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부터 엔화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친일정책'과 더불어 일본 여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일본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e커머스들은 물론 일본으로의 직접구매(직구)나 엔화 투자도 증가하면서 오랫만에 '일본 열풍'이 불고 있다.
19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23분 기준 원/엔 기준환율은 897.49원에 고시됐다. 원/엔 환율이 800원대를 기록한 것은 2015년 6월25일(897.91원) 이후 약 8년 만이다. 일본은행이 지난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기로 한 데 따른 여파다.
이에 따라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일본 여행을 통해 엔저를 즐기려는 여행객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위메프에 따르면 18일까지 일본항공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만7496%가 늘었다. 일본 패키지와 일본자유여행을 합한 일본 여행 상품 매출은 역시 3,929% 늘었다. 일본 여행 중 목적지 1위는 도쿄, 2위는 오사카, 3위는 후쿠오카 순이었다.
티몬도 같은 기간 일본 여행 패키지 상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53% 증가했고, G마켓도 일본 패키지 상품 매출은 2,500%, 현지투어는 3,370%가 늘었다. G마켓 관계자는 "여름 휴가 시기에 엔저가 더해지면서 일본 여행 상품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며 "비교적 선선한 훗카이도나 관광 명소인 오사카가 인기"라고 말했다.
일본 여행 수요와 더불어 엔화 환전액도 크게 증가하고 있고 환차익을 기대하며 엔화에 투자하는 예금자들도 늘었다. 4대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이달 15일 현재 8,109억7400만엔으로 전달(6,978억5900만엔) 대비 16%(1131억1400만엔·약 1조243억원) 급증했다.
일본 직구도 활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일본 온라인 직구금액은 1,2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4% 증가했다. 전체 온라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4%로 작은 편이지만 전체 직구 성장률 16.6%를 훌쩍 뛰어넘는 증가세다.
2분기에도 추가적으로 엔화가치가 떨어지면서 직구 수요는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엔화의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우리나라 관세청이 규정한 관세 면세 기준(150달러)이 상대적으로 완화되는 효과를 갖는다. 현재 일본 무관세 기준은 약 2만976엔이다.
업계에서는 엔저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유럽 등 주요국이 긴축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일본은행은 국내 경제사정으로 금융완화 정책을 고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최근 엔저 현상이 심해지며 정부의 유화정책과 맞물여 일본 여행이 급증하면서 관련 엔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환차익을 기대하는 심리도 높아져 기업 및 개인이 향후 엔화 상승을 예상하고 미리 사두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본인 인바운드 관광객은 크게 줄어 관련 상품을 취급하는 여행사나 면세점은 울상을 짓고 있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이달 18일까지 일본인 관광객 대상 매출이 전월 대비 10% 하락했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과 외국인 매출은 모두 5%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