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삼성 해외이전설과 이재용 부회장 재판이 남긴 것
[기자의눈] 삼성 해외이전설과 이재용 부회장 재판이 남긴 것
  • 백태윤 선임기자 pacific100@naver.com
  • 승인 2021.01.2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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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는 그 발상부터가 맘에 안든다. 각 기업에는 이미 감사실부터 법무팀 또 아예 영어로 Compliance 갖가지 다양한 명칭의 법무조직들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과 같은 다국적 기업에는 진출국가에서의 기업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국내ㆍ외 실력과 명성 있는 많은 법률전문가들을 고용하고 있거나 용역계약을 맺고 있다. 

최근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이 사익을 도모하기 위해 그룹계열사와 국가에 막중한 피해를 입혔다는 재판 결과가 나와 2년 6개월 징역이라는 실형을 받아 법정구속됐다. 

물론 적법하지 않은 방법이었지만 피해규모나 죄질에 비해 형량이 너무 낮다는 여론이 많다. 기업 이미지도 큰 타격을 입었다. '정치가 삼류'라고 그 그룹의 선대 회장이 비판한 적이 있었지만 이젠 그들의 경영이야말로 가장 후진적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물론 밖에서 보고 판단하는 것이 다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온갖 매스컴의 지원사격을 받고도 이 부회장에 대한 동정 여론은 크지 않다. 총수의 구속에 다급해진 맘은 이해되지만 본사의 해외 이전설이 또 슬그머니 불거져 나오는 것도 구태의연하다.

삼성그룹의 핵심은 삼성전자이다. 우리나라 다른 우량기업과 같이 외국인 지분이 60%에 육박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 같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외국기업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이 부회장이 함부로 좌지우지 할 수 있는 회사도 아니다. 이런 초일류 기업이 해외로 빠져나간다면 국민경제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또 다시 불거진 본사 이전설은 삼성의 진의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불안감 조성에 충분히 기여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삼성전자가 해외로 본사를 옮길 수 있을까? 홧김에는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그야말로 실익이 없는 망상이라 본다. 반도체 제조공정 자체가 절대 선진국에 적합한 산업이 아니다. 밖으로 나가는 메리트보다 한국에 있어야 할 이익이 휠씬 크다. 일단 작업 환경이 유해해서 선진국에서 각종 규제를 받을 수 않다. 무노조를 좋아하는 삼성의 노무관리가 선진국에서 통할 지도 의문이다. 

선진국이 준다는 법인세 혜택으로만 따질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탈세 잘 못 하면 평생 철창에 갖힐 수도 있다. 이재용씨처럼 지분도 거의 없으면서 단지 창업주의 후손이라는 자격만으로 누리고 있는 특권이 선진국에서 인정될 리도 만무하다. 

우리 재벌기업들은 한국전의 포화를 뚫고 맨땅에서 창업주가 맨손으로만 일궈낸 것이 아니다. 거의 대부분 일제가 남기고 간 적산을 바탕으로 독재권력의 파격적인 지원을 받아 성장한 소위 '군ㆍ관ㆍ민'의 합작품이다. 그나마 거의 다 도태되고 재벌이라 불릴만한 기업들도 얼마 남아 있지 않다.

우리 기업들이 잘 되길 바라지 않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비합리적인 경영권 승계는 이재용으로 끝나야 한다. 상속제에 의한 절대왕정제 국가는 거의 소멸되었 듯이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에서도 이제 재벌 승계의 불합리한 관행이 종식될 때가 되었다. 아니 이미 때가 늦었다. 한국에서도 단지 창업주의 후손이라는 이유로 큰 기업을 물려 받아 부실화된 사례는 다 열거하기도 힘들다. 삼성이라고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한 집안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에 따라 수 많은 노동자들이 실직을 하고 은행에도 엄청난 부실을 안겨 왔지 않았는가?

물론 창업주의 후손 중에 남다른 경영능력을 가진 인재가 없으리란 법은 없다. 그런 사람을 마다할 정부나 주주가 있겠는가? 이재용 문제는 정상적인 상속절차를 통한 개인적인 재무 부담을 피하기 위해 권력과 거래를 하려고 했던 불순한 동기가 화근이었다. 이전에는 가능했기 때문에 그렇게 해 보겠다는 유혹을 떨칠 수 없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중이 제 머리 못 깎 듯이' 국민과 여론이 다시는 그런 욕심이 생기지 않도록 해 줄 필요가 있었고 그래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국민은 삼성과 이재용씨를 미워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아끼고 사랑하고 있다.

다만 이번 재판에 앞서 법원이 내린 '준법감시위 설치' 권고는 국민의 눈 높이에 전혀 걸맞지 않았으며 시대정신과 사법부의 소명과도 너무 거리가 멀었다. 삼성이 오늘 만큼 잘 성장한 것은 그룹 총수의 개인적인 재량을 최소화하고 시스템적인 관리기능을 최대화시켰기 때문이라 본다. 한 경영자의 불합리한 착오나 일탈로 인해 기업이 무너지지 않도록 삼성의 시스템은 강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삼성의 진정한 경쟁력이 아닐까 한다. 

이건희 회장이 '정치를 삼류'라고 부른 이유도 짐작이 된다. 적은 지분으로 무리한 특권을 누리고 있으면 그 약점을 노리는 정치권력과 사이비언론의 타겟이 될 수 밖에 없다. 역대 보수정권은 말로는 기업을 위하는 척 했지만 뒤로는 거래를 압박했다는 사실이 오래전부터 입증되고 있다.

우리는 삼성그룹 뿐 아니라 모든 기업이 정말 잘 발전하길 바란다. 다만 이제는 외부 세력에 기대어 주주를 배반하면서까지 부당하게 사익을 추구한다거나 그런 거래를 도모하려는 나쁜 관행을 끊어야  한다는 것이 높아진 국민의 민도(民度)에 부응하는 길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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