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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바람둥이' 빌 클린턴 대통령과 그의 여비서와의 스캔들이 법정으로 비화되어 세인의 관심을 끌었던 공방 과정이 오늘의 한국 정치판에서 새삼 오버랩되고 있다."그의 거시기(물건)는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고 귀두 부분은 무딘칼 같다." 라고 루인스킨은 법정에서 리얼하게 진술하고 있다.25년전 전세계를 통치하고 있는 거대나라 미국의 대통령이 그의 여비서와의 스켄들로 인해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그 당시 클린턴은 가족에게는, 친인척들에게는, 지인들에게는, 국민들에게는 참으로 볼면목이 없는 죽고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다행히 결과는 탄핵을 피했고 재선을 하여 미국의 제42대 대통령으로서 훌륭한 업적을 남긴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되었다.그 여세를 몰아 클린턴은 그의 아내 힐러리를 민주당 대선 후보로 만들어서 트럼프와 맞짱을 뛰게했던 기억도 새롭다.여기서 우리는 배울 것이 있다.창피를 무릅쓰고 남편을 치마폭으로 감싸 안았던 그의 아내 미모의 힐러리 여사의 넓은 가슴과 아량, 미국 보수층을 움직이게 한 솔직하게 인정하고 용서를 빌었던 클린턴의 솔직한 자세, 어느 방향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가를 현명하게 판단한 미국민들의 포용심은 지금도 탄복을 하게 한다.한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서 일생을 보내는데 어찌 정도의 길만을 걸을 수 있겠는가.이승만의 독재, 박정희의 친일, 김영삼의 경제실정, 전두환의 집권 과정 등등 역대 어느 대통령이고 그 등장과정에서 부터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정도의 길만을 걷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래서 "정치가들은 후세에 역사가 평가한다"라고 흔히 말한다.여기에 최근의 박원순 시장과 백선엽 장군의 죽음에 대해서 각 진영, 출신지역, 학교, 각 정파에 따라 그들의 죽음과 장례식에 대해 나라가 쪼개질듯 갑론을박 의견이 분분하다.최영태 전남대 명예교수(광주일보 주필)는 박원순 시장의 죽음을 맞아 고인에 대한 평가를 "공칠과삼(功七過三)"을 넘어 "공팔과이(功八過二)"로 평가하는데, "공"은 더욱 더 발전시키고 "과"는 수정 보완하여 국론 분열이 없도록 하자라고 논단에 피력했다.지정학적으로 강대국의 틈바구니 속에서, 한때는 때놈을, 한때는 왜구를, 현재는 양키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전전긍긍 했던 우리내의 가련한 역사, 이 비운의 역사 일부를 대하소설 작가 조정래는 "태백산맥"에서 더욱 리얼하게 묘사하고 있다.돌이켜보건데 이 시점에 누가 누구에게 돌팔맹이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한반도가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군사적으로도 주변 강대국들에 비하여 비교 우위에 서서 호령하고 잡들이 할 수 있는 그 날까지 역량 기르지 않고는 서로를 헐뜯어서는 안될 것이다.우리는 서로가 감싸고, 격려하고, 위로하고, 덮어주고, 키워 주어서 진정한 자주독립국이 되어야 하고, 그들 나라가 우리한테 굽신굽신 하도록 힘을 모아 더욱 갈고 닦고 용서하고 포용하는 마음을 갖도록 했으면 좋겠다.그래서 성경 잠언서 편은 "상대의 허물을 덮어 주는 것은 내가 덕을 쌓는 일"이라고 했고, "내가 그를 예우하면 그가 나를 더욱 영화롭게 한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칼럼 | 강성섭 기자 | 2020-07-20 22:03

