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감위의 어정쩡한 양다리 걸치기...전경련 가입하되 '정경유착 발생시 즉시 탈퇴' 조건 제시
삼성 준감위의 어정쩡한 양다리 걸치기...전경련 가입하되 '정경유착 발생시 즉시 탈퇴' 조건 제시
  • 정연미 기자 kotrin3@hanmail.net
  • 승인 2023.08.1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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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위원장, 전경련 혁신 의지에 우려 표명..."탈퇴 위한 명분쌓기용" 분석도
@kbs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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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감위)가 18일 삼성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복귀에 대해 어정쩡한 입장을 취했다.

일단 가입은 하지만 탈퇴의 명분이 되었던 정경유착 발생 시 즉시 탈퇴할 것을 권고했다. 아무래도 복귀 분위기는 무르익었지만 시민단체들과 국민들의 반발심리 등을 여전히 의식한 조치로 해석된다. 

삼성 준감위는 이날 삼성전자를 비롯한 관계사들의 전국경제인연합회 재가입에 대해 '조건'을 제시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은 물론이고 SK그룹과 현대차그룹, LG그룹의 전경련 복귀 논의가 빨라질 전망이다.

삼성 준감위는 이날 2시간 넘게 전경련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쇄신할 수 있는지를 두고 집중 논의했으며 만장일치로 권고 의견을 정했다.

이찬희(사진) 준감위원장은 이날 서울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열린 준감위 임시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가입이냐 미가입이냐, 확정적으로 권고하지 않고 우려를 먼저 전달했다"며 "(각 관계사) 이사회와 경영진에서 (가입 여부를) 구체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가입했을 경우 전경련의 정경유착 행위가 지속된다면 즉시 탈퇴할 것을 비롯해 운영·회계 투명성 확보 방안 등에 대해 자체의 철저한 검토를 거친 후 결정할 것을 권고했다"고 부연했다.

준감위가 전경련 가입을 전제로 '조건'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각 이사회에서 전경련 가입을 결정하더라도 준감위 권고를 어기는 것은 아니다. 준감위의 이날 결론이 삼성의 전경련 복귀 길을 열어줬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삼성 계열사 이사회가 준감위 권고를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삼성 계열사가 준감위 권고에 반하는 활동을 하면 이사회를 거쳐 공표해야 한다.

이 위원장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정말 완전히 단절할 수 있는가가 가장 큰 논의의 대상이었다"며 "전경련의 인적 구성과 운영에 정치권이 개입해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점이 가장 큰 우려 사항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이 전경련의 혁신 의지 등에 대해 우려를 표한 것은 언제든 국민 법감정이 악화할 경우에 대비해 탈퇴를 위한 명분쌓기 용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사들은 모두 지난 2017년 국정농단 사건을 통해 드러난 정경유착 논란 끝에 전경련에서 탈퇴했으나 전경련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5개사가 여전히 회원으로 남아 있다.

삼성 준감위는 '국정농단 사건' 재판부가 삼성의 내부 준법감시제도 마련 등을 주문한 것을 계기로 2020년 2월 출범한 독립조직이다. 현재 이찬희 위원장을 비롯한 외부 위원 6명과 내부 위원 1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됐다.

이날 삼성 준감위의 결정으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5개 계열사는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전경련 복귀를 본격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앞서 5개 계열사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3차례 회의와 각사 최고경영자(CEO) 보고를 거쳐 전경련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해산에 동의했으며, 한경연 회원 자동 승계는 이사회와 준감위 논의를 거쳐 결론 낼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5월 전경련은 한경연을 흡수·통합하고 싱크탱크형 경제단체인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혁신안을 발표했으며, 지난달에는 4대 그룹에 한경협 동참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전경련은 오는 22일 총회를 열어 명칭 변경과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삼성이 이번에 전경련에 복귀하면 2017년 2월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삼성 15개 계열사가 전경련에서 탈퇴한 지 6년 6개월 만에 다시 합류하는 것이다.

삼성을 비롯한 4대 그룹은 2016년 불거진 국정농단 사태 당시 전경련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자금을 기업들에 요청한 사실 등이 드러나자 전경련에서 잇따라 탈퇴했다.

SK그룹과 현대차그룹, LG그룹도 전경련 재가입 논의에 속도를 내며 복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정경유착 카르텔 부활이라는 비판이 복귀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전경련에 복귀하더라도 전경련 회비 납부, 회장단 참여 등 적극적인 활동에는 당분간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회비 납부를 비롯해 정경 유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금 출연은 준감위 승인이 필요할 수 있다.

재계에서는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선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기업이 뭉쳐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반도체 지원법 등 글로벌 공급망을 둘러싼 대외 리스크에 선제적인 대응을 하려면 대기업 의견을 모을 창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 9월 정기국회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정감사가 예정된 정기국회 전에 4대그룹이 복귀하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4대그룹 총수를 증인으로 요청할 우려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준감위 역시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해 가입 혹은 미가입 등 분명한 입장을 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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