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근로시간 유연화 본격화...'주52시간' 벽 허문다
노동시장 근로시간 유연화 본격화...'주52시간' 벽 허문다
  • 정연미 기자 kotrin3@hanmail.net
  • 승인 2022.12.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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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단위 →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개편...1주 초과근무 한도 29시간 가능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이정식 노동부 장관 "빠른 시일내 입법안 마련'
@MBC 화면캡쳐
@MBC 화면캡쳐

노동시장 유연화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 의뢰로 노동시장 개편안을 준비해 온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연구회)가 '주52시간' 벽을 허무는 근로시간 개편안을 발표하자 노동부는 즉각 이를 수용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노동계와 야당인 더불어 민주당이 이에 반대하고 있어 입법화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12일 연구회는 초과근무 관리 단위를 현행 ‘주 단위’에서 최대 ‘연 단위’로 바꾸는 방안을 정부에 권고했다.

이 방안대로라면 일주일간 최대 노동시간이 현행 52시간에서 69시간으로 늘어날 수 있다. 연구회는 또 호봉제로 대표되는 연공(여러 해 근무한 공로)형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바꿀 것을 권고했다.

권순원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등이 중심이 된 연구회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최종 권고문을 발표했다.

지난 7월18일 발족한 연구회는 “현행 근로시간 제도는 기술혁신과 디지털 혁명 등에 더 이상 부합하지 않는다”며 “법정 근로시간 단축 등 획일적인 방법은 한계가 분명해 근본에서 재검토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회가 이날 내놓은 권고문은 정부안으로 대폭 수용될 전망이라 윤석열 정부가 3대 개혁과제 중 하나로 내세운 ‘노동개혁’의 큰 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편안의 핵심은 ‘일주일 초과근무 12시간 한도’를 허무는 것이다. 초과근무 시간 관리를 ‘주 단위’에서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개편한다. 권고안에 따르면 초과근무 단위 개편 시 초과근무 총량 한도는 월 52시간, 분기(3개월) 140시간, 반기(6개월) 250시간, 연(1년) 440시간 등이다. 대신 노동자 건강권 보호 장치로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 등이 제안됐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일주일간 노동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넘을 수 없다. 사용자와 노동자가 합의하면 일주일에 12시간을 한도로 연장노동을 할 수 있다. 

연구회 권고안대로 초과근무 시간 관리 단위를 월로 바꾸면, 일주일에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 일주일에 최대 29시간 초과근무가 가능하고,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주 6일 기준으로 11시간30분에 이른다. 다만 3주 연속 69시간 일했다면 마지막 주는 1시간만 일할 수 있다. 

연구회는 노동시간 개편으로 노동자들이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초과근무 한도를 정해도 근로시간은 월 단위(52시간) 대비 길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 초과근무 시간 관리를 월 단위 이상으로 바꾸려면 사용자와 근로자대표가 서면합의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연구회에는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기간과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안도 제시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유연근무제의 하나로, 일주일 평균 52시간을 유지하면서 노동자가 근무일, 근무시간 등을 선택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연구개발만 3개월, 그 외 업종은 1개월만 허용했는데 이를 ‘전 업종 3개월’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사업장의 다양한 직군만 유연근로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부분 근로자대표’를 선출하는 방식의 제도 개선을 모색하는 방안도 권고안에 담았다.

임금체계도 현재의 연공 중심에서 직무·능력 중심으로 바꾸는 안이 포함됐다. 연구회는 “중소기업과 근로자를 대상으로, 또 업종별로 임금체계가 설계·구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직무 및 직종, 직군의 다양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취업규칙 변경의 동의 주체 범위를 명확히 하는 등 법 제도적 개선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령근로자를 계속 고용하기 위한 임금·직무 조정 등 관련 제도 정비, 포괄임금 오남용 방지 위한 상시 근로감독, ‘상생임금위원회’ 설치·운영 등도 권고했다. 연구회는 ‘파견과 도급의 구별에 대한 예측 가능성 제고’ ‘대체근로 사용 범위, 사업장 점거 제한 등 법·제도 개선 검토’ 등도 권고안에 담았다.

이같은 연구회의 권고안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노동부는 이르면 내년 초쯤 정부안과 입법 일정 등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연구회 권고안을 그대로 받아들일지 추가적인 의견 수렴을 더 거칠지 논의하기로 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문가들의 진단에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온 힘을 다해 노동시장 개혁을 완수하겠다. 빠른 시일 내에 입법안을 마련하겠다”고 썼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3일 기자들에게 “지금 주 52시간 근무라는 경직된 제도로는 근로자도 만족시킬 수 없고 사용자도 만족시킬 수 없다. 지금 현재 30인 미만 근로자 사용 업체에서 유연노동제 채택한 회사가 90%가 넘는다”며 “추가 연장 근로제가 올해 말 일몰로 끝나면 노동시장 대혼란이 불 보듯 뻔하다”며 근로시간 유연화의 조속한 채택을 강조했다.

그러나 노동계와 야당은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번 연구회 발표를 “임금과 노동시간에 대한 결정권을 사용자에게 내맡기는 개악 권고문”이라고 비판했다. 파견근로 범위 등에 대해서도 “파견업종 기준을 완화하고, 헌법에 보장된 파업에 대한 권리침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일단 반대 분위기가 명확하다. 문재인 정부인 2018년 국회 입법을 통해 경영계 반대를 무릅쓰고 도입된 ‘주 52시간제’를 불과 4년만에 개정하겠다는 데 대한 반발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국의 근로시간은 OECD 내에서 수년간 압도적 1위였다가 문재인 정부에서 다소 낮아졌다”며 “연간이나 월간 단위가 아니라 주 단위로 엄격하게 근로시간을 할당해도 근로시간이 여전히 많은데 연구회의 권고안은 과로를 되레 권하게 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20201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가운데 한국의 노동시간은 1915시간으로 전체 5위, 소득 3만달러 이상 국가들에선 여전히 1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가 내년 초 예정대로 입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경우 여야가 첨예하게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일단 국회 환노위원장(전해철)과 노동법안소위원장(김영진)이 모두 민주당 소속이라 이들이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막아설 경우 통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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