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민족주의의 엇갈린 초상 : 스즈키 노부유키와 김창근의 경우
한일민족주의의 엇갈린 초상 : 스즈키 노부유키와 김창근의 경우
  • 강민규 기자 kotrin3@hanmail.net
  • 승인 2020.07.1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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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근 벌금100만원 vs 스즈키 7년째 재판불출석 "한국의 사법체계 비웃어"
김창근 對일본 투쟁위원장

한국과 일본의 민족주의가 올해 법정에 세워졌으나 일그러진 단면만 확인한채 씁씁한 뒷맛만 남겼다. 

최근 '소녀상 말뚝테러'로 유명한 일본인 스즈키 노부유키(鈴木信行·54)는 본국에서는 물론 한국의 재판정에도 출석하지 않고 활보하는 반면 한국인 사회운동가 김창근(70)씨는 '사랑하는 조국'의 재판정에서 벌금형을 받았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에서는 '아베 타도 동경올림픽 반대'란 글구를 쓴 몸자보(몸에 두르는 대자보)를 쓰고 서울 종로구 수송동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연합뉴스통신사 건물 3층에 올라 구호를 외친 김창근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이 있었다.

김씨는 지난해 8월 10일 일본의 반도체 소재 등에 대한 경제보복에 맞서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된 가운데 종로구 수송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2020 동경올림픽 결사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1인시위를 벌였다. 

그는 이날 오후 18시경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연합뉴스통신사 건물 난간을 타고 3층 테라스에 올라가 10여분간 '아베 정권 타도' 등의 구호를 외치다 제지하는 경비원 등에 의해 자의반타의반으로 건물에서 내려 왔으나 이후 경찰에 의해 '건조물 침입'이란 죄목으로 조사를 받고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당초 이날 재판은 지난 5월21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19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으로 기일이 1차례 늦춰졌다.

이날 오전 9시반부터 8명의 배심원 선정 및 검찰측 신문과 변호인 반론 등으로 저녁 늦게까지 진행된 재판은 밤 9시까지 길게 이어졌으나 결과는 검찰측이 앞서 약식기소를 통해 주문한 원안대로 벌금 100만원의 형으로 확정됐다.   

재판이 열린 417호 법정은 지난 2008년 국민참여재판이 처음 시작된 이래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사건 등 국민적 관심을 끄는 중요 사안들이 열렸던 역사적인 장소로서, 이 곳에서 열리는 재판의 중요성 때문인지 매번 150여석의 좌석이 방청객들과 취재진들로 꽉차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이날 對일본투쟁위원장 직함으로 법정에 선 김씨는 10여년간 반일 시민사회단체를 이끌며 지난해 봄부터 누구보다 일찌기 일본 도쿄 올림픽 참가 반대 운동을 줄기차게 벌여왔다. 

그는 법정에서 "동경 올림픽 개최를 반대하는 이유는 개최 예정지인 도쿄 인근의 후꾸시마 원자로 붕괴 사고로 인한 방사능 노출에 대한 우려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고 일본의 아베 총리는 이를 발판으로 평화헌법을 수정하여 전쟁국가로 나가려는 음모를 관철시키려 획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오는 24일 일본 도쿄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2020 도쿄올림픽은 최근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의 위세 앞에서 1년간 연기된 채 개최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김 위원장은 "만약 동경에서 올림픽이 개최될 경우 전세계 참가 선수들과 체육관계자 및 관광객 등이 방사능에 피폭돼 그 후유증이 자신만 아니라 자손대대로 이어지며 고통을 당할 것"이라면서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선수단을 보내지 말아야 하며, 더우기 평화헌법을 개정하여 전쟁국가로 나아가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평화를 위장한 올림픽 쑈에 참가해서 들러리를 서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알려진대로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의 일부 이벤트를 후쿠시마에서 진행할 계획이어서 피해는 예상보다 더 커질수 있다.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 출발지로 예정된 경기장 'J빌리지'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폭발사고를 일으킨 '후쿠시마 제1원전'과 불과 20㎞ 거리에 위치한 곳이다. 또 야구와 소프트볼 경기도 후쿠시마 사고 현장과 70㎞ 떨어진 '아즈마' 구장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8월 시위에서 도쿄 올림픽 참가반대와 함께 후꾸시마 방사능 오염으로 인한 일본 농수축산물 수입반대와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철저한 검역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은 당시 시위현장 주변에 있던 청중들에게 보다 강력한 호소를 하기 위하여 인근 건물 외벽에 무심코 올라 탔다가 '현주 건조물 침입' 등으로 체포돼 즉심에 회부됐다. 검찰과 법원은 이에 대해 벌금 100만원을 부과했으나 김 위원장을 이를 거부하고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자신은 오로지 일본의 올림픽을 빙자한 평화위장 쇼에 우리 선수들을 보내서는 안되며 일본의 방사능 오염 식품의 국내 도입은 국민들의 건강을 헤칠뿐임을 홍보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인근 건물에 올라간 정당행위였다는 주장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대법정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벌금 100만원짜리 판결을 받은 김 위원장은 "동경 올림픽 개최 반대를 전 세계에 알려야 한다는 나의 간절한 소원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결과가 나와 매우 유감"이라면서도 "후대에 부끄럽지 않도록 우리나라가 먼저 도쿄올림픽 개최 반대를 선언하고 전세계적으로 경각심을 일으켜 이를 확산시켜 나아가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스즈키 노부유키