 하늘의 별처럼 많은 정당들이 명멸하고 있다. 정당들의 수명은 왜 그토록 짧은 걸까? 하늘의 별들은 자리를 잡고 질서 있게 운행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의 많은 정당들은 자기 자리를 못 잡고 있다. 거대 양당의 강한 구심력만 탓할 수는 없다. 양당제의 폐해에 적잖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소수 정당에도 자주 기회를 줬지만 이를 살리지 못 한 데는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제법 몸집을 키웠던 민생당만 하더라도 숱한 시간을 내분으로 허비했다. 정의당 역시 자기의 갈 길을 못 찾고 방황하는 모습에 국민들이 실망하고 있다. 민생당은 수명을 다 했고 정의당도 지금 같으면 다음 총선 땐 사라질 것이라는데 이견이 많지 않을 것이다.제1 야당은 보수를 표방하지만 사실 경상도 지역주의에 안주하고 있다. 기득권을 포기한 변신이 쉽지 않을 것이라 본다. 그곳을 소수 정당이 뚫고 들어 가기는 힘들다. 민주당은 전라도를 텃밭으로 하고 있지만 밭이 작아 야당만큼 지역주의에 매달릴 수 없다. 그러니 소수 정당들은 호남과 지역주의가 약한 수도권 여당의 유권자를 노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수긍이 간다.그러나 중도를 표방하는 국민의 당이나 민생당이 실패한 이유는 국민을 만만하게 봤기 때문이다. 경상도 지역주의의 벽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기타 지역에서 제1야당과 연합해서 전리품을 좀 챙겨 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던 것 같다. 지난 총선은 제 3당을 위한 중도의 지경이 생각보다 넓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여당과 야당의 화력이 집중되는 곳이기도 하고 양당의 정책이나 공약에서 큰 차이를 찾기 어려운 곳이 중원이다.그나마 민주당의 죄측에 소수 정당을 위한 너른 공간이 있다. 민주당이 많이 욕심을 부릴 수 없는 곳이다. 그런데 보수 야당이 농간을 부릴 수록 그 영역은 더 확대된다. 중도의 경계가 오른 쪽으로 더 이동하기 때문이다.진보성향의 유권자들은 누구든 보수야당과 더 세게 싸워주길 원한다. 정의당에겐 기회이나 그 사람들은 비위가 약한 것이 흠이다. 보수 야당의 '민주당 2중대'라는 비난에 방향 착오를 일으키고 만다. 양비론이 독이 된다는 것을 모른다. 알았다고 하더라도 유연하게 전략을 수정하는 것을 그들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정의당은 굴러온 기회를 잘난 척 하다가 놓쳤다.진보는 부패한 보수와 잘 싸울 때 빛이 난다. 여당과 정부를 공격해야 선명해질 거란 판단은 관념론의 오류다. 여당과의 대결은 '못된' 보수가 물러난 다음의 일이다. 대통령에 대한 공격은 이적행위로 밖에 안 보인다. 중도를 지향하는 소수 정파들 역시 '좌파독재'만 비판하며 기존 색깔론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중도든 진보든 소수정당들이 줄줄이 망가지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속된 말로 '뭘 몰라서'가 아니다. 그들은 용기가 없다. 보수언론의 영향력은 크게 위축되었지만 아직도 개인의 정치생명에 타격을 줄 수는 있다. 여권에 맞서는 사람은 그들의 공격권에서 벗이난다. 언제 닥칠 지도 모르는 위험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대통령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일수록 인지도가 올라가는 부수입도 있으니 '까짓것' 하는 모험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그렇다고 여당 편 들다가 언론에 시달려도 대통령이 도와 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실족하게 된다.소수 정당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언론의 간책을 이겨내야 한다. 국민을 믿지 않으면 안 된다. 가치와 목표를 정한 이상 그 길을 따라 똑 바로 나아가야 한다. 자기의 희생이 없는 댓가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정의당은 '민주당의 2중대'가 아니라 '1중대' 내지는 민주당의 특공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민생당 같은 중도 정당들 역시 보수 야당이 깔고 앉은 영남지방의 보수성향 유권자의 표심을 파고 들어 가는 도전을 해야 한다.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지 모르지만 그들이 살아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한다.소수의 중도정당이 잘 되기를 기대하는 대신 감히 그들의 사멸을 점치는 것은 국민을 위한 자기희생 정신 보다는 국민을 기만하며 요행을 바라는 기회주의적 행보와 욕심이 더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칼럼 | 백태윤 선임기자 | 2020-07-20 17:29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연합뉴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9일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해 "적과 내통하는 사람"이라고 직격해 파문이 일고 있다.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이화장에서 열린 이승만 전 대통령 55주기 추모식이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내일(20일) 경찰청장부터 앞으로 (인사청문회가) 여러 명이 있는데 우리는 주로 국정원장 인사청문회에 집중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그는 "국정원은 국가정보기관으로 적을 추적하고 정보를 냉정하게 파악하고 해야 한다"며 "그러나 적과 친분관계에 있는 분이 과연 국정원을 맡아서 되는 건지 전문성이 있는지부터 따질 예정인데, 일단 우리는 박 후보자가 국정원에 파견가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이어 "차라리 박 내정자가 통일부장관이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며 "대한민국 최전선에서 대한민국을 지키는 정보기관에 적과 내통하는 사람을 임명한 그 개념부터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그러면서 "대통령이 어떤 생각으로 박지원 후보자를 국정원장에 임명한건지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며 "그런 점을 중점적으로 따질 것"이라고 했다.주 원내대표는 이번 인사청문회에 박 후보자에 대해 화력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그는 "박 후보자는 문제되는 점이 꽤 있다"며 "여러가지 본인 검증에서도 군복무와 대학졸업 문제라든지, 5000만원을 빌리고 이자도 갚지 않은 것 등을 따질 것"이라고 언급했다.통합당은 박 후보자가 현역 사병으로 복무하던 중 단국대에 편입해 졸업한 과정 등에서 불법 특혜가 있었는지 철저히 따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액후원자 A씨에게 5년전 빌린 5000만원을 변제하지 않은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박 후보자가 국회 정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15년 8월 A씨에게 5000만원을 빌린 뒤 지금까지 이자와 원금을 갚지 않고 있다.당시 작성한 차용증에는 연 5.56%의 이자로 매월 27일 이자를 지급하고, 이자의 지급을 1회라도 연체할 때에는 박 후보자는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는 것으로 돼있다. A씨가 변제기일 전이라도 원리금을 청구하면 박 후보자는 이의 없이 변제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다.박 후보자 측은 이에 대해 차용증을 새로 쓰지 않고 구두로만 4년 연장에 합의한 상태라며 곧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인물포커스 | 정연미 기자 | 2020-07-19 14:51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서울 인근의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며 정부의 부동산정책과 정면충돌했다.이 지사는 19일 부동산 공급 문제와 관련, "서울 핵심 요지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훼손하는 방식보다 도심 재개발, 도심의 용적률 상향, 경기도 일원의 신규택지 개발 등을 통해 공급을 늘리는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이 지사는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그린벨트 훼손을 통한 공급확대 방식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그는 "주택 공급의 핵심은 어떤 주택을 공급하느냐로, 투기 수단이 아니라 공공임대주택 등과 같은 주거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면서 "서울 강남 요지의 그린벨트를 해제하면 그곳은 투기자산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그는 또 "현재 분양가 상한제에 따르면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지은 주택은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크게 낮아서 '로또'가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현재 분양가 상한제 제도 아래서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택을 공급하면 집값은 못 잡고 오히려 전국적으로 '분양 광풍'만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그러면서 "서울 핵심요지 그린벨트를 통한 주택공급은 득보다 실이 크다"고 강조했다.여권의 차기 잠룡 중 한 명인 이 지사의 이런 발언은 당정이 검토하는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에 사실상 반대한 것으로 풀이된다.민주당과 정부는 아파트 공급을 통한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으로 서초구와 강남구 등지의 그린벨트를 풀어 뉴타운 같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는 방안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앞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정이 이미 의견을 정리했다"며 이런 방침을 확인한 바 있다.

