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탕절에 떠난 노태우 전 대통령..“저의 과오 용서 바란다”
탕탕절에 떠난 노태우 전 대통령..“저의 과오 용서 바란다”
  • 이광효 기자 leekwhyo@naver.com
  • 승인 2021.10.2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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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군부 쿠데타 주도ㆍ87체제 첫 직선 공과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88년 국회에서 진행된 제13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88년 국회에서 진행된 제13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탕탕절'인 26일 신군부 쿠데타를 주도하고 현행 헌법 발효 후 첫 국민 직접선거로 선출된 노태우 제13대 대통령이 별세했다. 향년 만 88세.

고 노태우 전 대통령 유족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오랫동안 병환에 계시던 사랑하는 저희 아버지 노태우 전 대통령께서 10월 26일 오후 운명하셨습니다”라고 밝혔다.

유족이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은 세상을 떠나기 전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겸허하게 그대로 받아들여, 위대한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어서 참으로 감사하고 영광스러웠다”며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그럼에도 부족한 점 및 저의 과오들에 대해 깊은 용서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족은 “장례는 국법에 따라 최대한 검소하게 해 주시길 바라셨고 ‘자신의 생애에 이루지 못한 남북한 평화통일이 다음 세대들에 의해 꼭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는 당부를 하셨습니다”라며 “장례 절차는 정부와 협의 중이며 장지는 이런 뜻을 받들어 재임 시에 조성한 통일 동산이 있는 파주로 모시는 것을 협의 중입니다”라고 밝혔다.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은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같은 날에 세상을 떠났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의 총탄에 의해 숨졌다.

고 노 전 대통령은 '다계통 위축증' 등으로 장기간 투병하면서 전신이 허약해진 상태에서 여러 질병이 복합적으로 발생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김연수 서울대학교병원장은 26일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고인께서는 다계통 위축증으로 투병하시며 반복적인 폐렴과 봉와직염 등으로 수차례 서울대병원에 입원했으며, 심부정맥혈전증으로 치료를 지속해서 받아 왔다”며 “최근에는 와상(누워 있음) 상태로 서울대병원 재택의료팀의 돌봄 하에 자택에서 지냈다"고 설명했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같은 날에 세상 떠나

다계통 위축증은 여러 신경계를 침범하는 질환을 통칭하는 용어다. 소뇌 기능 저하와 관련한 증상이 많아 '소뇌 위축증'이라고도 불린다. 소뇌 기능이 악화하면서 평형 감각이 떨어져 보행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말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최근까지 노 전 대통령을 진료했던 서울대학교병원 공공진료센터의 이선영 교수는 ”대략 20년 정도 와상 상태에 계셨던 것으로 안다"며 "중간 중간 서울대병원 입원 치료도 하셨으나 최근 10년 정도는 재택 치료를 주로 받으신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의 경우 오랜 시간 누워 있으면서 여러 합병증이 발생해 지병으로 인해 사망하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은 25일부터 저산소증, 저혈압 등의 증상을 보였고 26일 낮 12시 45분쯤 구급차를 타고 서울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응급실에 내원했을 당시엔 통증에 반응했고 이후 의료진의 치료를 받았으나 상태가 악화해 26일 오후 1시 46분 결국 사망했다.

김 원장은 “임종 시 가족 중 1명이 자리를 지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고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는 27일 오전 10시에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2층 3호실에 마련된다.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은 지난 1932년 12월 4일 경상북도 달성군 공산면 신용리(현재 대구광역시 동구 신용동)에서 면 서기였던 아버지 노병수와 어머니 김태향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후 민주화의 서광이 비추기 시작하던 1979년 당시 육군 9사단장이었던 노 전 대통령은 육군사관학교 11기 동기생인 전두환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 '하나회' 세력의 핵심으로서 12·12 쿠데타와 5·17 쿠데타를 주도했다.

12·12 쿠데타와 5·17 쿠데타로 전두환 대통령의 제5공화국이 출범했고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은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후계자로 부상했다. 1987년 6월 10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정의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지명됐다.

◆퇴임 후 징역 17년형과 2600억여 원의 추징금 선고받아

하지만 1987년 1월에 발생한 고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 등으로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을 타도하고 민주화를 이룩하기 위한 6월 항쟁이 일어났고 당시 노태우 민주정의당 대통령 후보는 6·29 선언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직선제 개헌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었다.

이후 제5공화국 헌법은 현행 헌법으로 개정됐고 1987년 말에 현행 헌법에 따른 최초의 대통령 직접선거가 실시됐다. 이 선거에서 당시 민주정의당 노태우 후보는 36.64%의 득표율로 후보 단일화에 실패한 통일민주당 김영삼 후보(28.03%)와 평화민주당 김대중 후보(27.04%)를 이기고 당선됐다. 당시 노태우 후보의 슬로건은 ‘보통사람 노태우’였다.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민주주의 정착 ▲북방 외교 등으로 우리나라의 외교적 지위 상승 ▲1988년 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토지공개념 도입 등으로 부동산 불로소득과 빈부격차 심화 방지 등의 업적을 이룬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1993년 2월 퇴임 후 군사쿠데타 주도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유혈 진압, 수천억원 규모의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수감돼 징역 17년형과 2600억여 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1997년 12월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특별사면 조치로 석방됐고 2013년 9월 추징금을 완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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