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오일 머니의 벽은 너무 높았다.
지난 500여일 동안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관계부처 장·차관과 주요 기업인들이 2030 세계박람회의 부산광역시 유치를 위해 지구를 495바퀴 돌 정도의 거리를 누비고 수천명을 만나는 등 그야말로 사력을 다하고 여야 정치권, 온 국민들이 한마음과 한뜻으로 응원했지만 한국보다 약 1년 일찍 유치전을 시작해 막대한 오일 머니를 내세워 많은 나라들의 지지를 먼저 약속받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이기지 못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중국 갈등 등으로 국제 정세가 매우 불안해진 상황에서 경제난이 심화한 저개발 국가들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몰표를 준 것으로 보인다.
28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BIE 제173차 총회에서 진행된 2030 세계박람회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는 투표 참여 165개국 중 3분의 2인 110표보다 많은 119표를 얻어 결선 투표 없이 2030년 엑스포 개최지로 선정됐다.
부산은 29표, 이탈리아 로마는 17표를 얻었다.
우리나라는 1차에서 사우디가 3분의 2 이상 표를 얻지 못하도록 저지하고 2위를 한 다음 결선투표에서 이탈리아 지지표를 추가로 얻어 역전승을 한다는 전략을 세웠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열화와 같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송구스럽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국민 여러분의 지원과 성원에 충분히 응답하지 못해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BIE 회원국 182개국을 다니며 갖게 된 외교적인 새로운 자산을 계속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박형준 부산광역시 시장은 “부산시민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BIE 실사단 방문을 열렬히 환영하며 한마음으로 노력해 왔다”며 “부산 시민들의 꿈이 무산돼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29일 논평을 해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한 대장정은 끝을 맺었지만, 한마음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한 우리의 모습은 전 세계에 감동을 주기 충분했다”며 “혼연일체가 돼 마지막까지 총력을 다한 대한민국 국민 모두 자랑스럽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