인물포커스 | 정연미 기자 | 2020-07-19 14:34

올해로 청산리전투 전승 100주년을 맞은 홍성군은 백야 김좌진 장군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애국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김좌진장군 생가지 성역화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좌진 장군 사당(사진=홍성군 제공) 군은 청산리전투에서 3만 여명의 일본군을 대파하며 승리를 이끈 영웅 김좌진과 노비문서를 불태워 노비를 해방시키고 호명학교를 설립하는 등 애국애민정신을 실천한 인간 김좌진의 뜻을 기리고자 다양한 선양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좌진 장군 생가 , 항공사진(사진=홍성군 제공) 군은 갈산면 행산리에 위치한 장군의 생가지 일대에 기념관, 사당, 백야공원 등을 조성했으며 진입도로와 기념관 정비 등 김좌진장군 생가지 방문객을 위한 체험 및 편의시설 확충에 힘쓰고 있다.특히 2023년까지 총171억 원을 투입해 생가지 일대 70,456㎡부지에 관람객을 위한 신흥무관학교, 국궁장, 승마체험, 청산리 전투체험 등을 조성해 유치원생부터 초중고학생들의 놀이와 체험을 통한 독립 운동사 교육의 장을 마련할 방침이다.이밖에 군은 지난해 충남도와 ‘대한민국 항일운동의 성지, 항일운동의 중심지 홍성 위상정립’정책협약을 체결해 100주년 기념행사 지원, 다큐멘터리 제작 등 11개 사업에 총 사업비 8억 1,000만 원을 지원받아 청산리 전투의 의의와 그 가치를 재조명하는 사업을 적극 추진한다고 밝혔다.또한 올해를 “청산리대첩 100주년 기념 백야 김좌진장군 나라사랑 선양의 해”로 선포하고 이를 기념하는 ‘2020년 홍성 설날장사 씨름대회’를 개최해 공중파 중계방송과 현장 관객 12,000여명에게 널리 알리는 홍보성과를 올리기도 했다.아울러 지난 2010년부터 도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청산리전투 전적지와 여순감옥, 백두산, 하얼빈 등 독립투사들의 발자취를 쫓는 ‘청산리 역사대장정’을 시행해 청소년에게 올바른 역사의식과 애국애족사상을 갖고 국가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인재로 성장시키기 위한 역사대장정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인물포커스 | 한광현 선임기자 | 2020-07-18 11:12

  민주당이 박원순 시장의 전직 비서의 호칭을 '피해자'로 바꾸기로 했다고 한다. 여론재판의 주도권을 포기한 것이다. 그러나 잘 한 일이다. 시비거리를 줄이고 국면의 전환을 모색하는 것이 맞다. 아직 할 일이 산적되어 있는데 시궁창에 끌여 들어 갈 필요는 없다.4.15 총선이 끝나고도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언론들의 징글징글한 보도 태도이다. 그들의 프리즘에 여권의 어떤 걸 갖다 대도 흉물로 변하고 만다.뇌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성완종 사건은 장본인의 죽음과 함께 물거품처럼 사라졌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가 있다. 언론매체가 많아지면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는 너무 순진한 발상이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영어 격언이 있다. '칼'은 정치 권력이다. 바른 보도를 막으려고 위협해도 성난 민심 앞에 독재자는 굴복하게 된다는 의미이다.요즘 언론들은 권력 앞에 너무도 용감하다. 그렇지만 박수 치는 국민은 거의 보기 어렵다. 돈 앞에 장사가 없을까? 호랑이 보다 곶감이 무섭다는 걸 실감나게 한다.민주주의는 다양성의 산실이겠지만 우리 언론은 갈수록 획일적으로 변하고 있다. 결국 '돈이 아쉬운 다수와 돈을 좋아하는 소수'의 대립의 틈바구니에서 선택의 길은 간단하다. 양지로 나오면 돈의 지휘를 받는 오케스트라에 들어가게 되어 있는 걸까?문대통령 임기가 시작되면서 어느 야당 대표는 '한 놈만 팬다'는 말을 뱉었다. 보수 언론과 어떻게 죽이 잘 들어 맞았는지 김경수, 이재명.. 등 몇 사람만 해를 넘겨 가며 집중 공격을 해댔다. 묘하게도 안희정 말고는 전부 영남 출신이다. 암튼 신물이 나게 씹어대니 문정부 출범 이후 정치기상도가 상쾌한 날이 한 번도 없었다. 박원순 시장 사건은 한 두 달짜리가 아닌 것 같아 보인다. 사건을 앉히는 폼새부터 장기전 냄새가 확 난다. 야금야금 기사거리를 실어내고 있다. 잘자란 팩트에 의혹과 추측 등을 뒤섞어 가면서 불신과 혐오감을 최대한 증폭시켜 가지 않을까 한다.정치가 실종되고 민심이 나빠지면 여당 초선의원들은 불안해질 수 밖에 없다. 그들은 보수 언론의 먹잇감이 된다. 여당 지도부로서는 국면전환이 최고의 대안이다. 그러나 한 번 먹잇감을 문 언론들이 가만 놔 두지 않을 건 뻔하다.하지만 똥볼은 야당이 늘 차 왔다. 들러리 신세도 하루 이틀이기 때문이다. 주도권을 쥐려는 욕심이 발동하는 순간 낭떠러지로 떨어지게 되어 있다. 상대의 약점을 이용하려는 정치로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 정치혐오감을 키우면 권력의 자리는 금력이 차지하게 되어 있다. 희망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깨어 있는 시민이 아직 많는 것이다. 여당으로서도 승부수를 띄워야 할 때가 다가 왔는지도 모른다. 좀 더 화끈한 리더쉽을 바라는 국민의 목소리가 커져가는 것 같기도 하다.

