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이 29일 바른미래당을 탈당해 안철수 전 의원의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안철수 전 의원은 29일 국회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저는 오늘 비통한 마음으로 바른미래당을 떠난다. 어제 손학규 대표의 기자회견 발언을 보면서 저는 바른미래당 재건의 꿈을 접었다”며 “2년 전 저는 거대양당의 낡은 기득권 정치를 넘어 영ㆍ호남 화합과 국민 통합으로 정치를 한 발짝 더 미래로 옮겨보자는 신념으로 바른미래당을 만들었다. 저는 지난 지방선거 때도 제 온 몸을 다 바쳐 당을 살리고자 헌신했다. 그러나 당은 지방선거 이후에도 재건의 기반을 만들지 못한 채 내홍과 질곡 속에 갇혔다. 내부 통합도, 혁신도, 국민께 삶의 희망과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는 정당이 됐다. 소속 의원 개개인의 높은 역량은 기성 정치질서에 묻혀버렸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안 전 의원은 “기성 정당의 틀과 기성정치 질서의 관성으로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자기 편만 챙기는 진영정치를 실용정치로 바꾸어야 한다. 그래야 타협과 절충의 정치가 실현되고, 민생과 국가미래전략이 정치의 중심의제가 될 수 있다. ‘앞으로 뭘 먹고 살 것인가‘가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된다는 뜻”이라며 “실용적 중도정당이 성공적으로 만들어지고 합리적 개혁을 추구해 나간다면 수십 년 한국사회 불공정과 기득권도 혁파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저는 바른미래당을 재창당해 그러한 길을 걷고자 했지만 이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의원은 “정치인의 책임윤리는 시대와 국민의 요구에 정확히 답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저는 제게 주어지고 제가 책임져야 할 일들을 감당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제 자신도 알 수 없는 거대한 거친 파도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뛰어 들고자 한다. 하나의 물방울이 증발되지 않고 영원히 사는 방법은 시대의 바다, 국민의 바다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설사, 영원히 사라진다 해도 그 길이 옳다면 결코 주저하지 않겠다. 증오와 분열을 넘어 화해와 통합의 정치로 미래를 열고자 하는 저의 초심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삶이 고단한 분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드리고자 하는 초심에도 추호의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안 전 의원은 “저의 길은 더 힘들고 외로울 것이다. 그러나 초심을 잃지 않고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 국민의 뜻이 하늘의 뜻”이라며 “저는 진심을 다해 이 나라가 미래로 가야하는 방향에 대해 말씀드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 우리 정치와 사회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간절하게 호소할 것이다. 안전하고 공정한 사회, 제대로 일하는 정치를 통해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 당원 동지 여러분, 지금 대한민국은 담대한 변화의 새 물결이 필요하다”며 “기성의 관성과 질서로는 우리에게 주어진 난관을 깨고 나갈 수 없다. 저 안철수의 길을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비례대표, 정무위원회)은 이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당을 만든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어저께 의원들하고 오찬 하면서 안 대표가 공항에서 국민들께 말씀드린 내용을 또다시 말씀드리면서 ‘나는 한 분이라도 좋고 열 분이라도 좋고 어쨌든 내가 갈 길을 가겠다’고 분명하게 말씀하셨다”며 “그러니까 안 대표 입장에선 이것의 성공 여부를 떠나서 ‘내가 가는 길이 본인이 해야 되고 이 길이 옳다고 지금 생각하는 길을 본인이 택한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것에 연연해서 좌고우면할 상황은 아니다. 그럴 분은 아니다’ 이렇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안철수 전 의원은 신당 창당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문제는 안철수 신당의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것. 무엇보다도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8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안철수 전 의원의 지지율이 예전보다 매우 낮다.
한국갤럽이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 결과 안철수 전 의원 선호도는 4%에 불과했다. 지난 2016년 4월 13일 실시된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국민의당 돌풍의 기반이 됐던 광주·전라 지역에서의 안 전 의원 선호도는 1%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2%)보다도 낮았다.
‘옛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문병호 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과 김영환 전 의원은 29일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 위원장과 만나 혁통위에 '원칙적인 참여' 입장을 정했다.
문병호 전 최고위원은 이날 ‘통일경제뉴스’와의 통화에서 “안철수 신당은 성공 가능성이 낮아 안철수 신당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사무총장이자 당권파인 임재훈 의원(비례대표, 교육위원회)은 28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식당에서 안철수 전 의원과의 오찬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안 전 의원 (지지도가) 예전 같지 않고, 국회의원 1∼2명 갖고는 기호를 10번 내외로 받는다”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현역 의원 7명 가운데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광주 광산구을, 행정안전위원회)을 제외한 6명이 스스로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는 비례대표라는 것도 안철수 신당 성공에 큰 걸림돌이다. 이에 따라 29일 안철수 전 의원 탈당 선언에도 안철수계 의원들의 동반 탈당은 아직까지 없다.
이런 이유로 안철수 전 의원이 결국에는 혁통위에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문병호 전 최고위원은 29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안철수 전 의원은 신당을 창당한 후 혁통위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혁통위도 안철수 전 의원 합류를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 김영환 전 의원은 이날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박형준 혁통위원장 등과 만난 자리에서 “(회동에 참석한) 네 사람은 통합신당의 추진에 안 전 의원이 함께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운 생각을 갖고 있다”며 “안 전 의원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통합신당이)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뭔가 새로운 정당으로 출현해야만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런 조건을 만드는 데 노력해야겠다”고 말했다.
회동에 참석한 김근식 경남대학교 교수는 “촛불시위에 참여했고 문재인 정권에 지지를 보냈던 광범위한 중도 진영까지 아우를 수 있는 범중도 통합을 해야 한다”며 “안 전 의원도 결국은 뜻을 같이하리라고 생각한다. 인내심을 갖고 통합신당 합류를 기다리고 모시려고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철수 전 의원의 측근인 김도식 전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발표한 입장문에서 옛 안철수계 인사들의 혁통위 합류 움직임에 대해 “개개인의 정치적 소신에 따른 것이지, 안 전 의원의 정치적 입장과는 무관함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대안신당 장정숙 수석대변인은 "국민이 지난 수 년간 안 전 의원에게 크게 실망한 이유는 화려한 말과는 다른 무기력한 실천력 때문이었고, 벤처기업인으로서의 성공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정치인 안철수의 빈곤한 실체를 보았기 때문이었고, 변화와 개혁을 말하면서도 몸은 '영남보수'로 향했기 때문임을 더 늦기 전에 깨닫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에 앞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개최된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를 ‘미래 정치의 한마당’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 중심에 바른미래당이 있을 것”이라며 “제가 어제 기자회견을 통해 안철수 전 대표에게 제안한 바도, 미래세대가 전면에 나서고 안 전 대표와 저는 버팀목으로서의 역할을 하자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기성 구태정치의 연결 고리가 끊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정치, 이제는 바꿔야 한다. 구태정치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정치 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그 중심에 미래세대가 있고, 바른미래당이 있다. 미래세대와 함께 할 바른미래당의 행보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