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앞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조직 구성 등은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28일 "공수처법이 권력분립 원칙에 반한다“며 야당 국회의원들이 낸 헌법소원 심판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관 9명 중 5명은 합헌, 3명은 위헌, 나머지 1명은 각하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공수처법 조항 중 수사·기소 대상을 판·검사 등 고위공직자와 가족으로 명시한 2조와 3조1항, 공수처 검사의 직무범위를 정한 8조4항을 심판 대상으로 한정했다.
나머지 조항은 ‘청구인의 기본권을 직접 침해하지 않는 등 헌법소원으로서 적법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보고 본안 판단 없이 각하 결정을 내렸다.
‘공수처가 입법·사법·행정 어디에도 안 속해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을 위반한다’는 청구인의 지적에 재판부는 ”공수처는 행정부에 속한다고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독립된 형태의 행정기관을 설치하는 것이 헌법상 금지된다고 할 수 없다“며 ”공수처의 권한 행사는 국회·법원·헌법재판소 등 여러 기관으로부터 통제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평등권 침해 주장에 대해선 ”고위공직자 범죄는 부정적 파급효과가 커 이를 수사·기소 대상으로 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며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부실·축소·표적수사 우려에 대해선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실증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수사처 제도 자체의 문제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헌법상 검찰의 영장신청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헌법이 규정한 영장 신청권자로서 검사는 '국가기관인 검사'이며 '검찰청법상 검사'만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검찰청법상 검사가 아닌 군검사와 특별검사도 영장신청권을 행사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수사·공소권은 가장 중요한 기본적인 행정영역이며 이를 행정 각부에 소속되지 않은 공수처에 부여하는 것은 헌법을 위반한다“며 소수 의견을 냈다.
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판사 등에 대한 고소·고발이 많은 현실을 고려하면 법관이 부당한 내사의 대상이 될 우려는 상당한 근거가 있다“며 공수처법이 재판청구권을 침해함을 지적했다. 고위공직자만 수사대상으로 하는 것에 대해선 ”비고위공직자와 차별 취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지난해 2월 ”공수처는 초헌법적인 국가기관“이라며 공수처법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은 2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한 브리핑에서 ”이번에 헌법재판소의 공수처법에 대한 합헌 결정으로 인해서 장기간 지속돼 온 공수처법에 대한 위헌 논란이 일단락돼 공수처가 앞으로 업무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며 ”아울러, 수사처 검사, 수사관으로 지원하려는 생각을 가지신 분들도 마음의 부담을 덜게 됐다는 점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공수처 차장 제청에 대해 ”최종적으로 1분으로 제청한다. 제가 제청할 분은 법무법인 동인의 여운국 변호사다. 지금 현재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이다. 법관생활을 거의 20년을 했다”며 “헌법을 전공한 저와 상당히 보완 관계가 될 것이다. 재판을 아주 잘 하시고 원만해 우리 공수처의 차장으로 적임으로 생각을 해서 제청한다”고 말했다.
이번 헌재 결정에 대해 정치권은 상반된 반응을 나타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연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공수처 설치에 법적ㆍ절차적 문제가 없으며, 그 설립의 정당성도 인정받았다. 법과 원칙에 따른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라며 “지금까지 공수처 출범을 가로막기 위한 국민의힘의 반대와 시간끌기가 ‘정치적 발목잡기’와 ‘흠집내기’에 불과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선우 대변인은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 출범과 함께 국민이 염원하는 권력기관 개혁을 멈춤 없이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김은혜 대변인은 28일 국회에서 한 브리핑에서 “오늘 공수처 합헌은 대한민국 법치주의에 조종을 울렸다. 헌법재판소에 헌법이 없다. 공수처 전 결론을 내 달라 그렇게 야당이 촉구했음에도 공개변론 한 번 없이 1년을 끌어왔다. 대통령의 독려와 여당의 입법 폭력으로 공수처 출범까지 시킨 마당에 오늘 결정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대한민국의 헌법을 5년 권력의 거수기로 전락시킨 오늘 헌재의 결정은 사법역사의 부끄러움으로 남을 것이다. 오늘은 합헌이나 역사에선 위헌”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