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시행은 정치권 태만이 부른 '신의 한 수'
[긴급진단]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시행은 정치권 태만이 부른 '신의 한 수'
  • 정연미 기자 kotrin3@hanmail.net
  • 승인 2024.01.30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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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부터 5인이상 사업장 전면 실시 "법 시행 큰 문제 없어"...고용노동부 4월까지 ‘산업안전 대진단’ 추진 적극 지원
강준석 부산항만공사 사장이 지난 24일 부산항 감천항 공용부두 일대를 직접 방문해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사진=부산항만공사 제공
강준석 부산항만공사 사장이 지난 24일 부산항 감천항 공용부두 일대를 직접 방문해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사진=부산항만공사 제공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지난 27일부터 5인 이상 사업장에 전면 시행된 것은 정치권의 태만이 부른 '신의 한 수'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이 당리당략에 사로잡혀 여야가 다른 이슈에 매몰돼 민생을 제대로 돌보지 않아 방치된 사안이 2년간의 유예기간이 자연 도과함에 따라 즉각 시행되게 됐기 때문이다. 

노동계와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공기업 등은 이 법의 준수를 위해 그간 꾸준히 현장점검을 통해 착실히 준비를 해 와 법시행에 별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난 2년간 오는 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진흙탕 싸움이 오히려 약이 됐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대통령실까지 개입해 또 다시 이 법안을 2년간 유예해야 한다며 서로 남탓을 하며 '멱살잡이'를 하고 있어 국민들의 냉소를 사고 있다.  

30일 국민의힘은 50인 미만 사업장을 상대로도 확대 시행에 들어간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유예 기간을 2년보다 줄인 개정안을 다음 달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더불어민주당에 제안했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오는 2월 1일 본회의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법안의 여야 합의 처리를 위한 '조정안'을 만들겠다며 중재에 나선 상태다.

2년을 더 유예하면 좋겠지만 이에 대한 반대가 심하니 2년보다 적은 1년 등으로 줄여서 어떻게라도 이 법의 즉각 시행을 막아보자는 취지에서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필요하다면 유예 기간을 좀 줄이더라도 (확대 시행을) 유예해서 현장의 어려움과 호소에 응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서도 의원총회에서 다수 의원이 '1년 유예안'을 비롯해서 전향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유예 조건으로 요구하는 '산업안전보건청' 설치에 대해선 "자기들이 집권할 때도 못 했던 일"이라며 "국가 기관을 하나 만든다는 게 며칠 사이에 결정하기 상당히 난감한 문제로, 민주당도 그걸 알고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도 국민의힘 지도부와 29일 함께 한 오찬에서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과 관련해 영세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국회에서 협상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지난 27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중대재해법은 '중대재해(사망 등)'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혹은 10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 법으로, 지난 2022년부터 50인 이상 사업장 대상으로 우선 시행됐다. 다만 50인 미만 사업장은 2년간 대상에서 제외됐다가 지난 27일부터 법 적용을 받게 됐는데, 여당인 국민의힘은 다수의 중소기업 현장이 준비가 안 된 상태라 법 시행을 2년 더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확대 적용을 유예하는 대신 정부의 공식 사과와 구체적인 준비 계획 발표, 2년 유예 후 반드시 시행한다는 등의 정부 약속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사실상 '데드라인'이었던 25일까지 민주당이 최소한의 안전 확보 조치라며 제시한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를 두고도 끝내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동계는 이번 법 대상 확대에 대해 즉각 환영의 입장을 내비쳤다. 

한국노총은 같은날 논평을 내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산재사망의 60% 이상이 발생하는 안전보건 사각지대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부와 사용자단체들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에 소홀했다"며 "법 제정 당시 50인 미만 사업장은 법 공포 후 3년간에 유예기간을 두는 등 충분한 준비 기간을 주었음에도 사용자 단체와 정부는 철저한 준비와 대책 마련은 하지 않고 시행 유예만을 주장하며 노동계와 야당을 압박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도 논평은 통해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법의 확대 시행으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근거가 마련됐다"며, "정부와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 사용자 단체들과 사업주들은 법의 시행을 계기로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노력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행청인 고용노동부도 중대재해처벌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 시도가 불발된 것과 관련해 "안타깝게도 현장은 아직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오는 4월말까지 사상 최초의 산업안전 대진단을 추진해 중소 영세기업들을 총력 지원하기로 했다. 

즉 50인 미만 기업에 대한 안전보건관리체계 자체 진단, 진단 결과에 따른 컨설팅·교육·재정 지원, 중대재해 대책 추진단 출범, 공동안전관리자 지원사업, 교육·홍보 강화 등 맞춤형 지원사업에 힘을 쏟겠다는 것이다.

정부에 따르면, 이번 50인 미만 기업 확대에 따라 새롭게 법 적용을 받는 중소기업은 83만 7,000곳 정도로 추산된다. 이에 이들 기업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예외없이 법률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수사받게 되지만 사안에 따라 모두 처벌받는 것이 아니라 사전안전조치 이행 여부에 따라 처벌여부와 양형기준이 달라진다.  

고용고용부는 29일 중대재해 취약분야 지원 추진단 제1차 회의를 열어 중대재해 취약분야 지원을 위한 세부 추진내용을 확정했다. 

이에 따르면, 관계부처는 공공기관 안전관리 노력 기관경영평가지표 반영, 고위험 산업단지의 안전 통합관리, 중소제조업체의 안전장비구입 바우처 지원, 공동안전관리자 지원 등 주요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모든 50인 미만 기업 83만 7000곳이 조속히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해 이행할 수 있도록 산업안전 대진단을 29일부터 오는 4월 말까지 집중 추진한다. 

이에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오픈형으로 산업안전 대진단에 참여해 안전보건 경영방침·목표, 인력·예산, 위험성평가, 근로자 참여, 안전보건관리체계 점검·평가 등 모두 10개의 핵심항목에 대해 온·오프라인으로 진단할 수 있다. 진단결과는 3색 신호등으로 구분해 제공하고, 전국 30개 권역에 산업안전 대진단 상담·지원센터를 구성·운영해 안전보건관리체계·컨설팅·교육·기술지도와 시설개선을 포함한 재정지원 등을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이성희 고용부 차관은 “현장의 절박한 호소에 맞춰 50인 미만 기업이 조속히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산업안전 대진단에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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