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내렸어요.
은행잎도 눈송이처럼 내렸고요.
사람 없는 호젓한 숲길에 앉아
잠시 눈과 잎을 닫고 고요와 마주하기도 했지요.
숲길 끝 단풍나무 그늘 아래 찻자리를 엽니다.
애쓴 그녀들을 위로해주고 싶었습니다.
곤륜설국과 대금침을 넣어 차를 내립니다.
바람이 단풍잎을 나풀나풀 내려줍니다.
작고 따순 찻잔,
향기 그윽한 차 한 모금.
토닥토닥 서로를 다독이며
이렇게 눈부신 날들 조금만 더 길게 해달라고
가을을 잘 여미고 왔습니다.
이상호 기자 sanghod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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