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이번엔 헛다리 짚었나...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반발심리 확산
피치 이번엔 헛다리 짚었나...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반발심리 확산
  • 전선화 기자 kotrin3@hanmail.net
  • 승인 2023.08.03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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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 즉각 반발 이어 국제 투자은행 및 전문가들 "이번 결정은 비현실적"...실제로 달러 인덱스도 상승
@사진=KBS화면 캡쳐
@자료사진=KBS화면 캡쳐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했지만 오히려 각계각층서 반발을 사며 역풍을 맞고 있다.

피치의 발표는 과거와 달리 금융 시장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고, 당사자인 미국 정부는 물론 각국의 금융전문가들로부터 반대 논평에 휩싸였다. 

이런식으로 가다간 신용평가사가 신용등급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냉소적인 지적도 나오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1일(현지시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에서 AA+’로 낮췄다. 3대 국제 신용평가사중 하나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2011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사 이후 12년 만이다.

피치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은 20년 넘게 정부의 재정기준 상태가 꾸준히 악화됐다"며 "오는 2025년 1월까지 부채한도를 유예하기로 한 지난 6월의 초당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재정 및 부채 문제가 남아있다"며 미국의 등급 강등 배경을 밝혔다.

피치는 미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재정적자 비중이 지난해 3.7%에서 올해 6.3%로 급등하고, 이후에도 이자 갚는 비용과 인구 고령화로 인한 지출이 늘면서 재정이 계속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미국 정치권이 부채한도 상향을 두고 끝장 대치를 반복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당사자인 미국 정부는 즉각 이에 강력히 반발했다.

시장의 신뢰를 바탕으로 낮은 금리로 국채를 계속 발행해야 하는 미국 정부로서는 신용등급 강등으로 앞으로 높은 이자를 물게 될 입장이라 어쩌면 당연한 대처라고 볼수도 있겠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세계 주요 나라 가운데 미국 경제가 가장 강한 회복세를 보이는데도 신용등급을 낮춘 것은 현실에 어긋난다"고 반박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미국 국채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이며 미국 경제의 기초는 튼튼하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석학들도 이번 피치의 결정에 반기를 들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피치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낮춘 것은 광범위하고 정확하게 비웃음을 사는 결정”이라며 “자체적으로 명시한 기준에조차 맞지 않은다”고 비판했다.

이어 “확실히 뒷얘기가 있겠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이는 미국의 지급 능력이 아니라 피치에 대한 것일 것”이라고 화살을 피치에 돌렸다.

‘월가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최고경영자(CEO)도 이튿날인 2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피치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며 “(국채 가격은) 신용평가사가 아니라 시장이 결정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미국의 군사력에 의지하는 국가들이 미국보다 높은 최고등급인 ‘AAA’를 받는 건 터무니없다(ridiculous)”며 “미국은 여전히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하고 안전한 나라”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피치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전격 강등한 뒤 처음으로 열린 2일 다우지수(-0.98%)·S&P500지수(-1.38%)·나스닥지수(-2.17%)는 일제히 하락했다. 하지만 S&P500지수가 하루에만 7%가량 급락한 2011년 8월과 비교하면 충격파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일 2% 안팎의 하락세를 보였던 한국·일본·홍콩 등 아시아 증시도 3일에는 하락폭이 1%대 안팎으로 줄었다.

월가 투자은행(IB)들은 현재 미국의 경제 상황은 여러 가지 면에서 지난 2011년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다고 분석했다. 당시는 2008년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가시지 않은 시점이라 각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엄청난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고 있었다. 특히 스페인 그리스 등 유로존 국가의 부채 위기로 위태로운 상황에서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은 큰 파장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JP모간은 2011년 당시에는 미국의 실업률이 9%까지 치솟았지만, 최근엔 경제 및 노동시장이 비교적 탄탄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과거에는 우량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AAA’ 등급만을 보유할 수 있도록 규정했지만, 그런 문구를 조정한 지 오래됐기 때문에 이번 등급 강등으로 인한 미 국채 강제 매도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자들이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관련한 학습효과를 얻었다는 점도 과거와는 다르다. 짐 리드 도이체방크 전략가는 “12년 전 S&P가 처음으로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이 (지금보다) 훨씬 더 큰 뉴스였다”며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채권시장이 더 이상 순수 AAA가 아닌 것에 적응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반면 2011년 처음 미국 신용등급 강등을 주도했던 S&P 국가신용평가위원회의 데이비드 비어스 당시 총괄담당은 피치를 엄호하는 발언을 내놨다. 그는 “‘AAA’는 최고등급이지만 이 등급을 부여받았던 미국 등 국가들이 신에게서 또는 자동으로 당연하게 부여받는 권리를 가진 것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어찌됐든 이번 피치의 결정은 12년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시장에 큰 충격파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당장 시장의 출렁거림이 있더라도 미국 자산 외에는 믿을 만하고 유동성이 풍부한 투자처가 여전히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실제로 미국 달러화는 피치의 이번 발표가 있은 이튿날 2일 오후 4시 현재(이하 미국 동부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 기준으로 전날 102.240보다 0.37% 상승한 102.623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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