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번 추석을 전후로 하마평에 오르던 사람들의 실체가 확연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것이 각 진영의 사람들로 부터 연락이 잦아진다. 또한 지인들과 만나면 화제가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 정치현실을 봐도 그렇고, 인물들을 봐도 그렇고, 제각각의 진영이 떠드는 소리를 들어봐도 그렇고, 좀비(팬덤) 정치의 지형이 크게 바뀔거 같지는 않다.
한 발자국도 진화하지 못한 이슈들, 그리고 말말말....
우리 용인시의 경우는 110만에 이르는 인구의 대도시가 되었다. 이제 '용인 사람'이라고 말하면 용인에 사는 사람을 말함이지 이곳이 고향인 사람들을 지칭할 수 없게 되었다.
통계에 의하면 용인 토박이는 15% 전후로 알려지고 있다. 호남 출신인구가 30%를 넘어 가장 많고 전국으로 부터 모여든 사람들이 고루 혼재돼 있다.
가장 크다는 호남향우회도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고, 요즘 분위기를 보면 전남과 차별화 하고 싶어하는 전북 사람들의 내재된 정서가 드러나고 있다. 전북도민회가 별도로 결성되어 전남과 결별 수순으로 가는게 아닌가 싶은....
그리고 특히 이곳에서 20여년 이상 오래 산 호남출신 분들은 그냥 호남과도 결별하고 싶어하는 눈치다. 지역토박이가 출신지역을 가지고 텃세라도 부리면 "여기 출신이라도 다른데 나가서 살다가 들어와 토박이 행세를 하는게 웃긴다. 산 거로 따지면 내가 더 오래 살았는데"라며 떳떳하게 반박한다. 예전에는 그냥 조용히 꼬리 내리고 숨어 지내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세상이 바뀌어 토박이들의 텃세가 조롱거리가 된 시대다.
예전에는 각 출신 지방별로 정치 진영이 확연히 갈라져 있었다. 현재 당을 달리하면서도 호남 출신의 시장이 연거푸 두번 당선되었으나 내가 사는 처인구의 경우, 지역 토박이 국회의원으로 민주당이 두번, 국힘이 두번 이어 당선되는 결과를 보이고 있다.
이제 어느 특정 정당이 유리하다는 말은 옛말이 되었다. 그 보다는 인물의 경쟁력과 현실정치의 이슈가 당락을 가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 보니 이 고장과 인연이 없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기회를 엿보는 낙하산의 착지점, 즉 철새 도래지가 되어 버렸다.
지역 정치판에서 잔뼈가 굵었다는 정치꾼들도 사실상 힘을 잃었다. 그들이 여론을 주도하던 시대도 지났다. 그러니 어떻게든 조직화 하고 위세를 과시하면서 정치인들이나 신규 지망생들을 압박해 보고자 하는 발광(?)이 엿보이기도 한다.
급변하는 지역정서에서 공식이 통하지 않는 정치지형이 그려지면서 지역정치는 날개없는 추락을 하고 있는 모습이랄까? 그저 기회주의자들의 장이 되어 버린 모습이다.정치 본연의 길은 잃고 생존을 위한 이전투구의 모습만 보인다.
시민들도 이제는 특정 정치이념이나 진영 보다는 합리적 선택을 우선하는 중도 성향이 더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고착된 양대정당 구도에서 이들이 어느쪽 손을 들어 줄 것인가가 앞으로의 승패를 가를 전망이다.
이런 와중에도 민주당 정치인들은 희망고문에 빠져 있는듯 하다. 곧 분양될 새 아파트 단지가 몇 세대며, 인구가 얼마가 늘 것인지를 계산하고 있고, 그들이 대부분 젊은 세대로서 민주당 성향일 것이라는 기대감 같은 게 있는 모양이다. 물론 세대별로 보면 30~40대에서 민주당 지지 성향이 더 많은 것으로 보이기는 하다.
그러나 민주당 정치인들 또는 지지자들이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지금 호남 출신 사람들의 말을 들어 보면 호남의 정서가 친민주당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냥 뿌리깊은 반영남 정서가 지워지지 않는 상태에서 선택할 만한 제3당이 없을 뿐이라는 것. 그게 전부다.
민주당 내부에서 친이재명계와 친문재인, 친이낙연계의 반목이 반국힘 정서 만큼이나 크다는 점도 주목된다. 특히 친이재명계 사람들의 집단패권주의는 정도를 넘는다. 이들은 이재명이 대선에서 패배한 이유를 "2찍들 때문"이라며 내부적 갈등을 키우고 있다. 친이재명계가 아닌 사람들은 다 죄인이고 적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보는 관점은 다르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의 패배는 '윤석열이 이긴게 아니라 이재명(민주당)이 진 것' 이라는 말이 맞을 게다. 눈앞에 이익에 눈이 어두워 스스로 내부의 욕망을 제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70%를 넘어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지지율은 오히려 국힘에 밀린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이런 당내외의 상황이 앞으로 어떤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지 예측하기 어려운게 작금의 지역정치 현실이다.
다만, 특별한 비전을 가진 주목되는 후보군이 없이 기성 정치인을 따라 기성 기득권 정당을 따라 이합집산하는 좀비(팬덤)들이 떼로 몰려 다니는, 인재부재의 지역정치 현실이 참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