉뚱한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며 “그 다음에 여야 경쟁 구도가 굉장히 치열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솔직히 말씀드리면 우리 당이 처해 있는 입장이 굉장히 어려워질 상황이 생긴다. 그래서 우리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제도”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개최된 정책조정회의에서 “선거법을 둘러싸고 가치 논란은 사라지고 밥그릇 싸움으로 비치는 것도 국민 뵙기에 민망한 일이다. 선거법 개정에 대해서는 국민 우선과 역지사지를 원칙으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다시 토론하자”며 “민주당은 선거법과 관련해 민주당의 이익만을 주장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선거개혁의 초심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협상을 진행하겠다. 우리가 석패율 제도에 재고를 요청한 것은 조금이라도 있을 수 있는 반개혁 여지를 없애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4+1’ 협의체의 가장 강력하고 유일한 무기는 개혁의 초심이다. 모든 논의의 초점은 민심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국회에 반영하는 데 맞춰야 한다. 민주당은 지금 논의되고 있는 석패율 제도에 국민이 반개혁으로 받아들일 작은 소지라도 없는지 매우 걱정하고 있다”며 “석패율 제도가 혹 현역의원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소지는 없는지, 성찰하고 또 성찰해야 한다. 함께 점검하고, 국민의 눈으로 살펴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야4당의 심사숙고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대안신당(가칭) 박지원 의원(전남 목포시, 법제사법위원회)은 이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을 떠나서라도 저는 석패율에 대해 개인적으로 (반대다)”라며 ”우리 당도 석패율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이었는데, 3+1에 가서 3당이 하도 강하게 주장을 하니까 유성엽 대표가 동의를 해 줬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은 ”지금 자유한국당에서도 ‘박지원, 심상정, 손학규, 정동영, 나가서 지역구 떨어지면 비례대표 되려고 한다, 자기들 진출하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 유권자들도 혼란스럽다“며 ”제가 목포에서 출마했는데 상대방들이 ‘박지원은 석패율로 비례대표로 들어가니까 나를 당선시켜 주시오’ 했을 때 굉장히 곤혹스러운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서울시 시의원, 광역의원의 51% 득표를 하고 의석수는 90%를 가져갔다. 이러한 것을 시정시키자고 해서 연동형 비례대표가 되는데 여기에 석패율까지 한다고 하는 것은 저는 ‘유권자도 혼란스럽지만 본래의 취지에 어긋나지 않느냐’(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안신당 유성엽 창당준비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개최된 상임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어제 야당 3+1 대표 회동에서 어렵게 만들어낸 선거법 합의가 결국 민주당의 거부로 무산됐다. 민주당의 이번 결정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자가당착이고 여측이심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며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오래 전 주장인 석폐율제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오래 전부터 지역구도 정치의 해소를 위해서 간절하게 요구했던 것이 석폐율제 도입이었는데 석폐율제 도입을 거부한 것은 바로 자가당착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유성엽 위원장은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그러한 모습을 지금 민주당은 보이고 있다. 석폐율 문제는 이미 패스트트랙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이라며 ”자기들이 급할 때에는 다 들어줄 것처럼 집어 넣어놓고, 이제 와서 ‘나 몰라라’라며 안 된다는 것은 전형적인 소인배 정치, 모리배 정치라고 단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선거법을 갖고 계속 이렇게 밀고 당기면서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국민들에 대한 도리가 결코 아니다“라며 ”민주당이 정녕 눈을 막고, 귀를 막는다면 더 이상 시간 끌지 말고, 바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대상안건) 원안을 표결해야 할 것이다. 다만 이에 대한 모든 정치적인 책임은 민주당이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날 상무위원회에서 ”어제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3+1 대표의 제안을 더불어민주당이 수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 말이 3+1 합의안이지 패스트트랙 원안의 원칙을 존중하자는 점을 강조했을 뿐 실은 더불어민주당의 수정안을 다 받아들인 것“이라며 ”‘자유한국당의 도를 넘는 국회유린 상황과 개혁의 좌초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오직 패스트트랙 개혁법안의 조속한 처리만 고려해 내린 대승적인 결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이 여전히 당익을 앞세운다면 국민들은 더불어민주당의 선거제도 개혁, 검찰제도 개혁의 의지를 의심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온전한 50% 준연동형이 아니라 30석 캡을 수용하는 결단을 내린 것은 민주당이 아니라 야3당(정의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이라며 ”민주당에 한 번 더 촉구한다. 4월 합의의 정신으로 돌아가 야3당의 요구를 수용하기 바란다. 이미 민주당의 석패율 거부 이유가 자신과 경합하는 소수 야당 후보들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은 속속 보도가 되고 있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가 ‘석패율이 지역주의를 완화할 주요 대안’이라고 말해오지 않았느냐? 그리고 중진 구제용으로 전락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이미 4월 패트 합의안에는 지역구 30% 의석 획득 봉쇄조항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법 협상이 될 듯하다가도 걸리고 있는 상황이다. 자유한국당은 국회 밖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반대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안에서 선거제 개혁을 막고 있다”며 “4+1 협의체가 국회 통과가 가능한 50석 연동제에 의견을 모으자마자 더불어민주당은 난데없이 연동제 의석 30석 한정안을 들고 나왔다. 협의체에 속한 정당들이 ‘대승적으로 이를 수용한다’고 하자, 어제 더불어민주당은 ‘석패율제는 안 된다’면서 의총에서 부결시켰다”고 비판했다.

조배숙 원내대표는 “야당은 국회 통과가 불가능한 급격한 개혁안을 수정했다. 이제 더불어민주당이 작은 이익에 집착을 버릴 때”라며 “국민은 민생이 급하다. 여기에 대해 민주당이 석패율 집착을 버리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국회의원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선거법 개정안

현재 선거제 개혁 협상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정의당 심상정 의원 대표발의)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이 공식선거법 개정안의 내용이 국민들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

이 개정안을 보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전문가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복잡한 수학 공식이 나온다. 자유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공격하는 주요 근거도 이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 박용찬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심을 정확하게 반영하겠다는 선거법 개정 논의는 누가 보더라도 한 석이라도 더 얻기 위한 ‘밥그릇’ 싸움으로 전락해 버렸다. ‘연동형’이란 용어만 해도 무척이나 어려운데 이내 곧 ‘석패율’이란 더욱 난해한 용어가 튀어나온다”며 “그러나 이 정도는 양반이다. 1+4 그들만의 협상 과정에서 ‘연동형 캡’이니 ‘이중등록제’니 듣도 보도 못한 난수표 같은 용어가 또다시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난해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대한민국 정치를 대혼란 속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용찬 대변인은 “누가 보더라도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아니라 ‘밥그릇’ 비례대표제이며 ‘땅따먹기’ 비례대표제이다. 현행 선거법에 큰 문제가 있다며 불편해하는 국민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불편해하고 힘들어하는 것은 추락하는 민생경제요 하늘 모르고 치솟는 부동산 시장”이라며 “거듭 강조하건데 현재 진행되는 비례대표 협상은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으며 타이밍도 적절하지 않다. 그동안 할 만큼 했으니 이제 그만하고 우리 함께 민생으로 돌아가자”고 촉구했다.

설훈 최고위원도 이날 BBS 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모르는 투표권은 결국 국민들이 행사하는데 이런 제도가 과연 명분을 얻을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런 비판이 가능하다.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장치가 제일 좋은 장치인데 이게 복잡하게 이렇게 만들어지니까 전형적인 모습은 봐야 할 것 같다”며 “그런 비판을 감안해서 정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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