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 양을 학대한 끝에 사망하게 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양모 장모 씨가 항소심에서 유기징역형으로 감형받았다.
서울고법 형사7부(성수제ㆍ강경표ㆍ배정현 부장판사)는 26일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장씨에게 징역 35년형을 선고했다.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함께 기소된 양부 안모 씨에게는 1심과 같은 징역 5년형을 선고했다.
두 사람에 대한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 ▲10년 동안의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명령은 1심대로 유지됐다. 검찰은 장씨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과 보호관찰을 명령할 것을 청구했으나 1심과 마찬가지로 기각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을 영구적으로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무기징역형을 선고하는 것이 정당화될 만한 객관적 사실이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피고인이 사전에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살인을 준비했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다. 피고인은 스트레스를 조절하지 못하는 심리적 특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 이로 인해 범행에 이르렀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세 차례나 아동학대로 신고되고도 피고인과 피해자를 분리하는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참혹한 결과에 이르렀다“며 ”사회의 공분은 범행 자체의 참혹함에 대한 것만이 아니고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보호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망을 막지 못했다는 데 따른 공분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아동보호 체계가 철저하고 확실하게 작동하도록 개선·보완하고, 범행 피해자들이 망각되지 않도록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조사·분석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등 사회적인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며 ”피고인이 입양 허가를 받은 지 불과 한달여 뒤부터 양육 스트레스 등 자신의 기분과 처지만 내세워 상습적으로 피해자를 학대하다가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부검의는 피해자의 시신이 지금까지 겪은 아동학대 시신 중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손상 정도가 심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1심에서 장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던 검찰은 항소심에서도 ”이 사건은 스스로 방어하기 어려운 16개월 아이를 상대로 한 범행이라는 점에서 죄질이 크고 반사회적“이라며 사형을 구형했다.
장씨는 아동학대를 인정하면서도 ”정인 양을 살해하려는 고의가 없었으며 정인 양 복부에 남은 충격의 흔적은 심폐소생술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1·2심 재판부는 모두 정인 양의 복부에 난 손상은 장씨의 학대로 인한 것이고 장씨에게 미필적으로나마 살인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해 살인죄를 유죄로 판단했다.
남편 안씨는 장씨의 학대를 알고도 방조하고 정인 양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에선 안씨의 모든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고 항소심에선 정서적 학대 혐의가 일부 무죄로 판단됐다. 형량은 달라지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