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의 요구에도 버티던 당내 기득권의 상징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가 갑자기 사퇴해 의아함을 자아낸다.
대표적인 친윤석열계 의원인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3선)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두번째다.
김기현 당 대표는 13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저는 오늘부로 국민의힘 당 대표직을 내려놓는다”라며 “지난 9개월 동안 켜켜이 쌓여온 신(新)적폐 청산과 대한민국의 정상화와 국민의힘, 나아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라는 막중한 사명감을 안고 진심을 다해 일했지만, 그 사명을 완수하지 못하고 소임을 내려놓게 돼 송구한 마음뿐이다”라고 말했다.
김기현 당 대표는 “많은 분들께서 만류하셨지만,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는 너무나 절박한 역사와 시대의 명령이기에 ‘행유부득 반구저기’(行有不得反求諸己: 어떤 일의 결과를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고사성어)의 심정으로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며 “우리 당이 지금 처한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당 대표인 저의 몫이며, 그에 따른 어떤 비판도 오롯이 저의 몫이다. 더 이상 저의 거취 문제로 당이 분열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당 구성원 모두가 통합과 포용의 마음으로 자중자애하며 국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힘을 더 모았으면 좋겠다”며 “이제 총선이 불과 119일밖에 남지 않았다. 윤재옥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당을 빠르게 안정시켜, 후안무치한 민주당이 다시 의회 권력을 잡는 비극이 재연되지 않도록 저의 견마지로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기현 당 대표는 이날 이준석 전 당 대표를 만났음을 밝히며 “제가 이준석 신당에 참여하는 것 아니냐는 낭설은 전혀 근거 없는 것이다. 오히려 오늘 저는 신당 창당을 만류했다”며 “저 김기현은 단 한 번도 우리 당을 탈당해 본 적이 없는 골수 뿌리 당원이다. 우리 당이 분열돼선 안 되고, (이준석) 신당에 참여할 생각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13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해 “바지 대표로 뽑힌 김기현 대표는 (서울특별시) 용산(구 대통령실)의 지시에 충실했을 뿐, 지금 국민의힘이 처한 모든 상황은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 아니냐?”라며 “이제 용산이 준비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등장할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본격적으로 여의도로 출근할 시간도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결과는 껍데기만 남은 국민의힘이고, 윤석열 측근 검사들이 주축이 된 검찰당일 것이 자명하다”며 “그런 점에서 오늘 김기현 대표의 사퇴는 국민의힘의 종언에 다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김기현 대표의 사퇴를 시작으로 국민의힘은 기득권 포기, 정치개혁, 민생 국회를 위해 총력을 다하는 모습을 국민들께 보여드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