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경율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고가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프랑스 루이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거론했다.
하지만 이는 김건희 여사의 ‘고가 가방 수수' 의혹의 본질은 흐리게 하면서 역사적 사실에도 맞지 않는 엉뚱한 비유라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이 의혹은 김건희 여사가 현직 대통령의 부인 신분으로 고가의 가방을 받았는지, 받았다면 왜 받았고 준 사람은 무슨 이유로 줬는지 등을 명확히 밝힌 다음 관련 법률을 위반했다면 법에 따라 처벌하고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국민들에게 진솔하게, 진심으로 사과하면 끝날 일이다.
이 가방을 준 것으로 지목된 사람이 누구인지도 명확히 드러난 상황이니 지금이라도 수사 당국이 소환해 조사하면 된다.
김경율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이 비대위원으로서 할 일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대통령실, 수사당국에 바로 이런 것들을 촉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김 비대위원은 17일 JTBC 유튜브 라이브 ’장르만 여의도‘와의 인터뷰에서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치 등 때문에 프랑스 혁명이 발발했다며 김건희 여사의 ‘고가 가방 수수' 의혹을 연결시켰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1789년 7월 14일 발발한 ’프랑스 혁명‘으로 1793년 10월 16일 단두대에 의해 처형됐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치 등이 프랑스 혁명의 주요 원인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 역사 기록 등에 따르면 마리 앙투아네트는 이전 왕비와 비교했을 때 검소했고 자선에도 힘썼다.
마리 앙투아네트를 비판할 때 항상 언급되는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란 말도 마리 앙투아네트가 한 말이 아니다. 이 말은 장 자크 루소의 ‘고백록’에 나오는 구절이었지만 마리 앙투아네트가 한 말로 잘못 알려져 당시 프랑스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프랑스 혁명의 가장 직접적이고 큰 이유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치 등이 아니고 미국 독립전쟁(1775~1783년)에 대한 프랑스의 무분별한 지원이다.
1789년 당시 프랑스의 총수입은 약 4억7500만 리브르(프랑스에서 1795년까지 사용된 통화의 단위)였는데 루이16세가 3∼4년간 미국 독립전쟁 지원을 위해 쓴 돈은 약 20억 리브르로 알려졌다.
이미 루이16세가 등극했을 당시 프랑스의 국가부채는 원금만 약 30억 리브르였고 국가예산의 약 절반을 국가부채 원금·이자 상환에 사용하고 있었다. 또한 장기간 지속된 흉년으로 많은 국민들이 굶어 죽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독립전쟁 지원을 위해 이런 막대한 돈을 쓴 것이다.
결국 루이16세는 175년 만에 신분제 의회인 삼부회를 개최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는 프랑스 혁명으로까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