칼럼 | 백태윤 선임기자 | 2020-07-18 10:44

'‘미 투' 이슈가 ‘진보진영’을 향한 칼이 될 것이란 예상은 애당초 있었다. 소위 육신(肉身)을 가진 인간에게 신(神)의 기준을 들이 된다면 무사할 사람은 극소수가 될 수 밖에 없다. 설사 거기에 들었다 하더라도 존경보다는 조롱거리가 될 지도 모른다. 르윈스키 스캔달로 미국 클링턴 대통령의 인기는 오히려 올라 간 것처럼 성적 욕망과 표출은 이해와 공감의 여지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기독교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서구인들의 최고의 정치 지도자인 다윗왕을 보자. 다윗은 부하를 죽음의 전장으로 보내고 그의 아내 바세바를 차지했다. 그리고 그녀의 몸에서 난 솔로몬을 왕위에 앉혔다. 결국 장자와 목숨을 건 싸움을 해야 할 정도로 그는 큰 죄값을 치렀다. 그러나 그 일로 그의 정치적 권위에 흠집 내려는 사람은 없다. 그 외 알렉산더나 카이사르 같은 영웅도 있지만 사가(史家)들은 성적(性的) 결벽성(潔癖性)으로 인물의 가치를 재단하지 않았다. 만약 지금 한국의 언론의 잣대로 재편찬 한다면 세계위인전집도 몇 권 안 남을 것이다.광화문에 앉아 계신 세종대왕은 어땠을까? 보수들이 추앙하는 이승만이나 박정희는?물론 성적 학대(sexual abuse)를 비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남성우월주의에 도전하는 페미니스트들의 활동뿐 아니라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정치성을 띌 필요가 있다는 것도 공감한다. 그러나 용기만큼 중요한 것이 지혜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양심을 지키는 것이다. 박 시장의 죽음 위에 이 시대가 가진 수 많은 모순들이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스스로가 그 길을 걸어 왔고 또 마다하지도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다렸다는 듯 한 반응은 합리적인 의식의 경계를 넘어서게 만든다.진보 정치인 한 명이 넘어졌다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적 착취가 사라질까? 기자는 감히 그 반대의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에서 집중하지 않거나 재론하지 않는 수 많은 성 범죄 사건들이 있었다. 일부 진보 정치인의 의혹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죄질이 나빴으나 가해자들은 대체로 가볍게 다 빠져 나갔다.그들을 비호하는 전통화된 세력이 아직 우리 사회에는 굳건하게 있다는 반증이다. 요즘 목소리 높이는 페미니스트들이 그들과 맹렬히 맞서 싸웠다는 소식을 들은 기억이 없다. 장자연 사건처럼 약자를 자살에 이르게 한 가해자들에게 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힘 없는 여성이 ‘전통적인’ 강자에게 성 추행을 당했다고 상정해 보자. 범죄 신고를 하기도 전에 만류와 협박에 시달리게 된다. 신고하러 가서도 수모를 겪을 수 있다. 고발인 조사를 마치는 동안 피고는 시간을 벌고 대책을 세우게 된다. 피해 여성은 ‘꽃뱀’으로 매도 당하기도 하고 사회적으로 매장되기도 한다. 맞고소 당하며 신상이 탈탈 털리기도 한다. ‘미 투’는 그런 힘 없는 여성들을 위한 운동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었나?박시장의 ‘미 투’ 의혹을 포함해 지난 사건들을 보면 장자연 사건이나 김학의 사건 같은 ‘잔인성’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언론의 난도질은 형평성 시비의 수준을 넘을 만큼 의도적이고 기획적이라는 심정을 갖게 한다.박시장의 죽음으로 진보정치 진영이 타격을 받을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보수진영의 반사이익은 없을 것이라 본다. 개혁의 속도에 다소 제동이 걸릴 수는 있을 것이다. 다만 ‘미 투’의 도움이 진정 필요한 사회적 약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이제 시민사회는 비판만 하는 방관자 신세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시민사회와 사회적 약자를 위협하거나 위험에 빠뜨리려는 모든 세력에 맞서 싸워야 한다. 그리고 정치인의 진퇴에 윤리적인 기준을 들이대는 것을 시민사회가 결정한 적이 없음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칼럼 | 백태윤 선임기자 | 2020-07-12 19:37

   '6·25 전쟁영웅' 백선엽 장군이 10일 오후 11시 4분께 별세했다. 향년 100세.11일 육군 등에 따르면 고 백 장군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에 마련되며, 발인은 15일 오전 7시다. 장지는 국립대전현충원이다.1920년 평남 강서에서 출생한 백 장군은 일제강점기 만주군 소위로 임관하면서 군문에 들어온 뒤 6·25전쟁 때 1사단장, 1군단장, 육군참모총장, 휴전회담 한국 대표, 주중한국대사, 교통부 장관 등을 지냈다.6·25 전쟁 당시 낙동강 전투와 38선 돌파 작전 등 결정적인 전투를 지휘했으며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53년 한국군 최초로 대장으로 진급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33세였다.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계급장을 달아주면서 옛날에는 임금만이 대장이 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공화국이라서 신하도 대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6·25전쟁 당시 격전지였던 다부동 전투 때 도망치는 장병들을 모아놓고 "내가 앞장서 싸우겠다. 만약 내가 후퇴하면 나를 먼저 쏘라"며 배수의 진을 쳐 후퇴를 막았던 일화가 유명하다.그는 자신이 겪은 가장 치열했던 전투는 1950년 여름 1사단장으로 낙동강 전선을 사수한 다부동 전투라고 밝힌 바 있다. 두 달 가까이 부하 장병들과 죽기를 각오하고 싸웠고, 전투 현장은 그야말로 생지옥과 같았다고 증언했다.전세가 역전돼 국군과 유엔군이 북진할 때는 "나라의 자존심이 걸렸다"며 행군을 강행해 미군보다 먼저 평양에 입성해 태극기를 꽂았다.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평양에 입성했을 때가 내 생애 최고의 날이었다. 평생 잊을 수 없었다"며 "1사단장으로 한미 장병 1만5천여명을 지휘하며 고향(평남 강서)을 탈환했다"고 말했다.1952년 12월 아이젠하워 대통령 당선인의 방한 때 한국군 증강 필요성을 브리핑해 참모총장 재임 당시 육군 10개 사단을 20개 사단으로 확대한 일화도 있다.1948년 정부 수립 직후 군 내부 남로당 숙청 분위기 속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구명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백 장군은 1960년 대장으로 전역한 뒤 외교관과 교통부 장관 등을 지냈으며 장관 재직 시절 서울 지하철 1호선 건설을 진두지휘했다.하지만 일제 간도특설대에 복무한 탓에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명단에 이름이 오르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그는 국방대학교 사상 첫 명예군사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 8군사령부는 전쟁 당시 한국 방어에 있어 탁월한 업적을 달성했다는 공로로 2013년 명예사령관으로 임명했다.좋아하는 고사성어는 '상선약수'(上善若水·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인데 이는 '기동력 있게, 겸손하게 살고 싶다는 뜻'이라고 백 장군은 설명한 바 있다.2010년 6·25전쟁 60주년을 기념해 '명예원수(元帥·5성 장군)'로 추대하는 방안이 검토됐다가 불발됐다.백 장군이 6·25전쟁 당시 겪은 일화 등은 미국 국립보병박물관에 육성 보관되어 있다.태극무공훈장(2회), 을지무공훈장, 충무무공훈장, 미국 은성무공훈장, 캐나다 무공훈장 등을 비롯해 미국 코리아소사이어티 '2010 밴 플리트 상' 등을 받았다.저서로는 '한국전쟁一千日'(1988), '軍과 나'(1989), '실록 지리산'(1992), '한국전쟁Ⅰ,Ⅱ,Ⅲ'(2000), 회고록 '조국이 없으면 나도 없다'(2010), '노병은 사라지지 않는다'(2012) 등이 있다. 

