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기관들이 올 여름부터 아프가니스탄 함락을 경고했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가 철군 일정을 고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정부 전·현직 관리들을 인용, 미국 정보기관들은 지난 7월부터 아프간 정부가 수도 카불에서 버틸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등 비관적인 내용을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에 의해 수십 개의 아프간 지역이 함락되고, 몇몇 주요 도시가 포위됐을 때 작성된 한 보고서에는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 공격에 대해 준비가 돼 있지 않고, 카불이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보 당국은 탈레반이 도시를 점령할 경우 연쇄적인 붕괴가 순식간에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또 아프간 정부군이 무너질 위험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의회에 제출된 분석에서도 탈레반이 1990년대 권력을 장악하면서 얻은 교훈에 따라 카불에 진입하기 전 먼저 국경을 넘고, 지방 수도를 장악할 것이라고 정확히 예측했다.
바이든 행정부와 군사 계획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주요 공항의 안전을 확보하지 못하고, 수천 명의 병력을 다시 카불에 돌려보내는 등 탈레반의 최종 공격에 대처할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 같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NYT는 다만 미국 정부의 주요 결정은 7월 이전 내려졌다면서 당시 정보기관들은 아프간 정부가 2년간 버틸 수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위 관리는 인터뷰에서 "정보기관들은 7월까지 상황이 더 불안정해지면서 탈레반의 (정권) 인수가 임박했다는 명확한 예측을 하지 못했다"며 "카불 함락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탈레반의 정권 장악이 불가피한 것은 아니라는 게 정보기관들의 전반적인 분석이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지난 15일 연설에서 아프간에서 발생한 만일의 사태에 대해 모두 계획했다면서도 예상했던 것보다 상황이 빨리 전개됐다고 밝혔다.
광범위한 비판에 직면하며 출범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한 바이든 행정부 내부적으로는 아프간 철군 결정을 둘러싼 책임론이 이미 분출하는 상황이다.
미국 관리들은 아프간 정부군이 붕괴하는 명백한 상황에 직면하자 책임 떠넘기기를 시작했다고 NYT는 지적했다.
미국 관리들의 내부적 지적에는 정보기관의 실패를 시사하는 백악관의 성명도 포함됐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대변인과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백악관에서 내려진 평가에 대해서는 논의를 거부했다.
NYT는 이런 비난은 국가 안보가 크게 무너진 후 종종 일어나지만, 카불에서 혼란에 빠졌던 바이든 행정부의 의사결정을 완전하게 파악하는 데는 몇 주 또는 몇 달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