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 오전 0시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국 정부 간의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 GSOMIA)가 종료될 예정인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반도체 핵심소재 기업을 방문해 소재·부품·장비의 안정적 공급을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충청남도 천안시에 있는 엠이엠씨(MEMC)코리아에서 개최된 '실리콘 웨이퍼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외국인투자 유치를 통한 신설공장 준공을 축하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엠이엠씨(MEMC)코리아는 대만 글로벌웨이퍼스(Global Wafers)가 100%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투자기업이다. 제2공장은 반도체 제작에 반드시 필요한 원소재인 실리콘웨이퍼를 생산한다. 실리콘웨이퍼는 반도체 직접회로가 그려지는 원판이다. 반도체가 '쌀'이라면 웨이퍼는 '논'에 비유할 수 있다.
엠이엠씨(MEMC)코리아는 2018~2020년 총 4억6000만 달러를 투자해 300mm 반도체용 실리콘웨이퍼 생산능력을 현재 대비 2배로 확대하고 이번 공장 준공식 이후 내년 말까지 단계별로 장비를 도입할 계획이다.
정부와 충청남도, 천안시는 이번 엠이엠씨(MEMC)코리아 증액 투자에 대해 현금지원, 세제 감면, 화학물질 취급시설 인허가 패스트트랙 적용 등을 통해 신속한 공장건설을 지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축사에서 “반도체 산업은 우리나라 제조업의 버팀목이다. 한국은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를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할 것이며,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에 세계 최대의 수요 시장이 될 것”이라며 “우리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에 더해 소재·부품·장비의 공급이 안정적으로 뒷받침된다면, 반도체 제조 강국 대한민국을 아무도 흔들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개월, 우리 기업과 정부는 핵심 소재·부품·장비 수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국내 생산 확대와 수입 대체 노력에 박차를 가했다”며 “액체 불화수소의 국내 생산능력이 두 배로 늘었고, 수요기업이 실증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불화수소가스와 불화 폴리이미드는 연내 완공을 목표로 신규 생산공장을 짓고 있고, 곧 완공돼 내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블랭크 마스크는 신규공장이 완공돼 이미 시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도 기업의 수급 안정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수급대응지원센터’를 즉시 설치했고 특별연장근로, 공장 신증설 인·허가, 자금지원 등 기업의 어려움을 빠르게 해결하고 있다”며 “‘소재·부품·장비 특별법’ 개정으로 ‘소재·부품·장비 특별회계’를 신설하고, 내년도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2배 이상 늘린 2조1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지난 10월 출범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를 중심으로 기업 간 협력모델 구축과 제도 개선도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의 ‘소재·부품·장비 산업 지원대책’은 외국인투자기업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며 “한국에 더 많이 투자하고 생산과 연구개발 활동을 더 많이 해 주시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외국인투자기업도 우리 기업이라는 마음으로 특별히 우대하고 있다”며 “외국인투자지역에서 부지 임대료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해외 전문 인력에 대한 세제 지원과 체류 절차 간소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마련해 지원하고 있다. 특별히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외국인투자를 크게 환영하며, 현금지원 비율을 투자금의 40%까지 확대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결과, 지난해 전세계 외국인투자가 감소하는 가운데에서도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투자는 269억 불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소재·부품·장비 분야 외국인투자기업의 투자도 늘고 있어 고무적이다. 올해 투자유치 목표 200억 불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은 외국인투자기업에 활짝 열려 있다. 언제나 환영하며 함께할 것을 다시 한 번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개최된 확대간부회의에서 “일본이 먼저 안보상 불신을 이유로 수출규제를 건 이상 우리를 불신하는 국가와 군사정보를 공유할 수 없는 것”이라며 “지소미아 종료의 모든 원인과 책임은 일본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는 “지소미아가 한미 간 동맹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과장되게 주장하고 보도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크게 잘못된 것”이라며 “원래 6ㆍ25 전쟁 이후에도 지소미아는 없었다. 2016년에 박근혜 정부가 거의 탄핵 직전에 도입한 것이기 때문에 정통성이 있는 것이 아니고, 또 지난 3년간 운영했지만 사실상 군사정보 교류를 한 것은 몇 건 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을 너무 지나치게 우려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정의당 유상진 대변인은 “지소미아 복원 조건의 원칙은 일본의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수용과 부당한 수출규제 철회에 대한 진정성 있는 선조치가 우선이 돼야 한다”며 “이런 전제 없이 결코 복원이 돼선 안 된다. 정부는 협상에서 흔들림 없는 강경한 대응을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유상진 대변인은 “지소미아는 한일 간 군사 정보교환에 있어 우리가 정보 제공국이고, 일본이 정보 수혜국이다. 지소미아를 유지한다고 해서 우리나라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일본이 수혜국이라면 분명히 수혜국다운 노력을 해야 함이 마땅하다”며 “지소미아를 두고 미국이 우리나라를 압박하는 것은 동맹국으로서 해야 할 도리가 아니다. 원인 제공자인 일본의 야비한 수출규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으면서, 단지 미국에 유리한 입장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은 그간 신뢰로 구축해온 한미 동맹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이날 발표한 대국민 호소문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단순히 한국과 일본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과 미국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 때부터 지역안보를 이유로 한일 양국에 이 협정의 체결을 강력히 요청해 왔다. 저는 국무총리 시절 협정 체결 과정에서 미국이 이 협정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봤다. 저는 대통령께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의 안보 파탄과 한미동맹의 붕괴를 막기 위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유지할 것을 다시 한 번 엄중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지소미아 문제는 단순히 한·일 양국 간의 문제가 아니다. 한미일 동맹의 문제이며, 동북아 안보·평화의 핵심적인 사안”이라며 “외교와 안보문제에 대해서 정부의 입장을 약화시킬 염려가 있는 언행은 지극히 조심스럽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지소미아 문제를 진중하게 다룰 것을 권한다. 지소미아 종료 선언 때도 우려를 표했지만, 오늘 자정 시한이 만료되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 해결책을 강구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