인물포커스 | 정연미 기자 | 2020-07-11 14:46

  최근 새로운 경험과 재미를 추구하는 ‘펀슈머(funsumer)가 관심을 끌고 있다.이는 ‘즐거움(fun)’과 ‘소비자(consumer)’를 합친 신조어'로 성능뿐만 아니라 재미와 즐거움을 위한 소비를 추구하며 새로운 경험을 중시하는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예를 들면, 식품업계는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소비자 의견에 주목하고 이색적 재료를 사용한 신제품을 출시하여 이목을 끌고 있다. 기존 상식을 벗어나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재료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길들여졌던 입맛에 새로운 자극을 전해주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일명 ‘신선한 충격’이라 할 수 있다. 소방차 길 터주기 캠페인도 신선한 즐거움과 감동을 줄 수는 없을까?소방차 길 터주기는 화재·구조·구급 현장을 5분 이내 골든타임을 지켜 초동 조치가 가능하도록 소방차량 출동로 확보를 위해 운행 중이던 차량이 양보하거나 불법 주·정차 금지로 소방차량 출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 국민 동참 캠페인이다.소방차 길 터주기 요령은 △ 교차로에서는 교차로를 피해 오른쪽 가장자리에 일시정지 △ 일방통행로·편도 1차선은 오른쪽 가장자리에 일시정지 △ 편도 2차선에서는 긴급차량이 1차선으로 일반차량은 2차선으로 양보 △ 편도 3차선이상은 긴급차량이 2차선으로 일반차량이 1,3차선으로 양보 △ 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가 잠시 멈추면 된다.소방서에서도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소방차량이 상습정체구간을 통과하는 길 터주기, 가두캠페인, 영상송출 및 홍보 팜플렛을 통해 전방위적 홍보를 하고 있다. 반복적인 캠페인으로 길 터주기 참여율이 상승하긴 하였지만 즐거움이라는 요소가 첨가된다면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그런 이유로 모세의 기적 영상 및 수기 공모,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모와 함께하는 유아 동승체험 확대, 폐차를 활용한 자동차 미로 탈출 대회 등을 개최하여 막힌 도로를 가상체험함으로써 동참 의지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다.또한 터널 안에서는 소방차량이 출동할 경우 빨간 전등으로 바뀐다거나 소화전 주변에 불법 주·정차를 할 경우 아이들이 부르는 동요로 감성을 자극한다면 거리낌 없이 이동 주차하여 소화용수 및 소방출동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동참은 함께 참여한다는 의미다. 길 터주기의 중요성을 알고 적극 참여하겠다는 다짐을 하여도 방법을 몰라 우왕좌왕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알기 쉽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즐거운 소방차 길 터주기 환경을 조성하여 당황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 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자발적 참여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잊지말자! 소방차 길 터주기는 타인의 생명을 살리는 감동과 환희를 선사해준다는 것을...

