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코앞까지 진격했다가 반란 하루 만에 갑자기 철수한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거취가 '오리무중'이다.
26일 현재 그의 거취에 대해 정확히 아는 소식통은 없다.
반란 사태는 이렇게 정리됐지만 이날도 러시아에는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 등이 전했다. 협상 타결로 인해 벨라루스로 가기로 한 프리고진의 행방을 알 길이 없고, 집권 최대 위기를 맞은 푸틴 대통령의 입도 굳게 닫혀 있다. 그동안 비교적 활발히 자신의 입장을 텔레그램을 통해 표명한 프리고진은 전날 철수를 알리는 텔레그램 음성 메시지를 공개한 이후 소식이 없다. 그가 벨라루스에 도착했는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미국 CNN 보도에 따르면 벨라루스 관리들은 프리고진이 벨라루스에서 어떤 지위를 가질지 자세히 알지 못하며, 그가 이미 현지에 도착했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반란 사건과 관련해 모스크바와 인근 지역에 발령했던 대(對)테러 작전 체제를 이날 해제했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자국 안보 소식통을 인용해 바그너그룹의 갑작스런 철수에 대해 "모스크바 진격 직전 러시아 정보 기관이 바그너 수뇌부의 가족을 해치겠다고 위협했다”고 보도했다. 프리고진이 가족을 인질로 삼은 러시아 정부의 협박에 못 이겨 철수를 선택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 친(親)야당 매체와 소식통을 인용해 프리고진이 전날 로스토프나도누에서 모스크바를 향해 북진하는 동안 러시아 대통령실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과의 대화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이후 크레믈린궁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안톤 바이노 러시아 대통령 비서실장, 보리스 그리즐로프 주벨라루스 러시아 대사가 참여하는 협상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그럼에도 여전히 두 정상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고 분석했다. 벨라루스의 전직 외교관으로 현재 망명 중인 파벨 라투슈카는 이들을 두고 “샴쌍둥이 같은 존재”라며 “한쪽의 몰락은 남은 한쪽의 정치적 죽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