반면 일본군의 위안부 만행을 잊지 말자는 뜻으로 만들어진 소녀상에 '말뚝테러'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극우 성향 일본인 스즈키 노부유키는 최근 열린 한국의 재판에 또 불출석하면서 재판정을 비웃었다.

지난 3월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박진환 부장판사는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스즈키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으나 스즈키의 불출석으로 재판은 2분만에 마무리됐다.

스즈키는 지난 2013년 2월 기소된 이후 7년 동안 13차례나 우리 법원의 출석 요구를 무시하며 철저히 한국의 사법체계를 비웃고 있다.

그러는 사이 그는 일본내 '극우 인사'를 자칭하며 지난 2013년과 2016년 일본 참의원 선거에 출마해 모두 낙선하기도 했다.

스즈키는 지난 2012년 6월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에 이른바 '다케시마 말뚝'을 묶고 위안부를 모독하는 발언을 해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2013년 2월 기소됐다.

그는 또 일본 가나가와시에 있는 윤봉길 의사 추모비에 다케시마 말뚝을 세워둔 사진과 함께 "윤봉길은 테러리스트"라는 글로 윤봉길 의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있다. 스즈키는 우리 검찰이 소환 통보를 보내자 답장으로 말뚝을 보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스즈키는 2015년 5월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나눔의 집' 등에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는 소녀상 모형과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일본어가 적힌 흰색 말뚝 모형을 국제우편으로 보낸 혐의로도 이듬해 추가 기소됐다.

스즈키에 대해서는 한일 양국의 범죄인 인도협약에 따라 법원과 검찰을 통해 일본 정부에 대해 범죄인 인도가 청구돼 있다.

지난해 재판에도 그가 나타나지 않자 법원과 검찰은 스즈키에 대해 범죄인 인도 청구 절차를 밟기로 결정했다.

당시 법원은 "반문명적 범죄행위인 종군위안부 사건을 사실상 옹호해 참혹한 비극의 재발을 초래할 수 있는 범죄행위를 형사 처벌하는 데는 국적이 없다"며 검찰에 범죄인 인도 청구 절차를 밟으라고 명령한 바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스즈키가 정치범이라는 이유로 스즈키의 신병 확보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법원도 스즈키가 제발로 한국 법정에 출석하지 않은 한 정상적인 재판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재판에서도 박 부장판사는 "지금 이게 행정처에서도 송달된 것으로 돼 있다"며 "국제형사사법공조 회신서가 도착했는데 범죄인 인도 협약 때문에 일본 협조를 받아야 하므로 함부로 재판을 재개할 수 없는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민족운동진영의 활동가는 "어쩌면 자국의 민족주의를 대표한 두 사람의 재판에서 한쪽은 자신의 나라 재판에서 벌금형을 받고 한쪽은 자국 정부의 비호아래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는 것은 국제적 아이러니"라면서 "어쩌면 한일 민족주의가 자신의 국민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를 반영하는 것 아니냐"며 씁쓰레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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