칼럼 | 이세호 기자 | 2020-07-10 18:34

#상기 사진은 서울시가 언론에 공개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실제 유언장임. 아래는 박 시장이 지난 2002년 펴낸책 '성공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습관, 나눔'에 실려 있는 총 3통의 유언장으로 자녀들과 부인, 그리고 지인들에게 보내는 내용. 박 시장의 죽음을 애도하는 뜻으로 전문 게재합니다. /편집자주 ■ 내 딸과 아들에게..유언장이라는 걸 받아 들면서 아빠가 벌이는 또 하나의 느닷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제대로 남길 재산 하나 없이 무슨 유언인가 하고 내 자신이 자괴감을 가지고 있음을 고백한다. 유산은커녕 생전에도 너희의 양육과 교육에서 남들만큼 못한 점에 오히려 용서를 구한다.그토록 원하는 걸 못해준 경우도 적지 않았고 함께 가족 여행을 떠나거나 함께 모여 따뜻한 대화 한번 제대로 나누지 못했구나. 그런 점에서 이 세상 어느 부모보다 역할을 제대로 못한 점을 실토한다.가난했지만 내 부모님께서 내게 해주신 것으로 보면 특히 그렇단다. 우리 부모님은 인생의 모든 것을 자식을 위해 바치신 분들이다. 평생 농촌에서 땅을 파서 농사를 짓고 소를 키워 나를 뒷바라지해 주신 그분들은 내게 정직함과 성실함을 무엇보다 큰 유산으로 남겨 주셨다.하지만 나는 너희에게 재대로 시간을 내지도 못했고, 무언가 큰 가르침도 남기지 못했으니 그저 미안하게 생각할 뿐이다. 다만 그래도 아빠가 세상 사람들에게 크게 죄를 짓거나 욕먹을 짓을 한 것은 아니니 그것으로나마 작은 위안을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내 부모님의 선한 심성과 행동들이 아빠의 삶의 기반이 되었듯 내가 인생에서 이룬 작은 성취들과 그것을 가능하게 한 바른 생각들이 너희의 삶에서도 작은 유산이 되었으면 좋겠다.분명 아빠의 변명이겠지만 세상은 그렇게 홀로 아무것도 없이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아빠는 단지 책 보따리 하나 들고 야간 열차를 타고 서울로 와서 스스로 공부하고 스스로 컸다. 학창시절에는 감옥도 가고 학교로부터 제적이 되어 긴 방랑의 세월도 가졌다. 긴 고통과 고난의 세월도 있었다.그러나 아빠는 그것에 굴하기는커녕 언제나 당당히 맞서 극복해 왔다. 그런 힘든 나날이 오히려 더 큰 용기와 경험,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그러니 젊어 고생은 사서라도 하라는 말이 진리임에는 틀림없는 듯 싶구나.당연히 너희의 결혼을 치러 주는 것이 내 소망이다. 하지만 그때 내가 너희에게 집 한 채 마련해주지 못하고 세간조차 제대로 사주지 못하더라도 너무 실망하거나 원망하지 말아라. 그 모든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야 이 아빠에게도 왜 없겠냐마는, 그래도 그런 능력이 안되는 나를 이해해다오. 우리가 약속했듯 대학까지만 졸업하고 나면 나머지 모든 것은 너희가 다 알아서 해결하고 개척해 가렴.그러나 너희가 아무런 재산을 물려받지 못하고, 거창한 부모를 가지지 못했다 해도 전혀 기죽지 말아라. 첫출발은 언제나 초라하더라도 나중은 다를 수 있으니 말이다. 인생은 긴 마라톤 같은 것이다. 언제나 꾸준히 끝까지 달리는 사람이 인생을 잘사는 것이란다.더구나 인생은 그렇게 돈이나 지위만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최선을 다해 인생을 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너희는 돈과 지위 이상의 커다란 이상과 가치가 있음을 깨닫는 인생을 살기 바란다. 그런 점에서 아빠가 아무런 유산을 남가지 못하는 것을 오히려 큰 유산으로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내 아내에게..평생 아내라는 말, 당신 또는 여보라는 말 한마디조차 쑥스러워하지 못했는데, 이제야 아내라고 써 놓고 보니 내가 그동안 당신에게 참 잘못했다는 반성부터 앞서는구려.변호사 부인이면 그래도 누구나 누렸을 일상의 행복이나 평온 대신 인권 변호사와 시민 운동가로서의 거친 삶을 옆에서 지켜주느라 고되었을 당신에게 무슨 유언을 할 자격이 있겠소. 오히려 유언장이라기보다는 내 참회문이라 해야 적당할 것이오.그래도 적으나마 수입이 있던 시절, 그 돈으로 집을 사고 조금의 여윳돈이 있던 시절, 내가 다른 가족들이나 이웃, 단체들에게 그 돈을 나누어주는 것을 옆에서 말리기는커녕 당신 또한 묵묵히 동의해 주었소. 당신도 내 낭비벽의 공범이었으니 나만 탓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하오.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 때 조금이나마 따로 저축이나 부동산을 남겨두었다가 이럴 때 비밀스럽게 내놓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기도 하오. 그러나 후회해도 소용없는 법.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전세금이나 고향에 부모님들이 물려주신 조그만 땅이 있으니 그래도 굶어 죽지는 않겠구나, 자위하지만 그래도 장래 우리 아이들의 결혼 비용이나 교육비에는 턱없이 부족할 테니 사실 조금 걱정이 되기는 하는구려.그러나 우리가 그랬듯 살아가는 동안 겪는 어려움과 고난은 오히려 우리 아이들을 더욱더 건강하고 강하게 만들 것이니 모든 것은 운명에 맡겨 두는 것이 좋을 듯하오.당신에게 용서를 구할 게 또 하나 있소. 아직도 내 통장에는 저금보다 부채가 더 많다오. 적지 않은 빚이 있는데, 다행히 나와 함께 일하는 간사가 내가 마구 쓰는 것을 견제하면서 조금씩 적금을 들고 있는 모양이니 조만간 많이 줄어들 수 있으리라 생각하오. 그러나 혹시 그걸 다 갚지 못한다면 역시 당신 몫이 될 테니 참으로 미안하기만 하오. 내 생전 그건 어떻게든 다 해결하도록 노력하겠소.내가 당신보다 먼저 이 세상을 떠난다면 몇 가지 또 처리해 줘야 할 일이 있소. 내가 소중히 하던 책들, 이사할 때마다 당신을 고생시키며 모아온 그 책들은, 우리 아이들이 원하면 가지게 하고 그렇지 않으면 어느 대학 도서관에 모두 기증해 주기를 바라오. 아무래도 법률책이 많으니 고시 관련서만 가득한 서울대 법대에 기능하는 것도 좋겠소. 그 책들은 내가 평생 이 나라와 여러 나라에서 소중하게 모은 것들 아니오? 당신 밥 한끼 사주는 대신 함께 모은 것들이니 한 곳에 전해져 그 분야에 관심있는 후학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소.이미 안구와 장기를 생명나눔실천회에 기부했으니 그분들에게 내 몸을 맡기도록 부탁하오. 그 다음 화장을 해서 시골 마을 내 부모님이 계신 산소 옆에 나를 뿌려주기 바라오. 양지바른 곳이니 한겨울에도 따뜻한 햇볕을 지키면서 우리 부모님에게 못다 한 효도를 했으면 좋겠소. 원컨대 당신도 어느 날 이 세상 인연이 다해 내 곁에 온다면 나는 언제나 당신을 기다리겠소. 그래서 우리 봄 여름 가을 겨울 함께 이 생에서 다하지 못한 많은 시간을 함께 지냈으면 하오.그리고 내 마지막을 지키러 오는 사람들에게 조의금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소. 내 영혼은 그들이 오는 것만으로도 반가울 것이요. 내 부음조차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좋겠소. 신문에 내는 일일랑 절대로 하지 마오.무책임한 남편이 끝까지 무책임한 말로써 이별하려 하니 이제 침묵하는 것이 좋겠소. 부디 몸조심하고 남은 인생을 잘 보내고 다음 세상에서 좋은 인연으로 다시 만나길 바라겠소. 감히 다시 만나자고 할 염치조차 없지만 그래도 당신 때문에 내가 이 세상에서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었으니 나로서야 또 만나자고 할 형편이오. 어떡하겠소? 다만 이 모든 것을 용서해 주오.■ 모든 가족과 지인들에게..오늘날의 나를 만든 많은 분이 계시지만 그 가운데 내 형제들을 잊을 수는 없겠습니다. 어린 시절 내 학비를 보태고 부모님을 돌보던 큰누님과 매형, 아들만 귀히 여기는 집안 분위기와 부모님의 인식 때문에 제대로 교육도 못 받고 외지에서 무진 고생만 한 둘째누님, 셋째누님, 시골에서 부모님 농사일을 돕느라 시집갈 때까지 온몸을 바쳐 일한 넷째누님, 학문의 길을 걷느라 어려우신 걸 뻔히 알면서도 제대로 도와드리지 못한 형님, 그리고 오빠들 때문에 중학교까지밖에 못 다니고 내내 농사일만 하던 막내 여동생.오늘의 나를 만들어 준 희생과 헌신에 대해 아무것도 갚지 못하고 떠나는 마음이 아리기만 합니다. 변호사 동생 또는 오빠를 두었으니 뭔가 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아픈 가슴만 남았습니다. 다음 세상에서 혹시 그럴 위치가 된다면 지금과는 다른 동생 또는 오빠가 되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신라 향가 ‘제망매가’에서는 ‘같은 가지에 태어나 가는 곳 모르겠소’라고 노래했지만, 우리는 다음 세상에서 다시 함께 ‘같은 가지’로 태어났으며 좋겠습니다.어린 시절 함께 뛰놀던 동네 친구들, 장난꾸러기에 지나지 않던 나를 좋은 방향으로 인도해 주신 초등학교 선생님들, 많은 꿈을 심어주신 중고등학교 선생님들, 함께 유년 시절과 소년시절을 뛰놀며 꿈을 꾸던 친구들, 변호사 일을 하는 동안 나를 도운 사무장과 사무원들, 인권 변론을 함께 하면서 그 어두운 시절을 보낸 동료, 선배 변호사님들, 참여연대, 아름다운 재단, 아름다운 가게에서 함께 희망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 밤낮을 잊으면 살고 있는 간사들, 거기에 기꺼이 회원이 되고 도움을 주신 분들.그 모든 분에게 나는 큰 신세를 졌습니다. 많은 배움과 도움을 얻었습니다. 때로는 내 원만하지 못한 성격으로 상처를 입기도 했을 것이고 억지스런 요구로 손실을 입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함께 꿈꾸어 오던 깨끗하고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고, 그 못다한 몫은 바로 이제 여러분들이 이뤄 줄 것임을 믿습니다.정말 감사합니다. 다음 세상에서 반가운 얼굴로 맞겠습니다.

인물포커스 | 정연미 기자 | 2020-07-10 14:45

은성수(사진) 금융위원회 위원장도 역시 '똘똘한 한채'를 선택했다.은 위원장은  정부가 다주택자 투기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고위공직자의 다주택 처분을 권고함에 따라 서울 강남의 아파트를 남기고 세종시 아파트를 팔기로 했다.금융위원회는 9일 “은 위원장이 내놨던 세종시 소재 도램마을 20단지 아파트 84㎡를 사겠다는 매수자가 나타나 지난 8일 가계약금을 받았다”고 밝혔다. 가계약금액은 5억7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은 위원장은 지난해 12·16 부동산대책 발표 후 ‘고위공직자 1주택 보유’ 기조에 따라 장관급 가운데 처음으로 “집 한채만 남기고 팔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장은 장관급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부동산정책과 중요한 연관성을 갖는다.이번 은 위원장의 결정은 여론의 비판도 우려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은 위원장은 잠원동 아파트를 전세로 빌려주고 자신은 서울 성동구 옥수동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다. 세종시 아파트는 매물로 내놓은지 7개월 만에 가계약을 맺었다.앞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도 2주택 가운데 서울 서초구 반포 아파트를 남겨놓고 출신 지역구였던 충북 청주시 아파트를 매각한다고 밝혀 세간의 빈축을 샀다. 노 비서실장이 급매물로 내놓은 청주시 흥덕구 진로아파트 156㎡는 2억5000만원에 거래 협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물포커스 | 정연미 기자 | 2020-07-09 11:55

은수미(사진) 경기 성남시장이 일단 시장직을 유지하게 됐다.2심에서 300만원의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가 9일 대법원이 원심 파기환송 처리했기 때문이다.9일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은 시장의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재판부는 "양형에 관해 검사의 적법한 항소이유 주장이 없었음에도 원심이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한 것은 위법"이라고 판시했다.은 시장은 대법원 판결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재판부에 감사하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민들께 위로와 응원을 드리는 것에만 집중해야 할 이때, 염려를 끼친 것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이어 "성남시는 '사회적 거리는 넓히고 인권의 거리는 좁히며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는다'는 원칙 아래 시민과 함께해왔다"며 "특히 IMF 이후 커진 양극화가 코로나19에서 되풀이되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다.은 시장은 지난 2016년 6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성남지역 조직폭력배 출신인 이 모 씨가 대표로 있는 코마트레이드측으로부터 95차례에 걸쳐 차량 편의를 불법으로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1심은 은 시장에게 벌금 90만원을 선고했지만 2심은 벌금을 300만원으로 높였다.선출직 공무원은 정치자금법 위반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당선이 무효가 된다.

인물포커스 | 정연미 기자 | 2020-07-09 11:09

박재옥씨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복언니인 박재옥(사진) 씨가 8일 별세했다. 향년 84세.고인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과 첫째 부인 김호남 여사 슬하의 독녀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는 15살 터울이다.고향 경북 구미에서 초·중학교를 마치고 상경해 동덕여고, 동덕여대 가정학과를 졸업했다.고인은 고등학교 재학 시절 잠시 박정희 전 대통령·육영수 여사 일가와 함께 생활한 시간이 있었지만, 이후 가까이 교류해온 사이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일찌감치 결혼 후 분가, 청와대 생활을 한 적이 없으며 부친의 서거 후에도 서너번의 추모식 등을 제외하면 일가 관련 공개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거의 없다.2004년 이복동생인 박지만 씨의 결혼식에는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박 전 대통령의 '숨겨진 장녀'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했지만, 동시에 형제자매 중에는 비교적 순탄한 생애를 보냈다고 할 수 있다.고인은 1958년 박정희 당시 육군 사단장의 전속부관이었던 고 한병기 전 의원과 결혼했다.한 전 의원은 장인인 박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 뉴욕 영사, 유엔대표부 대사, 캐나다 대사 등 외교관으로 주로 활동했다. 1971년 제8대 민주공화당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이후 2017년 작고 전까지 설악산 케이블카를 운영하는 설악관광 회장을 지냈다.고인은 박 전 대통령의 생애를 조명한 드라마 '제3공화국'(1993)에 직접 증인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부모의 혼인과 관련, "중매로 하신 거죠. 부모님 강요에 신혼, 결혼 생활은 없었다고 봐야죠"라고 말했다.유족은 장남 한태준 전 중앙대 교수, 장녀 한유진 대유몽베르CC 고문, 차남 한태현 설악케이블카 회장, 사위 박영우 대유위니아그룹 회장 등이 있다.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복 조카사위가 되는 박영우 회장 소유 계열사인 대유신소재는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테마주'로 조명을 받은 바 있다.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10일 오전 8시. ☎02-2227-7500.박근혜 전 대통령의 조문 여부는 미정이다.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는 이날 오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은 아직 소식을 듣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조문을 위한 귀휴 또는 형집행정지 가능성에 대해 "아직 연락을 받지 못해 답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법무부에도 박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별도의 신청이 접수된 바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물포커스 | 정연미 기자 | 2020-07-08 14:21

4·15 총선에서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소속으로 당선된 국회의원 103명 가운데 40%(41명)가 다주택자인 것으로 7일 나타났다.통합당 소속 의원 1인당 평균 부동산 재산은 20억8000만원으로, 더불어민주당 의원 평균(9억8000만원)의 두 배가 넘는다. 이는 국민 평균 부동산 자산(약 3억원)의 7배에 달하는 수준이다.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최근 발표한 '21대 국회의원 신고재산 분석 결과'에 따르면, 통합당 의원들은 1인당 평균 5건의 부동산(주택 1.5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통합당 의원들이 보유한 부동산 총액은 2139억원에 달했다. 부동산 소유 건수로 민주당(3.4건)의 1.5배, 총액(1760억원)에서는 1.2배가량인 셈이다.21대 국회에서 부동산 재산이 가장 많은 10명 가운데 통합당 소속 의원이 7명(민주당 의원 3명)으로 가장 많았다.특히 박덕흠 의원은 통합당 의원 중 부동산 재산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사 대표 출신인 박 의원은 서울 강남·송파구, 경기도 가평군, 충북 옥천군에 주택 4채(68억5000만원)를 보유한 것으로 신고했다.3주택 이상 보유한 국회의원은 전체 300명 가운데 16명(민주당 9명, 통합당 5명)이었다. 박 의원(4채)을 제외한 김희곤, 서정숙, 윤주경, 황보승희 의원은 3채를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대권 도전을 공식화한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날 통합당을 향해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을 당론으로 채택하자"고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고위 공직자가 대리인에게 주식을 맡기고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백지신탁제를 부동산에도 적용하자는 것이나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다.

인물포커스 | 정연미 기자 | 2020-07-08 09:16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 소장, 한국공론포럼 대표) 큰 사건만이 세상을 변화시키지는 않는다. 새롭고 의미 있는 작은 사건이 세상을 변화시킨 예는 얼마든지 있다. 우리가 고창 소각시설 공론화의 성공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대상은 우리 사회에 널려있는 많고 많은 소각장 관련 갈등에 불과하지만, 그 해법은 87년 소위 민주화 이후, 지난 30년간 우리 사회가 변화 발전하면서 풀지 못했던, ‘이해관계자의 요구와 국민(주민) 요구의 결합’,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갈등 해결’을 이룬 ‘사건’이었다. ‘푸앵카레의 추측’이란 수학적 난제를 해결한 페렐만의 해법이었다.고창 소각시설 갈등 해결에 주목해야 하는 까닭은 갈등이 첨예하고 해결이 어렵기로 소문난 ‘소각장 관련 갈등’을 해소했다는 점을 넘어서, 우리가 고민해왔던 ‘이해관계자의 요구와 일반 시민의 의지’의 결합이란 난제를 현실에서 해결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창 소각시설 공론화협의회는 사전 협의 단계부터 고창군, 소각장 반대대책위 등 당사자 간 논의를 통해 협의회 구성, 논의 의제, 진행 절차 등을 결정했다. 협의회 구성을 위한 사전 협의에서 당사자들은 직접 영향지역 주민, 주변지역 주민, 고창군민에 인구수와 관계없이 동등한 가치를 부여하여 1:1:1로 구성하기로 합의하였다. 논의 의제에 있어서도 소각시설 필요성, 절차적 정당성, 주민지원 대책 등을 넘어 고창군 폐기물 감량화 정책 수립을 주요 의제에 포함시켰다.또한, 협의회를 통해 도출된 결과를 잠정 합의로 보고, 군민에게 최종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하기로 하였다. 한마디로 당사자가 중심이 되어 구성, 의제, 절차를 결정하였으나, 논의 의제에 고창군 전체의 고민을 담아내고자 하였으며, 최종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고창군민으로 확장하였다.당사자가 중심이 되어 논의 틀을 만들었으나, 논의 결과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은 이해관계를 넘어선 주민에게 부여함으로써 당사자와 군민의 결합, 특수성과 보편성의 결합, 요구와 의견의 결합을 시도함으로써, 처음부터 자신들의 이해뿐 아니라, 군민 수용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도록, 스스로 족쇄를 만들어 버렸다. 자신들의 이해에 매몰되어 군민이 수용할 수 없는 결론을 도출하는 경우, 자신들의 요구 자체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도록 스스로 ‘배수진’을 치고 논의를 시작하였다. 치열한 공방 속에서 공동체 회복을 위한 노력, 소각시설 안정화 대책, 주민지원 대책, 관리·감독 기구 구성, 조례 제정 방안, 폐기물 감량화 정책 수립 방안 등에 관한 잠정합의안을 만들고, 이 잠정합의안은 주변 면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를 통해 마침내 ‘합의안’으로 확정되었다. 당사자가 내놓은 결론을 군민이 수용한 것이다.치열한 대립과 갈등 이후, 이해관계를 넘어선 합의와 군민에 의한 승인이 가능했던 근원적인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롤스와 하버마스로 대표되는 서양의 많은 숙의민주주의 연구자들은 합의의 원천을 평등하고 자유로운 사람들 간에 합리적 이성에 기반한 소통에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고창군민이 보여준 합의는 이를 넘어선다. 타인에 대한 인정과 배려가 합리적 이성과 타산(打算)을 넘어섰다. 개인에 기반한 합리적 이성보다 공동체의 유지와 안녕, 서로에 대한 우애가 극단적인 갈등을 해결하고, 합의에 이르게 한 원천이었다.고창 소각시설 갈등 해결 사례는 모든 국민이 주체화된 세상에서 당사자의 절박한 이해를 손상하지 않으면서, 공동체가 수용 가능한 합의를 이끄는 지혜를 우리 모두에게 선사하고 있다. 이제 고창에서 배워야 한다.

칼럼 | 이세호 기자 | 2020-07-08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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